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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래머님의 서재입니다.

비능력 뚝심근성의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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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래머
작품등록일 :
2022.05.11 21:21
최근연재일 :
2023.01.03 17:29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59
추천수 :
12
글자수 :
35,991

작성
22.05.12 22:34
조회
21
추천
3
글자
10쪽

2. 낙오자.

DUMMY

1

“크윽.”


윤석의 칼은 시현의 복부를 스쳐지나갔다. 시현이 엄청난 순발력으로 칼을 피했다.

칼은 시현의 복부 오른쪽의 옷을 조금 찢고 허공을 갈랐다.


“씨X!”


윤석이 잔뜩 화난 표정을 지으며 시현을 노려봤다.

시현은 복부를 손으로 부여잡고 거리를 살짝 벌렸다.


‘운이 좋았어. 고양이가 아니었다면 그대로 뒤를 찔렀을 거야.’


피했지만 베인 것처럼 쓰라린 거 같았다.

시현은 윤석이 칼을 휘두를 것을 염두에 두고 방어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시현의 경계와는 다르게 윤석은 칼을 휘두르려 다가오지 않았다.

가쁜 숨을 쉬면서 땀을 흘리고 있다.


‘아무래도 ‘시온’을 많이 소모하는 능력인가 보네. 좋아, 지금이 기회야.’


시현이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시현의 능력을 봤던 윤석은 당황했다.


‘저 계집, 분명 그림을 현상화 하는 능력이었지. 칫.’


윤석이 부들거리는 다리를 억지로 이끌고 시현에게 달려들었다.


“미안하지만 내가 더 빨라.”


시현이 종이를 뜯었다.

종이는 빛을 발하며 야구방망이로 바뀌었다.

칼보다 린치가 긴 야구방망이로 승부를 내려 했다.

야구방망이를 휘둘러 윤석의 머리를 노렸다.


“젠장!”


윤석의 머리카락에 방망이가 닿았을 때 윤석은 또 자취를 감추었다.

방망이는 타격감 없이 허공을 갈랐다.

시현은 윤석의 능력이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갔다.


“그렇군. 그렇단 말이지?”


시현이 마음을 가다듬고 차분히 생각에 잠겼다.


‘이 살인자의 능력. 단순히 몸이 투명해지는게 다가 아니야. 공격을 흘리는 느낌이 있어.’


방금 전의 방망이 공격 그리고 밀가루 때의 정보를 토대로 접근했다.


‘일반적으로 모습만 투명해진다면 밀가루를 공중에 뿌렸을 때 밀가루가 몸에 묻어 형체가 보였을 터.

하지만 녀석이 나타나기 바로 직전에도 밀가루를 뿌렸지만, 녀석 몸에 밀가루는 전혀 묻지 않았어.’


시현은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 걸음을 옮긴다.

빠른 속도로 뛰었다.

쓰러져있는 남성의 시체를 지나 골목 깊숙이 들어갔다.

이곳 지리를 알고 있기에 원하는 장소로 가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시현의 목적지는 막다른 골목이었다.

시현은 골목 구석으로 들어가 벽을 등지고 섰다.


‘슬슬 시간이 됐나?’


시현은 스케치북으로 배를 가렸다.


2

윤석은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시X, 갑자기 뛰고 지랄이야. 헉헉.’


가쁜 숨을 내쉬며 두 손으로 칼을 꼭 쥐었다. 이번에는 절대 실패하지 않으리라는 각오로.

일정 시간이 되고 윤석이 시현의 바로 앞 정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윤석은 곧바로 시현의 배를 향해 칼을 찔러 넣었다.


“죽어라!!!”


챙.

시현의 스케치북을 그대로 뚫는가 싶더니 중간지점에서 금속과 부딪히는 소리가 나며 막혔다.

칼이 들어가지 않자 당황한 윤석의 배를 시현이 발로 차며 밀어내 넘어뜨렸다.


“커헉.”


바닥에 미끄러지며 쓰러지는 윤석.

몸을 제대로 일으킬 힘조차 없어 보인다.


“뭐···뭐야······어떻게?”


시현이 씨익 웃으며 구멍 뚫린 스케치북 사이에서 냄비뚜껑을 꺼냈다.


~*~

시현의 능력

현상계

그림을 실체화 할 수 있는 능력.

단, 자신이 직접 보고 만진 물건만이 실체화가 가능하다.

~*~


“이곳으로 오는 동안 미리 준비를 했지.”


윤석이 누운 채로 시현을 올려다보았다.


“미리 준비했다고? 내가 어디로 나타날 줄 알고?”


“그쪽의 능력을 대강 파악했거든. 처음에는 단순히 투명화를 시키는 능력인줄 알았는데 투명화한 상태에서 공격이 없었다는 점 때문에 알아챘지.”


윤석은 투명화를 한 상태에서 공격하지 않고 꼭 모습을 드러내고 나서야 공격을 가했다.

그리고 시현이 공격했을 당시 윤석이 투명해지면서 원래는 맞았어야 할 방망이가 허공을 갈랐다.

이에 시현은 두 가지의 가설을 세웠다.

1. 투명화 된 상태에서는 공격도 흘린다. 단, 자신도 상대를 공격할 수 없다.

2. 투명화가 아닌 순간이동. 자신의 위치를 특정 공간에 옮겼다가 일정 시간이 되면 원하는 위치로 이동한다.

이 중 밀가루를 통해 두 번째 가설은 무너졌다.

기습을 하려면 당연히 상대의 뒤를 노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터이지만 윤석은 어째서인지 시현의 정면에서 나타났다.

순간이동 능력이라면 시현의 뒤에서 나타나면 되는 것을.

여기서 당시 상황을 돌이켜 보면 알 수 있다.

시현은 윤석이 나타나기 직전에 돌발적으로 뒤를 돌았다.

이때 윤석이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약간의 텀이 존재했었다.

그 사이에 나타날 위치를 변경하는 것쯤은 할 수 있었을 터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 했다라는 것은 윤석에겐 순간이동 능력이 없다는걸 반증해준다.


“이런 정황으로 보아 당신의 능력은.”


~*~

윤석의 능력

현상계

자신의 모습을 1분간 투명화시킬 수 있다. 투명화된 상태에서는 어떠한 물리적 공격은 통하지 않으며 자신 또한 상대를 공격할 수 없다.

~*~


“그래서 당신을 이리로 데리고 온 거야. 내 등 뒤나 옆을 노리지 못하게 하려고. 그러면 정면에서 나타날 거라는 걸 알 수 있어서 대응하기 쉽잖아.”

시현이 이겼다라는 표정으로 윤석을 내려다봤다.


3

윤석은 자신을 쳐다보는, 아니 내려다보는 시현을 보곤 동공이 떨리며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머리에서 암울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하긴, 네놈이 하는게 그렇지. 쓸모없는 녀석.”


윤석의 기억 속에는 서류뭉치로 자신의 머리를 때리고 있는 남성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이 남성, 윤석에게 방금까지 칼로 난도질당한 남자다.

그와의 기억은 온통 이런 것뿐이었다.

늘 자신을 깔보고 비웃고 늘 무시하는 모습.

더 옛날 일을 떠올렸다.

학창시절은 달랐을까? 그때도 마찬가지였다.

항상 삼류인생의 길을 걸어왔다.

엘리트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위치를 직시해야만 했던 서글픈 루저인생.

부모 또한 그런 자신의 편은 들어주지 않았다.

무시 받고 낙오자라는 별명을 받으며 살아온 나날들.

이를 악물고 버틸 수밖에 없는 자신의 비참한 모습에 윤석 스스로는 토할 것처럼 역겨웠다.


“보지마······.”


그러던 어느 날 한 사람을 만났다.

‘그’를 만나 힘을 얻고 낙오자에서 벗어나 자신이 그토록 갈망했던 높은 위치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자신도 타인을 내려다볼 기회라고.

그랬지만 현재 윤석의 처지가 어떤가.

자기보다 어린 여자아이에게 지고 바닥에 누워있지 않나.

내려다보는 주체가 되려 했지만 결국에는 밑바닥에서 위를 올려다볼 뿐이었다.

이런 어린애조차 윤석은 뛰어넘지 못한 거다.

윤석의 가슴 안에서 분노가 순식간에 번졌다.


“네가 뭔데 날 내려다봐!”


분노의 힘 덕인지 윤석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다시금 능력을 쓰려고 했다.


“저기 이제 시온도 바닥을 치는 것 같은데 무리는 하지 말죠?”


시현은 윤석의 몸 주위로 힘없이 실오라기처럼 피어오르는 시온을 보고 안쓰럽게 느껴졌다.

시현의 만류에도 윤석은 젖먹던 힘을 다해 시온을 끌어냈다.


“으아아아아.”


쨍그랑.


‘뭐지? 깨지는 소리?’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윤석은 더 이상 시온을 분출하지 못하고 의식을 잃어 쓰러졌다.


“시온을 다 써서 그대로 탈진했네.”


골목 안쪽으로 경찰 사이렌 소리가 울리면서 퍼졌다.

사이렌 소리를 듣고서 긴장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았다.

이제 쓰러진 윤석을 감시하면서 경찰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4

“강수 돌아가자.”


“그래.”


강수와 혜성이 짐을 챙기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문손잡이를 잡기 직전에 먼저 손잡이가 돌아간다.

문이 열리면서 중년의 남성이 들어온다.

짧은 금발 머리와 서양인 같은 이국적인 외모에 검은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

깔끔한 갈색 정장에 넥타이까지 흐트러짐이 없었다.


“이사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민규’ 이사를 향해 두 사람이 인사를 했다.


“너희들 내일 중으로 짐을 좀 싸라.”


“짐이요? 갑자기 왜요?”


“어디 갈 곳이 있다. 시현이는?”


“먼저 집에 갔어요.”


“제가 연락할게요.”


강수가 게임 창을 끄고 시현에게 문자를 넣기 시작했다.

자세한 설명은 더 없었고 간략한 전달만 한 뒤 민규는 자리를 벗어났다.


“아참, 여권도 챙겨라.”


중요한 사항을 알리고 발걸음을 돌린다.

강수가 추가 전달사항을 치고 시현에게 보내기를 눌렀다.

강수는 방을 나오면서 불을 끄고 문을 닫았다.


5

퇴근 시간, 사람들이 빽빽한 시내 거리를 활보하는 붉은 머리의 남자.

주머니에서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발신을 확인하고 전화를 받았다.


“상황은?”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웬 여성의 목소리.


“행동력 하나는 대단한 남자야. 바로 내일 출발하겠다고 비행기 표를 예매했지 뭐야.”


“그런가. 그거 잘 됐군.”


“나도 거기로 갈까?”


“아니. ‘컬테인’에는 내가 간다. 넌 여기서 사람을 좀 찾아줘야겠어.”


“그래? 누구를 찾으면 되는데?”


남자는 상대의 이름을 읊었다.

이름을 들은 여성은 꽤나 흥미가 돋았다.


“그 놈이 이 나라에 있다고? 하여튼 숨어 다니는 건 천재라니깐.”


“놈을 발견하는 즉시 나에게 연락하도록.”


“네네, 알겠습니다. 걱정 마시고 올 때 선물이나 사오셔.”


남성은 코웃음을 치며 전화를 끊었다.

하늘을 올려다봤다.

때마침 비행기가 상공을 가르며 지나갔다.

그리고 그는 인파속에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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