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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래머님의 서재입니다.

비능력 뚝심근성의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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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래머
작품등록일 :
2022.05.11 21:21
최근연재일 :
2023.01.03 17:29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64
추천수 :
12
글자수 :
35,991

작성
22.05.11 21:24
조회
40
추천
4
글자
10쪽

1. 투명 살인자

DUMMY

1

지루한 시계바늘 소리가 귀에 맴돈다.

20명은 족히 채울 넓은 교실에는 3명의 학생만이 띄엄띄엄 앉아있다.

붉은 단발머리의 여학생이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책상에 엎드려 있다.

짧고 곱슬한 파란머리의 남학생이 안경을 치켜 올리며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거의 감은 듯한 눈웃음을 지으며 만화책을 읽고 있었다.

빡빡 밀어 회색빛이 나는 머리를 한 다른 남학생은 이어폰을 낀 채로 휴대폰 게임에 열중 중이었다.

교실 안은 매우 고요했다.

똑딱,

시계바늘 소리가 엎드린 여학생 귀에 크게 들릴 정도였다.


“으아!”


엎드려있던 시현이 고개를 들면서 큰소리로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어찌나 크던지 이어폰을 뚫고 강수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아이씨, 깜짝이야. 뭐야, 뭔데?”


강수가 게임을 일시정지 한 뒤 오른쪽 귀 이어폰을 뽑고 시현을 쳐다봤다.

혜성이 만화책에서 눈을 때고 천천히 그녀를 바라본다.

시현은 정면에 있는 하얀 보드칠판을 보며 풀썩 엎드렸다.


“너무 심심해요. 수업도 안하고.”


시현은 강수와 혜성을 번갈아보며 한숨을 쉬었다.


“여기에 친구는 없고 다 선배뿐이라 놀기도 그렇고, 차라리 여자선배라도 한명 있으면 말이라도 나눌텐데, 하···.”


이번엔 짧은 한숨을 쉬었다. 이 한숨이 강수에겐 거슬리게 들렸다. 강수는 혀를 차며 이어폰을 다시 귀에 꽂았다.


“난 또 뭐라고. 별 같잖은 일로 사람 놀래키고 있어.”


“게다가 왼쪽에 있는 선배는 신경질적이고 다혈직적이고 게임페인이고.”


시현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작은 소리로 궁시렁거렸다.


“조용히 해라.”


강수는 시현을 살짝 째려봤다가 게임화면을 도로 보며 냉랭하게 말했다.

혜성이 이런 상황이 재밌는지 계속 눈웃음을 지으며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어쩔 수 없지. 우리 지역구에 ‘능력자’는 우리뿐이니깐. 그리고 이사님이 최대한 빨리 선생님을 구해오신다고 했으니깐 조금만 기다려보자.”


강수와 다르게 혜성은 나긋하게 시현을 달래주었다. 시현은 그의 태도에 투덜거림을 멈추었다.

혜성도 마저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정적이 흘렀다. 시현은 심심하여 가방에서 스케치북을 꺼내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때워보기로 했다.


2

그림 5장 정도 그리고 나니 시계는 벌써 방에서 탈출할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스케치북을 덮고 가방에 넣어 짐을 싼다.

양옆의 선배 둘은 집에 갈 생각이 없는지 미동도 없다.

시현은 둘에게 인사를 건넸다. 강수는 들은 척도 안 했고 혜성이 인사를 받아주었다. 시현이 살포시 문을 닫고 나갔다.

갑갑했던 하얀색 육면체의 건물을 빠져나오니 살만하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하늘 위로 손을 쭉 펴며 기지개를 핀다.

하루하루가 이런 식으로 지루하게 낭비된다. 이렇게 보낸 지 벌써 3개월째이다.

시현이 처음 이곳에 들어왔을 적 2개월 정도는 수업이 진행되었지만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여 현재 담당 선생이 공석이 되었다.

이곳 관리 책임자인 이사님이 선생님을 구하려고 고군분투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사실 이 부분은 이사님의 고집 때문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

정부에서 보내주는 어중이떠중이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이사님이 전부 거절했다.

시현은 이런 고집은 버리고 하루빨리 선생님을 모셔왔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3개원을 이 패턴으로 지내다보니 몸도 마음도 지치기 시작했다.


“아 힐링이 필요해······오랜만에 놀이터나 갈까?”


힐링이 필요했던 시현은 어릴적 자주 갔던 놀이터에 가기로 했다.

이따금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할 때는 놀이터에 가서 혼자 조용히 그네를 타곤 했었다.

시현의 발걸음은 놀이터로 향했다. 놀이터로 빨리 가기 위해서 지름길인 골목에 들어섰다.

여러 길로 뻗어있는 골목길을 기억을 더듬으며 길을 찾아간다.

안쪽 깊숙이 들어가면서 인적이 점점 드물어진다. 묘하고 스산한 공기가 느껴진다.

몸이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했는지 발걸음이 점점 무거워진다.

시현은 기분 탓으로 받아들여 몸이 보낸 신호를 무시한 채 계속 들어갔다.

몸이 무엇을 경고했는지 두 눈으로 보고난 후에야 발걸음이 멈추었다.


‘저게 뭐···야···?’


한 남성이 날붙이를 들고 바닥에 여러 번 내려찍고 있었다.

후드를 뒤집어쓴 남성의 얼굴에는 빨간색 피로 범벅이 되어있었고 후드는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 남성의 아래에는 붉은 피로 잔뜩 물들어있는 흰 와이셔츠를 입은 다른 남성이 누워있다.

날붙이는 누워있는 남성의 등에 깊이 박혔다가 빠져나오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했다.

그 과정에서 피가 튀어 얼굴이 흥건하게 젖었다.

찌르는 남성은 아직 시현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조용히 도망칠 수 있을 듯하다.


“흐읍······.”


잔인한 장면에 저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나온 시현. 그 작은 소리 때문에 상대에게 자신의 존재를 들키고 만다.


3

윤석은 자신의 밑에 쓰러져있는 증오스러운 녀석을 찌르는데 정신이 팔려 주변에 누가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흐읍···.”


작은 소리에 윤석은 소스라치게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윤석과 시현의 두 눈이 마주쳤다. 시현의 눈은 두려움과 공포가 드리웠다면 윤석의 눈에는 당혹스러움에 떨리고 있었다.


‘젠장, 이 계집은 뭐야? 언제 온 거지?’


윤석의 숨이 거칠어졌다. 자신의 범죄현장을 발각되어 심장이 덜컹거렸다.

그의 머릿속에는 교도소에 들어가서 몇 십년을 썩게 될 자신의 비참한 모습이 보여 졌다.

칼을 들고 있는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밑에 피를 흘리며 누워있는 녀석이 이럴 때도 원망스럽다.

원래는 빠르게 칼 몇 방 찌르고 죽인 뒤 바로 도망을 치려고 했는데 찌를 때 묘한 흥분을 느꼈다. 그 흥분과 그 동안 쌓였던 원한이 합쳐지면서 손의 움직임을 멈추지 못했다.

이미 죽은 자의 탓을 해봤자 어쩌겠는가. 윤석은 최대한 지금 상황을 벗어날 방법을 찾고 있다.


‘그래···.’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의 범죄현장을 목격한 목격자가 있다는 것, 그것도 자신의 얼굴을 본 자가 있다는 것이다.

윤석은 최악의 생각을 가지고 만다.


‘저년만 죽이면···난 들키지 않아!’


살인을 한번 해본 자에게 다시 살인을 하는 것에 큰 결심은 필요하지 않았다.

하물며 궁지에 몰린 상황에는 결단이 쉬웠다.


4

시현은 윤석과 눈을 마주치면서 몰래 주머니에 손을 넣어 휴대폰을 만졌다.

빨리 신고를 해야 한다.

윤석이 칼을 꼭 쥔 채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시현은 그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읽었다. 시현이 살며시 뒷걸음질을 쳤다.


“어?”


시현이 휴대폰을 만지던 손을 멈추고 윤석을 관찰했다. 윤석의 몸에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윤석의 몸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더니 이윽고 아지랑이는 노란빛을 내며 윤석의 몸을 감쌌다.

그리고 뭐에 홀린 듯이 시현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뭐야, 이거? 설마 능력자였어?”


시현은 식겁하며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양옆, 뒤, 심지어 위에까지.

허나 윤석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긴장의 끈을 불끈 쥐고 잠시 기다렸다.

몇 십초가 흐르고 아무런 일이 발생치 않자 긴장을 약간 풀었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네···그냥 그대로 도망친건가?’


우선 시현은 휴대폰을 꺼내어 경찰에 신고한다.

피를 흘리며 누워있는 남성을 바라보며 경찰과 통화를 하며 위치와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네, 알겠습니다. 즉시 출동하겠습니다. 피해자의 상태는 어떻죠?”


결코 살아있을 상황은 아니보였다. 그러나 혹시나 싶어서 남성에게 다가갔다.

시현이 다가가자 그녀의 그림자가 남성을 덮어주었다.

시현이 쪼그려 앉아 남성의 호흡부터 확인한 후 목의 동맥을 짚었다.


“숨을 쉬지 않아요. 아무래도 이미 늦은 것······.”


어두운 그림자가 남성과 시현을 뒤덮었다.

사람형태의 그림자는 두 손을 높이 들어 무언가를 쥐고 그대로 내려찍으려 했다.

시현이 순발력있게 옆으로 뛰었다.

아슬아슬하게 칼을 피할 수 있었다.


“쳇, 젠장.”


도망을 갔을 거라 생각되었던 윤석이 혀를 차며 얼굴을 찌푸리고 시현을 노려보고 있었다.


‘뭐야? 도망친 거 아니었어?’


이때 시현은 살기가 느껴지는 윤석의 눈을 보았다.

자신도 죽이려는 것을 알아챈 시현은 가방에서 스케치북과 볼펜을 꺼내고 몇 발자국 물러섰다.

시현의 행동에 윤석은 별 신경 쓰지 않았다. 단지 시현을 죽일 일에만 정신이 팔려있다.

윤석의 몸 주위에 또 다시 노란빛이 발하면서 형체가 사라졌다.


“하아, 성가신 능력이네.”


시현이 스케치북을 피고 볼펜을 들었다.

시현이 잡은 볼펜과 스케치북이 윤석과 같은 노란빛으로 둘러싸이기 시작했다.


“미안하지만 나도 ‘현상계’능력자라고.”


엄청난 속도로 그림을 그렸다.

빠른 속도로 그림을 완성한 시현은 종이를 뜯었다. 종이에서 빛이 일더니 밀가루봉투로 변하였다.

시현이 밀가루 봉투를 개봉한다.


“투명인간이 되어도 찾는 방법은 다 있지.”


밀가루를 주변반경 공중에 흩뿌리기 시작했다.

밀가루는 안개처럼 사방을 뿌옇게 만들었다.

잠시 후 눈처럼 가루들이 떨어지며 시현 주변 넓은 반경으로 밀가루 밭이 형성되었다.


‘내 근처에는 없었나보네, 하지만 나에게 접근하려고 하면 밀가루 때문에 발자국이 생길거야.’


완벽한 타개책이었다. 어느 정도 안심이 되었다.

시현은 하얀 바닥을 유심히 관찰하였다. 정면의 바닥에는 발자국이 생겨나지 않고 있다.

털썩.

시현의 뒤쪽 담장 위의 고양이가 뛰어내리는 소리였다.

고양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 시현은 그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를 휙 돌아 남은 밀가루를 전부 뿌리고 말았다.

뿌연 밀가루가 시야를 가릴 정도였다.

밀가루 때문에 고양이가 겁을 먹고 도망을 쳤다.

밀가루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시현이 황급히 눈알을 굴려 바닥을 확인했다.

다행히도 발자국은 보이지 않는다.

안심한 시현이 한숨을 내쉬었을 때 윤석이 그녀의 시야에서 갑자기 나타났다.

그의 거친 숨소리가 들릴 정도의 가까운 곳에서.

하얀 밀가루 밭에 발자국 하나 없다.

접근한 흔적 없이 말 그대로 갑자기 솟아났다.

윤석은 바로 시현의 복부를 향해 칼을 뻗는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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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투명 살인자 22.05.11 41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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