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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진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사가 되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동기진
작품등록일 :
2021.05.13 11:47
최근연재일 :
2021.10.20 19:28
연재수 :
1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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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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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30
글자수 :
861,399


작성
21.05.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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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마나세상

DUMMY

그렇지 않아도 문양에 쓰인 필기구가 궁금했던 차다.

붓펜으로도 같은 농담을 맞출 수 없었고 먹에 물을 타서도 맞출 수 없었다.

물론 정웅이가 피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 그런 얄팍한 궁금증은 어느 순간 사라졌겠지만.


정웅이에게 키를 받아 토요일 하루 랩을 독차지한 후 여러 가지를 조사했다.

정웅이가 피라고 주장한 종이뭉치의 물감, 어머니의 몸에서 챙겨둔 어머니 머리카락 그리고 내 피.

그것들을 핵자기공명분광기로 돌린 후 다시 DNA 시퀀서로 유전자 조사까지 해봤다.


결과는 놀랍게도 종이의 그 물감은 어머니의 피가 맞다.


문득 드는 생각이 있어 어머니가 남겨주신 그 명잔이라는 술잔을 X-ray로 촬영을 해봤다.

지금도 하는 일이지만 그 조그만 명잔에 들어간 내 피의 양이 엄청나다는 생각 때문이다.

당연 숨은 공간이 있는지 궁금해서다.

물론 숨은 공간이 있어도 지금까지 들어간 내 피를 생각하면 말이 안 되는 일이지만.


그러나 명잔 어디에도 무슨 숨은 공간 따위는 없다.

다만 여러 방향으로 촬영한 사진에 명잔 안쪽 바닥에 아주 가는 선이 수없이 그어져있는 게 발견이 됐다.


‘어, 술잔에도 문양이 있었네.’


어떤 문양인지는 모르나 분명 종이뭉치에 있는 문양과 같은 종류의 문양이다.


‘가만, 혹시?’


혹시하는 생각에 명잔의 겉면을 커터칼로 살살 긁어 그 성분이 뭔지를 조사했다.

그렇게 드러난 성분은 어머니와 내 DNA.

나와 어머니 두 사람의 혈액이다.


한동안 충격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내친 김에 염주알들의 겉면을 살살 긁어 그 성분을 조사했다.

성분은 인간의 피고 유전자는 어머니의 것이다.


결국 술잔과 염주알은 모두 어머니의 피로 염색이 된 것이다.

거기에 피가 얼마나 쌓였는지 염주알의 문양과 달리 술잔의 문양은 보이지도 않는다.


칼로 눈을 돌렸다.

칼에 새겨진 문양에는 당연 무슨 물감같은 게 있지는 않다.

그저 어떤 뾰족한 도구로 문양의 모양대로 홈이 파져 있을 뿐이다.


그런 문양을 따라 면봉을 살살 문댄 후 그것을 분광기에 돌려보았다.

그렇게 나온 결과는 칼의 재료인 청동뿐.

두 칼은 피와는 관련이 없다.


집에 돌아와 책상 위에 어머니가 남기신 유품과 종이 뭉치를 꺼내 놓고 한동안 넋을 놓고 쳐다봤다.

많은 생각이 흘러 다녔다.


‘신기하네. 어떻게 이 술잔에서 내 피가 검출된 거지.

내가 내 피를 이 술잔에 칠한 적이 없는데.

더구나 내 피를 술잔에 줬다고 해도 내 피가 닿은 곳은 겉이 아니라 안쪽인데.’


당장 술잔을 쪼게 보고 싶은 심정이다.


‘후, 그나저나 문양 연구를 계속해야 하나?’


회의감이 든다.

결국 문양이라는 건 피로 그려야 한단 말이 아닌가.

더구나 어머니가 종이에 연습한 것을 보면 숱한 연습을 통해 정확한 농담에 맞춰 문양을 그려야 한다는 거다.

거기에 내가 내 피로 그린 문양이 어머니가 그린 문양처럼 그런 이적을 발휘할 거라는 확신도 없다.

더구나 그날 어머니 돌아기시기 전날밤 던져진 염주알이 부린 그 마법같은 이적이 정말 문양으로 인한 것이라는 확신도 없는 마당이다.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다 잠이 들었고 여느 때처럼 새벽 5시 저절로 눈이 떠졌다.


그리고 마치 정해진 프로그램처럼 별상칼을 들어 손가락을 벤 후 술잔에 피를 흘려 넣었다.

그러다 든 생각이 어쨌든 끝까지 가보자는 마음이다.


마치 지금 손가락을 베어 피를 흘리는 의식처럼 어쩌면 문양에 대한 연구 역시 내가 평생 짊어져야 할 운명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누가 있어 매일 아침 조심스럽게 손가락에 상처를 내고 흐르는 피를 술잔에 바치며 손가락은 상처가 났다는 표도 나지 않을 정도로 순식간에 아물고 또 술잔에 이상한 액체가 고이는 일을 경험한단 말인가.

아마 지구상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하는 일일 테다.


그럼 그런 일을 하는 이라면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상한 문양에 대해 연구하는 것도 당연하지 않을까.

궤변이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일단 연구를 하고 암기까지는 해 두자.

비록 맹세한 일은 아니지만 문양 역시 어머니가 남긴 것이고 그건 그 신령인지와 관계가 있다는 걸 테니까.’


물론 전처럼 시간만 나면 문양에 매달리는 일은 없었다.

이제는 학업에도 충실했고 문양 연구는 남는 시간에 취미처럼 하는 연구가 된 것이다.


그렇게 여름이 되면서 계엄사에서는 어느 정도 자유를 허락하게 되었다.

물론 여전히 계엄을 해제할 생각은 없는지 관할 지구를 떠날 시에는 허락을 얻어야 했지만 그 허락 역시 상당히 형식적이 되고 만 것이다.


그리고 나는 태준과 더불어 다시 돌쇠TV를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니게 되었다.


『예고한 대로 오늘은 토끼를 잡아 그 가죽으로 신발을 만드는 작업을 해보겠습니다.

다만 그 작업은 단 몇 시간이 아니라 며칠에 걸쳐 행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방송에서는 토끼를 잡고 거기서 피를 뺀 후 고기와 가죽을 분리하는 일과 그런 가죽을 말리기 위한 작업을 보인 후 미리 준비해 둔 가죽으로 직접 신발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거기에 잡은 토끼를 구워먹는 먹방도 하겠습니다.


물론 작업을 위해 필요한 도구들, 즉 물소뿔칼과 상어뼈 바늘, 그리고 양 창자로 만든 실은 전의 방송에서 만든 것을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점 양해 바랍니다.

아마 그것들까지 다 만들다가는 계엄이 해제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거든요.


......


자 이렇게 만들어 봤습니다.

어떤가요?

보기에는 일단 근사하죠?

새롭게 구독 신청하신 블랙크리스탈님 감사드립니다.

후원금을 보내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리고요.

애플힢님, 신발을 팔지 않겠냐고요?

하하. 방송에서 보시니까 좋아 보이시는 거지 실제로 보면 흔한 운동화나 어그 부츠가 더 좋습니다.

가죽 냄새도 심하게 나고요.

아마 사신 후 후회를 하실 테고 얼마 뒤에는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거라 생각합니다.

뭐, 팔지 않겠다는 말입니다.

차후 제 방송에서 여기 있는 다른 도구들처럼 다시 쓰일 수 있기도 하고요.

그래도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죠.

안녕히 가십시오.』


“와, 형 실제로 보니 대단한데요.”


서울에 있는 것이 답답하다고 정웅이 따라붙은 참이다.


“그러냐?”


“후원금도 쏠쏠하네요.”


“블랙크리스탈 때문에 그래. 돈이 문제가 아닐 테니까.”


“근데 그 토끼고기는 맛있습니까?”


“잡내가 심해서 먹기 힘들 걸. 양념을 넣고 다시 조리를 해야지.”


“그럼 오늘은 토끼고기에 소주나 한잔 하죠. 어차피 이제 해도 지는데.”


◎◎◎◎◎◎


“맛은 괜찮은데요.”


“이나 혀 조심해라. 토끼도 사람이 가진 뼈만큼 뼈가 있는 동물이거든.

당연 사람과 토끼의 크기 차이만큼 뼈는 작다고 봐야 하고.”


“정말 그러네요. 먹을 만하면 뼈가 나와 상당히 불편한데요.

근데 토끼는 잡기 쉬운 동물인가요?”


“이 토끼 시장에서 산 건데. 산에 있는 동물 함부로 잡았다가 무슨 일을 당하려고.”


“아니 제 말은 만약 정말 조난을 당했을 때, 또 토끼를 봤을 때 토끼 잡는 게 쉽냐는 거예요?”


“왜? 어디 가게?”


“아뇨. 마나세상이라고 있는데 거기 보면 블랙크리스탈 문제로 만약 세상이 망했을 때 쥐나 토끼를 잡아먹으라고 나오거든요. 가장 잡기 쉽다고.”


“뭐?”


“아, 자식 또 그 마나세상이냐?

블랙크리스탈이 지구와 충돌하면 살 사람이 없다니까 그러네.

아니 살 동물도 없을 거다. 쥐나 토끼는커녕 파리 한 마리 없을 텐데 무슨.”


“그래도 모르는 일이지.

메시아프로젝트가 반 정도만 성공해 그 조각이 지구를 덮친다고 생각해 봐라.

당장 핵겨울이 닥칠 테고 우리 죽을 때까지 농사는 짓지도 못할 텐데 살아남았다면 뭐라도 먹기는 해야 할 거 아냐.”


“살아남긴 개뿔. 10km짜리가 공룡을 멸종시켰다는데.”


“그러니까 하는 말이야.

만약 지구에 도착한 놈이 10km가 아니라 1km짜리면 어쩔래.

아마 분명 살아남는 사람이 있을 걸.

거기에 그냥 10m짜리 수백 개면? 아마 살아남는 인간들 숱할 거다.

물론 문명이야 모두 파괴되겠지만.

그리고 살아남은 이들 사이에 식량 쟁탈전이 벌어질 건 불문가지고.”


“근데 그 마나세상이라는 건 뭐냐?”


“아, 형은 마나세상을 모르는구나. 아저씨네 마나세상도 모르고.”


“뭔데? 이름을 보면 무슨 게임사이트 같은데.”


“형, 맞아요. 게임사이트.”


“야, 단순히 게임사이트라고 봐선 안 돼.”


“그게 게임사이트가 아니라고?

거기서 말하는 것들 누구도 예측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막말로 쥐나 토끼를 잡아먹으라는 말도 그래.

그런 얘기 누가 못할까? 나라도 할 수 있는 얘기네.”


“그래도 마나세상이 말한 대로 흘러가고 있잖아.”


“야, 그런 얘기는 나도 한다니까? 더구나 거기서 말한 게 예측이긴 하냐? 그냥 소망 아냐.”


“야! 태준이 너 조용히 해 봐.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일단 정웅이가 마나세상이 뭔지부터 말 해 봐라.”


“마나세상이라는 사이트가 있어요.

사이트를 만든 사람은 스페인의 누구라고 하는데 혼자는 아니고 여럿이서 같이 만든 모양이더라고요.

한국인도 한 명 관리자로 있다는 소문도 있고요.”


“그런데?”


“그 사이트가 만들어진 게 블랙크리스탈이 등장하기 전이예요.

그 수정인가 하는 여자가 발견하기도 전이요.

아무튼 처음 사이트를 만든 계기는 신으로부터 지구가 멸망한다는 계시를 받은 이들이 모여 넷상에서 계시에 대해 토론을 하다 세상에 계시내용을 알리자는 데서 출발했다고 하죠.

그래서 그 멤버 중에 한국인도 있는 거고요.

아무튼 블랙크리스탈 등장 전에 사이트에 올라온 얘기가 지구에 소행성이 충돌해 인류가 멸종할 테니 준비를 하라는 거였어요.

물론 제가 당시에 본 건 아니지만요.

아무튼 지금도 사이트에 그 계시가 걸려있어요.”


“흠, 그런데 정말 블랙크리스탈이 나타난 거고?”


“그렇죠.

처음 사람들이 사이트의 그 얘기를 들었을 때는 무슨 게임이나 소설의 세계관이라고 생각했다네요.

그런데 지금은 예언이 되었고 너도나도 사이트를 방문해 사이트가 말한 얘기를 읽고 있는 중이죠.”


“그래서 사이트가 말한 내용이 뭔데? 그 예언 이후로.”


“그게 첫 번째 예언이고요.

그 다음 예언은 로건 대통령이 메시아프로젝트를 선언한 후에 나왔는데 인류가 합심을 해 결국 소행성을 파괴한다고 합니다.

세 번째 예언은 죽은 자가 일어나, 그러니까 좀비가 등장해, 산 자를 잡아먹는 때가 곧 온다고 하고요.

그리고 마지막 예언이 인류가 죽은 자들을 모두 처리하면 몬스터가 출몰해 인간을 공격할 거라는 내용이에요.

인간은 몬스터의 상대가 되지 않고요.

아, 거기에 마나에 대한 것도 나와요.”


“후, 형! 들을 필요 없는 얘기에요.

지금은 없다지만 아마 좀 있으면 던전이 나타나고 게이트가 출현한다는 말도 나올걸요.”


“일단 사이트의 성격은 알겠는데 사람들이 그 얘기를 믿냐?”


“당연 안 믿죠. 이제는 너무 흔해 장르소설에서도 취급 안 하는 그런 내용인데요.”


“아니, 정웅이가 말 해봐라.”


“처음에는 당연 믿는 사람이 거의 없었죠. 아니 아무도 믿지 않았을 거예요.

사이트가 주로 게임 관련 내용을 올린 영향도 있을 테고요.

당연 처음에는 주로 청소년들이 들락거렸어요.

지금은 어른들도 찾곤 하지만.

물론 지금도 태준이처럼 믿지 않는 이들이 대부분이고요.”


“흠, 그 사이트 주소가 어떻게 되냐?”


“형도 가입하게요?”


“가입? 아니. 그냥 한번 방문해서 읽어보려고 그럴 만한 가치는 있어 보이니까.”


“아니, 석우 형. 형은 그런데 관심 없잖아요.”


“물론 게임 같은 것에는 별 관심은 없는데. 지금 시국이 시국 아니냐.

블랙크리스탈의 출현을 예언했다면 포스트 아포칼립스 시대가 어찌 될지 알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단 생각이거든.

정웅이 말대로 정말 파괴된 문명에서 살아남아야 할지도 모르는 거니까.

혹시 아냐? 뭔가 도움되는 내용이라도 있을지. 우리 방송 일에도 말야.”




읽어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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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하산 +1 21.05.30 1,949 46 13쪽
19 명잔과 별상칼 +1 21.05.29 1,955 52 12쪽
18 높고 탁 트인 곳 +1 21.05.28 1,974 53 13쪽
17 +2 21.05.27 1,981 51 13쪽
16 메시아프로젝트 +2 21.05.26 2,035 46 13쪽
15 그리고 한국은 +1 21.05.25 2,106 49 13쪽
14 지금 북한은 +2 21.05.24 2,119 42 12쪽
13 아포칼립스 +3 21.05.23 2,233 41 13쪽
» 마나세상 +1 21.05.22 2,342 50 13쪽
11 문양 +1 21.05.21 2,346 50 12쪽
10 그 시각 중국은 +3 21.05.20 2,343 49 12쪽
9 계엄 +3 21.05.19 2,413 49 12쪽
8 지구의 주인 +6 21.05.19 2,506 44 12쪽
7 충돌 가능성 +2 21.05.18 2,506 51 12쪽
6 유산 +6 21.05.17 2,635 59 12쪽
5 맹세 +3 21.05.17 2,682 57 12쪽
4 굿 +5 21.05.16 2,826 52 12쪽
3 선정적인 황색언론 +3 21.05.15 3,145 59 13쪽
2 부름 +3 21.05.15 3,754 56 12쪽
1 블랙크리스탈 +5 21.05.14 5,479 6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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