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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진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사가 되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동기진
작품등록일 :
2021.05.13 11:47
최근연재일 :
2021.10.20 19:28
연재수 :
1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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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1,399


작성
21.05.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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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선정적인 황색언론

DUMMY

‘휴, 차라리 어서 가시는 게 나을지도 모르지.’

차에 올라 치악산의 구불구불한 산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오면서 드는 생각은 어머니에 대한 불편함이다.


이제 고작 연세 예순이신 어머니를 두고 어서 가시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내게 어머니는 불편한 존재다.

어쩌면 제대 후 지난 5년간 어머니와 외할머니 두 분의 생활비를 매달 부쳐줘야 하는 내 처지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지난 세월 어머니의 미친 여자같은 모습을 보아왔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도 아니라면 내가 가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사라진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지난 세월 1년이면 고작 열 번도 마주하기 힘들었기에 어머니의 모습이 눈에 그려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띠동갑의 나이로 혼인을 하셨다.

두 분이 사귀기는 그 보다 더 오래 전이었다고 한다.

단지 내 외할머니께서 무당이신 일로 내 할머니께서 한사코 결혼을 반대하셔서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후에야 결혼을 했다고 아버지에게 들은 적이 있다.


아버지는 외할머니께서 무당이신 것이 그저 하나의 직업일 뿐이라는 생각이었단다.

21C 무당이라는 것이 무슨 고대의 제사장도 아니고 고작 명리학을 공부해 사주나 읊어주고 관상이나 봐주는 하나의 직업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 아버지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문제는 내가 10살 때 생겼다.

어머니가 갑자기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나도 들어 기억하고 있는 말은 이 세상이 곧 멸망할 것이고 사람들은 죽어나갈 것이라는 말이었다.

사실 그 말의 내용보다는 저녁을 준비하던 어머니께서 갑자기 눈이 희번득해지면서 풍긴 너무나 기괴한 분위기에 놀라 잊지 못하는 것이지만.


아버지는 그것이 일종의 정신병이라고 여긴 모양이었다.

직장마저 그만두시고 어머니를 데리고 정신병원을 전전하셨으니까.

그러나 어머니의 병세는 내가 보기에도 점점 심해졌을 뿐이다.


처음의 발작은 집안에서 일어났고 아버지와 내가 보는 데서 일어났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는 시장을 보시다가 발작을 보이시고 집안에서 발작을 일으킨 후 온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세상이 곧 멸망한다고 떠들고 다니셨다.


그래서 나는 길에서 어머니 목소리라도 들릴라치면 오던 길을 돌아가기 일쑤였다.

당연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도 거의 쫓겨나다시피 이사를 해야 했다.


결국 내가 중학교에 입학할 무렵 아버지는 나의 외할머니를 찾지 않을 수 없었단다.

들은 얘기지만 어머니께서 처음 발작을 일으켰을 때 외할머니가 찾아와 어머니에게 신내림 굿을 하자고 했단다.


그렇지만 무당이라는 직업은 인정하는 아버지였지만 무슨 신내림이니 하는 것은 인정하지 않으셨던 모양이다.

3년 가까이를 그저 정신병이라 여기고 병원을 들락날락 하신 것을 보면 말이다.


그런 아버지를 설득하신 것은 결국 외할머니였다.

후에 아버지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내가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 외할머니께서 아버지를 찾아와 나를 위해서라도 신내림을 받아야 한다고 하셨단다.

그러면서 외할머니 집안에 내려오는 얘기를 해주셨는데 어머니에게 지치신 아버지는 그만 어머니를 결국 외할머니에게 맡기게 되었던 것이다.


외할머니께서 말씀하신 외할머니 집안은 대대로 여자 형제 중 한 명은 반드시 무당이 되는 팔자를 타고났단다.

성년이 된 여자형제 중, 정확히는 여자 형제 중에 월경을 시작한 여자애가 나타난 후, 누구도 무당이 되지 않으면 필히 남자 형제가 하나씩 죽어나갔다는데 내가 머리가 굵어진 후 든 생각은 외할머니께서 아버지를 설득하기 위해 하신 말씀이 아닌가 한다.

내가 알기로 어머니도 형제자매가 없으시지만 외할머니 역시 형제자매가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으니까.


아무튼 외할머니 말씀에 의하면 외할머니의 어머니도 무당이셨고 그 분의 어머니도 무당이셨으며 그 윗대에도 무당이셨단다.

물론 내가 생각하기에 무슨 전설같은 얘기지만 당사자인 외할머니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그런가 보다하고 말 뿐이다.


그래도 어머니는 외할머니의 신내림 굿을 받으시고 더 이상 이상한 말은 하지 않게 되었다.

아니 무당이 되셨으니 항시 이상한 말을 달고 살았지만 누구도 어머니의 얘기를 이상타 여기지 않았던 거 같다.

아마도 무당이란 그것도 제대로 신내림을 받은 무당이란 본래가 그런 존재라고 여긴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신내림을 받은 후로는 확실히 전처럼 길에서 마구 떠드는 일은 사라지시기도 했고.


그렇게 어머니께서 무당이 되시면서 어머니는 외할머니의 집인 강화의 외진 신당으로 들어가시고 아버지는 어머니와 이혼을 하시고 나를 데리고 따로 살기 시작했다.

내가 중학교에 입학할 무렵의 일이다.


그리고 당시 나는 어린 마음에 더 이상 어머니와 같이 살지 않는 것에 만족했다.

물론 한달에 한번 정도는 강화의 무당집을 방문해야 했는데 아마 외할머니께서 손에 쥐어주시는 몇 장의 지폐가 아니었다면 절대 방문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까지만 해도 어머니는 나를 보고 싶어 하셨고 내가 강화의 신당으로 찾아오기만 기다리셨으며 나를 만나면 항시 부둥켜안고 우시던 분이셨다.


그러던 것이 대학 2년 때 아버지께서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후에는 다시 그 옛날 내가 열 살이었던 때처럼 어머니는 다시 미치게 되었다.

아니 내 열 살 때는 그나마 알아듣기라도 하는 말로 떠들던 어머니께서 내 스무살 때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말로 떠들 정도로 미치게 되었으니 나는 내 아버지처럼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들락날락할 자신이 없어 군대로 도망치고 만 것이다.


직업이라는 것도 시대에 잘 맞아야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법이다.

무당이라는 직업이 한창 산업화의 물결이 넘실대던 20C였다면 그나마 어느 정도 돈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산업화 시대의 한국은 어딘가 부족했고 그 부족을 채울 만한 어떤 정보를 구하기도 어려웠으니 사람들이 무당에라도 의지하려는 마음이 있었을 테니까.


그러나 21C에 들어선 지도 한참인 시점이다.

부족한 정보는 인터넷을 뒤지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고 각종 인터넷 방송에 얼마간 후원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지불하고 질의하면 얼마든지 고급정보를 구할 수 있는 시대다.

그리고 그 고급정보라는 게 오픈되어 있는 시대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무당을 찾을 일이 없는 것이다.


고작해야 젊은이들이 심심풀이로 보는 점집을 찾는다면 모르지만.

그것도 강남의 고급빌딩에 차려진 점집이어야 젊은이들이 찾지 강화의 산골 깊은 곳에 있는 신당을 찾는 이란 좀체 구경하기 힘든 시대다.

하긴 이제는 점도 인터넷으로 보는 시대가 아닌가.


더구나 아버지가 그리 돌아가시고 어머니의 그 미친 헛소리는 점점 심해지기 시작했단다.

하루의 반을 그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주절주절 대는데 혹 신당을 찾아 점을 보고 굿이라도 하고 싶은 이가 있어도 찾지 않을 일인 것이다.


제대를 하고 찾은 강화의 집은 그나마 있던 손님들의 발걸음도 끊어진지 오래였다.

그래도 한국의 복지제도가 살아있고 또 아직은 남아있는 시골의 인심과 신당 뒤편 산자락을 갈아 푸성귀라도 심은 외할머니 덕에 외할머니와 어머니 두 분이 근근이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던 모양이었다.

내가 돈을 찾아 헤맬 수밖에 없던 이유다.


‘휴, 어머니도 문제지만 외할머니도 문제긴 하지.’

곧 아흔이 되시는 외할머니다.

지금이야 자신의 딸을 돌봐야 한다는 정신력으로 버티시지만 어머니께서 돌아가신다면 그 다음날 돌아가셔도 이상하지 않은 연세인 것이다.


돈이 아까워 항시 국도로 다니던 내가 급한 마음에 탄 고속도로의 정체가 좀체 풀리지를 않는다.

라디오를 켜 여기저기 교통정보가 나오는 방송을 찾다가 한 방송사에 채널을 고정했다.


“... 다음은 세계의 소식을 알아보는 세계의 이모저모 시간입니다.

허세영 기자.

어느 영국 천문학자가 이상한 주장을 했다고요?”


“예.

진행자께서도 2030 YA라는 별에 대해 들어보셨을 겁니다.”


“기억이 나는군요.

재작년엔가 그 별을 최초로 발견한 여성분과 우리 프로에서도 전화 인터뷰를 한 걸로 기억합니다.”


“맞습니다.

기억을 떠올리시라고 2030 YA에 대해 잠시 설명하겠습니다.

... 그렇게 해서 재작년 그 여학생이 그 별의 명명자가 되고 그 이름이 블랙크리스탈이 된 겁니다.”


“예, 말씀하시니 새록새록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요?

왜 갑자기 그 별이 영국 천문학자에 의해 거론이 된 건가요?”


“일단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은 영국의 타블로이드 더 선에 실린 기사라는 것을 먼저 아시고 들었으면 합니다.”


“더 선이요? 더 선이라면 유명한 황색언론 아닌가요?”


“맞습니다. 그러니 애청자분들도 그저 듣고 넘기셨으면 합니다.”


“더 선이 점점 더 흥미 위주로 흐른다고 하던데 좀 그렇군요.”


“예, 그렇지만 확실히 흥미가 생기게 기사를 쓰기는 합니다.

오늘 제가 가지고 온 기사 역시 들으시면 무척이나 흥미가 생길 겁니다.”


“그래요? 일단 듣죠.

블랙크리스탈과 관련이 있다면 우리나라와도 전혀 무관하지는 않으니까요.”


“맞습니다. 그래서 가져온 기사입니다.

더 선이 영국의 젊은 천문학자인 조슈아 켄달이라는 학자의 주장을 실었는데 켄달의 주장에 의하면 블랙크리스탈이 혜성이고 블랙크리스탈이 대략 1년 반 정도 후에는 지구와 충돌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예?

지구와 블랙크리스탈이 충돌한다고요?

물론 근거를 제시했겠지요?

아니 다른 천문학자들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일단 켄달이라는 학자가 근거를 제시하기는 했습니다.

그의 주장은 블랙크리스탈이 태양 가까이로 가면서부터 공전속도가 증가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증가하는 속도에 따라 계산을 해 본 결과 정확히 지구와 충돌할 거라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그러나 다른 학자들은 일단 그 블랙크리스탈을 혜성이라고 보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블랙크리스탈이 소행성대의 궤도를 이탈하지 않을 거라는 거죠.”


“그 켄달이라는 학자가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한 말 아닌가요?”


“사실 그건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블랙크리스탈의 공전궤도와 그 주기가 다 밝혀진 것은 아니거든요.

알아보니 소행성대 천체들의 공전주기는 대략 3.3~6.0년이라고 하더군요.”


“그런가요. 하긴 그 별이 발견된 게 3년전이라고는 하지만 이제 고작 2년 좀 지난 시간이긴 하군요.

그런데 소행성들의 공전궤도 역시 지구처럼 틀림이 없는 겁니까?

즉 이탈하는 경우는 없냔 말이죠?

그 말을 들으니 어째 좀 불안해서 말이죠.”


“소행성대의 천체가 궤도이탈을 하는 경우가 없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소행성대의 별들은 그 크기가 천차만별이고 그에 따라 별들의 공전속도가 모두 제각각이어서 간혹 다른 두 천체가 충돌하는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 기존의 궤도가 틀어지기도 하고요.

왜 공룡 멸종과 관련하여 운석충돌설이 있잖습니까?

그 멕시코 유카탄반도에 떨어진 운석 역시 그런 과정을 거쳐 지구로 궤도 수정이 된 게 아닐까 하고 추측을 한다는 거죠.

다만 그건 작은 천체들의 경우고 블랙크리스탈이 다른 천체와 충돌할 경우 혹 그 다른 천체가 궤도를 이탈할 수는 있어도 블랙크리스탈처럼 큰 별이 궤도를 아예 벗어날 수는 없다는 게 천문학계의 정설이라고 합니다.”


“가만 그 유카탄반도에 떨어진 운석의 크기가 어느 정도였지요?”


“알기로 대략 지름 10km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예? 그럼 지름 100km의 블랙크리스탈이 지구와 충돌을 한다면?”


“대멸종이 되겠죠. 어쩌면 지구가 깨질지도 모르고요.”


“허허, 만화같은 얘기군요. 그래도 흥미는 있습니다. 하긴 생존과 관련이 있으니까요”


“맞습니다.

그리고 혹 그렇다 해도 6.6천만년 전에는 우리 인간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즉 그 켄달이라는 학자의 주장이 신빙성이 있다고 해도 지구의 과학 수준이면 우주 공간에서 별의 궤도를 틀거나 아니면 파괴할 수 있을 겁니다.

지구에 넘쳐나는 게 핵미사일이니까요.”


“핵을 그런 쪽으로 쓴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아무튼 지나치게 선정적인 황색언론이 문제라는 생각입니다.

그 켄달이라는 학자도 문제가 있어 보이고요.”


“그래도 그 켄달이나 더 선이나 목적은 달성했을 겁니다.

기사의 클릭 수가 엄청나거든요.”




읽어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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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그리고 한국은 +1 21.05.25 2,106 49 13쪽
14 지금 북한은 +2 21.05.24 2,117 4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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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지구의 주인 +6 21.05.19 2,506 44 12쪽
7 충돌 가능성 +2 21.05.18 2,506 51 12쪽
6 유산 +6 21.05.17 2,633 59 12쪽
5 맹세 +3 21.05.17 2,682 57 12쪽
4 굿 +5 21.05.16 2,825 52 12쪽
» 선정적인 황색언론 +3 21.05.15 3,143 59 13쪽
2 부름 +3 21.05.15 3,753 56 12쪽
1 블랙크리스탈 +5 21.05.14 5,479 6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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