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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더 님의 서재입니다.

망한 세상의 무공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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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사우더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4
최근연재일 :
2023.08.2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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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7,994

작성
23.05.1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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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8화 부산역

DUMMY

여성이 어째서 쫓기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표정을 봤을 때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우일신은 여성을 돕기 위해 거리를 좁혔다.


그러자 여성과 시선이 마주쳤다.


우일신을 발견한 여성은 얼굴에 핏기가 사라지더니 있는 힘껏 소리쳤다.


“얼른 도망치세요오오오오오오!”


본인이 쫓기고 있는 판국에 남 걱정이라니.

우일신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못 본 척하고 도망쳐도 됐을 텐데 굳이 숨이 차는 상황에서 소리를 치른 것이다.


“거참 구해줄 맛 나는 사람일세.”


우일신은 경고를 무시하고 여성에게 접근했다.

그러자 여성의 표정이 우스꽝스럽게 구겨졌다.

설마 도망치지 않고 이쪽으로 올 줄은 생각지도 못한 얼굴이었다.


“아니, 도망치라니까!”

“실례합니다.”

“네? 그게 무슨, 꺄아아아!”

“입조심하세요. 잘못하면 혀 깨뭅니다.”


우일신은 여성을 낚아채듯 안아 들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여성이 비명을 질렀다.

그 탓에 귀가 따가웠으나 애써 무시했다.


사람을 안아 들고 달리는 건 처음이었지만, 힘들다는 느낌은 없었다.

노력해서 근력과 체력을 올려둔 보람이 있었다.


우일신은 그 상태로 속력을 높였다.

사람을 안고 있어서 쉽지 않았지만, 그런데도 조금씩 해골들과의 거리가 멀어졌다.


우일신은 여성을 안아 든 채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향하려 했다.


그런데 안겨 있던 여성 쪽에서 제지가 들어왔다.


“이, 이대로 가면 안 돼요!”

“무슨 뜻입니까?”

“근처에 저희 피난처가 있어요. 이대로 가면 해골들한테 위치가 발각되어 버려요!”


여성은 어떻게든 길을 틀어서 스켈레톤들을 뿌리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켈레톤들은 일정 반경 내에 있는 살아있는 생명체를 탐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100미터 범위라면 설령 두꺼운 벽을 사이에 두고도 감지할 수 있었다.

심지어 놈들은 이미 죽은 몸이기에 지치는 일 없이 계속 움직일 수 있었다.

두개골을 박살 내거나 아예 탐지 범위 바깥으로 벗어나지 않는 이상 끝도 없이 쫓아오는 추격자인 것이다.


우일신은 스켈레톤에 대해서 몰랐다.

하지만 여성의 초조한 얼굴에서 무언가 있다는 걸 직감했다.


우일신은 뒤쫓아 오는 스켈레톤의 숫자를 확인했다.

당장 보이는 것만 스무 마리가 넘었다.

여성을 내려놓고 이 자리에서 싸우기에는 숫자가 너무 많았다.

한 마리 상대한다면 모를까, 떼로 덤벼든다면 승산이 없었다.


“여기 주변에 좁은 골목 없습니까?”


그래서 우일신은 한 명씩 싸울 수 있는 공간을 찾았다.


여성은 질문의 의도를 눈치챘는지 길을 안내해 줬다.


도착한 곳은 두 명이 나란히 서는 것도 어려운 넓이의 골목이었다.


스켈레톤들을 골목으로 유인한 우일신은 여성을 내려주며 말했다.


“먼저 가세요. 따라갈 테니까.”

“······사람을 불러올게요. 그때까지 무사하셔야 해요!”


여성은 머뭇거리는 일 없이 곧장 골목길을 벗어났다.

여성의 뜀박질 소리가 멀어지고, 골목으로 다가오는 뼈다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우일신은 장비창에서 단절의 장검을 꺼내 들었다.

어두컴컴한 골목길은 얼마 전까지 있었던 미궁의 복도를 연상케 했다.


골목까지 오면서 스켈레톤들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약점이 머리라는 점과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점은 좀비와 닮았다.

하지만 넓은 탐지 능력과 무기를 쓰는 지혜가 있다는 점이 달랐다.

저마다 몽둥이나 검 같은 병장기가 들고 있으니, 좀비보다 강한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이 환경에서 1대1이라면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우일신은 내공을 운용해 신체를 강화했다.

단전에서 흘러나온 내공이 혈도를 내달리며 전신에 활력과 강건함을 가져다주었다.


“와라, 뼈다귀 새끼들아!”

-딱딱딱!


우일신의 외침에 스켈레톤들이 연신 이빨을 부딪치며 덤벼들었다.

연달아 울리는 이빨 소리는 눈앞의 인간을 조롱하는 것처럼 골목길에 울려 퍼졌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해골들의 향연은 생리적인 꺼림칙함을 불러일으켰다.


“쫄지 마, 우일신! 여기서는 수가 아무리 많아도 한 명씩 밖에 못 와!”


우일신은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게 혼잣말로 소리쳤다.


좁은 길에서 실질적으로 위협이 되는 것은 맨 앞의 한 마리뿐.

몰려오는 적이 서른 마리든 오십 마리든 관계없었다.


거기에 우일신에게는 되살아난 시체들에게 효과적인 대항 수단이 있었다.


[언데드 사냥꾼(고급)이 활성화됩니다.]

[언데드에게 50% 추가 피해를 줍니다.]


100마리의 좀비를 사냥한 끝에 쟁취한 업적이 반응했다.

마치 저 정도 숫자의 해골을 잡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처럼.


-딱딱딱!


스켈레톤들이 소리를 내며 거리를 좁혔다.

공간이 좁은 만큼 양쪽 모두 공격 방식이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가로로 휘두르는 건 불가능, 할 수 있는 건 세로로 내려찍는 것과 찌르기뿐.


후우웅!

선두의 스켈레톤이 몽둥이를 휘둘렀다.

우일신은 거기에 삼재보로 대응했다.


삼재보의 보법, 인보(人步).

사람의 걸음이 활로를 향해 뻗어나갔다.


뒷발로 몸을 밀어내듯이 움직이며 앞발을 대각선으로 내디뎠다.


후우웅!

몽둥이가 살벌한 소리를 내면서 옆으로 스쳐 지나갔다.


공격을 피한 직후 연이어 뒷발을 앞으로 옮기면서 파고들었다.


세 번의 발걸음으로 이동, 회피, 반격이 동시에 이루어졌다.


우일신은 머리 위로 치켜든 장검을 스켈레톤의 무방비한 목을 향해 내리쳤다.

전신의 무게를 검에 실어서 베어내는 태산압정의 초식.


칼날이 스산한 소리를 내며 궤적을 그렸다.

한 번의 공격으로 선두에 있던 스켈레톤은 물론, 뒤에 있던 해골들까지 베어 넘겼다.

세 마리의 스켈레톤이 두개골 속의 귀화를 꺼뜨리며 검은 재가 되어 사라졌다.


우일신은 멈추지 않고 검은 재 너머로 파고들었다.


갑작스럽게 전열이 비어버리자 몰려들던 스켈레톤들은 균형을 잃고 주춤거렸다.

진형은 무너지기 직전의 도미노와 같았다.

그 위로 전진의 기세를 그대로 실은 칼끝이 내리꽂혔다.


카르르륵!

칼 손잡이를 타고 전해지는 척추뼈를 끊어내는 감각.

다시 한번 세 마리의 스켈레톤이 재가 되어 사라졌다.


두 번의 공백으로 무너진 진형은 해골 더미나 다름없게 되었다.

우일신은 그 위로 장작을 패듯이 태산압정의 초식을 반복해서 내리찍었다.


칼날이 번뜩일 때마다 해골이 서너 마리씩 재와 먼지로 돌아갔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일방적으로 때릴 수는 없는 법.

해골 더미가 사라지자, 아직 골목길에 들어오지 않은 해골들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증원이 밀려오는 상황이었으나 언데드 사냥꾼의 입가에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해골이 전부 박살 나는 게 먼저인지, 아니면 이쪽의 체력이 다 떨어지는 게 먼저인지.


목숨을 건 지구력 승부였다.


* * *


그 뒤로는 기억이 애매모호했다.


우일신은 정신없이 눈앞에 보이대로 해골의 머리를 쪼개는 걸 반복했다.

더 이상 눈앞에 해골이 보이지 않게 되었을 무렵.


“도우러 왔어요! 괜찮아, 요······?”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먼저 보낸 여성이 돌아온 것이다.


골목 바깥에서 여성 이외에도 다수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사람을 데려온다더니 진짜로 뱉은 말을 지킨 것이다.


여성은 경악에 찬 얼굴로 우일신과 비어있는 복도를 번갈아 봤다.


“설마 쫓아오던 스켈레톤들을 전부?”

“네, 잡았습니다.”


바닥에 수북이 쌓여 있는 마석과 뼛조각이 그 증거였다.


“말했잖아요. 뒤따라간다고.”

“아니 진짜로 그럴 줄은 몰랐죠.”


무엇을 위해 그렇게 필사적으로 사람을 불러 모아 온 거지······.

여성이 허망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여성의 뒤에 있던 일행 중 한 사람이 앞으로 나왔다.

근육질에 건장한 체격을 지닌 수염이 덥수룩한 중년 남성이었다.


“급하다고 해서 와 봤더니 터무니없는 사람이 있었구먼.”


남성은 골목 쪽을 힐끗거리더니 씩 웃으며 말했다.


“혹시 바닥에 떨어진 것들 같이 옮겨줄 사람 필요하지 않나?”


넉살 좋은 말에 우일신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그때 알림창이 떠올랐다.


[동행인 전원과 접촉하였습니다.]

[지정된 위치로 이동하시오.]


두 사람과 그 일행의 숫자를 세어보았다.

딱 열 명이었다.


“네, 필요합니다. 혹시 캠프까지 옮겨주실 수 있습니까.”


* * *


우일신은 일행을 따라 이동하면서 자기소개 시간을 가졌다.

해골들에게 쫓기던 여성이 윤지우.

넉살 좋은 양반이 박철이었다.


다른 여덟 명도 안면을 익히기는 했으나, 썩 내키지 않는 모양새였다.

외부인에 대한 경계심 때문인 듯했다.

결국 이동 중에 말동무는 윤지우와 박철뿐이었다.


“지우 씨는 어쩌다가 해골들한테 쫓기고 있던 겁니까?”

“식량을 구하려고 멀리까지 나갔었거든요. 도중에 발각되는 바람에 미끼 역할로 여기저기 끌고 다니고 있었어요.”

“지우는 우리 중에서 가장 발이 날래거든. 그래서 장비랑 짐을 다 맡겨두고 거의 맨몸으로 뛰고 있었던 거야.”


옆에 있던 박철이 덧붙여 말했다.

이 방식으로 몇 번인가 위기를 극복했다고 말이다.


“달리기는 나름대로 자신 있었는데, 일신 씨를 보니까 자신감이 떨어지네요. 대체 어떻게 그만큼 빨리 달릴 수 있는 건가요?”

“나도 궁금하기는 해. 달리는 것뿐만 아니라 싸우는 것도 잘하던데.”


윤지우는 별생각 없이 순수한 호기심으로 물은 것이었다.

박철은 거기에 편승해서 우일신의 정체를 알고 싶은 듯했다.


얼버무리고 싶어도 이곳의 상황에 대해서 아는 것이 너무 부족했다.

어쩔 수 없이 우일신은 무공이나 미션처럼 중요한 몇 가지를 숨긴 채 이야기했다.


“지금까지 이상한 미로에 잡혀 있었거든요. 거기서 탈출하면서 얻은 힘입니다.”


그 말에 윤지우와 박철의 표정이 굳어졌다.

두 사람만이 아니라 동행인 전원의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아무래도 뭔가 걸리는 게 있는 모양이었다.


“혹시 그 미로에 아까 본 해골 비슷한 것들이 나오지 않았나?”


박철의 물음에 우일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미로에 대해서 뭔가 아시는 게 있는 겁니까?”

“거기는 우리가 편의상 던전이라고 부르는 곳이야.”

“게임에서 나오는 그거 말입니까?”

“그래, 던전은 사람을 가둬두고 괴물과 싸우게 하거나 목숨을 건 게임 같은 걸 시키지. 이겨내면 장비 같은 보상을 쥐여주고 바깥으로 내보내고 말이야.”


얼핏 들어보면 시련의 탑과 비슷한 장소인 것 같았다.

차이점이 있다면 시련의 탑은 한번 성공한 정도로는 내보내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우일신은 오해를 정정하지 않고 내버려 두기로 했다.


“잘 알고 계시네요?”

“여기 있는 전원이 던전에 갇혔다가 탈출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니까.”


박철이 뭐라도 씹은 것처럼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아무래도 던전이라는 장소에 좋지 않은 기억이 있는 듯했다.


‘나도 좋은 기억이 없기는 매한가지긴 하지만.’


한 달 동안 혼자서 안전지대와 어두컴컴한 미궁을 왔다 갔다 했는데 좋은 기억이 있을 리 만무했다.


“지금까지 던전에 잡혀 있었다면 바깥 사정도 모를만해.”

“제가 잡혀 있던 사이 여기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모든 건 저 해골들이 갑자기 나타나면서 시작됐지.”


갑작스러운 괴물의 등장에 사람들은 당연히 패닉에 빠졌다.


혼란에 빠진 사람들은 도망치려 했지만, 이내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해골들이 나타나는 것과 동시에 주변 일대를 반투명한 검은 막이 둘러쌌어. 안으로 나가는 건 물론, 바깥에서 들어오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이야.”


하늘이 시커먼 것은 그 투명한 막 때문이었다.

어쩐지 달은 물론 별 하나 보이지 않는데 주변이 환하다 싶었다.


“해결 방법은 없는 겁니까?”

“짐작 가는 거라면 있지.”


박철이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부산역. 해골들이 처음으로 출현한 진원지지. 여기에 뭔가가 있는 게 분명해.”


그 방향은 화살표가 떠 있는 방향과 완전히 같은 방향이었다.


작가의말

이번 화는 영화 부산역을 떠올리며 썼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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