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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더 님의 서재입니다.

망한 세상의 무공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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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사우더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4
최근연재일 :
2023.08.23 22:30
연재수 :
10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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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7,994

작성
23.05.12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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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5화 보물 상자(2)

DUMMY

현재 상점에서 판매되는 물건, 통칭 아이템의 등급은 세 가지로 나뉜다.

등급 없음, 일반, 고급이다.


등급이 없는 아이템들은 대체로 생존에 꼭 필요한 생필품들이었다.

식료품이나 일반 의류, 가구 같은 의식주와 관련된 물건이 여기에 속했다.


이런 등급이 없는 아이템을 조합해서 일반 등급의 물건을 만드는 것도 가능했다.

우일신이 옷가지와 청 테이프로 보강한 간이 방어구가 그런 경우였다.


[청 테이프 간이 방어구(일반)]

[옷을 여러 겹 겹쳐 입고 청 테이프로 사지와 목 부분을 보강한 간이 방어구. 좀비 감염을 상정하여 만들어졌다. 감염을 막는 데는 탁월한 성능을 보이지만, 다른 공격에는 방어력이 없다시피 하다.]


일반 등급의 아이템들은 대체로 전투에 쓸 수 있는 장비가 많았다.

지금까지 주력 무기로 사용해 온 공구들도 일반 등급의 장비였다.


고급 등급에 이르러서는 아예 마법 같은 특수 능력이 붙어 있는 게 기본이었다.


이러한 아이템 중에는 특별히 비싼 녀석들이 있었다.

동급의 아이템들과 비교해서 몇 배는 비쌌지만, 그 성능은 상위 등급으로 분류돼도 손색이 없었다.

이런 등급 대비 고성능 아이템들은 일컬어 ‘명품’이라고 불렀다.


명품이 명품이라 불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었다.

가령 특수한 재료가 들어갔다거나, 모종의 이유로 열화된 상위 등급의 아이템이라거나.

물론 모든 명품이 특별한 사연을 품고 있는 건 아니었다.

단순히 양산품 중에서 유독 품질이 좋았다는 별거 아닌 이유도 있었으니까.


‘후우, 진정하자. 진정.’


우일신은 애써 심호흡하면서 흥분을 가라앉혔다.

괜히 호들갑을 떨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대참사였다.


우일신은 절단의 장검을 양손으로 들어보았다.

1.2m 크기의 도검에서는 냉병기 특유의 묵직한 무게감이 전해져왔다.

한철 합금이 쓰여서 그런지 장갑을 끼고 있는데도 냉기가 느껴졌다.


장검에서 느껴지는 찬 기운에 들떠 있던 기분이 가라앉혔다.

그러자 이제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중대한 문제를 떠올렸다.


‘검을 얻은 건 좋은데, 이거 쓸 수 있나?’


도검은 까다로운 무기였다.

둔기처럼 단순히 휘두른다고 해서 제 위력을 낼 수 없었다.

제대로 베기 위해서는 착실하게 훈련을 쌓을 필요가 있었다.

이는 검술에 문외한인 우일신에게는 벅찬 무기라는 뜻이기도 했다.


‘그래도 이왕 얻은 거 나중에 시험 삼아 써보기라도 하자.’


우일신은 장검을 장비창에 집어넣었다.

고급 등급의 장비를 얻은 것만으로 오늘의 탐색은 대성공이었다.

남은 건 안전지대까지 무사히 돌아가는 일뿐이었다.


복귀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우일신은 긴장의 끈을 다시 조이며 미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 *


안전지대로 돌아가는 길은 순조로웠다.

갈림길마다 붙여둔 청 테이프 덕분이었다.


우일신은 좀비와 만나는 일 없이 네 번째 갈림길을 지났다.

안전지대까지 갈림길 하나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그러나 그냥 보내주면 미궁이 아니라는 듯 기어코 좀비와 조우하고 말았다.


우일신은 길모퉁이에 숨어서 좀비의 동태를 살폈다.

좀비가 갈림길 한복판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기에 몰래 지나가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또 다른 좀비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이대로 숨어서 지나가기를 기다리다가는 앞뒤로 끼일 위험이 있었다.


우일신은 전투를 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시험 삼아 장검을 써보기로 했다.

한 번 써보고 전투가 제대로 안 풀리면 방패로 밀어버리고 도망치면 그만이었다.

안전지대가 코앞이었기에 가능한 작전이었다.


장비창에서 꺼낸 장검을 칼집에서 뽑자 스르릉 스산한 소리가 났다.

소리만 들어도 날이 바짝 서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날카로움이 좀비에게 얼마나 통할지는 아직 미지수였다.


“후우우우.”


우일신은 긴장감에 호흡을 골랐다.

장검을 양손에 들고 있기에 평소처럼 방패를 앞세우는 전법은 쓸 수 없었다.

첫 공격이 실패하면 대처가 늦어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허둥거리면서 좀비가 접근할 기회를 주는 것만큼은 피해야 했다.


‘좋아, 가자!’


우일신은 마음을 다잡고 좀비를 향해 뛰쳐나갔다.


-그어어어!


감지 범위 안으로 들어서니 좀비가 반응을 보였다.

우일신은 거리를 좁히는 대신 검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그어어어!


좀비는 치켜든 장검에 관심도 주지 않고 소리를 지르며 달려왔다.

좀비와의 거리가 팔 하나 반 정도까지 줄어들었다.

머리 위로 들어 올린 장검이 위에서 아래로 휘둘러졌다.


서걱.

무언가를 베는 소리가 울렸다.


“어?”

-우어어?


검을 휘두른 우일신도, 검에 베인 좀비도 당황해서 얼빠진 소리를 냈다.

장검이 좀비의 쇄골부터 다리 사이까지 두부 썰 듯이 베어버린 것이다.


-우어어어!


반으로 갈라져 버린 좀비는 그대로 바닥을 뒹굴며 피를 쏟아냈다.

머리는 멀쩡했기에 죽지는 않았지만, 한쪽 팔과 다리로는 허우적거리는 게 한계였다.


우일신은 장검과 좀비를 번갈아 보았다.

좀비를 베는 순간, 손에 걸리는 감각이 전혀 없었다.


도검으로 뼈를 자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마치 달인이 벤 것처럼 말끔하게 반으로 갈라버리다니.

도저히 자신이 했다는 실감이 들지 않았다.


‘확실히 좋은 무기야.’


그래서 더 걱정이었다.

실력에 비해 무기가 터무니없이 좋았다.


만약 무기의 성능을 자기 실력이라고 착각하기라도 한다면······.

자만한 끝에 도달한 끔찍한 미래가 절로 머릿속에 그려졌다.

우일신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불길한 상상을 털어냈다.


그런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검법을 배울 필요가 있었다.

문제는 검법의 가격이었다.


‘제일 싼 삼재검법이 3천 포인트였지?’


지금 가진 포인트로는 어림도 없었다.

2층을 통과하고 얻게 될 보상이 있어야 겨우 닿을까 말까였다.


‘남은 방법은······.’


우일신은 들고 있는 장검을 내려다보았다.


‘미궁에 보물 상자가 하나만 있을까?’


지금 상황에서 포인트 없이 물건을 구할 방법은 하나뿐, 바로 상자깡이었다.


* * *


우일신이 미궁 2층에 재도전한 것은 일주일 뒤였다.

미궁을 돌아다니느라 피로가 쌓인 것도 있었지만, 안전한 탐색을 위해서였다.


우일신은 퇴거 경고가 날아올 때까지 운기조식과 맨몸 운동에 힘썼다.

원래는 장검도 휘둘러보려 했지만, 안전지대의 공간이 좁아서 그럴 수도 없었다.


+

[이름: 우일신]

[레벨: 01]

[근력: 14][기력: 12]

[민첩: 13][체력: 14]

[보유 능력]

-삼재심법(일반) 6성

[남은 보유 포인트: 220]

+


능력치 성장은 이전과 비슷했다.

반면에 삼재심법의 성취는 6성에 이르자 성장이 급격하게 느려졌다.


내공 운용 자체는 완전히 숙달되었기에 더 나아갈 구석이 없었다.

남은 건 운기조식을 반복하면서 내공을 체화하는 일뿐이었다.

이건 서두른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뜸을 들여야 했다.


우일신은 미궁 내부를 주의 깊게 살폈다.

일주일 만에 돌아온 미궁이었다.

무언가 달라진 점이 있어도 이상치 않았다.


확인 결과, 미궁은 일주일 전과 달라진 점이 없었다.

가장 걱정이었던 바닥의 표시 역시 그대로 있었다.

우일신은 거기서 위화감을 느꼈다.


‘테이프가 왜 이렇게 멀쩡하지?’


2층의 미궁에는 지칠 줄 모르는 좀비들이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장소였다.

아무리 좀비가 청 테이프를 뜯어낼 지능이 없다고 해도 무심코 밟고 지나가는 건 흔한 일이었다.

7일이면 테이프가 얼룩이나 먼지로 더럽혀지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청 테이프는 먼지 한 점 없이 깨끗했다.


이상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안전지대 근처에서 좀비와 싸웠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핏자국의 변색이나 좀비가 돌아다니면서 만든 발자국도 발견되지 않았다.

마치 전투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처럼.


‘설마 2층이랑 안전지대의 시간이 다르게 흐르나?’


머릿속에 문득 떠오른 가설.

터무니없는 이야기지만, 있을 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우일신만 해도 원룸째로 탑에 불려 와서 무공을 익히고 있는 입장이었으니까.


‘나중에 여유가 되면 확인해 보자.’


우일신은 떠올린 가설을 머리 한구석에 넣어두고 탐색을 재개했다.

표시를 따라 상자를 발견한 장소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처음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이는 전적으로 절단의 장검이 가진 터무니없는 성능 덕분이었다.

좀비와 조우해도 검만 휘둘렀다 하면 전투가 끝나버렸다.


‘무기빨이 좋기는 좋구나.’


하지만 마냥 좋아할 수는 없었다.

현재 우일신의 전투력은 장검이 본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거꾸로 말하면 장검이 없을 때 한없이 약해진다는 뜻이기도 했다.


우일신은 재차 무기와 실력 차이가 극심하다는 걸 통감하며 상자 찾기에 나섰다.


1시간 동안 네 번의 갈림길을 지나고 아홉 번 좀비와 조우했다.

운이 따라줘서 마석이 8개나 나왔다.

상자도 두 개나 찾아내기는 했지만.


[가구 상자(일반)]

[소모품 상자(일반)]


전부 원하던 상자가 아니었다.

그런데 오늘 무슨 날이라도 되는 건지 두 상자 모두에서 고급 등급의 아이템이 나왔다.


[복원의 서랍장(고급)]

[목제로 된 5단 서랍장.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서랍장이지만 복원 마법이 부여되어 있다. 물건을 보관하면 새것처럼 수리된다. 수리 속도는 파손 정도에 따라 다르다.]


[스태미나 재생 물약(고급)]

[체력 회복과 피로 해소에 도움을 주는 마법의 물약. 마신 후 2시간에 걸쳐서 체력을 회복해 복용한 사람을 지치지 않게 해준다.]


상자를 3번 열어서 전부 1%를 뽑다니, 단순 계산으로 백만분의 일의 확률이었다.


“이게 맞나?”


분명 기뻐해야 할 일었지만, 우일신은 왠지 모를 찝찝함을 느꼈다.

어쩌다 한 번 운이 좋은 거면 몰라도, 계속해서 대박이 터지니 도리어 불안감이 들었다.

그 불안감을 부채질하듯이 또다시 일이 터졌다.


[탈출구를 발견하였습니다.]

[미궁을 빠져나가겠습니까?]

[Yes / No]


상자보다 먼저 출구를 발견한 것이다.


우일신은 탈출구를 눈앞에 둔 채 고민에 빠졌다.

아직 미궁 탐색이 덜 끝났다.

무공비급이 나오는 상자도 찾지 못했고, 검을 쓰는 데 익숙해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 층으로 가는 게 정말 맞을까?


[숨겨진 조건을 만족하였습니다.]

[히든 미션이 공개됩니다.]


그 고민을 해결해 주겠다는 듯이 알림창이 떠올랐다.


작가의말

운수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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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화 납치당했다 +4 23.05.10 3,731 3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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