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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더 님의 서재입니다.

망한 세상의 무공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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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사우더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4
최근연재일 :
2023.08.23 22:30
연재수 :
10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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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98
추천수 :
1,880
글자수 :
527,994

작성
23.05.1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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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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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글자
11쪽

6화 보물 상자(3)

DUMMY

[2층 히든 미션]

[당신은 미로의 탈출구를 찾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직 미로에는 숨겨진 보물들과 괴물들이 남아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고 미궁의 어둠을 걷어내세요.]

[보물 상자 탐색 : 3/?]

[좀비 처치 : 16/??]

[성공 보상 : 안전지대 확장 티켓(일반), 질문 티켓(1회)]


히든 미션의 내용은 노골적이었다.

아직 남아있는 게 많으니까 3층으로 올라가지 말고 2층에 남으라는 권유였다.


성공 보상도 빵빵했다.

안전지대 확장 티켓은 상점에서 1만 포인트에 팔고 있는 아이템이었다.

질문 티켓에 이르러서는 상점에서 본 적이 없는 아이템이었다.

즉 미션 보상으로만 얻을 수 있는 비매품이라는 뜻이었다.


어차피 다음 층으로 올라간다고 해도 지금처럼 싸울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이 없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히든 미션에 도전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섰다.


‘좋아, 한 번 해보자.’


히든 미션을 수행하기로 마음먹은 우일신은 곧장 미궁 탐색을 재개했다.


절단의 장검 덕분에 좀비와의 전투가 쉬워진 만큼 탐색 속도는 무척 빨랐다.


그렇게 30분의 탐색 끝에 네 번째 보물 상자를 찾아낼 수 있었다.


[식량 상자(일반)]

[보물 상자 탐색 : 4/?]


이번에도 무공비급이 나오는 보물 상자가 아니었다.


이러다가 정말 하나도 안 나오는 건 아닐까 걱정이 들었다.


한숨을 내쉬며 상자를 열자, 당첨의 황금빛이 쏟아져 나왔다.


[벽곡단 칼로리바(고급)]

[도가에서 수행할 때 사용하는 식량 겸 단약을 칼로리바로 형태로 만든 물건. 일반적인 벽곡단과 달리 특수한 약재를 섞어서 만들어졌다. 섭취 시 일주일 동안 식사가 필요 없어지며, 운기조식의 효율이 올라간다.]


“······.”


우일신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설마 4연속 1% 당첨이라니.

무려 일 억분의 일의 확률이었다.

확률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지만, 당사자가 되니 도저히 웃을 수 없었다.


‘이 좋은 확률로 왜 무공비급은 안 나오는 거지?’


배부른 투정이라는 건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우일신이 할 수 있는 건 다음 보물 상자는 무공비급이 나오길 비는 것뿐이었다.


‘하루 만에 보물 상자를 세 개나 찾았잖아. 나머지도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러나 우일신은 알지 못했다.

거짓말처럼 그 이후로 보물 상자가 발견되는 일은 없었다는 사실을.


* * *


그로부터 약 2주의 시간이 흘렀다.


우일신은 정신적으로 지쳐 있었다.

외부와 접촉할 수단도 없이 한 달 가까이 방구석에서 혼자 지낸 탓이었다.

그나마 하는 외부 활동이라고는 어두컴컴한 복도에서 좀비를 사냥하면서 보물 상자를 찾는 게 전부였다.


“무인도에 홀로 조난된 사람이 왜 혼잣말하는지 알 것 같아.”


우일신이 딱 그런 상황이었다.

혼잣말이라도 하지 않으면 목소리를 내는 법을 잊어버릴 것 같았다.

자기 이름도 잊어버릴 것 같아서 지갑의 신분증을 찾아볼 지경.

이러다가는 좀비한테 말을 걸고 다니는 건 아닌지 걱정이었다.


“햇볕 쬐고 싶다. 신선한 공기 마시고 싶다. 다른 사람이랑 이야기하고 싶다.”


어째서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고 불리는지 절절하게 실감 중이었다.


두 번째 탐색을 마치고 안전지대에 돌아왔을 때까지만 해도 문제없었다.

이전처럼 퇴거 경고를 받을 때까지 안전지대에서 운기조식과 운동에 집중했다.

운기조식과 운동을 하면서 피로감과 우울함이 사라졌던 게 컸다.

마침 벽곡단 칼로리바라는 유용한 아이템을 얻었으니, 성취에도 큰 진전이 있었다.


세 번째 탐사에서 진전이 없자 이조차도 한계에 도달했다.

그때부터 매일 안전지대와 2층의 미궁을 왕복하면서 탐색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보물 상자는 찾을 수 없었다.

그나마 좀비 숫자는 착실하게 줄었다는 게 유일한 위안이었다.


[좀비 처지 : 59/??]


2주 동안 처리한 좀비의 숫자는 43마리.

얻은 마석의 수는 23개였다.

생필품을 비롯한 포인트 소모를 뺀 결과는 이랬다.


[남은 보유 포인트: 3058]


설마 마석만 모아서 3천 포인트를 넘기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다른 곳에 쓰지 않고 줄곧 포인트를 모아두었기에 얻은 쾌거였다.


이대로 삼재검법을 구매해서 3층으로 넘어가는 것도 고민해 보기는 했다.

그러나 이때까지 해온 노력과 히든 미션이 마음에 걸렸다.


“상자에서 비급을 못 얻더라도 질문 티켓은 꼭 얻어야 해.”


결코 일주일 동안 뺑뺑이 돌았는데도 보물 상자를 못 얻은 게 분해서 그런 게 아니다.


우일신은 복원의 서랍장에 넣어두었던 장비들을 꺼내 입었다.


“오늘은 제발 상자가 뜰 수 있기를.”


그렇게 열한 번째 미궁 탐사가 시작되었다.


처리한 좀비가 오십이 넘은 이후부터 좀비와 만나는 일이 드물어졌다.

이러다가 나중에 가면 좀비를 찾으러 다녀야 하는 건 아닌가 싶었다.


“그것만큼은 피하고 싶네.”


우일신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바닥에 청 테이프로 표시했다.

양쪽 갈림길 모두를 다녀온 곳에는 ×표시 위에 +표시를 덧붙여 놓았다.

그렇게 덧붙인 ✳표시만 20개가 넘어가고 있었다.


모든 갈림길에 ✳표시를 붙이자.


[비급 상자(일반)]


마침내 보물 상자를 찾을 수 있었다.


미궁 내부를 샅샅이 뒤졌다.

이미 상자를 열어본 장소에 추가로 나온 게 아닌 이상, 이게 마지막 상자일 터.


“제발 검법 나와라!”


상자를 열자, 안에는 한 권의 책이 놓여 있었다.


우일신은 무공비급에 적힌 무공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삼재, 검법?”


순간 정신이 아득해지는 듯했다.


“그렇게 찾아 헤맨 끝에 얻은 결과가 제일 싼 삼재검법이라니!”


일 억분의 일의 확률도 뚫었으면서 정작 제일 중요한 무공에서 꽝을 뽑다니!


비급을 다시 확인해 봐도 삼재검법의 네 글자가 바뀌는 일은 없었다.


“그래도 3천 포인트는 아꼈으니까······!”


우일신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애써 변명했다.

추한 자기합리화였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스트레스로 쓰러질 것 같았다.


삼재검법의 무공비급을 집어 들자, 알림창이 떠올랐다.


[삼재검법(일반)을 습득하시겠습니까?]

[Yes / No]


Yes를 누르자 무공비급이 멋대로 펼쳐지더니 책장이 한 장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책장이 사라질 때마다 그 내용이 머릿속에 새겨졌다.

체질 개선에서 삼재심법을 습득했을 때와 비슷한 감각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몸이 아프거나 머리가 어지럽지 않았다.


삼재검법의 모든 내용이 머릿속에 담기자, 비급 역시 완전히 사라졌다.


[삼재검법(일반)을 습득하였습니다.]


“한 번 시험해 볼까.”


우일신은 장검을 들어서 삼재검법의 기수식을 취했다.

삼재검법은 단 3개의 초식으로 이루어진 검법이었다.


“태산압정(泰山壓頂).”


장검을 머리 위로 든 뒤 한 걸음을 내디디며 검을 아래로 내려 베었다.


“횡소천군(橫掃千軍).”


몸을 반 바퀴 돌리면서 바깥에서 안으로 향하도록 수평으로 검을 휘둘렀다.


“팔방풍우(八方風雨).”


걸음을 강하게 내디디며 그 기세를 실어서 칼끝을 내질렀다.


초식 이름만 보면 멋들어지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실상은 기본적이다 못해 기초적인 동작들이었다.


[삼재검법에 입문했습니다.]

[삼재검법이 1성으로 성장합니다.]


단순히 초식을 전부 시연했을 뿐인데 입문 취급이 되었다.

그만큼 검법이 단순하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우일신은 실망하지 않았다.

좋은 무공이라는 미혹을 내려놓았기 때문일까, 진정 자신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기교나 복잡한 기술이 아니었다.

기초를 쌓는 것이 무엇보다도 절실했다.

그런 의미에서 삼재검법은 딱 맞는 무공이었다.

초식이 단순한 만큼 무기를 쥐는 방법인 파지법(把指法)을 비롯한 도검을 다루는 기본에 충실했으니까.


“괜찮네, 삼재검법.”


좋은 무공이 나오지 않았다고 절망했던 게 바보같이 느껴질 정도였다.


제대로 된 검법도 배웠으니 남은 건 익숙해지는 것뿐이었다.


“마침 좋은 연습 상대도 있고.”


본격적으로 좀비를 찾아 나설 시간이었다.


* * *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면서 몸을 반 바퀴 돌린다.

동시에 장검이 번뜩이며 밖에서 안으로 향하는 반원을 그렸다.


몸의 회전이 제대로 실렸는지 칼날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났다.

검광이 번뜩이며 선을 그리고, 회색빛의 반원은 정확히 좀비의 목을 지나갔다.


횡소천군에 의해 목이 달아난 좀비는 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숨을 거두었다.


[삼재검법의 초식에 숙달되었습니다.]

[삼재검법이 3성으로 성장합니다.]


그 말끔한 실력을 평가하듯 알림창이 떠올랐다.


“역시 좀비는 횡소천군이 잘 먹히네.”


우일신은 가볍게 검을 털어내고는 좀비가 죽은 자리에 남아있는 마석을 회수했다.


삼재검법을 익히고 사흘이 흘렀다.

예상했던 대로 좀비를 사냥하는 시간보다 찾아다니는 시간이 더 걸렸다.

그래도 오십 마리의 좀비를 상대로 하는 초식의 실전 연습은 유익한 시간이었다.

마석을 24개 얻은 건 덤이었다.


좀비를 처치하자 알림창이 주르륵 뜨기 시작했다.


[언데드 100마리를 사냥했습니다.]

[업적 언데드 사냥꾼(고급)을 달성했습니다.]


[언데드 사냥꾼(고급)]

[당신은 100마리의 언데드를 처치했습니다. 이제 당신에게 되살아난 시체들은 괴물이 아닌 사냥감에 불과합니다.]

[언데드에게 50% 추가 피해.]


업적은 특정 조건을 달성하면 그에 따른 보상을 주는 기능이었다.

우일신이 시련의 탑에 돌아와서 사냥한 좀비의 숫자는 딱 100마리.

튜토리얼에서 1마리와 2층 미궁에서 99마리였다.


“설마 좀비를 100마리 잡았다고 이런 보상을 받을 줄이야.”


탑을 올라가다 보면 좀비 같은 녀석들을 보게 될 터.

미궁에서 고생한 보상을 받은 셈이었다.


그러나 업적은 어디까지나 덤에 불과했다.


[보물 상자 탐색 : 5/5]

[좀비 처치 : 99/99]


눈앞에 문자열이 떠오르며, 팡파르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2층 히든 미션 클리어!]


알림창이 뜸과 동시에 환한 빛이 주변을 비추었다.

빛은 서서히 퍼져나가면서 석조 복도의 어둠을 몰아냈다.


[보상으로 안전지대 확장 티켓(일반), 질문 티켓(1회)을 획득합니다.]


31일 동안 고생이 열매를 맺었다.


우일신은 안전지대 확장 티켓을 장비창에 집어넣고, 질문 티켓을 확인했다.


[질문 티켓(1회)]

[시련의 탑과 관련된 내용이라면 무엇이든지 질문할 수 있는 티켓.]

[주의. 질문이 적절하지 않으면 대답을 듣지 못하고 질문 기회가 소비될 수 있습니다. 주의해서 사용해 주세요.]


질문 티켓의 설명에는 친절하게 주의사항까지 적혀 있었다.


질문 티켓을 사용하자 눈앞에 알림창과 함께 비어 있는 반투명한 창이 떠올랐다.


[주의사항에 유의하여, 아래의 빈칸에 질문을 적어주세요.]

[]


우일신은 티켓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부터 줄곧 생각해 온 질문을 빈칸에 적었다.


작가의말

삼류무공으로 유명한 삼재검법입니다만.

이 작품에서는 기초에 충실한, 다르게 말하면 기초뿐인 무공으로 설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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