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사우더 님의 서재입니다.

망한 세상의 무공 천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사우더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4
최근연재일 :
2023.08.23 22:30
연재수 :
101 회
조회수 :
111,189
추천수 :
1,880
글자수 :
527,994

작성
23.05.10 16:30
조회
2,832
추천
40
글자
12쪽

2화 안전지대

DUMMY

드라이버가 깊숙이 파고들자, 좀비가 단말마를 질렀다.


-으어어어어어!


이윽고 좀비의 움직임이 서서히 느려지더니 이내 완전히 멈추었다.


[5초. 4초. 뚝.]


스마트폰에서 나던 소리 역시 멈추었다.

좀비가 죽었다는 방증이었다.


우일신은 황급히 목을 조르던 좀비의 팔을 떼어냈다.


“커헉, 쿨럭! 쿨럭!”


목을 조르던 압박감이 사라지자, 우일신은 연신 기침하면서 힘겹게 숨을 골랐다.


호흡이 진정되자, 팡파르 소리가 귓가에 울리더니 반투명한 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튜토리얼 클리어!]

[보상으로 탑의 접속 권한이 주어집니다.]


“접속, 권한?”


우일신은 뒤늦게 성공 보상을 떠올렸다.

죽는다는 쪽에 정신이 팔려서 보상이고 뭐고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 반투명한 창이 접속 권한이라는 걸까?


알림창은 우일신의 의문에 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새로운 알림이 떠올랐다.


[최초 접속 특전으로 체질 개선을 실시합니다.]


“······!”


우일신은 그 자리에 쓰러져 몸부림쳤다.

알림창이 뜨는 것과 동시에 온몸에 격통이 내달린 탓이었다.

얼마나 고통이 심한지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는 지경이었다.


모든 혈관과 신경을 바늘로 마구 찌르는 것 같은 감각.

고열에 시달리는 것처럼 머릿속까지 휘저으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좀비에게 질식사당할 뻔한 것에 이어 쇼크사당할지도 모르는 위기였다.


‘정신을 놓으면 안 돼, 그러면 죽는다!’


정신을 잃으면 안 된다고 본능이 소리쳤다.

어떻게든 이를 악물면서 버텨내려고 가진 애를 썼다.

우일신이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는 동안 새로운 알림창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진행률 98%, 99%, 100%.]

[체질 개선 완료.]

[등록자의 자질을 확인합니다.]

[가장 적합한 능력은 ‘무공’입니다.]

[자질에 맞는 능력과 지식이 제공됩니다.]

[삼재심법(일반)을 습득하였습니다.]

[상태창, 장비창, 감정 기능이 개방됩니다.]


알림창이 사라지자, 통증이 잦아들었다.

우일신은 바닥에 드러누운 채 숨을 골랐다.

그런데 묘하게 숨쉬기가 편했다.


뒤늦게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를 체감했다.

마치 10대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몸을 움직이는 게 한결 편했다.

그뿐만 아니라 머릿속에 이제까지 몰랐던 새로운 지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접속 권한을 통해 얻은 편의 기능의 이용 방법과 무공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었다.


‘상태창, 장비창, 감정이라.’


편의 기능을 이용하는 명령어는 대체로 게임에서 볼 법한 이름들이었다.


“상태창.”


우일신은 시험 삼아 명령어를 입에 담았다.

그러자 허공에 반투명한 창이 떠올랐다.


+

[이름: 우일신]

[레벨: 01]

[근력: 10][기력: 10]

[민첩: 10][체력: 10]

[보유 능력]

-삼재심법(일반) 0성

+


상태창은 사용자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수치화해 알려주었다.


‘대단한 일이지. 자신의 성장을 객관적으로 알 수 있다면 동기부여가 되고 효율적인 노력도 가능해지니까.’


좋은 것과 별개로 아무 동의 없이 고통을 받았다는 사실에 짜증이 들끓었다.

마음 같아서는 상태창을 향해 한바탕 욕을 쏟아내고 싶었다.

그러나 정해진 대로 움직일 뿐인 편의 기능에 욕해봤자 대답이 돌아올 리 없었다.


우일신은 상태창을 지우고는 몸 상태를 살폈다.

좀비와 사투를 벌였지만, 간이 보호대 덕분에 상처는 없었다.

그 대신 몸 여기저기가 핏자국으로 얼룩져 있었다.


피로 또한 상당했다.

좀비와의 혈투에 이어서 강제로 받은 체질 개선과 지식의 주입 때문이었다.

휴식 없이 운동과 공부만 반복한 것처럼 몸이 축 처지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가능하면 이대로 누워서 쉬고 싶었지만, 원룸은 도저히 쉴 만한 상황이 못 되었다.


[이동 제한이 해제됩니다.]

[안전지대로 향하십시오.]


이를 헤아리기라도 한 듯 새로운 알림창과 함께 허공에 화살표 같은 게 떠올랐다.

얼른 바깥으로 나가라고 재촉하는 것처럼.


여기서 미적거리고 있으면 다른 좀비가 튀어나와서 싸워야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사람을 원룸째로 납치하고 대뜸 좀비랑 싸우게 했는데, 이번에도 그러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지금 좀비를 만나면 이번에야말로 죽는다. 챙길 것만 챙겨서 최대한 빨리 나가자.’


마침 접속 권한을 통해 쓸 만한 기능을 얻었으니, 적극적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장비창.”


장비창은 RPG 게임의 인벤토리 같은 역할을 하는 기능이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칸수는 10칸.

즉 10종류까지 무게와 상관없이 물건을 보관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우일신은 바로 챙길 수 있는 것들을 우선하여 장비창에 쑤셔 넣었다.


[생수병(2L) 묶음]

[공구 상자]

[상비약 구급상자]


‘가능하면 옷가지도 챙겨가고 싶지만, 가방을 찾아서 쑤셔 넣는 시간이 아까워.’


남은 일은 무기를 회수하는 것뿐이었다.

장우산은 진작 망가졌고, 프라이팬도 손잡이 부분이 맛이 가서 덜렁거리고 있었다.

그나마 장도리는 피만 씻어내면 쓰는데 문제없어 보였다.


마지막으로 좀비의 머리에 꽂혀 있던 드라이버를 회수했다.

그러자 좀비의 사체가 서서히 녹아내리더니 이내 검은 재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마치 좀비 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다는 것처럼.


‘죽는 게 내 쪽이었다면, 나 역시 저렇게 사라졌을까?’


섬뜩한 추측이 머릿속을 감돌았다.

좀비가 사라진 자리에는 먼지 대신 반짝이는 무언가가 남았다.

엄지손가락 크기의 붉은색 수정이었다.

뭔가 싶어서 주워서 살펴보는데 감정 기능이 반응했다.


[마석(일반)]

[몬스터를 사냥하면 일정 확률로 얻을 수 있는 몬스터의 핵(核).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는 재료. 상점에 판매 가능.]


설명으로 미루어 볼 때 마석이라는 이름의 수정은 좀비에게서 나온 부산물이었다.

딱히 해가 될 일은 없어 보였기에 장비창에 챙겨두었다.


준비를 끝마친 우일신은 화살표를 따라 현관문 바깥으로 나섰다.

화살표는 복도의 한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희미한 불빛이 비치는 석조 복도에 느릿한 발걸음이 울렸다.

다행히 화살표를 따라 나아가는 동안 좀비가 나타나는 일 없었다.


복도의 끝에는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자리하고 있었다.

계단 앞에 도착하니 화살표가 사라지고 알림창이 떠올랐다.


[안전지대로 향하는 계단.]


조금만 더 가면 쉴 수 있다는 희망에 남은 힘을 쥐어짜 계단을 올라갔다.

계단의 끝에는 새하얀 문이 있었다.

문고리를 손을 올리자, 알림창이 떠올랐다.


[안전지대에 입장하시겠습니까?]

[Yes / No]


Yes를 누르자 찰칵하고 잠겨 있던 문고리가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안전지대에 입장하였습니다.]

[최대 7일까지 체류가 가능합니다.]

[체류 기간을 초과할 시, 강제 퇴거할 수 있으니 주의해 주세요.]

[상점 기능이 개방됩니다.]


머릿속에 새로운 지식이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다행히 체질 개선 때처럼 고통이 느껴지는 일은 없었다.

우일신은 새로운 지식의 확인을 뒤로 미루고 문을 열어 안쪽으로 들어갔다.


안전지대 내부는 원룸과 비슷한 크기였다.

방 안에는 여러 가지 가구가 있었지만, 우일신의 시선은 침대에서 떨어지질 못했다.


‘확인은, 나중에 하자.’


피로를 견디지 못한 우일신은 그대로 침대에 몸을 누이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 *


우일신이 잠에서 깨어난 것은 그로부터 12시간 뒤였다.

목숨을 건 전투와 체질 개선의 피로가 상당했던 탓이다.


‘역시 꿈이 아니었구나.’


잠에서 깬 우일신은 안전지대의 낯선 천장이 보이니 실망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눈을 뜨면 익숙한 원룸의 천장이 보이고 모든 게 꿈이었으면 했다.

그러나 눈앞의 현실은 꿈이 아니었다.

우일신은 진실을 외면하는 대신 받아들이기로 했다.


우일신은 침대에 걸터앉아 안전지대 내부를 둘러보았다.

방 안에는 문이 두 개 있었다.

하나는 출입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화장실이라고 적힌 팻말이 붙은 문이었다.

가구는 침대, 탁자, 의자, 서랍장이 있었다.

반면에 싱크대나 가스레인지 같은 부엌에서 볼 수 있는 가구는 일절 보이지 않았다.


단출하고 삭막한 구성.

우일신은 이것이 의도된 구성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상점을 이용하라는 거겠지.’


주입된 지식에 따르면 상점에는 온갖 물건을 팔고 있었다.

내친김에 상점을 열어보기로 했다.


“상점.”


명령어를 말하자, 팡파르 소리와 함께 알림창이 떠올랐다.


[상점 최초 방문 보상]

[1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포인트는 상점에서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필요한 화폐였다.

다만 100포인트가 어느 정도 가치를 가졌는지는 알 수 없었다.

확인을 위해 상품을 싼 가격순으로 정렬해 보았다.


[생수병(200mL) : 1포인트]

[즉석밥(150g) : 3포인트]

[컵라면 작은 컵 : 5포인트]

·

·

·


가장 싼 것은 식량으로 아무리 비싼 것도 100포인트를 넘지 않았다.

즉 현재 가진 포인트라면 당분간 굶어 죽을 염려가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 리 없지.’


상점에는 식량, 옷가지, 가구 등 의식주 관련 이외에도 다양한 것을 팔았다.

무기나 방어구는 물론, 장비창 칸수 증가, 안전지대 공간 확장, 심지어 무공비급까지.

시험 삼아 체질 개선 완료 보상으로 받은 삼재심법을 검색해 봤다.


[삼재심법(일반) : 3000포인트]


우일신은 예상외로 비싼 가격에 놀랐다.

심지어 삼재심법은 제일 싼 무공비서였다.


‘어떻게 저만한 포인트를 모으라는 거지?’


포인트를 벌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던 중 문득 장비창에 넣어뒀던 마석을 떠올렸다.

우일신은 마석을 꺼내 상점에 팔아보았다.


[마석(일반)을 판매했습니다.]

[1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마석의 판매 가격을 보자, 우일신은 탑에서 원하는 포인트 획득 방법을 깨달았다.


‘포인트를 얻고 싶다면 좀비 같은 괴물을 적극적으로 사냥하라는 거구나.’


이를 위한 수단은 이미 건네받았다.


‘무공(武功).’


무협지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 등장하는 초인이 될 수 있는 수련법.


‘관심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


하늘을 날듯이 뛰고, 물 위를 걸으며, 철을 두부처럼 베어낸다.

영화 속 슈퍼히어로 같은 힘을 다룰 수 있다는데 싫어할 이유가 없었다.


‘이런 개 같은 상황만 아니었다면 순수하게 기뻐할 수 있었을 텐데.’


우일신은 원래 막 대학교를 졸업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취업 준비생이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생존을 위해 괴물과 싸워야 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대체 시련의 탑이라는 게 뭔지.

무슨 이유로 이곳에 끌려오게 된 건지.

왜 무공 지식을 알려준 건지.

모든 게 의문투성이였다.


‘지금은 무공을 익히는 수밖에 없나.’


깔아둔 판대로 움직인다는 게 내심 탐탁지 않기는 했다.

하지만 해답이 나올 리 없는 의문을 붙잡고 질질 끄는 것보다는 건설적이었다.


‘무공을 익히는 거 자체는 문제없다.’


체질 개선의 보상으로 얻은 무공에 대한 지식 덕분이었다.

여기에는 삼재심법의 구결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우일신은 침대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리고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겼다.


‘내공심법을 익히기에 앞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기(氣)를 느끼는 것.’


우선 기를 느끼지 못하다면 시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명상을 통해 자연의 기운, 자연지기를 인지할 필요가 있었다.

삼재심법의 무공비급에서는 처음에는 기운의 인지가 어려울 거라고 적혀 있었다.

그런데.


‘음?’


우일신이 명상에 잠긴 채 감각을 곤두세우자 이제까지 몰랐던 생소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것도 외부가 아닌 내부, 자신의 몸속에서 말이다.


작가의말

오후 10시 30분에 다음편이 올라갈 예정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Personacon 양마루
    작성일
    23.08.10 12:47
    No. 1
  • 작성자
    Lv.73 후회
    작성일
    23.08.20 05:27
    No. 2

    공구‘상자’ 구급‘상자’ 생수 ‘묶음’이면
    옷 가져가도 되겠는데…
    아무리 원룸이라지만 캐리어 하나 없나
    하다못해 리빙박스라도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망한 세상의 무공 천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 11화 웨이브(3) +2 23.05.18 1,982 30 11쪽
10 10화 웨이브(2) +2 23.05.17 2,025 33 11쪽
9 9화 웨이브 +4 23.05.16 2,131 34 12쪽
8 8화 부산역 +4 23.05.15 2,198 36 12쪽
7 7화 3층 +4 23.05.14 2,279 39 11쪽
6 6화 보물 상자(3) +2 23.05.13 2,307 35 11쪽
5 5화 보물 상자(2) +2 23.05.12 2,361 42 11쪽
4 4화 보물 상자 +2 23.05.11 2,487 38 11쪽
3 3화 삼재심법 +1 23.05.10 2,604 41 12쪽
» 2화 안전지대 +2 23.05.10 2,833 40 12쪽
1 1화 납치당했다 +4 23.05.10 3,731 38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