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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더 님의 서재입니다.

망한 세상의 무공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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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사우더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4
최근연재일 :
2023.08.23 22:30
연재수 :
10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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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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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0
글자수 :
527,994

작성
23.05.1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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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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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글자
11쪽

1화 납치당했다

DUMMY

그건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에서 갑자기 일어났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휴일 아침, 우일신은 아침을 먹기 위해 냉장고를 열었다.

그러나 냉장고에 텅 비어 있었고 남아 있는 것은 싸늘한 냉기뿐이었다.

하는 수 없이 아침은 편의점에서 때우고 겸사겸사 장을 보기로 했다.

그렇게 옷을 갈아입고 바깥으로 나가려는 순간, 문자가 왔다며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시련의 탑에 초대되었습니다.]


문자의 내용은 달랑 이것뿐이었다.


‘시련의 탑? 게임 광고 같은 건가?’


우일신은 그 문자를 단순한 스팸메일로 치부하며 넘기려 했다.


“음?”


문자를 지우려고 스마트폰을 조작하던 도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스마트폰이 통화권 이탈 상태라고 뜨는 게 아닌가.

유심칩을 뺐다 꽂아보는 등 이리저리 만져보았지만, 고쳐질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설마 아까 그 문자 때문인가? 문자만 확인해도 바이러스에 걸리는 악성 문자라던가.’


우일신은 가장 먼저 스팸메일을 의심했다.

멀쩡하던 스마트폰이 문자를 받은 뒤로 이상해졌으니까.

광고답지 않게 내용도 없고 URL도 없는 게 이상하기는 했다.


“장 보러 가는 길에 통신사 대리점에 들러야겠네.”


우일신은 돈 나갈 일만 더 생겼다며 혀를 차면서 원룸의 현관문을 열려 했다.

그러나 오래된 현관문은 끼익하는 녹슨 소음을 내며 열리지 않았다.


“아오, 이제는 문까지 말썽이냐!”


현관문이 이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집주인에게 몇 번이고 말했지만 고친다고 말만 할 뿐, 뭔가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

기름칠도 해봤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돈이 모이면 다른 데로 가고 만다.’


몇 번째인지 모를 다짐하며 문을 힘껏 열어젖혔다.

현재 시각은 오전 8시, 아침 햇살이 주변을 비춰야 하는 시간대였다.

그러나 그가 마주한 것은 햇빛 한 줌 없는 어두컴컴한 공간이었다.


“······?”


우일신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그 자리에 멈춰 섰다.

평소 보던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이루어진 길거리는 온데간데없었다.

그 대신 새하얀 석조 복도 내부를 벽에 붙은 횃불들이 어슴푸레 비추고 있었다.


“뭐야, 이거······.”


멍하니 중얼거리자, 이에 답하듯 서늘한 바람을 타고 어떤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지독한 썩은 내.


뒤이어 청각에 잡히는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발소리.

반사적으로 인기척이 느껴지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횃불의 불빛이 발소리의 주인을 밝혔다.


핏기가 없어서 하얗다 못해 푸른 피부색.

생물이 썩을 때 나는 특유의 썩은 냄새.

이리저리 휘청거리는 느릿한 움직임.

눈에 잔뜩 낀 백태.


매체에서나 볼 법한 괴물이 그곳에 있었다.


“좀, 비?”


우일신의 중얼거림에 반응한 건지, 좀비와 시선이 마주쳤다.


-우어어어!


그러자 좀비는 바람 빠지는 듯한 목소리를 내었다.

그것은 먹잇감을 발견한 것에 대한 기쁨을 표현하는 듯해 소름이 끼쳤다.

좀비가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아까까지 느릿하게 움직인 게 거짓말인 것처럼 재빠른 움직임.


“······!”


우일신은 너무 놀라 숨 쉬는 것조차 잊은 채 황급히 현관문을 닫았다.

뒤이어 현관문에 무언가 부딪치는 충격과 묵직한 소음이 들렸다.

문에 달린 모든 잠금장치를 뒤에야 간신히 숨을 고를 수 있었다.


“방금 그거, 진짜인가?”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에 식은땀이 흐르고 심장이 쿵쿵 울렸다.

갑자기 벌어진 불가사의한 상황에 머리가 따라가질 못했다.


그런 상념을 끊어내듯 스마트폰이 문자가 왔다며 진동했다.

우일신은 화들짝 놀라며 움찔 몸을 떨었지만, 이내 위화감을 느꼈다.

분명 스마트폰은 통화권 이탈인 상태였는데 어떻게 문자가 올 수 있단 말인가.


‘어쩌면 통신이 다시 연결된 걸지도 몰라.’


우일신은 애써 불안감을 떨쳐내며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스마트폰은 여전히 통화권 이탈 상태였다.

그러나 새로운 문자는 확실히 와 있었다.


[튜토리얼]

[제한 시간 안에 좀비를 처치하고 자격을 증명하시오.]

[성공 보상 : 탑의 접속 권한]

[실패 페널티 : 죽음]


뒤이어 시계 앱이 멋대로 켜지더니 10분의 타이머가 작동했다.


우일신은 그제야 자신이 납치당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것도 그가 알지 못하는 초자연적인 힘으로 살고 있던 원룸째로 말이다.


‘이거 꿈인가? 아니면 성대한 몰래카메라? 하지만 문자가 진짜라면 어떡하지?’


너무도 비현실적인 상황에, 현실도피에 가까운 온갖 생각들이 휘몰아쳤다.


쿵! 쿵!

넋이 나간 정신을 일깨운 것은 현관문을 거칠게 두들기는 소리였다.

아까 본 좀비가 현관문을 두들기고 있는 게 분명했다.


우일신은 마른침을 삼키며 스마트폰과 현관문을 번갈아 보았다.

타이머의 정지 버튼은 먹통이었으나, 시간은 착실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만약 문자에 적힌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대로 멍하니 있어도 죽을 판이었다.


‘정신 차리자.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어.’


초현실적인 상황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웠으나, 떠오르는 의문들은 잠시 내려놓았다.

지금 중요한 건 이 상황을 어떻게 해쳐나갈 것인가였다.


‘문자는 좀비를 처치하라고 했어.’


맨몸으로 좀비를 어떻게 할 여력은 없었다.

그렇다면 우선 좀비를 상대할 무기를 찾아야 했다.

우선순위가 정해지자, 우일신은 곧장 행동에 나섰다.


우선 현관문 근처에서 쓸 만한 무기가 없는지 살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구석의 우산꽂이에 넣어둔 장우산이었다.

오천 원도 하지 않는 비닐우산이기에 내구성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길이가 70cm는 되었기에 우산 끝으로 밀어내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남은 시간 9분.]


스마트폰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친절하게 알려주는 것 같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피 말리는 심정이었다.


“친절하게 고맙다, 젠장!”


우일신은 씹어뱉듯이 말하고는 원룸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부엌에서는 식칼, 국자, 프라이팬 등 휘두를 수 있을 만한 걸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찾은 물건들이 좀비에게 쓰기 적합한 무기인가는 별개의 문제였다.


[남은 시간 8분.]


우선 식칼은 제외다.

날붙이가 움직이는 시체인 좀비에게 통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비슷한 이유로 국자도 제외였다.

무기가 될 만한 게 없다면 써먹을 수 있겠으나, 굳이 이걸 쓸 이유가 없었다.


결국 부엌에서 건진 건 프라이팬뿐이었다.

프라이팬은 양손으로 휘두르기 좋고 타격 면적도 넓은 훌륭한 둔기였다.


[남은 시간 7분.]


마지막으로 공구 상자를 뒤졌다.

공구 상자라고 해도 여러 공구나 잡다한 걸 모아둔 플라스틱 박스였다.

드라이버와 장도리는 내구성과 공격력을 두루 갖춘 훌륭한 무기였다.


‘무기는 이걸로 충분해. 문제는 방어구인데······.’


좀비 영화에서 좀비에게 물리면 감염된다는 건 흔한 클리셰였다.

좀비를 처치하더라도 감염되어 버리면 모든 게 허사였다.


[남은 시간 6분.]


“젠장!”


타이머의 무기질적인 목소리는 생각할 여유가 없다고 지적하는 듯했다.

그러다가 문득 공구 상자 안에 들어 있는 청 테이프에 시선이 갔다.


‘잠깐만, 좀비 영화에서 잡지 같은 걸 팔에 대고 청 테이프로 고정하는 장면이 있지 않았나?’


원룸에 잡지는 없었지만, 옷을 껴입고 그 위에 청 테이프로 감는다면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을 터.


[남은 시간 5분.]


고민할 시간조차 아까웠다.

머릿속에 번뜩인 대로 실행해 옮겼다.


서랍장에서 닥치는 대로 옷을 꺼냈다.

그리고 긴소매 옷과 장갑 그리고 양말을 여러 벌 겹쳐 입었다.


[남은 시간 4분.]


옷과 목 주위를 청 테이프를 빙빙 둘러 겨우 간이 보호대를 완성했을 때.


[남은 시간 3분.]


우지끈!

타이머의 알림과 함께 현관문 쪽에서 불길한 소리가 들렸다.

오래된 현관문이 좀비의 맹공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망가지고 만 것이다.


-우어어어.


현관문을 부수고 들어온 좀비는 비척비척 원룸 안으로 들어왔다.


“씨발!”


우일신은 욕을 뱉으며 무기를 들었다.

인간과 좀비는 서로를 노려보며 대치했다.


[남은 시간 2분.]


알림을 신호탄 삼아 인간과 좀비는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선공은 장우산을 들고 있던 우일신이었다.

무기 중에서 가장 길이 긴 장우산을 창처럼 내질렀다.

우산의 끝은 정확히 좀비의 명치를 때렸다.


퍽!

좀비는 휘청거리며 뒤로 물러났으나, 그게 전부였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급소를 맞은 고통으로 움직이기 힘들었을 거다.

그러나 상대는 좀비, 통증을 느끼지 못하기에 아무렇지 않은 모습이었다.


‘아니 왜 벌써 부서져!’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산이 부서져서 휘어졌다.

예상은 했지만, 너무 빨랐다.

우산이 부러지기 전에 좀비를 바깥으로 몰아내려던 계획이 물거품이 되었다.


-우어어어어!

“이거나 먹어라!”


우일신은 다시 덮쳐들려는 좀비에게 부서진 우산을 내던졌다.

좀비는 날아오는 우산을 패대기쳤다.

그것으로 틈이 생겼다.


우일신은 장도리를 주워 던졌다.

회전하며 날아간 장도리는 좀비의 머리에 정확히 명중했다.

퍽! 하는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머리가 약점이었던 걸까.

좀비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우일신은 잽싸게 프라이팬을 집어 들어 좀비의 머리를 향해 내리찍었다.

탱 하는 쇳소리가 울렸다.

좀비는 그 일격을 버티지 못하고 뒤로 넘어졌다.


우일신은 그대로 좀비 위로 올라탄 상태로 몇 번이고 프라이팬을 휘둘렀다.

프라이팬이 휘둘러질 때마다 쇳소리가 울리며 주변에 피가 튀었다.

좀비는 일어나기 위해 발버둥 쳤고, 우일신은 좀비를 억누르려고 애썼다.


우일신은 생존을 위해 하염없이 프라이팬을 휘둘렀다.

좀비는 서서히 힘이 빠지는지 움직임이 둔해졌다.

이대로 가면 죽일 수 있을 듯했다.


그러나 좀비가 죽는 것보다 먼저 프라이팬이 한계에 도달했다.

프라이팬의 손잡이 부분이 부서진 것이다.

뒤이어 스마트폰에서 다시 한번 소리가 들렸다.


[남은 시간 1분.]

[59초. 58초. 57초.]


이제는 아예 초 단위로 시간을 알리기 시작한 타이머.


‘시간이 없어, 단숨에 끝내야 해!’


우일신은 부서진 프라이팬으로 좀비를 누른 채, 드라이버를 꺼내 좀비의 머리에 꽂아 넣었다.


푹!

-우어어어어!


그러자 좀비의 발버둥이 갑자기 거세졌다.

약점을 제대로 찌른 것이다.

그러나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도 문다고 했던가.

갑자기 좀비가 이제까지 보인 적 없는 행동을 보였다.

이제까지 그저 휘두르고 할퀴기만 하던 양손으로 우일신의 목을 조르기 시작한 것이다.


“컥!”


좀비가 보인 예상외의 움직임에 우일신은 당황했다.

좀비의 악력은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

잘못하면 이대로 목이 졸려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20초. 19초. 18초.]


스마트폰에서 시간을 세는 무기질적인 소리가 이어졌다.

숨이 막혔지만, 이제는 좀비의 손을 풀 시간조차 남지 않았다.

좀비가 죽거나, 우일신이 죽거나.

둘 중 하나뿐이었다.


우일신은 핏발이 선 눈으로 좀비를 노려보았다.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일까.

좀비에 대한 두려움은 어느새 사라지고 순수한 적의와 살의만이 남았다.

숨이 턱턱 막혔지만, 그럴수록 악에 받쳐서 드라이버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우일신은 드라이버를 있는 힘껏 내리꽂아 최후의 일격을 가했다.


작가의말

공모전 잘 부탁드립니다!

오후 4시 30분에 다음편이 올라갈 예정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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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Personacon 옐로이
    작성일
    23.05.17 22:31
    No. 1

    추천! 재밌게 읽었습니다!
    서로 작품 감상하고 교류해보는건 어떠신가요^^?
    답방오시면 선작 등록하겠습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보고파아
    작성일
    23.06.14 06:28
    No. 2

    팔방풍우는 육합검?(권)에 어울리는 초식 같습니다. 삼재검이면 선인지로나 독사출동이 어울리지 않을지...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양마루
    작성일
    23.08.09 09:29
    No. 3
  • 작성자
    Lv.99 취서생
    작성일
    23.08.09 23:24
    No. 4

    시간 없는데 장우산은 뻘짓.. 장도리가 강철이면 그 게 제일 쎌텐데 그냥 던지다니.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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