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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더 님의 서재입니다.

망한 세상의 무공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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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사우더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4
최근연재일 :
2023.08.2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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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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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화 삼재심법

DUMMY

‘이게 왜 느껴지는 거지?’


우일신은 당황했다.

자연지기의 인지가 단숨에 된 거야 운이 좋았다고 치자.

어째서 체내에 알 수 없는 기운이 있는 것일까.


‘기운에서 느껴지는 활력, 어디서 본 것 같단 말이지.’


우일신은 체내의 기운을 살피면서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체질 개선 이후로 느껴졌던 젊어진 것 같은 감각.’


당시에는 피로로 인해 알아차리지 못했으나 지금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 활력은 체질 개선 이후로 체내에 자리하게 된 기운이었다.


우일신은 단서가 모이자, 기운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상태창에서 봤던 기력이라는 능력치.’


상태창에서 유일하게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 수 없었던 능력치.

그때는 지구력이나 회복력 같은 건 줄 알고 넘어갔었는데.

설마 무공과 관련된 능력치였을 줄이야.


‘이거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겠어.’


심법의 최초 입문에는 크게 세 가지 단계를 밟을 필요가 있었다.

호흡을 통해서 자연의 기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런데 체내에 이미 충분한 기가 모여 있기 때문에 이 단계를 건너뛰는 게 가능했다.


보통 외부의 기운은 자유롭게 운용하기에 어려움이 따르는 경우에 많다.

불순물이 뒤섞여 있는 등 여러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기의 정제다.

정제된 기를 흔히 내공(內功) 혹은 진기(眞氣)라고 부른다.


우일신은 삼재심법의 구결에 따라서 내공을 정제했다.

체내의 기력은 불순물 없이 순수한 기운이었기에 손쉽게 내공으로 바꿀 수 있었다.


‘이제 마지막 단계.’


우일신은 정제된 내공을 배꼽 아래의 한 점에 모이도록 집중했다.

내공을 저장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가상의 기관, 단전(丹田)의 형성이었다.


우일신은 단전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머릿속에 그렸다.

밀가루 덩어리를 양손으로 굴려서 둥글게 모양을 잡는 이미지.

거기에 삼재심법의 구결을 더한다.


우웅-!

뭉쳐진 내공에 의념이 더해지니 형체를 갖추며 안정되기 시작했다.

상상, 의지, 내공으로 빚어진 실재하지 않는 기관이 아랫배에 안착하였다.


[삼재심법에 입문하였습니다.]

[삼재심법이 1성으로 성장합니다.]


우일신이 눈을 뜨자 알림창을 떠올랐다.

아랫배에서 느껴지는 생소한 감각.

입가에는 절로 만족에 찬 미소가 그려졌다.


‘설마 단번에 성공할 줄이야.’


우일신은 운이 좋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는 무공에 대한 지식이 얕았기에 생긴 터무니없는 착오였다.


본래 내공심법을 처음 입문하는 사람은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기의 인지, 내공 정제, 단전의 형성까지 모든 과정이 생소하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이 독학으로 삼재심법을 입문한다면 평균 3개월이 필요하다.

재능이 있거나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1개월은 걸린다.

그런데 우일신은 고작 하루도 안 돼서 이 모든 과정을 해내 버린 것이다.


이는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체질 개선으로 인해 주입된 기력.

이로 인한 빠른 기의 인지.

내공심법 중에서 가장 익히기 쉽다는 삼재심법의 사용.

그리고 본인은 자각하지 못한 내공 운용에 대한 뛰어난 재능까지.


우일신은 자신이 무척 이례적인 사례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아줄 사람이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내친김에 축기(築氣)까지 해볼까?’


그렇기에 멈출 줄 모르고 다음을 향해 나아갔다.


우일신은 호흡을 통해 외기(外氣)를 받아들였다.

안전지대 내부에 느껴지는 자연의 기운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하지만 축기를 못 할 정도는 아니었다.


공기 중의 기가 희박한 만큼 한 번의 호흡으로 모이는 기의 양이 많지 않았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기를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질 수 있도록 반복해 나갔다.


기가 일정 이상 쌓이면 이를 내공으로 정제했다.

외기는 체내에 있던 기와 달리 탁하고 거칠었기에 내공으로 정제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우일신은 삼재심법의 구결을 외우며, 외기의 불순물을 걸러냈다.

그러자 한 움큼의 기가 좁쌀만 한 크기로 줄어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내공은 단전으로 흘러가 내용물을 채웠다.


한 차례 축기 과정을 끝마친 우일신은 문득 생각했다.

‘외기 흡수, 내공 정제, 단전 축적. 이 과정을 동시에 할 수는 없을까?’


우일신은 마음이 이끄는 대로 축기의 모든 과정을 동시에 운용해 보았다.

본래라면 각 과정이 완전히 숙달된 뒤에야 시도해 볼 수 있는 일이었다.


‘좋아, 된다.’


그러나 우일신은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이 축기 과정의 병렬 처리에 성공했다.

모든 축기 공정이 마치 태엽처럼 맞물려 돌아갔다.

아무리 삼재심법의 축기가 쉽다고는 하지만, 단시간에 이룩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쾌거였다.


[삼재심법의 축기에 숙련되었습니다.]

[삼재심법이 2성으로 성장합니다.]


알림창이 떠올랐지만, 우일신은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그만큼 명상에 깊게 빠져든 탓이었다.


우일신은 본능이 이끄는 대로 자연스레 축기를 이어가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갔다.


무공은 단순히 내공을 단전에 쌓아둔다고 해서 완성되지 않는다.

반드시 내공을 체내에서 순환하여 체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를 두고 흔히 운기(運氣)라고 부른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이 바로 운기조식(運氣調息)이다.

축기와 운기를 동시에 행하는 것이다.


본래라면 고수의 감독 아래에서 해야 할 정도로 조심스러운 일이었다.

독학한다고 해도 충분한 공부가 뒷받침되어야 했다.


그러나 이러한 지식이 없는 우일신은 타인의 도움이 없이 순전히 감각만을 믿고 운기조식에 도전했다.


“후우우우우.”


깊은 호흡과 함께 단전에서 나온 진기는 그대로 기가 흐르는 통로인 혈도(穴道)를 따라 이동했다.


운기에 사용되는 혈도는 내공심법에 따라서 천차만별이었다.

하지만 반드시 사용되는 혈도가 둘 있었다.

꼬리뼈 부근에서 시작해 등을 타고 올라가 정수리를 지나 입술에서 끝나는 독맥.

입술에서 시작해 가슴, 배, 배꼽, 생식기를 지나 엉덩이로 돌아가는 임맥이다.


삼재심법의 운기조식에 사용되는 혈도는 임독양맥을 제외하면 셋이었다.

정수리의 백회혈.

심장이 가까운 옥당혈.

단전이 자리한 기해혈이다.


신경 써야 할 혈도가 적은 만큼 내공 운용이 쉬웠다.

경로가 단순한 만큼 주화입마에 강하다는 것도 강점 중 하나였다.


처음 하는 운기인 데다 진기를 유도해 주는 이가 없었기에 진행 속도가 터무니없이 느렸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고 더듬더듬 길을 찾은 끝에 최초 관문에 도달했다.

독맥의 시작이자 꼬리뼈 부근에 자리한 회음혈이었다.


“흐으으으읍.”


강하게 숨을 들이켜며 내공을 움직였다.

진기가 회음혈을 지나 등으로 이어지는 독맥을 타고 나아갔다.

그러자 열기가 위로 치솟는 감각과 함께 열탕에 들어온 것 같은 시원함을 느껴졌다.


이윽고 목 부위를 지난 내공이 정수리의 백회혈에 도달했다.

백회혈을 지나치자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과 함께 시원한 공기를 마신 것처럼 몸의 열기가 식는 느낌이 들었다.


내공은 독맥의 끝이자 윗잇몸 중앙에 자리한 은교혈에서 임맥으로 이동했다.


신체의 중심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던 내공이 심장 부근의 옥당혈을 지나니 탄력을 받았다.

마치 롤러코스터가 내리막길을 내려가듯 매끄럽게 혈도를 내달린 진기는 이내 기해혈에 자리한 단전에 안착했다.


[삼재심법의 일주천에 성공했습니다.]

[삼재심법이 3성으로 성장합니다.]


오늘 처음 입문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성장 속도였다.

그러나 우일신은 알림창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는 눈을 반쯤 뜬 채 운기조식의 체험을 곱씹으며 삼재심법의 구결을 떠올렸다.

그리고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삼재심법은 무공의 토대를 쌓는 데 중점을 둔 무공이구나.’


일반적인 내공 심법은 축기와 내공 운용에 중점을 둔다.

그러나 삼재심법의 축기 속도는 터무니없이 느렸다.

공기 중의 기운이 희박한 것과 우일신이 초심자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칠 정도였다.


‘축기만이 아니야. 단순한 단전 구조, 혈도의 수가 적은 운기 경로. 전부 쉽고 단순해서 익히기 쉽게 되어 있었어.’


마치 다른 무공을 익히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것처럼.


우일신의 추측은 올발랐다.

삼재심법의 대성은 곧 다른 내공심법으로 옮겨 타는 것을 뜻했다.

단순한 단전 구조와 정순한 내공은 어떤 내공심법에도 대응하여 변환할 수 있었다.

게다가 삼재심법은 조숙한 무공이었다.

빠르면 100일, 느려도 3년이면 8성으로 대성하는 게 가능했다.


‘우선 삼재심법부터 대성하자.’


다음 목표를 정한 우일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몸 상태를 살폈다.

피로가 없는 것은 물론, 신체에 활력이 넘치는 게 느껴졌다.

지금이라면 어제 만난 좀비의 뚝배기도 단숨에 깨부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한껏 들떠 있을 때였다.


꼬르르륵.

뱃속에서 천둥 치는 소리가 들렸다.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해 보니 벌써 8시간이 지나 있었다.

무공에 너무 빠진 나머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어제부터 시작해서 거의 하루 반을 굶어버린 상황.

이를 자각하니 갈증과 허기가 밀려왔다.


‘우선 밥부터 먹을까.’


* * *


안전지대에 도착하고 일주일이 지났다.

우일신은 식사나 수면 등 생존에 꼭 필요한 활동 이외의 모든 시간을 운기조식과 운동에 투자했다.


‘포인트는 한 번 쓰면 끝이야. 하지만 단련된 근육과 축적된 내공은 배신하지 않아.’


어차피 현재 보유한 포인트로는 제일 싼 장비 하나 사는 게 한계였다.

그래서 남은 체류 시간 동안 신체 단련이라도 해보자는 판단이었다.


일반적으로 신체 단련 일주일 만에 성과를 얻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러나 운기조식과 운동의 조합이 생각보다 뛰어난 시너지를 보였다.

운기조식이 피로 해소와 함께 운동의 효율을 높여주는 탁월한 효능이 있었기 때문이다.

맨손 운동뿐인데도 근육의 성장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설마 운동에 재미를 붙이는 날이 오게 될 줄이야.’


그러나 이러한 충실한 시간에도 끝이 찾아왔다.


[경고! 안전지대에서 7일 체류하였습니다.]

[2시간 안에 나가지 않으면 강제 퇴거가 진행됩니다.]


새빨간 색으로 적힌 알림창의 내용.

우일신은 올 것이 왔다는 생각과 함께 일주일간의 성장을 확인했다.


“상태창.”


+

[이름: 우일신]

[레벨: 01]

[근력: 12][기력: 11]

[민첩: 12][체력: 12]

[보유 능력]

-삼재심법(일반) 5성

[남은 보유 포인트: 68]

+


능력치가 총합 7만큼 성장했고, 삼재심법의 성취도 두 단계 나아갔다.

시간이 일주일 뿐이었던 걸 생각하면 차고 넘치는 성과였다.


우일신은 상점창에서 새로 구한 옷가지와 청 테이프로 만든 간이 방어구를 착용했다.

오른손에는 장도리를 쥐고, 왼손에는 상점에서 구매한 방패를 들었다.


[우드 타지(일반)]

[나무로 만든 소형 방패. 손으로 직접 드는 대신 팔뚝에 고정하는 것으로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모든 준비를 마친 우일신은 탑의 공략에 나서기 위해 출입문 앞에 섰다.


출입문은 안전지대로 들어오는 입구인 동시에 탑으로 나가는 출구이기도 했다.


[현재 공략된 층수 : 1층]

[다음 층으로 향하시겠습니까?]

[Yes / No]


문고리에 손을 얹자, 알림창이 떠올랐다.

우일신은 망설임 없이 Yes를 누르고 문을 열어젖혔다.


작가의말

작중에 사용되는 무공 설명은 기존에 쓰이는 무공 설정과 더불어서 독자적인 해석이 들어가 있습니다.

가능하면 무공에 대해서 모르는 분들도 볼 수 있도록 써나갈 생각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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