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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 세상의 무공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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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사우더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4
최근연재일 :
2023.08.2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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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3.05.1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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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4화 보물 상자

DUMMY

[시련의 탑 2층]

[미궁을 통과해 다음 층으로 향하는 출구로 향하시오.]

[성공 보상 : 레벨 업, 2000포인트]

[실패 페널티 : -]


우일신이 2층에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알림창이 떠올랐다.

내용을 찬찬히 읽어보던 중 튜토리얼 때와 다른 점을 발견했다.

제한 시간과 실패 페널티가 적혀 있지 않았다.


‘설마······?’


우일신은 확인을 위해 출입문의 문고리에 손을 올렸다.


[대기 시간이 남아 있어, 안전지대에 입장할 수 없습니다.]

[남은 대기 시간 2시간]


대기 시간이 있기는 했지만, 돌아가는 게 가능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체류 시간과 퇴거 조치가 있는데 곧바로 돌아갈 수 있으면 그것대로 이상한 일이긴 해.’


하지만 복귀 시간을 알 수 있었던 것 큰일이었다.

스마트폰을 꺼내 2시간 뒤에 알람이 울리도록 타이머를 설정했다.

스마트폰의 배터리 문제는 상점에서 산 일회용 충전기로 해결했다.

현재 배터리 잔량은 50%로 2시간은 충분히 버틸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건 눈앞의 미궁을 탐색하는 것뿐이었다.

우일신은 고개를 돌려 미궁 내부를 살폈다.

겉으로 보기에는 튜토리얼에서 봤던 석조 복도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벽에 붙은 횃불이 어스름하게 주위를 밝히는 거까지 똑같았다.


우일신은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앞으로 나아갔다.

조심하는데도 뚜벅뚜벅 메마른 발소리가 울렸다.

방패를 앞세운 채 감각을 곤두세웠다.

횃불의 불빛 때문에 시야가 좁은 만큼 후각과 청각이 중요했다.


아예 광원이 없었다면 헤드라이트 같은 걸 썼겠지만, 조금이라도 불빛이 있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밝은 불빛은 이쪽의 위치를 알려줄 위험이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갈림길이 나왔다.

우일신은 양쪽으로 나뉜 길을 번갈아 보며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좌수법을 써볼까?’


좌수법은 미궁에서 흔히 쓰이는 기법이다.

방법도 간단했다.

왼손으로 벽을 짚고서 벽을 따라 나아가면 된다.

미궁의 모든 면이 연결되어 있다면 벽면을 따라 쭉 이동하는 것만으로 출구로 이어지게 된다.

물론 이 기법이 모든 미궁에 통용되는 건 아니었다.


‘돌아갈 때를 대비해서 보험을 들어놓자.’


우일신은 장비창에서 청 테이프를 꺼냈다.

복도 바닥에 표시하기 위해서였다.


귓가에 청 테이프를 늘리고 뜯는 소리와 함께 긴장으로 심장이 뛰는 소리가 뒤섞였다.

청 테이프를 뜯어서 붙일 때마다 감각을 곤두세웠다.

테이프 뜯는 소리를 듣고 언제 어디서 괴물이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다행히 괴물이 튀어나오는 일 없이 무사히 표시를 마칠 수 있었다.

출입문이 있는 복도 바닥에는 △표시를, 탐색 예정인 왼쪽 복도에는 ×표시를 했다.


표시를 끝낸 우일신은 왼쪽 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두컴컴한 복도는 그 자체로 긴장을 느끼게 했다.

어스름한 그림자 속에서 언제 괴물이 튀어나와도 이상치 않았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지나치게 조용해서 소리가 잘 울리는 것도 신경을 날카롭게 만드는 요소였다.


정작 우일신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 것은 소리가 아니라 냄새였다.

바로 7일 전에 맡아본 적이 있는 잊을 수 없는 냄새.

시체 썩는 냄새였다.


썩은 내는 길모퉁이 너머에서 풍겨오고 있었다.

길모퉁이에 숨어서 모퉁이 너머를 살펴보았다.

횃불의 희미한 불빛이 사람 형체의 그림자를 복도 바닥에 만들어 내고 있었다.

구부정한 자세로 몸을 이리저리 비트는 모습은 영락없는 좀비였다.

좀비 특유의 바람 빠지는 목소리는 하나만 들려왔다.

적어도 이 주변에는 모퉁이 너머에 있는 좀비 하나가 전부인 듯했다.


우일신은 길모퉁이에 몸을 숨긴 채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좀비와 다시 마주하자, 튜토리얼 때의 느꼈던 죽음의 공포를 떠올린 탓이었다.


‘이길 수 있을까?’


튜토리얼 때는 살기 위해서 얼떨결에 싸운 것에 가까웠다.

장비를 준비해 맞서 싸운다는 선택을 하고 끝끝내 살아남은 것은 기적에 가까웠다.


좀비가 싸우는 일은 두려웠으나 도망만 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눈앞의 좀비를 피한다고 해서, 다른 좀비를 만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이 미궁에 괴물이 하나뿐이라는 확신이 없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게 있다면 탑은 끊임없이 목숨을 건 싸움을 유도하리라는 거였다.

싸우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다.


‘싸우자.’


우일신은 결의를 담아 손을 강하게 말아 쥐었다.

튜토리얼 때처럼 살고 싶다는 욕구가 좀비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냈다.

뒤로 물러나는 대신 앞으로 나아가는 쪽을 택한 것이다.

상대가 같은 인간이 아닌 괴물이라는 점이 살해에 대한 심리적 충격을 줄여주었다.


다행스럽게도 상황은 튜토리얼 때보다 여유가 있었다.

내공심법을 익히고, 능력치도 올랐다.

장비 역시 새로운 걸 준비했다.

좀비는 이쪽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이점도 있었다.


싸우기를 택했지만, 아직 선택해야 할 일이 남아있었다.

이쪽이 먼저 다가갈 것인지, 아니면 이쪽으로 유인할 것인지.

튜토리얼에서 보았던 좀비의 습성을 떠올려 보면서 고심 끝에 선택을 내렸다.


‘녀석은 소리에 반응하는 것 같았어. 거리도 있으니, 이번에는 유인을 해보자.’


우일신은 장비창에서 빈 생수병을 꺼내서 모퉁이 너머로 던졌다.

빈 페트병이 바닥을 구르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우어어어!


소리가 들리자마자 좀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패트병을 던진 곳을 향해 맹렬하게 달리는 소리가 들렸다.

모퉁이 너머로 좀비가 팔을 허우적거리는 게 보였다.

녀석은 이쪽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지금이다!’


우일신은 방패를 앞세운 채 있는 힘껏 뛰쳐나갔다.

바닥을 박차는 소리에 좀비가 반응해 고개를 돌렸지만 늦은 뒤였다.

방패를 앞세운 돌진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좀비는 그대로 벽까지 밀려났다.


쿵 하는 충돌음과 함께 좀비가 벽에 부딪혔다.

우일신은 좀비가 제정신을 차리기 전에 장도리로 머리를 후려쳤다.

공구가 뼈를 때리는 둔탁한 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이대로 몰아붙인다.’


우일신의 눈을 빛내며 좀비를 노려보았다.

튜토리얼 때와 달리 확실하게 공격이 통하고 있었다.

속전속결로 끝내기 위해 연속해서 장도리를 휘둘렀다.

간혹 좀비가 반격을 위해 팔을 휘젓기도 했다.

그 시도는 번번이 방패에 막혀서 실패로 돌아갔다.


그렇게 장도리로 한 곳을 집중으로 후려치자, 콰직 하는 뼈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우, 어어어어


좀비는 단말마를 외치며 그 자리에서 무너지듯 쓰러졌다.

이내 좀비의 시신은 검은 재가 되어 흩어졌다.

운이 좋게도 검은 재가 사라진 자리에는 마석이 발견되었다.


우일신은 곧장 마석을 줍는 대신 주위를 경계했다.

다행히 싸우는 소리를 듣고 다른 좀비가 접근해 오는 일은 없었다.

안전이 확인되자 마석을 주워서 장비창에 집어넣었다.


우일신은 몸 상태를 살펴보았다.

몸 여기저기 피가 붙은 것 빼고는 문제 될 게 없었다.

전투로 인한 피로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튜토리얼 때처럼 심하지는 않았다.

기습에 더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덕분이었다.


실전을 겪고 나니 확신할 수 있었다.

상황만 갖출 수 있다면 좀비는 어렵지 않게 쓰러뜨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었다.

아무리 무공을 익혀서 강해졌다고는 하지만, 괴물이 떼로 덤벼들면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만약 그런 상황이 오면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쳐야 했다.

자신감과 목숨을 저울질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자신에게 주의를 환기했다.


우일신은 수분을 보충한 뒤 다시 미궁 탐색에 나섰다.


* * *


그 뒤로 네 번의 갈림길을 지나, 다섯 마리의 좀비를 조우해 전투를 치렀다.

이쯤 되니 좀비들이 가진 몇 가지 공통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과 머리가 약점이라는 건 튜토리얼부터 확인되었다.

그리고 감지 범위가 좁지만, 범위 내의 움직임은 반응이 날카로웠다.

어둠 속에서도 이쪽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 공격하는 것이 그 증거였다.

반대로 일정 거리 바깥에서는 아무리 큰 소리를 내도 반응하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평상시에는 느릿하게 걸어 다니다가 범위 내에 반응이 오면 미친 듯이 달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지능이 없는 건지, 본능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게 훤히 보였다.


거기에 이 미궁에서 좀비는 무리를 지어서 움직이지 않는 듯했다.

이제까지 만난 좀비들은 모두 혼자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우일신의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형편 좋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긴장을 놓을 수는 없었다.

갈림길 삼면에서 좀비가 튀어나오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좀비에게서 나오는 마석이었다.

2층에서 온 뒤로 마석은 딱 두 번 나왔다.

하나만 더 모으면 300포인트가 된다.

300포인트면 괜찮은 품질의 무기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미궁을 탐색하면서 쌓인 피로 역시 무시할 수 없었다.


우일신은 포인트와 피로를 저울질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

다음 모퉁이를 확인해 보고 안전지대로 복귀하자고.


그렇게 마지막 모퉁이 너머를 확인하자, 처음으로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

2층에 돌입하고 1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막다른 길의 끝에는 나무로 된 상자 같은 게 놓여 있었다.

너무 노골적이었기에 함정이 있는 건 아닌지 조심하면서 상자에 다가갔다.

상자에 근접하자 이제까지 잠잠했던 감정 기능이 반응했다.


[장비 상자(일반)]

[길의 끝에 도달한 이에게 주어지는 숨겨진 보상.]

[일반 등급의 장비가 랜덤하게 나온다.]

[1% 확률로 고급 등급의 장비가 나온다.]


나무 상자는 단적으로 말해서 랜덤 박스 가챠였다.

포인트 부족에 허덕이는 입장에서는 뭐가 나와도 이득이었다.

우일신은 별생각 없이 상자를 열었다.

그러자 상자에서 황금빛이 쏟아져 나왔다.


[1% 확률에 당첨되었습니다!]

[날카로운 장검(고급)을 획득하였습니다.]


장비 상자에서 나온 것은 명품인 게 한눈에 보이는 장검이었다.

검신은 매끄러운 게 얼굴이 비칠 정도였고, 칼날의 날카로움은 보기만 해도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우일신은 마른침을 삼키며 장검을 감정해 보았다.


[절단의 장검(고급)]

[장인이 공을 들여서 제작한 명품 장검. 한철 합금이 사용되었으며, 강화 마법이 부여되어 있어 내구성이 뛰어나다. 칼날에 별도로 절삭력을 높이는 마법이 부여되어 있다.]


우일신은 무기의 설명을 보고 경악했다.

설마 여기서 마법 무기를 얻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심지어 이 마법 무기는 고급 등급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무기였다.

제일 싼 고급 등급 무기가 2000포인트 정도였는데, 이것보다 성능이 떨어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상점을 열어서 무기의 이름을 검색해 봤다.

안전지대 바깥에서는 물건을 구매할 수 없지만, 상품 검색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절단의 장검(고급) : 8300포인트]


현시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장비 중에서 가장 높은 가격의 무기였다.


“······대박 터졌다!”


가격을 확인한 우일신은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작가의말

물욕센서 정상 작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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