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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더 님의 서재입니다.

망한 세상의 무공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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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사우더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4
최근연재일 :
2023.08.23 22:30
연재수 :
10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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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27,994

작성
23.05.1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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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7화 3층

DUMMY

[시련의 탑에서 나갈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


여러 질문이 떠올랐지만, 가장 알고 싶었던 질문은 당연히 탑에서 탈출할 방법이었다.


굳이 ‘가장 빠른’이라는 말을 덧붙인 이유는 예상되는 답변이 있어서였다.


“정상까지 올라가서 탑을 정복해야지 바깥으로 나갈 수 있다는 건 클리셰니까.”


우일신이 원하는 건 그런 뻔한 답이 아니었다.

정공법이 아닌 샛길, 그것도 탑이 공인한 방법이 필요했다.


[시련의 탑 5층을 클리어하시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그런 샛길은 없다는 거였다.


“이런 씨!@#$%”


우일신은 알고 있는 모든 욕을 내뱉었다.

안전지대와 미궁을 오가는 지쳐 있었는데 돌아오는 대답이 저거라니.


“하긴 답해주는 쪽이 샛길 같은 걸 알려줄 리가 없지.”


한바탕 시원하게 욕을 쏟고 나니 머리가 식었다.

게임 운영자가 버그나 매크로 같은 걸 친히 알려주는 일이 세상천지 어디 있겠는가.


“이럴 줄 알았으면 납치한 이유나 물어볼 걸 그랬나······.”


뒤늦은 후회가 고개를 들이밀었지만, 애써 고개를 흔들며 이를 털어냈다.

지금은 후회로 발을 멈출 때가 아니었다.


“그래, 죽는 게 제일 빠르다 같은 답변이 안 나온 게 어디냐.”


우일신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결국 해야 할 일은 그대로였다.


바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탑을 공략하는 수밖에 없었다.

탑의 정상이 아니라 5층 정도라면 충분히 도전해 볼 만했다.


“여기서 꾸물거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우일신은 망설임 없이 미로를 나아갔다.

좀비를 잡기 위해 하도 미로를 돌아다녔더니 지리를 외워버렸다.

덕분에 출구까지 길을 헤매는 일 없이 단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시련의 탑 2층 클리어!]

[보상으로 레벨 업과 2000포인트가 획득합니다.]

[레벨 업!]

[레벨 업 보상으로 자유롭게 분배할 수 있는 성장 능력치 5점을 획득합니다.]


미궁의 탈출구는 안전지대로 연결되어 있었다.

퇴거까지 앞으로 7일, 그때까지 다음 층 공략을 준비해야 했다.


우일신은 먼저 히든 미션 보상으로 얻은 안전지대 확장 티켓을 사용했다.


[안전지대가 확장됩니다.]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마세요.]


알림창이 떠오른 직후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안전지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천장이 높아지고 벽이 늘어나는 등 서서히 공간이 늘어났다.

동시에 새로운 문이 늘어난 벽 사이에 생겨났다.


[안전지대의 확장이 완료되었습니다.]

[새로운 방이 추가 되었습니다.]

[안전지대 내부의 외기 농도가 0.1에서 0.5로 상승합니다.]


이윽고 진동이 멈추자, 안전지대가 원룸에서 투룸이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외기 농도가 늘어나면서 숨쉬기 편한 느낌이 들었다.

과연 상점에서 1만 포인트에 팔리는 이유가 있었다.


“이제 레벨 업한 결과를 확인해 볼까.”


+

[이름: 우일신]

[레벨: 02]

[업적: 언데드 사냥꾼(고급)]

[근력: 18][기력: 15]

[민첩: 16][체력: 18]

[성장 능력치: 5]

[보유 능력]

-삼재심법(일반) 7성

-삼재검법(일반) 3성

[남은 보유 포인트: 7358]

+


상태창에는 이제까지 본 적 없는 내용이 추가되어 있었다.

업적과 성장 능력치였다.

업적은 확인이 끝났으니, 성장 능력치 쪽을 확인했다.


“말 그대로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능력치라······.”


우일신은 턱을 쓰다듬으며 성장 능력치를 어떻게 쓸지 고민했다.


“다음 층에 뭐가 있을지 모르니까 쓰는 건 확정이고. 문제는 어느 능력치를 올리느냐란 말이지.”


당장 떠올리는 선택지는 둘이었다.

강점을 키울 것이냐, 아니면 약점을 지울 것이냐.

우일신은 후자를 골랐다.


“근력이랑 체력은 아직 운동으로 성장할 여지가 있어. 상대적으로 성장이 둔한 민첩이나 기력을 찍는 게 좋겠다.”


우일신은 민첩과 기력 중에서 어느 쪽을 올리지 고민하다가 기력을 선택했다.


삼재심법의 느린 축기 속도를 보충하기 위해서였다.


[기력이 20으로 성장합니다.]


기력에 성장 능력치를 투자하자 즉각적으로 반응이 왔다.

체질 개선을 받았을 때처럼 정제되지 않은 기운이 체내에서 차오르는 게 느껴졌다.


우일신은 곧장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체내의 기운을 내공으로 전환하는 한편, 외기를 흡수해 축기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안전지대의 외기 농도가 5배 짙어져서 그런지 축기 속도도 빨라졌다.


[기력이 21로 성장합니다.]


운기조식을 끝마쳤을 무렵에는 기력이 또 한 단계 성장했다.


우일신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눈을 떴다.


“내공이 늘어나니까 확실히 몸이 건강해진 느낌이네.”


내공을 점진적으로 늘릴 때와 달리 몸의 변화가 확실히 체감되었다.


“슬슬 다음 경지에 들어갈 수 있겠는데?”


무공의 경지를 나누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쓰이는 방식이 내공의 운용 수준에 따른 경지 구분이었다.


막 무공에 입문했을 때의 경지를 삼류 무인이라고 불렀다.

운기조식을 통해 내공의 축적이 가능해진 단계다.


삼류가 가장 낮은 단계라고는 하지만, 마냥 얕볼 수는 없었다.

내공은 체내에 축적하는 것만으로 신체 능력을 향상해 주기 때문이다.

무공을 익히지 않은 일반인 정도는 완력만으로 제압하는 게 가능할 정도다.


이류 무인부터는 본격적인 내공 운용이 가능해야지 발을 들일 수 있었다.

쉽게 말해서 내공을 소모해 신체를 강화하는 게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렇게 내공을 소모해서 얻은 힘을 내력(內力)이라 부른다.


그러나 내공 운용을 위해서는 일정 이상의 내공이 필요했다.

지금까지 우일신이 삼류에 머물러 있었던 이유도 내공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거꾸로 내공만 충분했다면 얼마든지 이류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삼재심법의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건 겉치레가 아니란 말씀.”


기초적인 내공 운용 정도는 옛적에 꿰고 있었다.


우일신은 시험 삼아 내공 운용을 해보았다.

목표는 팔의 강화였다.


단전에서 나온 진기가 등을 타고 이동해 어깨 쪽으로 이동했다.

어깨의 견갑골, 팔꿈치 관절, 손목, 손의 혈도를 지나면서 힘이 증폭되는 게 느껴졌다.


가볍게 주먹을 내지르자, 공기가 터지는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

앉아서 내지른 주먹이 이 정도인데 제대로 때린다면 이보다 더한 위력이 나올 게 분명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위력이 상당한데? 여기에 삼재검법이랑 절단검을 더한다면······.”


가뜩이나 높았던 공격력이 한층 더 강력해졌다.

하지만 공격력이 높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었다.


우일신은 현재 자신에게 부족한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답은 곧바로 나왔다.


“방어력과 기동력.”


좀비를 상대할 때는 지금 입고 있는 간이 방어구로 충분했다.

하지만 다른 괴물이 나온다면 간이 방어구는 쓸모가 없게 되어버린다.


기동력도 처음 미궁을 탐색할 때만 해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좀비를 찾기 위해 미궁을 돌아다녀야 하는 입장이 되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조금이라도 빨리, 조금이라도 오래 달릴 수 있는 몸놀림이 필요했다.


이를 보충할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상점에서 사면 되는 것이다.

지금의 우일신에게는 그럴 만한 재력이 있었다.


“현재 가진 7358포인트. 이걸로 뭘 사면 좋을까?”


단기간에 효과를 보고 싶다면 고급 등급의 장비를 사는 게 가장 간편한 방법이었다.

3천 포인트 정도면 특수 능력이 붙은 고급 장비를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면 무공을 익히는 게 좋았다.

처음에는 부족할지 몰라도 수련을 쌓다 보면 장비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방어력은 당장 필요하니까 장비를 사고, 기동력은 무공을 구매하자.”


우일신은 7천 포인트를 써서 무공과 방어구를 구매했다.


[삼재보(일반)을 구매했습니다.]

[강사보의(고급)을 구매했습니다.]


삼재보는 일반 등급에서 유일하게 구할 수 있는 보법이었다.

이름과 달리 보법은 물론, 신법과 경공도 포함된 무공이었다.

보법, 신법, 경공은 상호보완 관계이기 때문에 앞 글자를 따서 보신경이라 합쳐서 부르는 경우도 있을 정도였다.


강사보의는 특수한 금속 합금을 얇은 실로 짜내서 만든 코트 형태의 방어구였다.

특수 합금 자체가 가볍고 신축성이 좋아서 입기도 편했다.

여기에 강화 마법이 부여되어 있어서 방어력도 확실하게 보장되었다.


“퇴거 전까지 해야 할 게 많네.”


삼재공의 운기조식과 내공 운용의 숙달.

삼재검법의 연습에 삼재보의 훈련까지.


우일신은 다음 층 공략을 위한 준비에 의욕을 불태웠다.


* * *


2층을 클리어하고 7일이 지났다.

우일신은 안전지대의 퇴거 경고에 맞춰서 3층의 공략에 나섰다.

2층까지 미궁이었으니, 3층도 비슷하지 않을까 짐작했다.


“뭐야, 이거.”


그러나 3층으로 향하는 문을 열자, 기대와는 정반대되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끝없이 이어지는 아스팔트 도로.

그 위에 빽빽하게 들어찬 자동차들.

도로 옆의 가로수와 가로등.

하늘을 향해 뻗어가는 고층건물.

탑에서는 볼 수 없는 탁 트인 하늘까지.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당연하게 볼 수 있었던 현대의 풍경이 그곳에 있었다.


우일신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충격을 받아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온갖 생각이 소용돌이치면서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설마 진짜 바깥인가? 하지만 들었던 답변이랑 다르잖아. 그러면 지금 눈앞에 보이는 건? 환각인가? 그것도 아니면 미궁보다 스케일이 큰 세트장?’


우일신의 정신을 일깨운 것은 알림창이 떠오를 때 나는 맑은 종소리였다.


[시련의 탑 3층]

[사람을 보호해서 지정된 위치까지 이동하시오.]

[보호 인원 0/30]

[성공 보상 : 레벨 업, 3000포인트]


우일신은 미션의 내용을 다시 한번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 여기에 사람이 있다고?”


당황해서 소리치자, 이를 긍정하듯 허공에 화살표가 나타났다.

마치 네가 지켜야 하는 사람이 저기 있다고 가르쳐주는 것처럼.


우일신은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달려 나갔다.

자연히 주위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도로 위에 버려져 있는 자동차들.

불이 꺼져 있는 신호등, 가로등, 전광판.

햇볕 한 점 없이 어두컴컴하면서 이상하게 밝은 것처럼 주변이 잘 보이는 하늘.

현재 위치를 가늠할 수 있게 해주는 도로 위의 표지판까지.


“여기 부산역 근처였구나.”


본래라면 사람의 통행이 잦은 곳인데 인기척이 전혀 없었다.

대체 이곳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꺄아아아아아아아!”


떠오르는 의문을 지워내듯 멀리서 째지는 비명이 들려왔다.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이었다.


우일신은 삼재보의 경공, 천축(天縮)을 운용했다.

천축은 하늘과의 거리를 좁힌다는 뜻이었다.

말 그대로 몸을 가볍게 해주는 공능을 지니고 있는 경공이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귓가에 맴돌며, 거리의 풍경이 빨려 들어가듯 스쳐 지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명의 주인으로 보이는 여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여성은 필사적인 얼굴로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여성을 뒤쫓고 있는 다수의 그림자.

그것은 사람이 아니었다.


살점 하나 없는 새하얀 뼈들이 덜그럭 소리를 내면서 달리고 있었다.

두개골 안쪽에는 검푸른 귀화(鬼火)가 타오르고 있었다.

근육과 피부 대신 원념을 몸에 두른 채 움직이는 해골, 스켈레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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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화 부산역 +4 23.05.15 2,198 36 12쪽
» 7화 3층 +4 23.05.14 2,280 39 11쪽
6 6화 보물 상자(3) +2 23.05.13 2,307 35 11쪽
5 5화 보물 상자(2) +2 23.05.12 2,361 42 11쪽
4 4화 보물 상자 +2 23.05.11 2,487 38 11쪽
3 3화 삼재심법 +1 23.05.10 2,604 41 12쪽
2 2화 안전지대 +2 23.05.10 2,833 40 12쪽
1 1화 납치당했다 +4 23.05.10 3,731 3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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