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술뫼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조선제일검, 홍타이지를 베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술뫼도사
그림/삽화
월하독작
작품등록일 :
2023.12.23 02:09
최근연재일 :
2024.01.10 21:22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490
추천수 :
1
글자수 :
55,643

작성
24.01.10 21:22
조회
15
추천
0
글자
12쪽

10화. 쫓겨가는 이괄

DUMMY

10화. 쫓겨가는 이괄


갑자기 바람이 거세지기 시작하였다.

어둠을 가르고 불어대는 거센 돌풍에 세상이 묻혀버렸고, 바람을 타고 한 무리의 군사들이 도성을 향해 몰려들었다.

뒤를 이어 다른 군사들이 은밀하게 궁궐 근처로 집결하였다.

안현, 무악재 아래에 장만이 이끄는 관군들이 속속들이 모여들어 이괄의 반란군을 물리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반군들은 승리에 취해 술에도 취해 있었다.

밤새 동풍이 불었고, 긴긴밤은 속절없이 밝아오고 있었다.


“모른다. 나는 대감을 도와 도원수를 모시느라 계집들을 어디로 빼돌렸는지 아직 보고를 받지 못했다.”


최은기이 눈은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지 않았다.


“이런 낭패가 있나?”


복면 속의 피 노인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이, 이 목소리는 역시 반촌의 푸줏간 늙은이?’


최은기는 처음 협박을 받았을 복면인이 반촌의 백정이라는 것을 짐작하였다. 달래라고는 하지 않았지만, 분명 보쌈한 계집을 찾고 있었다.

근자에 수하들이 보쌈한 계집은 백정밖에 없었고, 비록 복면을 하였지만 목소리와 몸이 낯이 익었다.


‘천하디천한 백정 놈이 감히 내게 총을 겨눠?’


욕이 튀어나오려고 하였지만 최은기는 냉철하였다.

총을 겨눈 자가 천한 백정이라고 해도 그가 든 총마저 천한 것은 아니었다.

총탄은 왕후장상이든 개돼지든 가리지 않는다.

최은기는 아무 것도 모르는 척 김치근 대감을 호위하러 나간 수하들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도 아니라면 새벽에 자신을 찾기 위해서라도 누군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복면인들을 보며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다시 묻겠다. 정말 모르느냐?”


끄덕끄덕.


최은기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는 수 없지. 이자들을 묶어라.”


피 노인의 말에 만길은 미리 준비한 새끼줄로 최은기와 수하 둘을 묶어 방 한구석으로 밀어 넣었다.


“재갈은 하지 않겠다. 공연히 소리쳐 부하들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이 꼴을 보는 것을 너희들도 원치 않을 테니······.”


옳은 소리였다. 도성을 주름잡는 왈패의 두목인 천하의 최은기가 누군가에 의해 결박되어 방에 갇혔다는 건 그 자신도 원하지 않는 일이었다.


“어떻게 된 일이냐? 그날 밤 백정 노인과 그 반푼이 손자 놈을 죽였다고 하지 않았느냐?”

“네? 그게 무슨?”

“멍청한 놈, 저자들이 바로 그놈들이다.”

“네에?”

“쉿! 그냥 모르는 척하고 있다가 기회를 봐서 놈들을 해치운다. 그러니 다른 놈들이 올 때까지 편히 쉬거라.”

“형님도 참, 이런 자세로 어떻게 편히 쉽니까?”


뒤로 두 팔이 묶인 수하 한 놈이 투덜거리자 최은기는 할 말을 잊고 한숨을 내쉬었다.


“관군이 근처까지 왔다는 말이 사실일까요?”

“그럴지도 모르지. 팔도를 돌아다니는 장돌뱅이들의 말이면 사실일 거야.”

“그런데 왜 반군들이 가만히 있을까요?”

“글쎄··· 이괄 장군의 오만이겠지. 한양까지 내려오면서 관군들을 추풍낙엽처럼 쓸어버렸으니 적을 우습게 아는 것이지.”

“그럴 수도 있겠군요.”

“날이 밝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너도 잠깐 눈을 붙이거라.”


최은기 일당을 가둬놓은 방 맞은편에서 피 노인은 조총을 안은 채 벽에 머리를 기댔다. 만길도 칼을 잡은 채 눈을 감았다.

밤새도록 강한 바람이 도성 안을 휘몰아치자 가뜩이나 뒤숭숭한 도성 인심은 더욱 어지러워졌다. 이미 경희궁이 불에 타고 도망간 반정공신들의 집이 약탈을 당하는 등 도성은 아수라장이 된 지 오래였다.


도원수 이괄은 오랜만에 단잠을 잤다.

능양군을 도와 최고의 공을 세웠음에도 국경지대로 쫓겨났고, 이등공신으로 책록되는 수모를 겪은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이가 갈리지만, 이제 군사를 휘몰아쳐 자신을 배신한 능양군과 김류, 이귀 등을 남쪽으로 몰아내지 않았던가.

거기다 자신의 손으로 새 임금을 세우고 도성의 주인이 되었으니 세상을 다 차지한 것처럼 가슴이 벅차올라 아무리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았다.

그리고 깜빡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도원수! 도원수! 큰일 났습니다!”


어스름하게 여명이 밝아올 무렵 한백련이 도원수 이괄의 침실을 다급하게 찾았다.

말술을 들이키고 새벽에야 잠이 든 이괄은 아무리 깨워도 인사불성이었다.


“이거야 원, 적이 턱밑에 비수를 들이대고 있거늘 이리 태평하다니······.”


국경에서부터 이괄을 따라온 부장들은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하였다.

승승장구 관군들을 대파하며 도성을 차지하기는 하였지만, 왠지 불안감은 점점 커지기만 하였다.


“도원수! 도원수! 어서 일어나십시오!”

“장군! 관군들이 안현에 진을 치고 금방이라도 밀어닥칠 기세입니다! 어서 일어나십시오!”


보다 못한 장수들이 도원수를 흔들어 깨웠다.


“아우웅, 무슨 일이기에 새벽부터 이 난리들인가?”


이괄은 힘겹게 눈을 뜨며 단잠을 깨운 부장들을 향해 인상을 찌푸렸다.


“큰일 났습니다! 관군들이 인왕산 너머 안현에 진을 치고 있다 합니다!”

“뭐, 뭐라? 관군이 몰려왔다고?”


그제야 정신을 차린 이괄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관군들은 어찌하고 있다던가?”

“척후의 말에 의하면 지난 밤에 집결하여 진을 치고 있을 뿐 별다른 조짐은 없답니다.”

“흥! 쥐새끼들처럼 몰려왔으면 물어뜯기라도 할 것이지, 그냥 눈치나 살피고 있다? 푸, 푸하하하!”


보고를 받은 반군 대장 이괄은 갑옷을 입으며 여유를 부렸다.


“백성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별다른 동요 없이 조용하다고 합니다.”

“동요가 없다? 푸하하하! 푸하하하하!”


이괄이 갑자가 폭소를 터트리자 장수들은 영문을 몰라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역시 백성들은 잘 아는구나! 관군들이 몰려와도 이미 대세는 우리에게 기울어졌다는 것을··· 그러니 별다른 반응이 없는 것이다.”


도원수의 말에 그제야 장수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몇몇 장수는 딴마음을 먹고 있었다.


“여봐라! 조반을 먹고 적을 칠 것이다! 그러니 군사들을 넉넉히 먹이라!”

“네, 도원수!”

“그리고 저자에 나가 백성들에게 알려라. 안현이 잘 보이는 곳에 올라가 우리가 관군들을 어떻게 무찌르는지 지켜보라 하라!”

“네, 장군!”


이괄은 자신이 넘쳤다.

따르는 군사들의 사기가 하늘을 찔렀다.

반군들을 응원하던 한양의 백성들은 안현이 잘 보이는 인왕산 자락으로 몰려들었다.

이괄의 군사들은 의기양양하게 관군들이 있는 곳으로 몰려갔다.


“한명련 장군이 조총부대를 이끌고 선봉을 맡으시오!”

“네, 도원수!”

“나는 중군을 맡을 것이다! 즉시 공격 준비를 하라!”

“네, 도원수!”


공격은 이괄의 반군들이 먼저 하였다.

새벽 여섯 시경 어둠이 채 가시기도 전에 길마재 아래 안현에 머무르고 있는 관군들을 향해 총공격명령이 떨어졌다.

이괄은 도성문을 굳게 닫고 지키기보다 먼저 성문을 열고 나가 공격을 하였다.

더구나 관군이 진을 치고 있는 곳은 호랑이가 나오는 인왕산 자락의 험준한 암벽지대였다. 시작부터 무모한 싸움이었다.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쏘는 조총이나 화살이 잘 맞을 리가 없었다.

반대로 높은 곳에서 아래로 공격하는 것은 여러 가지로 유리하였다.

더구나 바람 방향도 바뀌어서 산 아래쪽으로 불기 시작하였다.

위에서 쏘아대는 화살과 총탄이 바람을 타고 가속이 붙어 반군들의 몸통을 꿰뚫었다.


으아악!

으아아아아아!


벼랑을 기어오르다 떨어지거나, 화살을 맞은 군사들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었다.

멀리서 구경을 하던 백성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손바닥 뒤집히듯 민심이 바뀌었다.

이괄의 반군을 열렬히 환영하던 도성의 백성들은 승기가 관군에게 쏠리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마음을 바꿔 반군들의 퇴로를 막았다.

반군들을 위해 열었던 도성의 문을 거꾸로 도망치지 못하도록 걸어 잠갔다.

패색이 짙어지자 이괄의 반군들은 사분오열하여 흩어졌고, 앞에서 걸리적거리는 죄없는 양민들을 무수히 참살하였다.

이괄에 의해 보위에 올랐던 흥인군은 용포를 입은 지 4일 만에 도망치는 신세가 되었다.

도성 안은 또다시 아비규환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이런, 우리가 너무 방심 하였구나.”

“멀리 가지 못했을 겁니다.”


잠깐 눈을 붙이느라 방심한 사이 최은기와 수하들이 어디론가 도망을 쳐버리자 피 노인은 자신을 자책하며 도망친 자들을 찾아 거리를 달렸다.

도성 안은 싸움을 구경하러 가는 자와 반군 편에 섰다가 전황이 뒤바뀌자 도망치려는 자들로 북적거렸다.

이 와중에 최은기 일당을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언니! 언니! 반군들이 패하여 쫓기고 있대요. 이제 우린 어떡해야 하나요?”

“흠······.”


백성들이 우왕좌왕하며 거리를 활보하자 매향이를 비롯한 기생들도 놀라 수월루의 주인 월야에게 우르르 몰려와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월야는 눈을 지그시 감고 향이 좋은 차를 음미할 뿐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언니! 제발 뭐라고 말 좀 해보세요! 또다시 도성의 주인이 바뀌었다고요!”

“이번에도 피난을 안 가나요?”

“언니!”


조바심이 난 기생들은 월야을 향해 안달복달하였다.

그러자 월야는 찻잔에서 입을 떼며 빙그레 웃었다.


“또 호들갑이냐? 반군이나 관군이나 똑같은 손님이라고 내 몇 번을 말했느냐?”

“그, 그래도······.”

“그만 소란 떨고 문단속이나 잘해!”


꺅!

우르르르르.


갑자기 문밖이 시끄러워지며 십여 명의 군사들이 들이닥쳤다.

최은기가 이끄는 관군들이었지만, 실상은 도성 안이 왈패들이었다.


“반반한 계집들은 모두 끌어내라!”

“계집들을 데리고 마포나루로 간다!”

“아니, 형님? 관군들이 눈에 불을 켜고 우릴 쫓을 텐데 어떻게 계집들을 데리고 갑니까?”


최은기의 말에 수하들은 물론이고 기생들까지 어안이 벙벙하였다.


“지금 관군들은 역적 이괄과 흥안군을 쫓느라 경황이 없다! 우린 그 틈을 타 마포에서 배를 탈 것이다!”


그제야 말귀를 알아들은 왈패들은 수월루의 어린 기생들을 잡아 가마에 태우기 시작하였다.


탕!


“으아악!”


기루를 울려 퍼지는 총소리와 함께 왈패 하나가 피를 토하며 거꾸러졌다.

화들짝 놀란 왈패들이 고개를 돌리자 수월루의 주인인 월야가 총구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조총을 들고 있었다.

뒤에서 매향이 다른 조총을 건네주자 월야는 최은기를 겨누었다.


“허튼짓을 더 하면 이번에는 네 놈의 머리통이 날아갈 것이다!”

“이, 이게 대체······.”


갑작스러운 상황에 최은기와 왈패들은 당황하여 말을 잇지 못하였다.


“조용히 물러가면 오늘 일은 없던 일로 하겠다. 살고 싶으면 당장 대문 밖으로 나가라!”


월야의 시퍼런 서슬에 최은기와 왈패들은 주춤주춤 물러서기 시작하였다.


‘한 발, 한 발만 피하면 기회가 있다.’


대문 쪽으로 물러서면서도 최은기는 기회를 살피고 있었다.

조총은 가까운 거리에서 무서운 살상력을 발휘하지만, 한 번 쏘고 나면 재장전을 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조총수 옆에 활을 든 사수를 배치하여 재장전하는 공백을 메우는 것이다.

지금 월야에겐 장전된 조총이 한 정 밖에 없다.

그리고 뒤에 서 있는 매향은 장전을 하지 않고 있다.

한 발, 한 발만 피하면 수월루의 주인인 월야를 제압하고 이곳의 기생들을 끌고 갈 수 있다.


꿀꺽!


최은기는 마른침을 삼켰다.


- 계속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조선제일검, 홍타이지를 베어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10화. 쫓겨가는 이괄 24.01.10 16 0 12쪽
10 9화. 다시 뒤집힌 세상 24.01.09 22 0 13쪽
9 8화. 정체불명의 노인 24.01.01 24 0 12쪽
8 7화. 아수라장 23.12.31 30 0 12쪽
7 6화. 수월루 23.12.30 31 0 12쪽
6 5화. 칼의 울림 23.12.29 40 1 12쪽
5 4화. 역모에 역모 23.12.25 57 0 12쪽
4 3화. 보쌈 23.12.24 86 0 12쪽
3 2화. 빙의 23.12.23 59 0 13쪽
2 1화. 역모 23.12.23 62 0 12쪽
1 프롤로그 23.12.23 64 0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