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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뫼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조선제일검, 홍타이지를 베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술뫼도사
그림/삽화
월하독작
작품등록일 :
2023.12.23 02:09
최근연재일 :
2024.01.10 21:22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484
추천수 :
1
글자수 :
55,643

작성
23.12.23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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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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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화. 역모

DUMMY

1화. 역모


“와아아아!”

“와아아!”


궁궐을 뒤흔드는 함성이 사방에서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한가로이 창덕궁 후원을 거닐던 왕을 향해 겸사복장이 다급하게 달려왔다.


“전하! 어서 피하시옵소서! 역당들이 몰려오고 있사옵니다!”

“뭐라, 역당?”

“그러하옵니다. 이괄과 이귀 등이 능양군을 앞세워 궁을 에워쌌습니다. 마침 후원에 계시오니 계곡을 벗어나 성균관 쪽으로 빠져나가시옵소서!”

“느, 능양군이······.”

“이곳은 소장이 막겠사옵니다. 여봐라! 어서 전하를 모셔라!”

“네, 나리!”

“아니다. 역당들도 너희와 같은 나의 백성이다. 과인은 나의 백성들이 서로 창칼을 겨누고 피를 흘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

“저, 전하······.”

“어명이다! 마지막 어명이다! 모두 궁에서 달아나라!”

“전하! 아니 되옵니다. 어서 피하시옵소서!”


광해의 명에도 겸사복장과 겸사복들은 누구 하나 도망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왕은 곁에 있던 겸사복의 환도를 빼 들었다.


챙!


“마지막 어명이다. 모두 도망쳐 살아남아라. 그리고 후일을 도모하라!”


갑자기 검을 빼든 광해는 자신의 목에 시퍼런 칼을 댔다.

검붉은 피가 칼날을 타고 흘러내렸다.


“너희들이 내 명을 거역한다면, 과인은 이 자리에서 죽겠노라!”

“전하! 아니 되옵니다. 소장이 모실 테니 어서 피하시옵소서!”


겸사복장은 왕이 들고 있던 환도를 두 손으로 감싸 쥐며 외쳤다.

칼날에 베인 겸사복장의 손에서 피가 흘러내리자 왕은 어쩔 수 없이 칼을 놓았다.


“뭣들 하느냐? 너희들은 중전마마를 모시고 나머지는 후원을 빠져나가 후일을 도모하라!”


능양군이 이끄는 반군들이 창덕궁을 에워싸고 몰려왔다.

궁을 지켜야 할 훈련대장 이홍립과 금호문 수문장 박효림은 반군을 막기는커녕 되레 저들 편에 서서 돈화문으로 몰려왔다.


“중전마마! 어서 피하시옵소서!”

“세자는, 세자는 어찌 되었다더냐?”

“세자 저하는 다른 겸사복들이 안전하게 모시고 있사오니, 심려 마시옵소서!”

“알았다. 어수당으로 가자!”

“네, 마마!”


겸사복 하성우는 중전마마를 모시고 창덕궁 후원 어수당으로 내달았다. 다행히 앞을 막는 군사들은 없었다. 멀리서 반군 십여 명이 쫓아왔다.


“너희들은 마마를 뫼셔라. 뒤는 내가 맡을 것이다!”

“네, 나리!”


수하들을 보낸 하성우는 숲속에 몸을 숨겼다.

창덕궁 후원은 나무가 울창하여 화살을 쏘기도, 긴 언월도를 사용하기가 수월하지 않았다.

언월도를 전나무에 세워놓은 하성우는 허리춤에서 환도를 뽑아 들었다.


군관이 이끄는 반군 십여 명이 달려왔다.


“멈춰라! 아무도 지나가지 못한다!”


하성우가 나무 뒤에서 몸을 드러내자 중전을 쫓던 군사들이 흠칫하고 놀라 뒤로 물러섰다.

조선에서 칼을 잡는 자라면 누구나 만나고 싶어 하는 인물,

그러나 피하고 싶은 조선제일검 하성우,

일대일로 겨뤄 상대가 없다는 최고의 검객,

누가 감히 그와 칼을 섞겠는가?


“이미 세상이 바뀌었소. 그만 칼을 내려놓으시오!”


앞에 서 있던 군관이 두려운 낯빛으로 하성우를 바라보며 외쳤다.


“닥치시오! 어찌 무관이 주인을 배신한단 말이오? 정 지나가고 싶으면 나를 베고 가시오!”

“이, 이런······.”


하성우의 시퍼런 서슬에 질려 아무도 나서지 못하고 주춤거리며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뭣들 하느냐? 활을 쏘아라!”


뒤쫓아온 장교가 명을 내렸다.

군사들은 우물쭈물할 뿐 섣불리 화살을 쏘지 못하였다.


“이놈들이! 활을 쏘지 않으면 내 칼에 먼저 목이 떨어질 것이다!”


화가 난 군관은 칼을 뽑아 들고 당장이라도 벨 듯이 군사들을 겁박하였다.

이번 참에 어떻게든 공을 세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싶은 탐욕스러운 자였다.


핑! 피잉! 피피핑!


누군가 화살을 날리자 너도나도 활을 쏘아댔다.


팅! 팅! 휘리릭!


칼등으로 날아오는 화살을 튕겨내던 하성우는 한꺼번에 화살이 날아오자 몸을 굴려 나무 뒤로 피하였다. 자신을 향해 활을 쏘아대는 군사들을 단숨에 달려들어 벨 수도 있었지만, 당장은 중전이 피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게 우선이었다.

하성우는 추적자들의 눈을 돌리기 위해 화살을 피해 가며 옥류천을 따라 뛰었다.

생과 사의 갈림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옥류천의 풍광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젠장! 이 좋은 곳을 천렵을 나와도 시원찮을 판에 살겠다고 도망이나 치다니!”


탁탁탁! 탁탁탁탁탁!


하성우의 뒤를 십여 명의 군사들이 쫓았다.


피잉! 피이잉!


연이어 화살이 하성우의 귓전을 스쳐 지나갔다.


하아! 하아!

조금만, 조금만 더!

이 숲을 벗어나면 성균관이다.

성균관을 지나쳐 반촌으로 숨어들어야 해!


반촌은 성균관에 필요한 물품을 대는 장인이나 행사 등에 쓰일 고기 등을 대는 백정들이 모여 살던 곳이었다. 성균관 유생이나 고위 관료들과 연관된 곳이었기 때문에 아무나 함부로 할 수 없는 치외법권 지역이었다.


“모두 반촌으로 들어가 신분을 숨기고 살아남아라! 살아남아 후일을 기약하라!”


주상을 모시고 가며 겸사복장이 남긴 마지막 명이었다.

하성우는 있는 힘을 다하여 창덕궁 후원의 울창한 숲을 달렸다.

이미 어둠이 짙게 깔리기 시작하였다.


*******


“옜다!”


늙은 주모가 엽전 한 꾸러미를 만길에게 던졌다.

그러나 돈을 낚아챈 것은 동생 달래였다.


“주모님, 고맙습니다!”

“하여간 어린 게 지독하다니까······.”

“오라버니는 돈이 생기면 모두 술을 마셔서 안 돼요.”


어깨를 으쓱하며 바라보는 주모를 향해 달래가 멋쩍게 웃었다.


“야, 그러지 말고 딱 한 잔만 사줘라. 응?”


만길은 이마에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어린 동생에게 애원하였다.


“제발 한 잔만, 응? 응?”

“안 돼!

”매정하기는······.”


늙은 주모는 막걸리와 반찬이 담긴 소반을 내려놓으며 눈을 흘겼다.


“만길 총각, 이리 와서 한 잔 마셔. 이건 내가 특별히 그냥 주는 거야. 호호호!”

“아주머니!”


달래는 앙증맞은 두 주먹을 쥐고 늙은 주모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고년, 어린 게 목청하고는······.”

“왜 귀엽기만 한데 왜 그러나?”


옆에서 술을 마시던 왈패들이 달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키득거렸다.


“이야, 가만 보니 그년 그새 많이 여물었네.”

“젖가슴은 봉긋하고 엉덩이는 탱탱한 게 시집가도 되겠는 걸? 킬킬킬!”

“꺅! 왜, 왜 이러세요.”


술에 취한 왈패들이 가슴과 엉덩이를 ‘툭툭’ 치며 희롱을 하자 달래는 사색이 되어 비명을 질렀다.


“말이 나온 김에 오늘 머리를 올려줄까? 천한 백정 년한테 나 정도면 최고의 신랑감이지. 안 그래? 킥킥킥!”


욀패는 하얗게 질려 떨고 있는 달래의 허리를 감싸고는 능글거렸다.

술 냄새가 역겹게 풍겨오자 달래는 소리도 못 지르고 고개를 돌렸다.


“그, 그만··· 둬! 그, 그만······ 두라고!”


보다 못한 만길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더듬으며 달래를 안고 추근대는 왈패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이 반푼이 새끼가 뭐라는 거야?”


왈패는 만길을 뿌리치며 그대로 주먹을 뻗었다.


퍼억!


“어이쿠!:”

“나는 재미 좀 볼 테니까 너희들은 이놈 버릇 좀 고쳐!”

“네, 형님. 킥킥킥!”

“꺄아악!”


왈패는 달래를 번쩍 들어 어깨에 들춰 메고 뒷방으로 향하였다.


“아, 안 돼!”


화가 난 만길이 마당 가에 서 있던 절구를 들어 올리고는 달래를 메고 가는 왈패의 앞을 막았다.


퍼억!


“이 자식이 죽고 싶어 안달이 났나?”


다른 왈패 놈이 장작개비로 만길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아, 안 돼.”


만길은 쓰러지면서도 죽을힘을 다하여 달래를 메고 가는 왈패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졌다. 이마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야, 뭐해? 이 자식 빨리 떼어 내!”

“네, 네!”


왈패 한 놈은 만길의 다리를 잡아끌었고, 다른 놈은 만길의 머리와 가슴을 사정없이 짓밟았다. 주막에 있던 다른 손님들은 눈치만 볼 뿐 아무도 나서려고 하지 않았다.


“천벌을 받을 놈들 같으니, 저 어린 것을······.”

“뭐요?”


뭐라고 하던 늙은 주모는 눈을 부라리는 왈패를 피해 부엌으로 들어갔다.

만길은 의식을 잃고도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야, 이 자식 놈 떼어 내! 죽여서라도 떼어 내라고!”


화가 치민 왈패는 달래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꺅!”

“다, 달래야······.”

“오라버니, 오라버니 정신 차리세요!”


달래는 피투성이가 된 만길을 잡고 흔들어댔다.


웅성웅성!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수군거렸다.


“뭘 봐! 어디 구경났어?”

“별일 아니니까 가던 길 가! 가라고!”


왈패들은 눈을 치켜뜨고 모여 든 구경꾼들을 협박하며 내쫓았다.

달래는 정신을 잃고 쓰러진 만길을 끌어안고 오열하였다.


“으아앙! 오라버니 죽으면 안 돼! 정신 차려! 흑흑흑!”

“여봐라! 위에서 알면 뭐라 할 테니 이것들을 치워라!”

“네, 형님!”


왈패들은 반송장이 된 만길을 소달구지에 실어 피 노인의 푸줏간에 던져놓았다.


*******


퍼억!


화살 한 대가 어깨에 박혔다.

이미 여러 대가 등과 다리에 박힌 상태라 이번 화살은 치명적이었다.

정신이 가물가물하였다.


‘아! 이대로 끝나는가?’


하성우는 참나무 뒤에 주저앉았다. 통증은 무감각해졌지만, 온몸에 힘이 빠져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었다.


“찾아라! 멀리 가지 못했을 것이다!”

“찾아라! 모조리 찾아내 후환을 없애야 한다!”


추적하는 반군들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지금까지 애지중지 돌봐 준 부모님과 유난히도 잘 따르던 동생 이화, 그리고 정혼을 한 설란 낭자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무인 집안이라 걸음마를 떼기 전에 목검을 잡았고, 이미 십여 세에 이름난 무사들도 당할 수 없을 정도로 검술의 경지에 올랐다.

그 결과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왕을 호위하는 겸사복이 되어 조선제일검이라는 호칭을 들은 하성우, 그러나 이렇게 창덕궁 후원의 숲속에서 쓸쓸하게 최후를 맞고 있었다.


설란······.

이름 그대로 눈 속에 핀 난처럼 너무도 고왔던 여인,

하성우는 자신의 정혼녀를 떠올리며 눈을 감았다.


*******


“이미 숨이 끊어졌네.”


만신창이가 된 만길의 맥을 짚던 의원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라버니! 오라버니!”


달래는 숨을 거둔 오라버니를 붙잡고 눈물을 쏟았다.

피 노인은 굳은 얼굴로 일어나 마당 가에 세워놓은 지게를 가져다 봉당에 세웠다.

이웃에 사는 백정들이 거적때기에 싼 만길의 시신을 소쿠리에 얹었다.

개돼지보다도 못한 백정들에게 달리 장례식이란 없었다.

그저 까마귀밥이 안 되도록 돌무덤이라도 만들어 주면 다행이었다.


쏴아아아아.


소나기가 쏟아졌다.

주변은 삽시간에 어둑어둑해졌다.

피 노인은 죽은 손자를 배웅하는 백정들을 뒤로하고 만길을 지고 산자락으로 향하였다.

달래는 흐느끼며 뒤를 따랐다.

천하게 태어났지만,

비록 반푼이 소릴 들었지만, 그나마 살뜰히 챙겨주는 오라버니가 있어 든든하였는데, 이제 누굴 의지하고 산단 말인가.

달래는 탁주를 담은 술병을 가슴에 안았다.

술을 너무 좋아해서 허구한 날 구박을 한 것이 미안하여 오라버니가 가는 마지막 길에 뿌려 주려고 챙긴 것이었다.


쏴아아아아아아.


달래의 슬픔을 아는지 밤비가 거세게 쏟아졌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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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0화. 쫓겨가는 이괄 24.01.10 15 0 12쪽
10 9화. 다시 뒤집힌 세상 24.01.09 22 0 13쪽
9 8화. 정체불명의 노인 24.01.01 24 0 12쪽
8 7화. 아수라장 23.12.31 29 0 12쪽
7 6화. 수월루 23.12.30 31 0 12쪽
6 5화. 칼의 울림 23.12.29 39 1 12쪽
5 4화. 역모에 역모 23.12.25 57 0 12쪽
4 3화. 보쌈 23.12.24 85 0 12쪽
3 2화. 빙의 23.12.23 59 0 13쪽
» 1화. 역모 23.12.23 62 0 12쪽
1 프롤로그 23.12.23 62 0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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