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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뫼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조선제일검, 홍타이지를 베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술뫼도사
그림/삽화
월하독작
작품등록일 :
2023.12.23 02:09
최근연재일 :
2024.01.10 21:22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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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7
추천수 :
1
글자수 :
55,643

작성
23.12.2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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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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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3화. 보쌈

DUMMY

3화. 보쌈


“사직골 안 생원 댁에 가져다주고 오너라.”

“어버! 어버버!”


만길은 손질한 돼지고기를 담은 광주리를 지게에 얹으며 안 생원 댁이 어딘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같이 갈 거니까 걱정말고 지게나 져.”


버벅거리는 만길을 향해 달래가 톡 쏘아붙였다.


“이번에도 고깃값으로 또 술을 처마시고 오면 집에서 쫓겨날 줄 알아!”

“제가 함께 가니까 걱정 붙들어 매소.”

“어버? 어버버?”

‘뭐, 내가 고깃값으로 술을 마셨다고?’

“한두 번이 아니라니까!”

“어버버?”

‘내가?’


옥신각신하며 길을 가는 오누이를 보며 피 노인은 다시 담배를 피워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숨통이 끊어졌다 살아난 것도 이상하지만, 과거를 전혀 기억을 못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왈패들 몇 놈이 시장을 활개 치며 상인들을 겁박하고 있었다.


“이놈아! 돈을 빌렸으면 제때 갚아야지, 이제 와 배 째라는 거야, 뭐야!”

“아이고, 제발 며칠만 기다려주시게.”

“닥쳐! 당장 돈을 가져오든지, 딸년을 넘기든지 해!”


왈패 하나가 콩이 담긴 광주리를 엎으며 고함을 질렀다.


“야! 천벌을 받을 놈들아! 하늘이 무섭지 않느냐?”

“미친놈! 하늘 같은 소리 하네.”

“어이쿠!”


만길은 길을 가다 말고 왈패들의 행패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뭘 봐 이놈아!”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저 반푼이가 살아 있는 게 이상해.”

“그건 그래. 그날 내기 분명 명줄을 끊었다고.”


자신을 노려보는 왈패들의 눈길에 만길은 못 본 척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가던 길을 재촉하였다.

이상하게도 겁은커녕 속에서 분노가 치밀었지만, 상대하지 말라는 달래의 귓속말에 슬그머니 발길을 돌린 것이다.


“이봐! 군관 나리께서 처녀를 더 잡아 오라고 난린데, 오늘 밤 저 계집 어때?”

“아직 어리긴 하지만 쓸만하긴 하지. 그냥 오랑캐에게 팔아버리긴 아깝고, 한두 해 더 기다렸다가 이 몸이 먼저 맛을 보고 팔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지.”


“어려? 어리다고? 그래서 지난번엔 눈이 벌게져서 달려들었나?”

“그때야 술에 취해서 그런 거고, 그럼 오늘은 맨정신에······ 흐흐흐!”

“에라! 날도둑놈아!”


피 노인은 만길을 심부름 보내놓고 내일 잔치에 쓰일 고기를 손질하고 있었다.


탁탁탁!


“어험! 오늘은 무슨 고기가 좋은가?”


고기를 썰고 있는 피 노인 앞에 반정공신 김치근의 호위 군관인 최은기가 헛기침을 하며 서 있었다.

말이 군관이지 뒷배를 믿고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왈패들의 우두머리였다.


“나리, 오셨습니까요? 아랫것들을 시키시지 않고요.”

“고기는 직접 골라야 제맛이지 않은가? 오늘은 소간을 좀 주게.”

“네, 네. 그렇잖아도 새벽에 잡은 싱싱한 간이 있습니다요. 잠시만 기다리시면 금방 준비하겠습니다요.”


피 노인은 최은기의 주문에 고개를 돌려 함지박에 담아놓은 소간을 살폈다.

그 사이 최은기는 푸줏간 안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나저나 손녀딸은 어디 갔는가?”

“제 오라비가 길을 몰라 함께 고기 배달을 갔습니다요.”

“아주 반병신이 되었다더니, 사실인가 보군?”


사실 최가 놈이 푸줏간을 직접 찾는 이유는 흑심이 있어서였다.

하루가 다르게 피어나는 달래를 노리고 있던 것이다.


‘천하디천한 것을 소실로 삼을 수도 없고, 하룻밤 노리개로 취하고 팔아버리기엔 너무 아깝고··· 어찌한다?’

“여기 있습니다요.”

“여기 있네. 거스름돈은 되었으니 그냥 넣어두시게.”

“아이고, 이거 번번이 고맙습니다요.”


피 노인은 셈을 하고 돌아서는 최은기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


컹컹컹! 컹컹컹!


기와지붕 위로 초승달이 고개를 내밀었다.

멀리서 어둠을 뚫고 개 짖는 소리가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

반정공신인 김치근의 집 안에는 칼을 든 스무 명 남짓한 사병들이 번을 서고 있었다.

일렁이는 그림자 너머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게 도대체 몇 번째란 말입니까?”


방안에는 대여섯 명의 사내들이 모여 심각한 얼굴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비록 가짜 양반이긴 하나 이번에 죽은 김서곤은 우리에게 큰 자금줄이었소.”

“그야 그렇지요.”

“그보다 누가 김서곤을 죽였을까요?”

“호위하던 자들도 나름은 알아주는 무사들인데, 단칼에 가마와 함께 김서곤을 베다니, 예사 인물은 아닌 것 같소이다.”


모여있는 사내들은 심각한 상황에 긴 침묵이 이어졌다. 이윽고 구레나룻의 한 사내가 입을 열었다.


“허! 우리가 아는 무사들 말고 이 나라에 그만한 무사가 또 있었다니?”

“혹 그자가 아닐까요?”

“그자라니요?”

“왜 광해군 때 조선 제일검으로 불리던 자 말이오.”

“겸사복 하성우 말인가? 그자는 그날 밤 분명 화살을 맞고 강물에 떨어졌디고 하지 않았나?”

“그렇긴 해도 시신을 확인한 것이 아니니 혹 살아있을 수도······.”

“아니야, 아니야! 그자는 아니야! 설령 하성우가 살아있다면 어디 조용한 곳에 숨어 있겠지, 이렇게 대놓고 모습을 드러내겠는가?”

“그건 그렇습니다. 그자는 그렇게 가볍게 행동할 인물이 아닙니다.”


김치근의 말에 자리에 있던 사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혹시 임란 때 의병장으로 이름을 날렸다는 백두선사가 아닐까요?”

“예끼! 그자가 어찌 여태 살아있단 말입니까?”

“맞아요. 설령 살아있다 해도 일흔을 훨씬 넘긴 노인일 텐데, 그자가 어찌 그런 일을 한단 말입니까?”

“허! 그럼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하긴, 지난 폭군 때의 인사들이 한둘이 아니니······.”


김치근을 비롯한 사내들은 갑자기 나타나 반정공신들을 베고 사라지는 자의 정체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때 한 노인이 희미한 달빛 사이로 숲길을 걷고 있었다.


“누가 내 욕을 하나? 왜 이렇게 귀가 가려워.”


*******


“제길! 밤새 잔소리를 들었더니 술맛도 안 나네. 흔적도 안 남기는 신출귀몰한 놈을 어디 가서 잡아 오라는 거야?”


늦도록 김치근 대감한테 야단을 맞은 최은기는 아침부터 주막에 눌러앉아 술타령을 하고 있었다.


“에이, 계집이 없으니 술맛도 안 나네.”

“나리, 오늘 밤 그 계집을 업어다 드릴깝쇼?”

“그 계집이라니?”

“아따 나리도, 누군 누굽니까? 그 백정 년이지.”

“오래전부터 그 계집한테 눈독을 들이는 거 다 압니다.”

“아는 놈들이 전에 그 짓들을 했나?”


최은기는 얼마 전에 수하들이 달래를 겁탈하려던 일을 떠올리고 불쾌한 듯 언성을 높였다.


“그때야 술에 취했기도 하고, 또 나리가 찍어 놓은 걸 모르기도 했고······.”

“어험! 쓸데없는 소리 말고 그자에 대해 좀 더 알아봐!”


최은기는 수하들의 제안이 싫지 않은 듯 헛기침을 하고는 봉놋방으로 들어가 코를 골기 시작하였다.


드르렁! 드르렁!


“젠장, 반반한 계집은 죄다 욕심을 부리니, 우린 어디 계집 구경이나 하겠나?”

“쉿! 그런 소리 말아. 그래도 나리 덕분에 왈짜패 짓거리나 하던 우리가 대감 밑에서 호의호식하는 게 아닌가?”

“그래. 두말 말고 오늘 밤 그 계집을 업어다 나리께 주자고, 우린 그 덕에 술값이나 두둑히 얻어내 기생년들 엉덩이나 두드리면 되는 거지. 안 그런가?”

“그건 그래. 하하하!”

“그나저나 어떻게 보쌈을 한다?”

“자네도 참, 어디 여염집 아낙도 아니고, 그깟 백정 계집 하나 데려오는 게 뭐가 문젠가. 그냥 다짜고짜 끌고 오면 되는 거지.”

“하긴, 그럼 이렇게 하자고.”


왈패들은 역적모의라도 하듯 킬킬거리며 달래를 보쌈할 계획을 세웠다.


맴맴맴! 맴맴맴!


한여름이라 술시가 되었어도 날이 어두워질 기미가 안 보이자 최은기의 수하들은 술 생각이 간절하여 앞뒤 가릴 것 없이 피 노인의 초가로 달려갔다.


“자, 너 주려고 목살을 빼놓았으니 실컷 먹거라.”

“어버! 어버버!”

“기억도 못 하면서 술은 여전히 좋아하네.”


달래는 술을 들이키는 만길을 보며 입을 삐죽거렸다.


“백정이 천대를 받아서 그렇지 다 나쁜 것도 아니야. 호패가 없으니 군역이나 요역은 물론이고 세금도 내지 않지. 그래서 백정 중에는 알부자들이 많아.”

“그럼 뭐해요? 기와집은 꿈도 못 꾸고 초가에만 살아야 하고, 그것도 방은 세 칸 이상이면 안 되잖아요.”

“그래도 이것아! 이렇게 삼시세끼 고기를 먹는 건 어지간한 양반도 힘든 일이야.”

“쳇, 매끼 풀때기를 먹고 살아도 한 번만이라도 비단옷에 꽃신을 신고 가마를 타봤으면 원이 없겠소.”

“허, 그년 꿈도 야무지다.”

“꿈도 못 꿔요?”


피 노인 가족이 푸줏간 일을 마치고 단란하게 저녁을 먹던 중이었다.


와장창!


“아니 이게 무슨 소리냐?”

“또 못된 놈들이 장독대에 돌을 던졌나 봐요.”


밖에서 항아리 깨지는 소리가 나자 화가 난 달래가 문을 벌컥 열며 밖으로 나왔다.


“오, 마침 집에 있었구나.”

“아니 나리들께서 이 누추한 곳엔 웬일입니까요?”

“웬일은? 볼일이 있으니까 왔지, 천한 놈이 어디서 말대꾸야!”


“어이쿠!”


왈패 하나가 방문을 열고 나오는 피 노인을 불문곡직 걷어차자 노인은 힘없이 나뒹굴었다.

그러자 놀란 달래가 악다구니를 쓰며 왈패에게 대들었다.


“이게 뭐 하는 짓이에요?”

“무슨 짓은, 이런 짓이지.”


달려드는 달래에게 왈패 하나가 느닷없이 검은 보자기를 뒤집어씌웠다.


“꺅!”


한 놈아 달래를 어깨에 들춰 맸다.


“고년 생각보다 묵직하네.”

“형님 기다리신다. 빨리 가자.”

“안 된다. 이놈들아!”


쓰러졌던 피 노인이 달래를 메고 가려는 왈패를 잡고 늘어졌다.


“뭐, 이놈? 이 천한 놈이 어디서 이놈이래?”


왈패는 잡고 늘어지는 피 노인을 뿌리치고는 발길질을 하였다.


“어버! 어버버버!”


화가 난 만길이 왈패를 밀쳤다.


“푸! 이 반푼이가 죽고 싶어 환장을 했구나! 전에는 어떻게 살아났는지 모르겠다만, 이번에는 확실히 목숨을 끊어주마!”


챙! 채앵!


왈패 둘이 앞뒤로 만길을 막아서며 칼을 뽑았다.


”아, 안 돼!“


쓰러졌던 피 노인이 두 팔을 벌리고 칼을 뽑아 든 왈패의 앞을 막아섰다.


“이 개만도 못한 백정 놈이 어딜 막아!”


쉬이익!


왈패는 자신의 앞을 막는 피 노인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컥! 으으윽!”


비명을 지르며 칼을 휘두르던 왈패가 앞으로 거꾸러졌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리둥절하기는 쓰러지는 왈패나 이를 바라보는 왈패나 마찬가지였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피 노인은 영문을 몰라 쓰러진 왈패와 아무렇지도 않게 서 있는 만길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 이놈이!”


잠시 엉거주춤 서 있던 왈패가 만길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쉬이익!

타앗!


“커억!”


칼을 휘두르던 또 다른 왈패가 칼을 피하며 날아오른 만길의 무릎 공격에 턱을 맞고 피를 토하며 뒤로 널브러졌다.


“이, 이게 대체?”


노인은 분명히 보았다.

무예라고는 전혀 배운 적도 없고, 게다가 마음이 여려서 닭 한 마리 못 잡던 손자가 칼을 휘두르는 왈패를 간단히 쓰러트리는 모습을······.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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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0화. 쫓겨가는 이괄 24.01.10 15 0 12쪽
10 9화. 다시 뒤집힌 세상 24.01.09 22 0 13쪽
9 8화. 정체불명의 노인 24.01.01 24 0 12쪽
8 7화. 아수라장 23.12.31 30 0 12쪽
7 6화. 수월루 23.12.30 31 0 12쪽
6 5화. 칼의 울림 23.12.29 39 1 12쪽
5 4화. 역모에 역모 23.12.25 57 0 12쪽
» 3화. 보쌈 23.12.24 86 0 12쪽
3 2화. 빙의 23.12.23 59 0 13쪽
2 1화. 역모 23.12.23 62 0 12쪽
1 프롤로그 23.12.23 63 0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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