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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뫼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조선제일검, 홍타이지를 베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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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뫼도사
그림/삽화
월하독작
작품등록일 :
2023.12.23 02:09
최근연재일 :
2024.01.10 21:22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486
추천수 :
1
글자수 :
55,643

작성
23.12.31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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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7화. 아수라장

DUMMY

7화. 아수라장


반군들이 도성을 장악하자 줄을 대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반정세력으로부터 핍박을 받거나 도망을 쳤던 전직 관리들은 한자리라도 얻으려고 앞을 다투어 이괄에게 달려갔고, 힘깨나 쓰는 사내들은 말단 군사라도 하기 위해 줄을 섰다.

이괄은 새로운 왕을 세우고 도성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이미 흐트러진 질서는 걷잡을 수가 없었다.

광해군 때의 관리들 집을 반정공신들이 차지하였고, 다시 그들이 도망가자 이번에는 반군들이 차지하였다. 도성 이곳저곳에서 약탈과 살인, 방화가 이어졌다.

한마디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이, 이 몸은 누구죠?”


만길은 피 노인의 손에 이끌러 어느 무당 앞에 앉아 있었다.

목멱산에 있는 국사당의 신녀였다.

피 노인은 비록 천한 백정이었지만, 성균관에 고기를 대주는 인연으로 유생들을 통해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알았고, 그들의 소개로 국사당 신녀와 인연을 맺었던 것이다.


“흠? 남의 몸에 혼이 들린 건 많이 봐왔지만, 지금처럼 정신이 들락거리는 경우는 처음일세. 이런 경우는 아마······.”


신녀가 말꼬리를 흐리자 만길은 물론이고 피 노인마저 신경을 곤두세우고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러니까 원래는 겸사복이었던 하성우란 인물이라고요?”

“그렇소. 그런데 모시던 주상의 얼굴도, 또 내 가족이 누구였는지 가물가물하오.”

“백정으로서의 기억은요?”

“처음 여기 올 때부터의 모든 일을 기억하고 있소. 입이 안 떨어지고 몸이 말을 안 들어서 그냥 멍청히 있었을 뿐.”

“그러니까 만길이란 백정의 원래 기억은 전혀 없다는 거지요?”


신녀의 물음에 만길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피 노인의 얼굴에 실망감이 스쳤다.


“빙의가 확실하긴 한데, 이런 경우는··· 제 생각이지만, 나리의 기억이 들락날락하는 것은 원래의 몸이 아직 살아있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뭐, 뭐라고요?”


소리를 지른 것은 옆에 있던 피 노인이었다.


“이보게. 이 아이가 내게 온 게 벌써 일 년이 넘었네. 그런데 원래 몸이 살아있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럴 수도 있다는 겁니다. 몸은 살아있되 정신이 없는 것을 가사 상태라고 하지요. 아마도 누군가 원래의 몸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피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지금까지 살아있다는 것도 이상하지만, 가사 상태의 몸을 누가 보살피고 있단 말인가?


“그럼 원래의 몸이 숨이 완전히 끊어지지 않으면 내 기억이 온전히 돌아오지 않는다는 날인가요?”

“그 말을 뒤집으면··· 기억이 모두 돌아온다는 건 원래의 몸이 죽었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

“이 무슨······.”


너무나도 가혹한 현실에 만길과 피 노인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


“이 사람의 추측일 뿐이니 너무 낙담하지는 마세요. 모든 것은 시간이 흐르면 알게 되겠지요.”

“아, 그리고 참··· 내 손녀의 사주일세. 아직 살아있는가?”


피 노인은 그제야 생각이 났다는 듯 품속에서 종이 하나를 꺼내 신녀에게 내밀었다.


*****


희미하게 날이 밝아왔다.

새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오더니 주막 사립문으로 아침햇살이 스며들었다.

늦게까지 손님들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지쳐서인지, 주모는 늦게까지 곯아떨어져 있었다.


드르렁! 드르렁!

푸아! 푸아!


방안에는 웬 노인이 주모의 배에 다리를 걸쳐 놓은 채 큰대자로 누워 코를 골고 있었다.


“으응......”


주모는 배가 눌리는 압박감에 반쯤 눈을 떴다.

잠시 후, 주막이 떠나가라 비명이 울려 퍼졌다.


꺄아아아아악!


“뭐, 뭐야?”


남의 방에 들어와 정신없이 자고 있던 백발의 노인은 갑작스러운 소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돌아누우며 중얼거렸다.


“거참, 새벽부터 왜 비명을 지르고 난리람?”

“애고머니! 뭐, 뭐야?”


산전수전 다 겪은 늙은 주모도 낯선 사내가 옆에 누워있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엥? 처자는 누구신데 이곳에 있는 거요?”


노인은 누운 채 눈을 껌뻑거리며 주모에게 물었다.

누가 주인이고, 누가 불청객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난 이 주막의 주모예요. 그러는 영감님이야말로 누구세요?”

“엥? 봉놋방이 아니네?”


그제야 노인은 상체를 일으키며 방안을 둘러보았다.


“관아에 알리기 전에 빨리 나가세요!”

“거참, 미안하오. 내가 눈이 어두워서 방을 착각했소.”

“흥! 늙으나 젊으나 사내들이란, 빨리 이 방에서 나가요!”


주모가 팔을 잡아끌며 악다구니를 쓰자 노인은 멋쩍은 듯 문밖으로 나갔다.

그때 또 다른 비명이 들려왔다.


“으아악!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문이 활짝 열린 광 앞에는 넋이 반쯤 나간 표정으로 추노꾼 둘이 서서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추노꾼 하나가 광 안을 둘러보며 중얼거리자 뒤에 서 있는 다른 추노꾼이 역정을 냈다.


“번을 서려면 제대로 서야지,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글쎄··· 새벽까지 아무 일도 없었는데, 이상하네?”

“에잇! 이런 멍청한 놈들을 믿은 내가 바보지.”

“뭐야? 이놈이 어디다 대고 막말이야? 막말이!”


결국 추노꾼들끼리 옥신각신 싸움이 났다.


“이런 한심한 놈들! 당장 그만두지 못해!”


밖이 소란스럽자 두령인 듯한 사내가 문을 열고 나오며 고함을 질렀다.


“아직 멀리 가지 못했을 테니 빨리 쫓아!”

“네. 형님!”

“뭣들 하는 거야? 형님이 경을 치기 전에 너희들도 빨리 가봐!”

“어, 어디로 가야 할까요?”

“몰라서 물어? 마을을 빠져나가는 곳으로 가면 될 거 아냐?”

“너희 둘은 무악재 방향으로, 너희 둘은 사직고개 쪽으로 가봐!”

“너희들은 나를 따라 서대문으로 간다.”

“네. 형님!”


추노꾼들이 아침도 먹지 않고 우왕좌왕하다 이내 주막을 떠나자 주모가 부엌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저놈들이 밤에 먹은 탁배기 값을 안 받았네.”

“주모!”

“아이고, 깜짝이야!”


추노꾼들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던 주모는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자신의 방에 허락도 없이 들어와 도둑잠을 잔 노인이었다.


“주모! 여기 국밥 좀 말아주시오. 다섯 그릇이오!”

“네? 다섯 그릇이라니요?”


노인의 말에 주모는 어리둥절하였다.


“저 사람들 것도 내오게. 나머지는 지난 밤 숙박비네.”

“저 사람들이라니요?”


주모가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눈만 껌뻑거리자 노인은 주막 뒤쪽 장독대를 가리켰다.

장독 뒤에는 추노꾼들이 지난밤에 잡아다 광에 가두었던 도망 노비들이 몸을 웅크린 채 두려움에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애고머니! 이게 대체?”

“뒷일은 내 알아서 할 테니 어서 국밥이나 내오시게.”

“세, 세상에나! 맙소사! 그럼 도망도 안 간 사람들을 찾겠다고 식전 댓바람부터 그 난리를 친 거야?”


놀란 주모는 어쩔 줄을 몰라 호들갑을 떨었다.

그 시각, 마을 어귀에는 도망친 노비들을 찾느라 추노꾼들이 정신없이 달리고 있었다.

다른 쪽에서는 추노꾼 두 명이 논두렁에서 꼴을 베는 농부들에게 뭔가를 묻더니, 산기슭을 향해 달려갔다.


“어험, 내가 망을 볼 테니 걱정하지 말고 천천히들 드시게.”


주막 입구에 앉은 노인이 국밥을 먹으며 방 안에서 식사를 하는 도망친 노비들을 안심시켰다.

늙은 주모는 추노꾼들이 언제 들이닥칠지 몰라 연신 사립문 너머를 돌아보았다.


“정말 뒤탈이 생기면 영감님이 책임져야 해요.”

“걱정 말라니까! 지들이 잘못 보고 놀라 뛰쳐나간 건데, 주모가 왜 걱정인가?”

“그야, 그렇기는 하지만······.”


덜그럭! 덜그럭!


“애고머니! 애 떨어지겠네!”


불안하게 밖을 살피던 주모는 술도가의 어린 심부름꾼이 손수레를 끌고 주막 안으로 들어오자 화들짝 놀랐다.


“그 나이에 애라니?”

“말이 그렇다는 거지요!”


노인이 멀뜽멀뚱 쳐다보자 늙은 주모는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자, 식사들 다 했으면 어서 나오시오. 곧 추노꾼들이 돌아올게요.”


두어 명의 추노꾼들은 산자락을 달려가고 있었고, 서너 명의 추노꾼들은 마을 어귀를 되돌아오고 있었다.


“이런, 한심한! 그 몸으로 마을을 빠져나갔을 거란 생각을 하다니?”

“지금 당장 모두 마을로 돌아오라고 해!”

“네, 형님!”


탁탁탁! 탁탁탁!


다급하게 도망친 노비를 쫓아 달려 나갔던 추노꾼들이 다시 주막으로 몰려왔다.


“주모! 주모 어디 있소?”

“거, 귀청 떨어지겠네. 무슨 일인데 그러시오? 도망 노비들은 잡은 게요?”


늙은 주모는 평상을 닦으며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능청을 떨었다.


“혹시 도망 노비들 못 봤소?”

“나리도 참, 새벽에 도망간 노비를 내가 어떻게 보우?”

“거참,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그 몸을 하고 하늘로 솟은 거야? 땅으로 꺼진 거야?”


도망치느라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마을 밖으로 도망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형님! 이것 좀 보십시오.”


추노꾼 한 명이 예리하게 잘린 쇠사슬의 단면을 손끝으로 쓰다듬고 있었다.


“이건 끊어진 게 아니라 마치 칼에 베인 것 같지 않습니까?”


추노꾼은 노비들을 묶고 있던 쇠사슬을 양손에 들고 우두머리에게 내밀었다.

잠시 쇠사슬을 바라보던 추노꾼은 쇠사슬 하나를 평상 위에 가지런히 늘어놓았다.


챙!


갑자기 칼을 뽑은 추노꾼은 그대로 쇠사슬을 내리쳤다.


깡!


불꽃이 일며 칼이 튀었다. 쇠사슬은 끊어지지 않았다.


깡! 깡! 깡!


몇 번을 내리쳐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저, 저! 평상 다 망가지겠네.”


영문을 모르고 바라보던 주모는 칼날에 평상이 파여 나가자 자신도 모르게 푸념이 흘러나왔다.


“이런 미친! 칼로 쇠사슬을 베다니, 그게 말이 돼?”

“하지만 이건 아무리 봐도 칼에 베인 게 맞잖습니까?”


우두머리의 핀잔에 쇠사슬을 베려던 추노꾼은 억울한 듯 항변하였다.


“이봐! 쓸데없는 짓들 말고 어서 도망 노비나 찾아!”

“형님, 이것 보십시오!”


한 사내가 마당에 길게 늘어진 수레바퀴 자국을 보며 소리쳤다.


“이건 수레바퀴 자국이 아닌가?”

“나리들께서 나가고 나서 술도가에서 배달을 왔었소. 뭐가 이상하오?”


지켜보던 늙은 주모는 태연하게 말을 하였다.


“흠?”

“왜요? 뭐가 이상한가요?”


두령이 수레바퀴 자국과 마당을 유심히 살피자 수하들도 바닥을 훑어보았다.


“술을 배달했다면, 들어올 때와 나갈 때의 자국이 같을 수가 없다. 그런데 나갈 때의 바퀴 자국이 더 깊지 않은가?”

“형님, 여기 아이 발자국도 있습니다.”

“수레다! 어서 수레를 쫓아!”

“맙소사! 이를 어째?”


추노꾼들의 행동을 지켜보던 주모는 소스라치게 놀라 들고 있던 소반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다녀와서 봅시다!”

“아이고, 내가 돈 욕심을 부리다 죽게 생겼구나!”


추노꾼 우두머리가 달려 나가며 눈을 부라리자 주모는 다리가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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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0화. 쫓겨가는 이괄 24.01.10 15 0 12쪽
10 9화. 다시 뒤집힌 세상 24.01.09 22 0 13쪽
9 8화. 정체불명의 노인 24.01.01 24 0 12쪽
» 7화. 아수라장 23.12.31 30 0 12쪽
7 6화. 수월루 23.12.30 31 0 12쪽
6 5화. 칼의 울림 23.12.29 39 1 12쪽
5 4화. 역모에 역모 23.12.25 57 0 12쪽
4 3화. 보쌈 23.12.24 85 0 12쪽
3 2화. 빙의 23.12.23 59 0 13쪽
2 1화. 역모 23.12.23 6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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