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프롤로그
여긴 어디지?
온몸에 화살을 맞고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는데, 깨어보니 낯선 곳이다.
산발한 머리를 가죽띠로 묶은 노인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옆에는 때가 꼬질꼬질하게 낀 흰 저고리와 검정 치마를 입은 십여 세의 꼬마 계집애가 그렁그렁한 눈으로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처럼 쳐다본다.
퀴퀴한 냄새와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
방에는 낡아 빠진 멍석이 깔려있고, 흙벽에 파놓은 작은 구멍 안에는 관솔이 솔향을 풍기며 타고 있다.
“오라버니? 오라버니 정신이 드세요?”
“만길아, 괜찮은 것이냐?”
오라버니?
만길이?
지금 나를 보고 하는 소린가?
도대체 이 낯선 자들은 누구지?
온몸이 욱신거린다.
팔다리가 쑤시고 머리가 지끈거리는 걸 보면 맞아도 엄청나게 얻어맞은 것 같다.
여긴 어디지?
저승사자가 안 보이는 걸 보니 지옥은 아닌 거 같다.
“어버? 어버버?”
여기가 어디이고 당신들은 누구냐고 물으려 해도 혀가 말을 듣지 않는다.
나는 분명 양반이었고, 무사로서 왕을 지켰던 겸사복이었다.
이름은 하성우,
그게 전부다.
그 이상은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눈앞에 있는 자들의 행색을 보니 영락없는 백정이다.
문밖에는 짐승들의 가죽을 널어놓았고, 평상 위 함지박에는 핏기가 가득한 고깃덩어리들이 담겨있다.
젠장, 빙의를 해도 하필 백정의 몸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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