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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뫼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조선제일검, 홍타이지를 베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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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뫼도사
그림/삽화
월하독작
작품등록일 :
2023.12.23 02:09
최근연재일 :
2024.01.10 21:22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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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55,643

작성
24.01.0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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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9화. 다시 뒤집힌 세상

DUMMY

9화. 다시 뒤집힌 세상


“그럼 주상전하는 어찌 되셨습니까? 세자 저하는요?”


자신이 선왕을 지키던 겸사복이었던 것을 기억한 하성우는 모시던 주상의 안위가 궁금하였다.


“선대왕께서는 세자 저하와 함께 강화도로 각각 위리안치되셨네. 하지만 유배된 지 두 달만에 세자 저하는 땅굴을 파고 탈출하려다 발각되셨지.”

“네, 그래서요?”

“안타깝게도 그 일로 세자빈께서 자진을 하셨고, 저하께서는 결국 사약을 받으셨네.”

“아······.”


피 노인의 말을 듣던 하성우는 너무도 참담하여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그 충격으로 중전마마마저 시름시름 앓으시다 작년 시월에 세상을 뜨셨지.”

“그, 그럼 주상전하는요? 주상전하는 무사하십니까?”


하성우는 속이 타들어 갔다. 누구보다도 어린 자신을 살뜰히 챙기시던 주상전하신데, 안위가 너무도 걱정이 되었다.


“주상전하는 무사하시네. 원한에 찬 대비께서 선왕을 죽이려고 온갖 흉계를 꾸몄지만, 다행히도 몇몇 신하들의 만류로 무사하시네.”

“휴.”


하성우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지만 목숨이 붙어있다고 어찌 살아있는 것이겠는가.

살아도 산 것이 아닌 그 심정을 어찌 알겠는가.


주르륵!


하성우의 두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하씨 집안의 소식도 사람을 풀어 알아보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리게.”

“네, 할아범. 흑흑흑!”


알 수 없이 눈물이 쏟아졌지만, 하씨 집안의 자식인 것만 생각날 뿐, 부친이 누구인지 몰라 도성 안의 하씨 성을 가진 양반을 모두 수소문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정인이었던 설란은 이름과 그녀와의 기억만 조금 떠오를 뿐, 아는 것이라고는 없었다. 아버님의 함자가 생각이 나야 가족들을 찾을 것이고, 설란이 누구의 자식인지 알아야 역시 찾을 것이 아닌가.

더구나 선왕 때의 관리들은 대부분 죽임을 당하거나 유배가 되었기에 더더욱 찾을 길이 요원하였다.

첩첩산중이었다.


“너무 서두르지 말게. 하늘이 자네를 살린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걸세. 하니 마음을 편하게 먹고 기다리시게.”

“어르신, 아니 할아범! 어찌 말씀을 그리하십니까? 저는 누가 뭐래도 할아범의 손자입니다. 그러니 지금까지 하시던 대로 대해 주십시오.”

“허, 그것 참! 알겠네. 알았다, 알았어!”

“네, 그러셔야지요.”


하성우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멋쩍게 웃었다.


*****


“대감, 경하드리옵니다! 마침내 대감께서 꿈에 그리던 일등공신에 책록되셨습니다.”

“이게 다 자네의 조언 때문일세. 고맙네!”


능양군을 도와 삼등공신이 되었던 김치근은 자신의 책사인 정도원의 말을 좇아 다시 이괄을 따랐고, 마침내 새 조정의 일등공신에 책봉된 것이었다.


“그러니까 선조 대왕의 열 번째 아드님께서 보위에 오르셨다고요?”

“그러하네. 흥안군께서 새 임금이 되셨다네. 하하하!”

“대감, 다시 한번 경하드립니다. 이제 조만간 정승도 따놓는 당상입니다.”

“사람하곤, 너무 띄우지 마시게. 하하하!”


김치근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목에 힘을 주었다.

역시 인생은 줄이었다.

능양군이 반정을 주도할 때는 미적거리다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였지만, 이번에는 누구보다도 앞장서 도성문을 열고 반군을 맞아들인 공으로 꿈에 그리던 일등공신이 되었으니, 더 이상 부러울 게 없어 보였다.


“오늘은 즐거운 날이니 수하들에게 술과 고기를 넉넉히 내려 즐기도록 하게. 자네도 조만간 관복을 입게 될 걸세.”

“고맙사옵니다, 대감!”


안에서 들려오는 김치근과 정도원의 대화에 최은기는 은근히 부아가 났다.

수하들을 동원하여 도성 안의 치안은 물론이고 김치근의 호위를 도맡아 했건만, 아직까지 따로 별다른 치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대감이 훈련대장이 되면 나리께 수문장이라도 내려 주시겠지요.”

“에라이! 겨우 수문장이나 하자고 목숨을 걸었단 말인가?”


옆에서 수하들이 제멋대로 떠들어대도 최은기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

어쨌거나 저잣거리에서 왈패 노릇이나 하던 자신이 김치근을 만나 정식 군관이 된 것도 감지덕지할 일이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꼼짝도 못 하고 번이나 서려니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속 편하게 술이나 마시며 계집질이나 하던 때가 오히려 그리울 정도였다.

그만큼 며칠 동안은 정신없이 바쁜 나날이었다.

그리고 한 편으로 꿈만 같은 현실이었다.

지금 입고 있는 군복만큼이나 어색한 일상이었다.


“답답하구나. 잠시 나가 한 잔 해야겠다.”

“네, 나리! 아무래도 이곳보다는 저잣거리가 편하지요.”


김치근 대감 댁은 왁자지껄 잔치판이었지만, 최은기는 슬그머니 수하들을 데리고 자주 가던 주막으로 향하였다.

자시가 가까워지는 늦은 시간이었지만, 주막은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주모! 주모 있는가?”

“아이고, 나리들 어서 오세요!”

“원래 있던 늙은 주모는 어디 갔는가?”

“아, 여주댁이요? 그만두었습니다!”


며칠 오지 못한 사이에 주인이 바뀌었다니, 이상한 일이었다.


“요즘 같은 대목에 그만두다니, 이상한 일이로군?”

“며칠 전 갑자기 저한테 떠넘기듯이 맡기고는 어디론가 가버렸는데요.”

“알았네. 술과 안주를 넉넉하게 내주게. 방도 하나 내주고.”

“네, 네! 여부가 있겠습니까요.”


늙은 주모를 도와 허드렛일을 하던 젊은 주모는 최은기 패거리를 알아보고는 쾌재를 부르며 부엌으로 들어갔다.

비록 망나니짓이나 하는 왈패들이었지만, 주막으로서는 그만한 손님도 없었다.


“얘, 뭐하니? 어서 방으로 안내하지 않고?”

“나리! 이쪽으로 드시지요.”

“어험!”


중노미는 최은기 일행을 봉놋방으로 안내하였다.

평상에 손님들이 가득 차기도 하였지만, 갑자기 들이닥친 관군들을 보고 다른 손님들이 불편한 기색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주모가 음식을 준비하는 사이 주막에서 허드렛일을 돕거나 투전판에 술 심부름을 하는 샛서방이 슬그머니 사립문을 열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컹컹컹! 컹컹컹!


세상이 소란스러운 것을 아는지 동네 개들도 늦은 시간까지 시끄럽게 짖어댔다.


“나리, 저들이 주막에 모습을 드러냈답니다.”

“알았네.”


자정이 넘었지만, 피 노인은 이제나저제나 소식을 기다리며 곰방대를 물고 있었다.


“만길아! 만길아! 잠시 나 좀 보자.”


뒷마당에서 검술로 몸을 풀고 있던 하성우는 피 노인의 부름에 검을 거뒀다.

머리는 검법을 기억하고 있었지만, 남의 몸이라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목숨을 걸고 칼을 겨누는 상황에서는 작은 실수 하나로도 목숨을 잃는다.

하물며 자신을 쫓는 반정 세력들과 최은기의 수하들을 만난다면 언제든지 목숨을 걸고 칼부림을 해야만 한다.

검에 관해 타고난 소질로 어린 나이에 검신이니 검귀니 하는 소리를 들으며 왕을 최측근에서 지키는 겸사복에 발탁된 하성우였지만, 몸이 고기나 지고 나르던 백정이니 모든 게 어설프기만 하였다.

얼마 전에 최은기의 수하들을 해한 것도 사실 몸이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아 저지른 실수였다. 실제 하성우였다면 아무리 화가 나도 함부로 사람을 죽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슨 일입니까?”


만길은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피 노인에게 물었다.


“그동안 우리가 살아있다는 걸 드러내지 않으려고 조용히 달래의 행방을 쫓았다만, 아무래도 아니 되겠다. 장만이 이끄는 관군이 도성 가까이에 들어왔다는 말이 돌고 있다. 도성 안이 더 혼란스럽기 전에 저들을 족쳐 달래를 찾아야 한다.”


어디서 구했는지 피 노인은 왜인들이 쓰던 조총을 점검하고 있었다.

정말 과거에 무슨 일을 했었는지 궁금했지만, 만길은 입을 닫았다.

노인이 건네주는 검은 복면을 목에 두르고는 말없이 뒤를 따랐다.


반정에 가담하였다가 다시 또 이괄의 반군에 관여하는 주인 김치근 때문에 최은기와 수하들 역시 정신이 없는 나날이었다.

그냥 저잣거리에서 양민들에게 행패나 부리며 술이나 마시는 게 속이 편했었다는 것을 군복을 입고서야 알았다.

반정 세력들의 횡포에 지쳐있던 도성 사람들에게 민심을 얻기 위해 이괄은 수하들에게 백성들을 함부로 수탈하지 말라고 엄명을 내렸다.

물론 제대로 지켜지지는 않았지만, 명색이 군졸의 옷을 입고 왈패들 때처럼 함부로 망나니짓을 할 수 없었기에 최은기와 수하들은 몸이 근질거리던 차였다.

다행히 도성을 점령하고 새로운 왕을 뽑는 등 어느 정도 거사가 정리되어가자 편안하게 잔치를 벌였고, 그 틈을 타 최은기는 수하들을 거느리고 주막을 찾았던 것이다.


“속은 편해 좋다만, 역시 계집이 없으니 술맛이 안 나는군.”

“그러게요. 이럴 줄 알았으면, 계집들을 괜히 팔았습니다,”

“누가 반군 편에 붙을 줄 알았나, 젠장!”


최은기와 수하 왈패들은 투덜거리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사립문 아래로 민들레가 싹을 피울 정도로 낮에는 제법 봄기운이 완연하였지만, 밤이 깊어지자 바람이 거세지더니 다시 추워지기 시작하였다.

평상에 앉아 목청을 높이던 장돌뱅이들도 하나둘 방으로 들어가고, 구석진 방에서 투전꾼들만이 눈에 불을 켜고 패를 쪼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슬그머니 주막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검은 복면을 한 피 노인과 만길이었다.

두 사람은 주막의 그늘 속을 따라 조심스럽게 이방 저방을 기웃거리며 최은기 일행을 찾고 있었다.


“뭐해! 패 안 까고!”

“난 죽어!”

“에이, 젠장! 세 끝이 뭐야? 세 끝이!”


안에서 들려오는 투전꾼들의 목소리에 검은 복면인들은 고개를 저었다.


“반정으로 뒤숭숭하니 우리 장돌뱅이들마저 죽을 맛이군.”

“그러니까 한양에서 기웃거리지 말고 저 아랫녘으로 가자고, 전라도나 경상도는 좀 낫지 않겠는가?”

“그랬다가 왜구라도 만나면 어쩌려고 그러는가?”

“이런 젠장! 팔도 어디고 속 편히 장사할만한 곳이 없네!”


장돌뱅이들의 푸념 소리에 다시 피 노인과 만길은 옆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형님, 아까 지나가던 장사치들이 수군거리는 소릴 들으니, 이미 관군들이 가까이 왔다고 하던데, 대감께 알려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알리면? 이 시간에 가서 관군들이 온 것 같으니까 피하시라고 할까? 어차피 날이 밝으면 알게 될 테니까 너희들은 신경 쓰지 말고 술이나 마셔!”

“그건 나리 말이 옳습니다. 괜히 가서 잘못 아뢰었다가 혼이나 안 나면 다행이지요.”

“그나저나 우리가 이번엔 줄을 제대로 선 게 맞습니까? 도대체가 불안해서······.”

“형님, 그러지 말고 우리도 크게 한탕 해서 왜국이든, 여진으로 튀는 게 어떨까요?”

“흠, 그럴까? 하하하!”


시답잖은 소리나 떠들어대던 최은기와 수하들은 수시로 뒤집히는 세상일에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그때였다.

술잔을 입에 대던 최은기가 갑자기 한 손을 들어 주변을 제지하였다.

그리고는 슬며시 잔을 내려놓고 검을 잡았다. 그 순간,


덜컹!


누군가 갑자기 문을 열며 총구를 들이밀었다.


“움직이지 마라!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머리통에 구멍을 내주겠다!”


매캐한 화약 냄새가 방안에 흘러들었다.

총을 겨눈 검은 복면인 뒤로 또 한 명의 복면인이 칼을 빼들고 언제든지 달려들 기세로 방 안을 노려보고 있었다.


“웬 놈들이냐? 웬 놈들이기에 감히 관군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것이냐?”

“흥! 관군? 언제부터 저잣거리의 왈패 놈들이 관군이란 말이냐? 꼴같잖은 소리 말고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하거라!”


조총을 겨눈 복면인의 기세에 최은기와 수하들은 주눅이 들어 입을 닫았다.


꿀꺽!


누군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조총은 쏘고 나면 재장전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최은기는 총이 발사되면 언제든지 칼을 휘두를 생각으로 적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총구는 정확하게 자신이 머리를 향하고 있었다.


“살고 싶으면 허튼 생각 말고 칼을 내려놓아라!”


다시 복면인의 협박이 이어졌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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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0화. 쫓겨가는 이괄 24.01.10 16 0 12쪽
» 9화. 다시 뒤집힌 세상 24.01.09 23 0 13쪽
9 8화. 정체불명의 노인 24.01.01 24 0 12쪽
8 7화. 아수라장 23.12.31 30 0 12쪽
7 6화. 수월루 23.12.30 31 0 12쪽
6 5화. 칼의 울림 23.12.29 40 1 12쪽
5 4화. 역모에 역모 23.12.25 57 0 12쪽
4 3화. 보쌈 23.12.24 86 0 12쪽
3 2화. 빙의 23.12.23 59 0 13쪽
2 1화. 역모 23.12.23 62 0 12쪽
1 프롤로그 23.12.23 64 0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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