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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王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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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王道)
작품등록일 :
2018.04.11 02:29
최근연재일 :
2018.04.12 22:53
연재수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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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0
글자수 :
25,713

작성
18.04.12 06:0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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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재판#3

DUMMY

왕이란 자리가 많은 유혹과 고난의 연속들이다. 마치 높은 태산의 정상에 오르면 숨쉬기 힘들정도의 바람이 불어오듯이 왕이 앉은 그 높은 자리는 끊임 없이 왕을 흔드는 바람이 불어대는 곳이다. 결단코 한시도 편안할 수 없는 자리이며 마음을 놓아서는 아니되는 자리이다. 초심을 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나는 잘 안다. 하지만 왕이라면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의지든 타의든 보위에 오른 자는 결단코 초심을 잃어서는 안되며 항상 그 자리에서 백성들이 필요로 하는 순간에 내려 갈 수 있도록 눈을 떼서도 안된다. 높은 곳에 올라 있는 것은 아래를 모두 관찰할 수 있기도 하지만 아래의 모두가 감시할 수 있기도 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왕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보여지고, 왕의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에게 들리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를 명심하여 초심을 잃지 않고 민의를 받들어 천명을 지켜 낸다면 최소한 나와 같은 폭군으로 역사에 기록되지는 않을 것이다.

-왕도(王道) 제 6장 중에서-



재판 이후의 전국은 마치 휘몰아치는 태풍의 중심처럼 고요하기만 했다. 밖에서 들여다 보면 온통 난리인대 안은 고요하다 못해 마주하기 끔찍한 무거움이 짓누르고 있었다. 살얼음판 같은 국정속에 모든 사람들은 입조심을 했다.

심지어 방송에서 하루종일 떠들어대던 논객들조차 숨을 죽였다. 오로지 방송에서는 상왕의 양위부터 새로운 왕의 즉위 그리고 새로운 법령의 재정과 공포, 상왕의 재판과 사형선고 이야기의 반복이었다.

1심 재판 이후 정확히는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사형선고 이후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왕이 항소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상왕은 항소할 뜻이 있는지 없는지 말이 없었다.

하지만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 상왕은 재판 받을 때에 이미 스스로를 위한 변호인을 구하지 않았다. 재판장에는 오직 판관과 검사 그리고 피고인 상왕만 있었을 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재판을 보고자 참여한 사람들 뿐이었다.

그래 뒤늦게 사람들이 기억해보니 상왕은 마치 마음먹고 등장한 것처럼 재판에서 변호인을 구하지 않았다. 오직 홀로 죄를 고하고 인정할 뿐이었었다.

재판은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만방들에도 생방송으로 중계 되었다. 재판장에는 국내의 방송국들 뿐만 아니라 해외의 수많은 방송국들도 참관했었다. 세계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유례없는 재판이었기 때문이다.

그래 아무리 찾아봐도 이와 같은 사례가 없었다. 살아있는 권력이 자신의 권력을 스스로 내려놓고 재판장에 선 것은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충분한 이슈가 되었다. 그 전에 이미 새로운 왕조의 탄생부터가 이슈거리였는데(왕조의 시대였던 중세와 근대를 지나 현대에 이른 시점에서) 그 와중에 왕이 실행했던 적폐청산이라는 명분 아래 벌어진 무수한 척살. 아니 차라리 학살이라고 불러도 무방했던, 제 삼자가 바라보아도 너무나 비인간적이었던 그 일련의 사건들과 그 이후에 왕이 주도했던 개혁들. 이에 환호 했던 백성들. 백성들의 지지도. 독재 국가였지만 백성을 위한 개혁으로 강요와 강압 없이 그리고 세뇌 없이 백성들의 높은 지지도를 얻었던 왕.

세계의 만방들이 보기에는 참으로 신기하면서도 연구를 하고 싶을 정도의 호기심과 매력 그리고 부러움을 동반하기도 하였다.

그랬던 왕이 보위를 양위하고 상왕으로 물러나더니 새로이 즉위한 왕이 공표한 법령은 독재국가나 왕정국가에서는 나올수 없는 내용이 공표되었고 그 이후에 발표한 상왕의 검찰 기소와 구속은 세계에 다시 한번 큰 이슈를 던져 주었다.

그리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검찰의 기소사실과 법정의 판결까지. 이 모든게 정확하게 묘사하자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충격을 넘어서 경악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무겁고 조심스러운 고요한 국내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국외의 세계 만방들은 이제 막 들어선 왕조가 이 대를 끝으로 정통성에 난 상처로 인해 무너질 것으로 예측하고 내다 보았다.

하지만 항소의 기간이 남아있어 구치소에 수감중인 상왕은 마치 아무런 걱정이 없는듯 두 눈을 감고 조용히 명상중이었다.

그런 상왕의 독방 앞에 자세를 낮추어 상왕의 시선에 맞추고 있는 법무대신은 안타까운듯 애잔한듯 상왕을 말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이 모습 또한 불경이리라. 다만 이곳은 구치소였던 까닭에 법무대신을 지적할 사람이 없었던 것일까. 하지만 상왕은 그러한 법무대신의 시선이 느껴질 법도 한대 아무 말도 없이 여전히 눈을 감고 명상중이었다.

이에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법무대신이 먼저 입을 열었다.

"상왕 전하. 정녕 항소하지 않을 생각 이시옵니까? 사형이라니요. 주상 전하를 생각해서라도 아니 왕가의 정통성을 위해서라도 사형선고는 아니 되옵니다. 아직 늦지 않았사옵니다. 변호인단을 꾸리시고 항소 하시옵소서. 이것은 소신의 뜻만이 아니옵고 주상 전하와 모든 대소신료들과 모든 백성들의 뜻이옵니다."

나지막히 읊조리는 법무대신의 말은 절절하다 못해 비통했다. 하지만 상왕은 요지부동인 듯 여전히 눈을 감은채 명상 중이었다. 그렇게 차 한잔 마실 시간이나 지났을까 굳게 닫혀있던 상왕의 입술이 달싹였다.

"정통성이라. 무엇이 정통성을 보장해 준다는 말인가? 왕실에게 있어 정통성이란 오로지 백성의 지지 뿐이다. 이는 내가 죽고사는 문제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국정을 이끌고 민의를 받들 주상의 어깨 위에 있다. 그리고 후손들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나의 죽음은 오로지 개인의 문제이며 속죄이고 더 나아가서는 왕실이 떠안아야할 과오를 본인이 혼자 짊어 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피는 피를 부르는 법. 역사가 이를 증명 했으며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피로 일어선 왕조는 피로 다시 무너져왔다. 나는 그 악순환의 고리를 내 스스로 끊어 내버리려고 하는 것이니 돌아가 주상에게 전하라. 내가 스스로 속죄하고 사형선고를 받아들임으로써 최소한이라도 피의 원한을 싯어내고자 함이다.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왕실의 부족한 정통성을 세우는 일이며 주상을 위한 길이고 나아가 후대를 위해 본을 세우는 것이다. 마땅한 것이니 더는 나를 개의치 말고 법무대신은 돌아가라."

상왕의 축객령에 아무말도 할 수 없었던 법무대신은 한동안 말 없이 눈을 감고 명상중인 상왕을 바라보다가 눈물을 머금고 마지막 대례를 올렸다. 그러고는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무겁게 돌렸다.



"아바마마께서 정녕 그리 말씀하시었소?"

주상의 물음에 법무대신은 몸을 더욱 조아리는 것으로 답하였다. 그 모습에 함께있던 국무총리 이하 대신들은 또 다시 눈물을 글썽였다.

"아바마마께서는 어찌 불민하고 불효한 소자를 이리 힘들게 하시옵니까. 소자가 지고있는 짐의 무게가 그리고 책임이 너무나 버겁사옵니다 아바마마."

왕의 비통한 독백에 국무총리 이하 대신들은 감히 아무런 위로도 올릴 수 없었다. 함께 했던 주군을 잃는 신하들의 슬픔보다 아비를 잃는 자식의 비통한 마음이 더 크리라 모두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내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온몸을 들썩이는 왕을 보고 국무총리 이하 대신들은 예를 올리고 조용히 내실을 빠져나와야 했다. 지금 왕에게 필요한 것은 비통한 마음을 추스릴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오늘 밤은 유난히 달빛이 겨울마냥 시리도록 차가운 날이었다. 이제 날은 봄에 접어들어 따뜻해지고 있었고 들에는 새싹들이 피어 오르고 있었지만 마치 동장군의 심술인냥 아침 저녁으로는 춥고 낮은 따스했다. 봄철의 일교차야 흔한 일이었지만 유독 올해의 봄은 더 하는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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