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왕도(王道) 님의 서재입니다.

왕도(王道)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현대판타지

왕도(王道)
작품등록일 :
2018.04.11 02:29
최근연재일 :
2018.04.12 22:53
연재수 :
7 회
조회수 :
1,095
추천수 :
0
글자수 :
25,713

작성
18.04.11 02:34
조회
128
추천
0
글자
8쪽

양위#2

DUMMY

왕(王). 기본을 세우는 자(者)라는 것. 그것이 주는 권위보다 더 크게 다가오는 책임이라는 무게. 왕이란 백성위에 군린하는 존재가 아니다. 왕이란 백성을 대표할 뿐이다. 대표란 무엇인가? 영광된 자리인가? 맞다 영광된 자리이다. 모든 백성을 대표 할 수 있으니 이보다 영광된 자리가 또 있으랴. 다만 주어진 권위와 영광보다 책임이 더 막중한 자리이다. 영광보다 책임이 더 무겁게 짓눌르는 자리. 그게 왕이란 자리이다. 왕이란 무릇 백성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고 오로지 백성을 돌보는 자리이니 왕이란 권력의 정점이 아니라 권력의 제일 밑 바닥이다. 왕이란 오로지 백성에게 봉사하고 백성을 돌보기 위해 존재하는 자리이니 무릇 진정한 왕이라면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언제나 가장 낮은 곳을 바라보고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와 백성의 발을 어루만져야 한다. 마치 서양 종교의 한 성인(城人)처럼. 왕에게 가장 높은 곳을 허락하는 이유는 오로지 가장 낮은 곳을 내려다 보라는 천명(天命)이고 민심(民心)이다.

-왕도(王道) 제 2장 중에서-


나라의 분위기는 크게 두 가지 였다. 하나는 공포였고 하나는 기대였다. 두 가지 상반되는 분위기가 공존하는 현 상황에서 나라는 초상집 분위기이면서 축제 분위기였다.

왕은 전날 만 백성에게 공표한 것과 같이 세자에게 보위를 양위 했다. 그리고 대소신료들의 지지로 세자가 왕위를 이어 받아 즉위했다. 새로운 왕의 시대였다. 모두가 축배를 들고 새로운 왕의 시대를 축복해야 할 때 상왕의 의중을 몰라 모두 자중했다. 조정 또한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숨죽이고 지켜보았다. 상왕의 다음 행보를. 이때까지만해도 아무도 알지 못했다. 상왕의 다음 행보가 모두를 충격에 빠트릴 것을. 그리고 모두의 마음속에 역사에 울림을 남길 것을.

아아 통재(痛哉)라. 한 개인의 비극인가. 시대의 비극인가.



이제는 상왕이 되어버린 왕은 작고 볼품없는 전각으로 스스로 물러났다. 본래 왕이 머물던 전각에 비해 누추하고 볼품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상왕이 머무는 곳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품이 느껴지는 그 전각에 총리를 비롯해 많은 대신들이 상왕을 찾아와 설득중이었다.

"상왕 전하. 이제 이만하면 되었사옵니다. 전하께서 말씀하셨던 비틀렸던 모든 것들이 이 정도면 충분히 제자리로 돌아왔사옵니다. 전하의 명대로 입헌군주제 아래 민주(民主)공화정을 실시할 준비를 하고있고 민의를 기반으로 대표를 선출하는 민의원 선출 준비도 한창 이옵니다. 지난 옛 공화정 또한 소수의 귀족들을 위한 기구 였을 뿐이지 민의를 대변하기 위한 기구는 아니었사옵니다. 모든 백성들이 상왕 전하를 일컬어 말하기를 성군이고 태평성대라고 말하옵니다. 그러니 그만 이제 멈추고 스스로 짊어졌던 무거운 짐을 나누셔도 되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총리의 말에 자리에 함께한 대신들 모두가 '통촉하여 주시옵소서'라며 함께 했다. 하지만 상왕은 눈을 감은채 아무 말도 없을 뿐이었다. 이에 총리가 답답한 대신들 모두를 대변해 다시 입을 열었다.

"상왕 전하. 세상의 모든 이치는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안되는 중도(中道)가 있는 법 이옵니다. 어찌 끝까지 혼자 모든 짐을 짊어 지려 하시옵니까. 소신 이하 모든 대신들이 함께 책임을 통감하고 물러나는 것이 바른 것이옵니다. 새로운 왕의 시대에 새로운 관료들이 조정을 이끄는 것이 바른 길이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총리의 말에 다시 한번 대신들은 '통촉하여 주시옵소서'라며 화답했다.

모든 대신들이 상왕의 화답을 기다리며 엎드린 자세로 상왕의 입만 바라 보고 있으니 곧 상왕이 눈을 뜨고 입을 열었다.

"총리의 말이 옳다."

상왕의 첫마디에 대신들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 대신들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과인이 왕이 아니라 평범한 백성이였다면 그래도 되겠지. 지금까지 세상은 백성들에겐 가혹하고 일부 소수의 권력들에게는 관대했다. 법이란 무릇 모두에게 공정하고 평등해야 하며 또한 오히려 공무를 집행하는 자에게는 오히려 더 엄격 해야하는 법이다. 지난 세월 동안 법이란 강자가 약자를 밟는 근거였으며 강자를 위한 면죄부였다. 강자들의 이익과 안전을 위해서 약자들의 돌발 행동을 강제하는 근거였다. 이것이 과연 이상적이고 정상적인 국가의 법이고 본이 맞다고 보는가?"

상왕의 말에 대신들은 그저 숨을 죽일 뿐이었다. 상왕의 말이 맞았다. 그 말도 안되는 모순들을 모두 뒤엎고 바로 세우기 위해 그들 스스로가 지금의 상왕 곁에 모여들지 않았는가. 함께 뜻을 펼치지 않았던가. 지금 대신들은 지난 세월들이 마치 영화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그리고 이내 모든 대신들의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사람이 초심을 유지하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것이었다. 역사속 위대했던 영웅들도 그럴진대 하물며 모든 권력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왕은 오죽 하겠는가. 왕은 지금 그 초심을 지켜왔다고 또한 마지막까지 지킬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높은 곳에 올라 저 멀리 바라보니 아직 갈길이 멀고 많이 남았다는 이유로 자기 스스로를 합리화했던 대신들 스스로 비통함과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대신들이 그러할 즈음에 상왕이 다시 입을 열었다.

"다만 과인이 대신들에게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다. 과인과 함께 하며 과인의 독단으로 저질렀던 지난 과오를 대신들은 모두 기억할 것이니 새로이 즉위한 왕을 보필하며 다시는 그와 같은 일이 이 땅에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하라. 알리고 기록하라. 과인은 모든 책임을 통감하여 이지경에 이르렀으나 대신들은 모두 아직 기회가 남았다. 그대들의 입에서 충절을 말하며 과인을 따르려 한다면 과인이 분명히 이자리에서 남기건대 그것은 비겁한 행동이고 겁쟁이에 지나지 않는다. 그대들은 그대들이 직면한 과오를 피하지 말라. 오로지 지난 과오를 싯을 수 있는 방법은 마주하는 것 뿐이다. 다만 과인은 그럴 시기가 지났으니 오로지 모든 책임을 통감하며 스스로 그 책임을 마주했을 때 남은 방법이 이것 뿐이라 보았다."

상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총리를 필두로 모든 대신들이 흐느껴 울었다. 왕실에 상이 난 것도 아니고 상왕이 스스로 물러나 세자에게 왕위를 물려준 날이니 왕실과 함께 모든 조정과 백성이 기뻐해야할 날이 것만 이 자리에 모여있는 대신들은 서럽게 흐느낄 뿐이었다. 마치 상왕을 떠나 보내는 것처럼. 마치 상왕이 죽은 것처럼.

기록을 담당하는 관리 또한 다르지 않아서 기록을 위해 써내려가는 글씨가 덜덜덜 떨고 있었다. 몸은 들썩이고 있었다.

"과인이 떠나기 전에 법을 다시 재정하여 공포한 것이 너무나 기껍다. 대신들은 모든 조정 신료들과 각 기관들의 대표들이 항상 볼수 있도록 모든 청사에 법령 제 일장 제 일조 일 이 삼항을 문구로 걸어두어라. 일 항,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다. 이 항, 왕실과 조정은 오직 백성의 안위와 경세제민(經世濟民)을 위해서만 존재한다. 삼 항, 나라의 모든 권력과 권위는 오로지 백성들에게 있고 백성들로부터 나온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왕이 웃으며 말하였지만 이를 받드는 신하들은 대성통곡 하며 답하였다. 그렇게 새로운 왕이 즉위한 새로운 시대의 첫 시작은 안타까운 눈물 속에서 출발 하였다.


작가의말

독자 분들의 많은 관심과 댓글은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양위#2 일부 수정하였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왕도(王道)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독자들에게 전하는 말 18.04.14 86 0 -
7 재판#3 18.04.12 108 0 8쪽
6 재판#2 18.04.11 127 0 9쪽
5 재판 18.04.11 133 0 10쪽
4 양위#3 +1 18.04.11 137 0 9쪽
» 양위#2 18.04.11 129 0 8쪽
2 양위 18.04.11 188 0 10쪽
1 프롤로그 +1 18.04.11 216 0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