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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王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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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王道)
작품등록일 :
2018.04.11 02:29
최근연재일 :
2018.04.12 22:53
연재수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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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713

작성
18.04.11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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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양위

DUMMY

온나라가 뉴스 때문에 하루종일 떠들석 했다. 많은 사람들이 운집 하는 곳. 식당, 직장, 광장 등 모든 곳에서 사람들은 오늘의 뉴스 속보 때문에 수근대기 바빴다.

뉴스 속보의 내용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지난 날 공화정을 무너 뜨리고 새로운 왕조를 세우고 일인지상 만인지하의 자리에서 적폐청산과 개혁이라는 명제 아래 독재를 일삼았던 지금의 왕이 세자에게 보위를 양위하고 물러나겠다고 공표 하였다. 백성들의 높은 지지도 속에서 안정적이고 탄탄한 정치기반을 갖은 지금의 왕은 이제 겨우 지천명(공자가 나이 오십에 하늘의 뜻을 알았다고 말한대서 유래)을 넘겨을 뿐인대도 양위 하겠다고 발표 하였으니 백성을 비롯해 이제는 이름뿐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귀족들은 왕의 의도를 짐작할 수 없어 혼란스러웠다.

지금의 왕이 세운 왕조국가는 본래 귀족 중심의 공화정에서 역성혁명을 통해 지독히도 가득했던 혈화(血花) 속에서 피어났다. 정보화와 발전된 문명 속에서 퇴폐적인 정치체제였던 소수의 귀족들을 위한 공화정을 철혈로 무너뜨리고 왕조국가를 세운 왕. 그는 철혈의 군주였다.

다만 옛 왕조국가들의 상황과 다르게 정보화로 인해 빠르게 발전하는 현대국가에서 역성혁명은 많은 지식인들에게 지탄 받아 왔었다. 이로 인해 왕가의 정통성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철혈의 군주는 언제나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갔고 변함 없이 수 많은 백성들의 높은 지지를 한몸에 받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의문이었다. 왕에게 급작스러운 건강상의 이유가 발생하였는가? 아니면 왕가 내부에서 혹은 정치판에서 기존의 역성혁명에 버금가는 쟁투가 있었는가? 사람들이 갖은 의문의 결론은 왕의 신변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그 중 건강 악화설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어제 TV속 기자회견에서 직접 단상에 올라 양위를 발표했던 왕의 모습을 생각하면 건강 이상설은 허무맹랑한 소리였다.



"전하 온 나라안이 온종일 시끄럽사옵니다."

왕은 독대중인 총리의 말에 가볍게 미소지을 뿐이었다.

"겉에서 봤을 때 평온해 보였던 호수에 과인이 돌을 던진 격이니 당연한 것이다."

서류를 바라보던 왕은 차 한잔 마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서류에서 눈을 때며 총리에게 말했다.

총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감히 왕 앞에서 지을 수 없는 불경죄에 해당하리라. 하지만 총리는 여전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조정과 민간의 설문조사 결과 여전히 수 많은 백성들이 전하를 칭송하며 지지율 또한 압도적으로 높사옵니다. 백성들이 말하길 지금이 바로 태평성대라고 말하옵니다."

일그러진 총리의 표정에는 자부심 또한 묻어나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왕 또한 마치 회상에 잠긴 것처럼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과인도 과인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인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옳은 길을 걸어왔다 생각한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정녕 그 방법 밖에 없었는가란 수 많은 후회를 매시간 매일 하고 있다. 그래 그것은 과인이 부덕한 탓이고 옹졸했으며 무능한 탓이었다."

왕의 말에 총리의 눈가는 촉촉해졌고 이내 볼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앙다문 입술 사이로 신음같은 말이 흘러 나왔다.

"전하 께서는 어째서 홀로 모든 것을 책임지려 하시옵니까. 전하의 곁에는 신이 있사옵고 뛰어난 관료들이 있사옵니다. 전하의 모든 행보에 신들이 함께 했사온데 어찌 홀로 모든 책임을 떠안으려고만 하시옵니까. 전하께서 전지전능한 신 이시옵니까? 위대한 전하께서도 결국 하늘 아래 한 인간이고 사람일 뿐이옵니다."

그 누가 들었어도 불경하다며 총리를 손가락질 하며 그를 불경죄로 당장 참하라고 할 만한 발언이었지만 내실에는 오직 왕과 총리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실패는 과인으로 족하네. 그대들은 남아서 세자를 보필하여 백성을 돌보게. 그것이 그대들에게 남은 사명과 책임일세. 그리고 그들의 주장은 분명히 옳고 맞는 말일세. 독재는 어떠한 경우에라도 비난받고 비판 받아야 마땅하네. 과인은 오히려 그들이 기껍네. 용기있는 그들의 행보가 즐겁네. 그들이 있어서 과인과 같은 비극이 더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오히려 맘 속이 편하네. 그러니 더 이상 이 문제는 거론하지 말게. 과인의 마지막 결정이고 역사와 백성에 대한 속죄이며 앞으로 나아가야할 세자와 대신 그리고 백성을 위한 결정이네. 그러니 국무총리도 이만 나가서 세자의 즉위식을 준비하게."

이리 말하고 눈을 감아버린 왕을 보면서 총리는 착잡하고 안타까운 시선을 떼지 못했다. 하지만 지엄한 군주의 축객령에 총리는 신하로써 따르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체념한 듯이 일어난 총리는 예를 올리고 내실을 빠져 나오기 전에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못한채 뒤돌아 또다시 예를 올렸다. 그리고 내실을 빠져 나갔다.


총리가 내실을 빠져나와 전각을 나섰을 때 수 많은 대소신료들이 두손을 모으고 공손히 기립해 있었다. 계절은 아직 봄이 오기 전이라 추운 날이었지만 오늘은 눈이 아니라 비가 내렸다. 대소신료들은 그 차가운 빗속에서 뼛속까지 스며드는 한기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지만 우산을 받쳐든 대소신료가 없었다. 빗속의 대소신료들은 빠져나오는 총리의 얼굴을 바라 보았다. 지금 내리는 비 만큼이나 서럽게 흐르는 눈물을 발견한 대소신료들은 이내 주저 앉으며 통곡했다. 그날 비는 다음날 새벽까지 내렸지만 전각 밖 대소신료들의 통곡소리는 왕이 근위대를 동원하여 그들을 강제로 해산시킬 때까지 그칠 줄을 몰랐다.


다음날 왕은 세자를 불러 들였다. 내실에는 왕과 세자의 독대가 이뤄지고 있었다. 다만 옛 왕조처럼 왕의 일거수일족을 기록하는 관리의 기록하는 소리만이 함께할 뿐이었다.

"아바마마 소자가 다시 한번 간청드립니다. 부디..."

세자의 말을 손짓으로 막은 후 왕은 인자한 얼굴로 세자에게 말했다.

"세자야. 억울하더냐? 아니면 이 아비가 불쌍하더냐? 연연해 하지 말거라 세자야. 이 아비는 구시대의 산물로 이미 져버리는 태양이지만 너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새로운 태양이다. 또한 과인이 아비로써 자식에게 보여주는 본이다. 그러니 세자는 항시도 잊지 말고 기억하라. 보위란 그런 자리이다. 모든 백성에게 받은 권한 만큼 책임 또한 같다. 그러니 세자는 이 아비와 같은 일들이 앞으로는 일어나지 않도록 반석위에 튼튼한 기둥이 되어야 한다. 한 나라를 건물에 빗대어 설명하자면 튼튼한 반석은 백성들이 되는 것이고 그 반석위에 세워진 기둥이 왕이며 그 기둥 위에 지붕이 관료들이다. 관료들이 각자의 역활을 다 할 수 있도록 왕은 기둥처럼 온건히 굳세게 버텨야 한다. 그래야 지붕이 최선을 다하여 백성들을 비바람으로부터 지킬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오늘 있을 즉위식 이후에 세자는 왕이 되거든 이 전각을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지금하는 이 아비의 말을 잊지 말고 다시 되새기거라. 그것이 왕이 존재하는 이유이며 관료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그리하면 세자가 맞이할 새로운 시대에는 이 아비의 새대와 같은 아픔은 겪을 일이 없을 것이다. 이 아비는 그것으로 족하다. 슬퍼하지 말아라 세자야. 병아리가 달걀 껍질을 깨고 나오는 것은 고통과 상처를 수반하고 새싹이 겨우내 단단했던 땅을 비집고 올라오는 것 또한 같다. 하지만 겨울이 가고 봄은 찾아오리니 새싹은 꽃을 피우고 그 열매를 맺어 수 많은 생명들에게 베풀 것인즉 그것이 세상의 이치다."

세자는 왕의 말에 끅끅 거리며 뱉어내지 못하는 비통을 삼키기 바빴다. 눈물이 앞을 가려와 마지막이 될 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담기지 않았다. 내실을 나가면 아비와 아들로써 다시는 마주칠 수 없는데 한심한 자신은 멈추지 않는 눈물에 마지막 아버지의 모습을 담아둘 수 조차 없었다.

왕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세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본인의 소매로 흐르고 있는 세자의 눈물을 볼 밑에서 닦아 주었다.

"눈물을 닦아 줄 때는 눈가를 닦는 것이 아니다. 눈가를 닦아주면 시야는 트일지 몰라도 후에 눈가가 쓰라리고 아플 것이다. 그러니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어라. 이는 세자가 후에 백성의 눈물을 닦아줄 때도 마찬가지이다. 언제나 백성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라. 왕은 오로지 백성을 위해서만 존재하니, 왕의 유일한 덕목은 첫째도 백성이고 둘째도 백성이며 셋째도 백성이다. 너의 눈물은 세자인 지금까지만 허용되는 까닭이 그것이다. 너는 이제 곧 즉위하면 너의 눈물이 아니라 백성들의 눈물을 닦아 주어야 하느니라."

"아바마마"

왕의 말에 끝내 세자는 무너지며 왕의 품에 기대어 서럽게 울었다.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세자도 왕도 아닌 오로지 아비와 자식이길 바랬다. 평범한 아비와 자식이길 바랬다. 세자는 타들어가는 심지처럼 속을 후벼오는 아픔에 목 놓아 울었다. 너무나 서러워서 서럽게 울었다.

뚝뚝뚝. 왕의 행보를 기록하는 기록관의 책에도 눈물이 떨어졌다. 글을 써내려가는 손이 마치 남의 것인 마냥 떨렸다. 온몸이 들썩였다. 글을 써려가는 것이 어려울 만큼. 겨울의 끝자락 그리고 이제 막 다가오는 봄 사이에 그 단단한 땅을 뚫고 올라오려는 새싹처럼. 힘겹게 온몸을 떨어댔다.


작가의말

독자분들의 많은 관심과 댓글은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양위 일부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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