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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go님의 서재

짐꾼에 빙의한 S급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Chigo
작품등록일 :
2024.01.29 11:56
최근연재일 :
2024.03.06 01:45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62,862
추천수 :
1,594
글자수 :
206,459

작성
24.02.01 18:45
조회
3,054
추천
56
글자
13쪽

기회

DUMMY

“이 새끼 뒤진 거 아니야?”


희미하게 들려오는 말소리.


“그러니까 왜 F급을 써가지고···.”

“아니 짐 들어줄 새끼는 필요 할 거 아니야? 너희들도 좋다고 해서 싼 값에 구했구만.”

“씨··· 이러면 누가 짐 들건데? 우리 한 명이라도 빠지면 파티 밸런스 좆되잖아.”


유성은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천천히 고개를 들자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여긴··· 저승에라도 온 건가?’


자신이 죽은 것을 인지한 유성의 표정이 살벌하게 구겨졌다.

마지막에 봤던, 자신을 찔렀던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씨발··· 병신 같이 속아가지고······.”


유성은 자신이 낸 목소리에 놀랐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 였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죽었는데도 왜 이렇게 몸은 뜨거운건지.


‘잠깐, 나 아직 안 죽은 거 아니야?’


말도 안 된다 생각 하면서도, 살아 있었으면 했다.

척추 쪽이 살짝 씩 아렸다.

땅을 짚은 손끝에는 거친 감각이 느껴졌다.


‘죽어서도 사람이 숨을 쉬나?’


공기를 들이 마실 때 마다 가슴팍이 살짝 씩 부풀어 올랐다.


뚝-


값 싸 보이는 은색 보호구에 진홍빛 액체가 한 방울 떨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액체는 자신의 턱에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 차렸다.

유성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을 들어 뺨을 만졌다.


“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헌터 생활을 하면서 수도 없이 봐왔던 것이니까.

순간 유성의 가슴이 빠르게 뛰기 시작하였다.

진홍빛에 물든 안구에는 생기가 돌기 시작하였다.

죽어 본 적은 없어서 죽었다는 감각은 모른다.

하지만 살아있다는 감각은 잘 알고 있었다.


“안··· 죽었어?”


혹시나 다른 사람의 목소리는 아닐까 생각했지만···.

이제는 확실히 알 수 있다.

이건 분명히 자신이 직접 낸, 자신의 몸에서 흘러 나오는 소리다.

유성은 자신이 기대고 있던 벽을 짚고 일어나려 시도했다.

몸은 엄청나게 무거웠으며, 머리는 아팠다.

그럼에도 비틀거리는 몸으로 일어서는데 성공하였다.

유성은 주위를 둘러 보았다.


“살아있다···.”


땅을 즈려밟는 감각.

뺨을 타고 흘러 내리는 붉은 피.

코 끝을 스쳐가는 흙 냄새.

미세하게 불어오는 바람.

모든 것들이 아직 자신이 살아 있다고 말 하고 있었다.


“크흐흐······.”


비릿하게 웃은 유성은 생각했다.

이건 하늘에서 자신에게 준 기회라고.


“야, 저 새끼 살아 있는데?”


남자의 말에 다른 일행도 고개를 돌렸다.


“근데 저 새끼 왜 쳐 웃고 있냐?”

“정신 나간 거 같은데.”


새로 받은 목숨.

오로지 그 새끼를 족치는데 써주겠다.


‘복수··· 그래 복수.’


유성의 눈에는 살기가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이건 죽기 직전에 느꼈던 억울함을 풀 수 있는 기회다.


“야.”


일행들은 벽을 짚고 서 있는 유성에게 걸어왔다.


“움직일 수는 있냐?”


자신을 부르는 것 같은 소리에 유성은 고개를 들었다.


‘뭐지 이 새끼들은?’


느껴지는 기운으로만 봐서는 E ~ D급 사이의 녀석들이다.


“난 괜찮으니까, 너희 갈 길 가라.”


유성의 말에 일행들은 미간을 구겼다.


“이 새끼가 뭐라는 거야? 됐고, 배낭이나 메고 따라와.”

“어휴, 갈 길이 멀다 멀어~”


배낭이라는 소리에 유성은 발 옆을 보았다.


“이건··· 게이트 배낭?”


흔히들 게이트에 들어 갈 때 챙기는 배낭이다.

마물의 가죽으로 만든 것이라서 굉장히 질기며, 잘 찢어지지 않는다.

배낭에는 마물에게서 나온 마정석이나 비상시에 쓸 보조 장비, 포션 등등 전투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담는다.

이런 커다란 배낭을 메고 전투를 하는 것은 상당히 방해가 되기에, 보통은 짐꾼이라는 비전투 인원이 관리하게 된다.

짐꾼은 배낭만 관리하면 되니, 게이트보다 1 ~ 2 등급 낮은 사람을 쓰는 것이 기본이다.


‘근데 웬 게이트 배낭?’


유성은 의문에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설마 여기 게이트 안쪽인 건가?’


뒤를 돌아보자 수 많은 마물들의 사체와 핏자국이 보였다.

다시 앞으로 돌아본 유성이 감각을 날카롭게 세웠다.

피부로 확연히 느껴지는 짙은 마나의 기운.

확실히 여긴 게이트의 내부가 맞았다.


‘근데 왜 이렇게 낮은 게이트에서 눈을 뜬 거지?’


자신이 찔려서 쓰러졌던 곳은 A ~ S급으로 측정된 게이트의 안쪽이었다.


‘이상하다···?’


유성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지 않자, 일행들은 뒤를 돌아보았다.

멍하니 서 있던 유성을 본 남성이 소리쳤다.


“빨리 안 와?”


옆에 있던 여성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말 했다.


“그래도 피가 너무 많이 나는데, 포션이라도 먹여야 하는 거 아니야?”

“포션은 무슨. 그게 얼마인지 알아? 저런 새끼한테 쓸 포션 없어.”

“뭐, 그건 또 그렇지.”


일행들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유성은 문뜩 이상한 점을 느꼈다.

어째서인지 일행들은 자신을 얕잡아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나름 한국을 대표하는 S급 헌터인데.

E ~ D급에게 무시당할 처지는 절대 아니다.

유성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일행들의 앞으로 걸어갔다.


“깝치지 말고 배낭은 너희가 들고 있어라. 해 봤자 E ~ D급 게이트 같은데, 금방 깨고 나갈련다.”


어째서 자신이 이런 낮은 등급의 게이트에서 깨어난 것인지는 몰랐다.

목소리는 왜 또 이 모양인지도 모르겠고.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런 곳에서 시간을 낭비 할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일행을 지나치고 걸어가던 도중, 남성이 유성의 어깨를 붙잡았다.


“자꾸 깝치는 건 너고. 네가 다쳐서 나도 많이 참고 있으니까 그냥 일 좀 쳐 하자?”


순간 유성은 당황함에 벙 쪘다.

설마 진짜 한국 대표 헌터 김민우를 모르는 것인가?


“쯧, 이래서 싼 놈을 쓰면 안 되는건데.”


일행들은 온갖 짜증 섞인 말들을 하며 다시 걸어갔다.


“아니, 잠깐만!”


유성의 부름에 일행들의 발걸음이 멈췄다.


“씨발, 진짜 적당히 해라?”


가운데에 있는 남자가 잔뜩 성이 난 표정으로 걸어왔다.

유성은 아랑곳 하지 않고 질문했다.


“너네 김민우 몰라?”

“이 새끼가 또 뭔 뚱딴지 같은 소리를 쳐 하냐? 지랄 하지 말고 그냥 배낭이나 쳐 들고 오라고. 머리 다치더니 정신이 나갔나?”


유성은 자신을 가리키며 말 했다.


“아니, 진짜 나 몰라?”


일행들은 그런 유성을 심각하게 쳐다 보았다.


“너··· 설마 네가 김민우다, 뭐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아니지?”

“내가 김민우 맞는데?”

“하아······.”


깊은 한숨을 쉰 남성이 뒷머리를 흩뜨리며 중얼거렸다.


“정신 나간 새끼한테 뭔 말을 하겠냐···.”


유성은 일행들이 왜 이런 반응인지 이해하지 못 했다.

그러던 도중, 여성이 다가오더니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말 했다.


“저기 신유성씨. 머리를 많이 다친 것 같은데, 그냥 배낭만 잘 들고 따라 오세요. 게이트 나가면 꼭 병원 가보고.”


일행들은 혀를 끌끌 차며 등을 돌렸다.


‘신유성···?’


여성은 분명 자신을 그렇게 불렀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이름에 당황한 유성은 자신의 얼굴을 더듬었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의상을 확인 하였다.


‘난 이런 보호구를 입은 적이 없는데···?’


생각해보니 모든게 이상했다.

초급 게이트에서 깨어나고, 다친 적이 없는 머리에서 피가 흐르며,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 모르는 이름, 기억에 없는 보호구 등등.

하나하나 짚어 보면 이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일단 상황 파악이 더 필요하다 판단한 유성은 배낭을 메고 왔다.

일행들이랑 계속 말 해봤자 정신병자 취급만 당할 것이 뻔하니, 그냥 배낭을 드는 편이 빠르리라.

유성은 일행들의 뒤를 걸으며 옷을 들어 올려 옆구릴 살펴 보았다.


‘상처가 없군.’


분명 찔려서 흉터가 있어야 할 곳이 멀쩡했다.

거기에다 자신이 열심히 키워둔 근육 또한 어디로 갔는지 없었다.

유성은 자신의 팔뚝을 만지작 거렸다.


‘자세히 보니까 몸 전체가 많이 얇아.’


자신의 몸을 살피던 유성은 생각했다.

혹시나 이건 다른 사람의 몸이 아닌가 하고.


‘근데 그게 말이 되나?’


하지만 역시 납득이 되지 않았다.

죽었다고 생각한 자신이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와 있다니.

그 때, 동굴의 한 켠에 고여있는 물을 발견한 유성이 그 쪽으로 갔다.

자신의 얼굴을 확인한 유성은 그제서야 확신 할 수 있었다.


‘씨발··· 진짜냐고.’


반이 피로 덮힌 얼굴은 살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얼굴이다.

이걸로 자신이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온 것이 확실해 졌다.

한 숨을 내쉰 유성은 다시 발을 움직이며 생각을 정리했다.

우선 자신의 본체는 아마 죽었을 거고, 정신만 이 육체로 옮겨 진 것이리라.

저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 육체의 주인은 아마도 짐꾼.

지금 게이트의 등급을 생각하면 신유성이라는 사람의 등급은 냉정하게 생각해서······ F급.


‘존나 절망적이네······.’


이런 놈이 갑자기 깝치지 말라, 자신이 김민우다 이 지랄 했으니 정신병자 취급하는 게 당연했다.

이런 몸을 가지고 어떻게 S급인 그 녀석한테 복수를 해야 하는지···.

한숨만 나왔다.


[띠링-]


이질적인 기계음이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뭐지···?’


순간 당황한 유성이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자신이 잘 못 들었나 생각하며 다시 앞을 보자 이상한 문구가 떠 있었다.


‘뭐야 이건?’


[자신의 존재를 확인 하였습니다]


[시스템이 활성화 됩니다]


[상태창을 확인 하시겠습니까? (Yes/No)]


‘머리를 심하게 다쳤나?’


아마도 머리를 다쳐서 헛 것이 보이는 거다.

그렇게 생각한 유성은 눈을 감고 머리를 흔든 후 다시 보았다.

하지만 홀로그램처럼 보이는 것은 여전히 눈 앞에 있었다.

만져보려고 손을 뻗어도 그대로 통과되고 만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유성은 작게 속삭였다.


“예스.”


[정보]

이름: 신유성

레벨: 1

직업: 없음

칭호: 증오의 감정

HP: 160

MP: 10


[능력치]

힘: 3 민첩: 2 체력: 6 지능: 1 감각: 8

(사용 가능한 능력치 포인트: 0)


[스킬]

패시브 스킬: 살기 감지 Lv.1

액티브 스킬: (확인 된 액티브 스킬이 없습니다)


그러자 정말로 게임과 같은 상태창이 눈 앞에 생겼다.


‘정보··· 능력치··· 스킬···?’


유성의 표정이 심각하게 바뀌었다.

만약 이게 헛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어렴풋이 기억나는 정체 불명의 소리도 납득이 간다.

죽기 직전에 들었던 기계음.

영혼을 이동한다던 그 소리는 환청이 아니였던 것이다.


‘그럼 내가 다른 사람 몸에 들어온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소리인데···.’


[띠링-]


생각을 미처 정리하기도 전에 기계음이 들려왔다.


[상태창을 확인 하였습니다]


[‘신유성’의 기억을 계승하시겠습니까? (Yes/No)]


‘기억을 계승한다고 하면··· 내가 이 몸 주인의 기억을 이어받는 건가?’


턱을 짚은 유성은 신중히 생각하였다.

혹여나 수락하면 갑자기 이 몸의 원래 주인이 돌아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어떻게 새로 얻은 목숨인데, 미안하지만 복수를 성공하기 전 까지는 돌려 줄 생각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기억을 받지 않는다고 하면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집이 어딘지 모르고, 몇 살인지 하는 개인 정보는 물론이며, 어떤 사정을 가지고 있고, 인간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등등 이 몸으로 살려면 필수 적으로 알아야 할 것들을 모르게 된다.

결국 기억을 받지 않으면 복수는 커녕,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벅찰 것이다.


“하···.”


속으로 결심한 유성이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어차피 하루 이틀 살아갈 게 아니면 결국 기억은 필요하다.

시스템은 이어받는 다는 뜻의 ‘계승’이라는 단어를 썼으니, 거기에 걸어 볼 수 밖에 없다.


꿀꺽-


긴장감에 마른침을 삼킨 유성이 속삭이듯 말 했다.


“예스.”


[기억 계승을 시작합니다]


그렇게 뜬 문구와 동시에, 머릿속에는 엄청난 양의 정보가 흘러 들어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유성은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심호흡을 했다.

신유성이라는 사람의 기억은 마치 엄청나게 긴 꿈을 꾼 것처럼, 머릿속의 한 켠에 위치했다.


“스읍··· 후······.”


유성은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 보고는 안심했다.

다행히 김민우의 정신은 멀쩡히 남아 있다.

그리고 필요한 정보들도 모두 머릿속에 들어왔다.


‘썩 좋은 인생을 산 것 같지는 않네.’


한 사람의 개인사를 엿본 것 같아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 때.


“오크다! 다들 자리 잡아!”


한 남자의 외침에 나머지 세 명은 재빨리 무기를 꺼내 들었다.


“흐음··· 실력이나 한 번 볼까?”


그렇게 중얼거린 유성은 멀찍이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한 남자의 목이 잘려, 머리가 바닥에 나뒹구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악!!”


[띠링-]


[긴급 퀘스트]

오크를 죽이고 살아 남으세요 (0/1마리)

보상: 능력치 포인트 +6, 액티브 스킬 (??? Lv.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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