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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트라의 천칭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멜LOT
작품등록일 :
2021.09.19 01:48
최근연재일 :
2021.11.03 14:29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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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24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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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미식 대회

DUMMY

어렴풋한 형상만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어두운 4층 복도 내부.

채강의 몸에서 피어오른 빛은 말 그대로 ‘구원자의 힘’과 잘 어울렸다.


연기처럼 새하얀 기운의 겉은 점차 광휘라는 단어를 닮은, 햇빛을 연상시키는 난색으로 빛나며 채강의 몸과 그의 잘 벼려진 검을 휘감는다.


빛 덕에 주변이 희미하게 밝아졌다. 싸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편이 낫다.


나도 쩍 벌어진 배의 내부까지 보일 정도는 아니라 다행이고.


“온다.”


원령요람의 원령은 언제나 이벤트가 끝나면 즉각적인 공격을 한다. 다행히도 검은 입은 잠식 2단계까지밖에 없는 초반 보스에다, 1단계에서는 보라색의 혀를 이용한 단순한 패턴밖에 없기에 그리 까다로운 상대가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강적처럼 시간이 오래 걸리는 상대······에 가깝다.


역시나, 두 개의 두툼한 혀가 채강을 향해 날아들었다.


채강은 기다란 혀들을 가뿐하게 피하며 망설임 없이 검을 휘둘렀다. 아주 빨리 지나갔지만 글자도 짧아서 기술명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뻗기]


이번에도 정말 직관적이고 이상한 이름이다. 저 직선 공격의 이름이 내뻗기라니.


검은 입의 혀는 총 다섯개의 일반적인 공격방식을 자랑한다.

방금 혀를 직선으로 쭉 뻗는 것. 그 외에 약 100도의 부채꼴 모양의 하단 휘두르기, 360도의 중단 휘두르기, 아래에서 위로 쳐올리기와 붙잡기가 있다.


아, 방금 [쓸어내기]가 하단 휘두르기였다. [크게훑기]가 중단, 아래에서 위는 [핥기]. 그리고 가장 위험한 붙잡기가 [휘감기]라고 한다. 휘감기는 한 번 당하면 잠깐 속박 상태가 되어 아무것도 못 하는데, 잘 피해서 다행이다.


채강은 침착하게 모든 공격을 피하거나 막거나 흘려내며 놈의 혀에 자잘한 상처를 입혀갔다. 방금 휘감기를 봤으니, 또 다른 패턴이 있나 탐색전을 하는 것 같은데.


사실 파라파 백작은 그리 어려운 보스가 아니기에 저렇게 조심히 플레이하지 않아도 된다.


이놈의 공략법은 간단하다. 혀가 아닌 몸체를 때리는 것.


다른 공격은 최대한 피하거나 막는 것에 집중하고, 내뻗기나 핥기 타이밍에만 순간적으로 몸을 숙이거나 점프해서 피한 뒤 바로 [돌진]과 [찌르기] 판정을 성공시키면 된다.


물론 나는 그런 안전하고 오래 걸리는, 즉 지루한 플레이는 하지 않았다.

위위 B+R2······ 아니, 돌진 찌르기는 물론이고 쓸어내기 때도 공격한다.

쓸어내기는 앉아 뛰기로 위의 혓바닥과 아래 혓바닥 사이에 들어가서 가슴을 공략.


타임어택을 할 때는 크게훑기 패턴에도 공격해야 한다.

혓바닥을 시간차로 휘두르는 것을 이용하여 아래를 밟고 계단식으로 위를 밟아 뛰어오른 뒤 비어버린 머리를 깨면 된다.

신발 밑창이 도톰한 데다 닿는 순간이 아주 잠깐이라 밟는 것 정도로는 독에 안 걸리고, 머리는 치명타라서 배율이 더 높거든.


물론 한 번의 실수로 다른 곳이 혓바닥에 닿아버리면 상태이상:마비에 걸려서 아주 곤란해지기는 하지만, 그건 초보들이나 하는 실수······.


그러네. 공략을 떠올리니 머리가 차갑게 식었다.


어차피 여기는 게임 속이다. 현실이라고 해봤자 인간이 만든 게임 속이고 나는 이미 이 스토리를 한 번 공략한 사람이다.


현실인데 게임 속이라니. 엄청 모순되기는 하지만.

그래서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아직도 전혀 감이 안 오기는 한데.


그래도 이 세계는 ‘인간이 만든 게임 속’이 분명하다.

내가 현 회사, 게임 오리엔트에 입사하기 전 잠깐 들어갔다가 탈주한, 게임 딥 포레스트가 만든 게임이니까.


어쨌든. 나는 검을 써본 적이 없다. 저렇게 몸을 놀리는 것도 무리지. 지금 여기에서는 내가 초보라고 보면 된다.


내가 채강이나 강적의 몸에 들어간 쪽이 더 위험하다. VR도 아니고 게임패드로 방향키와 AB를 누르면서 공략한 내가 채강처럼 움직일 수 있을 리는 만무하니까.


반대로 내가 직접 움직일 필요가 없는 데다, 공략은 이미 훤히 꿰뚫고 있으니.


오히려······ 무서워할 필요도 없는 것 같은데?


심지어 침묵의 방처럼 구원의 시간에도 특별한 기능이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가 생명체를 잠식한 원령에게 직접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고.

둘째가 누구보다 강력한 어그로꾼이 된다는 것이다.


즉, 구원의 시간이 활성화되었을 때의 숙주는 해방자만 죽어라 공격하고.

구원의 시간이 끝나면 해방자가 아무리 뚜드려 패도 원령의 체력은 깎이지 않고 숙주가 된 파라파 백작만 얻어맞게 된다는 의미다.


숙주를 죽여서 원령을 튀어나오게 하면······ 해방 실패이기는 한데. 지금은 강적이 있으니까 바통터치로 침묵의 방을 깔아서 연계 플레이가 가능하다.


침묵의 방이 깔리면 방 밖으로 나가면 되니까 나는 또 안전할 테고.


이거 완전 개꿀이나 다름 없······는 것보다. 턱과 배가 옆으로 정확히 세 번 물결치듯 꿀렁거리는 포즈가 상당히 눈에 익다.


“80% 확률로······ 휘감기네! 피해!”


굳이 스킬바가 없어도 대충 알 수 있다. 만들어진 괴물에게는 패턴이라는 것과 공격 전의 눈에 띄는 행동이 있으니까.


휘감기와 내뻗기가 모션이 똑같아서 확신할 수는 없지만, 스킬바의 첫 글자만 확인하면 되니 내 판단은 평소보다 더 빠르다.


채강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제법 큰 보폭으로 뒤로 물러나며 공격을 피했다. 조금 놀란 눈으로 나를 돌아보는 시선에 답할 틈 없이 급히 다음 공격을 읊었다.


“크게 훑기 온다! 혀를 밟고 올라가서 머리를 공격해! 힘들 것 같으면 백스텝!”


그는 혼란한 얼굴이었지만, 대충 ‘크게 훑기’가 무엇인지 파악했는지 돌진으로 거리를 좁히며 바로 뛰어올라 아래 혓바닥을 밟았다.


게임과는 달리 아래 혓바닥이 밟히자 꽤 고통스러운지 두 혓바닥이 동시에 출렁거렸다. 다행히도 채강은 중심을 잃기는커녕 바로 위 혓바닥을 밟고 뛰어올라 백작의 머리를 내려찍는다.


“오, 이걸 성공하네!?”


드리프트 하면서 날아오는 인간들을 양옆으로 살포시 안겨줄 때부터 알아봤다. 영웅 아니랄까봐 몸놀림이 고인물보다 더하다.


[극. 그그극. 그각가각!]

[아파. 아파. 아파. 아파!]


그래, 저놈은 고인물에 양학당하고 있는 평범한 초반 던전 보스다.

광기 어린 비명도 그냥 게임 속이라고 생각하면 얼추······. 한 귀로 흘릴 수 있을 것 같다.


시각적인 면도 나름 괜찮다. 채강의 빛 때문에 거무죽죽한 보라색의 혓바닥이 잘 보이기는 하지만, 나머지는 어렴풋하다. 창문을 다 막아준 백작에게 감사해야겠다.


방금 백작이 피 같은 걸 흘린 것 같은데, 잘 안 보여서 정말 다행이다. 얼핏만 봐도 패턴은 예상할 수 있으니 정말 더 밝아지지 않았으면 한다.


아, 또 저 모션. 휘감기는 한 패턴 전에 썼으니까.


“내뻗기 오니까, 숙여서 피하고 돌진해서 찔러!”

“······.”


채강은 허공에서 잠시 멈칫했지만, 내 명령을 충실하게 이행했다. 이거, 컨트롤러 대신 말로 할 뿐이지 내가 채강을 플레이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이야, 잘하네! 역시 채강은 최강이야!”


이어진 두 번의 유효타로 하얀 박스의 빨간 체력바가 띄게 줄었다. 심지어 하나는 머리에 적중했으므로 배율이 두 배였을 텐데······ 생각보다 많이 줄지 않은 걸 보니, 장비 제련을 한 번도 안 한 게 분명하다. 상점에도 안 갔을 수도 있어.


그러네! 그래서 내가 에피소드 3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바로 정비도 없이 에피소드 5로 들어와 버렸잖아. 이 새끼 완전 불량 플레이어다.


그보다 신경쓰이는 게 있는데.

이번에 보이는 하얀 박스는 포획자와 대치했을 때 봤던 것과 미묘하게 다르다.


새빨간 체력바 아래에 새하얀 바가 하나 더 있는데. 체력바에 비해 처음부터 반쯤밖에 되지 않았는데, 지금까지 미동이 없으니 스테미나나 마나도 아니다.


강적과의 전투에서는 없었으니······.


‘파라파 백작의 정신력이거나 다음 단계로 가는 영혼 필요량이려나.’


포획 전의 원령은 시간에 따라 단계가 풀리는데, 잠식 이후의 원령은 특정 조건이 완료되어야만 단계를 올리니까.


분명 중간에 뒤늦게 미식대회 참여자들이 파라파 백작님께 진미를 바치러 왔다며 소리치면서 들어오고, 백작이 계단으로 몸을 던져 바로 참가자들을 쓸어 먹으며 2단계로 올라가는 이벤트가······


일어나지 않게 할 수도 있는 거 아냐?


“적아.”

“네?”


나를 무슨 이상한 생물체 보듯한 표정을 짓고 있던 강적이 뒤늦게 반응했다. 조금은 놀란 듯싶더니, 아주 불쾌한 표정으로 나를 스윽 훑어보며 재차 대답한다.


“왜 그러시죠?”

“저거, 사람 먹는 거 봤지?”

“······해당 장면을 목격하지는 못했지만 정황상 사람을 섭취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는데요.”

“그러니까. 막아야지.”

“이미 소화는 대부분 끝났을 테고. 토하게 하는 것은 미관상 좋지 않으니 거절할게요. 아주 다행히도 당신만 있다면 저 해방자도 잡아먹힐 염려가 없고요.”


아. 왜 저런 불퉁한 표정인지 이제 알겠네. 자기가 전투할 때는 입 꾹 다물고 있어놓고 왜 여기서는 커맨드를 입력하고 앉았냐는 까칠함이었다.


애석하게도 그건 고정 패배 이벤트라 패턴이라고 할만한 것도 없는 데다. 네가 아직 쪼렙이라서 감당할 수도 없어서 파훼법이 안나왔다고 말해줄 수도 없고.


나는 일단 아래를 가리켰다.


채강 말고 다른 인간들을 말하는 거라고, 입을 떼려고 했는데. 강적은 내 손가락을 따라 아래를 내려보더니 사색이 된 얼굴로 나를 돌아봤다. 눈치 하나는 아주 수준급이다.


“같이 갈 건가요, 키퍼?”

“아니. 난 여기 남아서 채강을 좀 도와주려고 하는데.”

“······ 그래요. 부디 당신이 안전하기를 바라죠.”


강적은 나를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어깨를 두 번 툭툭 두드려주고서는 바로 계단 아래로 몸을 던졌다.


뭐지. 일단 채강의 전투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유일하게 인간다운 목이 살짝 길어졌다.


“쓸어내기! 다리를 접어 뛰어 피하고 가슴을 노려! 머리 조심하고!”


제일 어려운 걸 성공했으니 이것도 무리 없겠지.


채강은 화려한 컨트롤······이 아니라, 화려한 몸놀림으로 내가 말하는 지시를 찰떡같이 이행했다. 커멘트를 입력한 것도 아닌데 게임 속의 캐릭터처럼 놀라운 움직임을 보여준다.


이렇게 틈날 때마다 공격하면 스테미나가 바닥나 순간적으로 회피가 불가능 할 수도 있기는 하지만. 스테미나는 조금만 움직임을 쉬어도 회복되고, 채강이 자신의 몸상태를 눈치채지 못할 리 만무하니 무리하지 않겠지.


[구원의 시간]도 괜찮다. 침묵의 방과 구원의 시간은 모두 지속 시간이 30분. 지금 체감상 한 15분 정도 지난 것 같으니······. 이벤트가 발생할 시간이다.


아니나 다를까, 아래층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쾅, 쾅쾅! 무언가를 과격하게 두드리는 것 같은 둔탁한 소리도 이어졌다.


“이 문은 못 얼여줘요. 이미 미식대회는 종료되었어요.”


희미하게 단호한 강적의 목소리도 섞여 들린다.


[극. 그그극. 그그그그극.]

[안돼. 도망쳐. 도망쳐.]


열심히 혀를 내두르던 백작의 움직임이 멈췄다. 도르륵, 눈이 기괴하게 돌아가더니 계단 너머의 아래를 바라본다. 움직임이 육중하여 발을 전혀 사용하지 않던 그 몸이 부실한 하체를 겨우 쿵, 하고 움직였다.


“어디를!”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채강이 몸을 날렸다. 백작은 자신의 몸에 검이 내질러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쿵. 쿵. 쾅. 쾅. 굉장한 소리를 내며 이쪽으로 달려왔다.


“미, 미친.”


백작이 혀를 전방으로, 심지어 위아래 구분도 없이 들쑥날쑥 휘몰아치며 달려온다. 채강에게는 강적 같은 [방어]기술이 없기에 혀를 휘두르며 달리듯 전진하는 백작을 말릴 재간도, 혀를 피해 공격할 재간도 없었다.


채강이 달려간 덕에 그의 육체가 분명하게 보였다. 덕분에 18금에 어울리는 뱃속도 고스란히 망막을 스치고 지나갔다. 색······이 달라서 다행이다. 저걸 검은 ‘입’이라고 불러도 되는지 모르겠다.


저런 놈을 몸을 던져서 길을 막거나 할 재주도 마음도 없다. 둔중하지만 과하게 위압적인 몸짓에 얼른 벽에 붙었다. 강적이 알아서 잘 해결해주길 바라는 수밖에.


백작이 계단의 난간을 타고 내려갔다. 말 그대로 어린아이처럼 계단의 난간에 몸을 던지더니 슬라이딩하듯 내려간다.


동시에 내 몸이 번쩍 들렸다. 파악할 틈 없이 채강이 나를 둘러메고 아까의 흉상과 난간을 밟으며 금방 1층에 도착했다.


백작보다 빨랐고. 이곳저곳의 어두운 벽으로 휙휙 바뀌다 거꾸로 뒤집어진 시야에 강적과 정문이 눈에 들어왔다. 참가자들이 정문을 두드리자 초록의 막이 쳐지며 종잇조각 같은 빛이 비산한다.


그녀는 정문에 [방어]마법을 쳤다. 참가자들은 정문에 펼쳐진 방어 마법에 안으로 진입하지 못한 채, 문을 쾅쾅 두드리고 있었다.


방어 마법은 사용 시 마나를 소비하는 것은 물론, 들어오는 대미지만큼 체력 대신 마나를 깎는 스킬이다. 즉, 별거 아니겠지만 저렇게 사람들이 시위하는 것만으로도······.


“하.”

“오해하지 말죠. 당신을 도와준 것이 아니라, 민간인들을 도운 거니까.”


채강의 헛웃음에 그녀는 도도하게 턱을 들어올리며 깃펜으로 참가자들을 가리켰다.


“누구와는 다르게 야만하지 않아서요.”

“그래. 도움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다.”


채강은 나를 던지듯 강적에게 밀어버렸다. 저, 은혜도 모르는 놈. 다행히 강적은 풍선 인형마냥 휘청이며 날아든 나를 한 팔로 붙잡아주었다.


“감사 인사는 됐어요. 이들은 절대 들어오지 못할······아니, 않을 테니 안심하고요.”


고맙다고 할 줄 어떻게 알았는지. 강적은 도도하게 말하며 옆에서 쾅쾅거리는 참가자들을 턱짓했다. 그들은 난간을 타고 내려오는 백작의 흉측한 모습을 보며 일제히 움직임을 멈췄다.


더 이곳에 들어오기 위한 몸부림은 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래.


“괴, 괴물!”

“백작이 괴물이 되었다!”

“백작이, 백작이 원령에 잡아먹혔어! 다들 도망가!”


지금처럼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기 바쁘겠지. 헤스티카의 주민으로서 아주 빠르고 현명한 선택이다.


“그래, 고마워.”

“민간인을 도운 거라고 했죠. 키퍼에게 감사받을 일은 아니죠. 반대로, 당신을 지켜주지 않았는데요. 아까 마력차에서도 그렇고. 전투를 못 하니 뭐니 한 것 치고는 정말 대담한 행동만 하시는군요?”

“아?”


얘, 모르는구나.


채강이 침묵의 방의 효과를 제대로 몰랐듯이, 강적도 구원의 시간의 특징을 전혀 모르는 모양이다. 해방자와 포획자가 서로 싸운다고 하더라도 서로에게 침묵의 방과 구원의 시간을 사용할 이유가 전혀 없고.


이렇게 에피소드에서 종종 만나기는 해도, 포획자는 잠식 상태를 한 번도 목격하지 않으니 구원의 시간을 ‘구경’도 못해본다. 해방자도 마찬가지고.


······가만, 그럼.


순간 불길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분명히······ 지금 이 시점은 해방자의 시점이다. 하지만 해방자의 시점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하다. 이벤트 자체가 포획자가 원령을 놓치는 것이 먼저였기에 강적에게 먼저 가고, 채강을 만나기로 했을 뿐.


내가 포획자로 플레이했을 때는 파라파 백작은 잠식되지 않았다. 해방자랑 싸워서 요리대회에 일등을 차지하면 파라파 백작이 일등 상품이라며 <누구든 행복하게 하는 마법의 향신료>라는 굉장히 수상한 병을 준다.


당연히 포획자는 그 병의 내용물이 원령임을 느끼고 돌아가 키퍼에게 돌려주는 나름 평화적인 스토리로······.


······지금처럼. 지금처럼 미식대회 이벤트 자체를 없애버렸다면.

미식대회가 개최되기 전에 먼저 백작의 성에 찾아갔다면 혹시.


[각. 그극. 기기긱. 극그극.]

[아냐. 내가. 괴물이. 아냐. 나는······.]


판단 미스다.


기괴한 울음소리 속에 섞여드는 백작의 목소리가 무겁게도 울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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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수정 공지(21.11.03) 21.11.03 22 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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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5. 선임 수호자 21.10.29 23 0 13쪽
» 4. 미식 대회 21.10.24 28 0 16쪽
13 4. 미식 대회 21.10.22 27 0 12쪽
12 4. 미식 대회 21.10.22 30 0 13쪽
11 4. 미식 대회 21.10.20 33 0 12쪽
10 3. 적의 적은 21.10.18 2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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