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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님의 서재입니다.

단천문(檀天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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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최근연재일 :
2024.09.20 06:30
연재수 :
111 회
조회수 :
44,468
추천수 :
1,046
글자수 :
629,500

작성
24.05.23 06:30
조회
557
추천
11
글자
13쪽

3-1

DUMMY

나원평과 혁리천은 가부좌를 튼 채 두 손을 양 무릎 위에 올려놓고는 두 눈을 지그시 감고 날숨과 들숨을 길게 하며 천무구양신공의 내공심법을 운용했다.


한 시진(2시간)이 흐른 후.


"으음···. 후~우!"


두 친구는 비슷한 시간에 좌선(坐禪)에서 깨어나 무릎에 얹은 두 손을 풀고 숨을 길게 내쉬며 눈을 뜨는 순간 화사한 발그스름한 빛이 입가의 소리 없는 미소와 함께 얼굴 위에 그려졌다.


"너 느꼈니?"

"응! 정말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지면서 날아갈 듯 상쾌해지더라!“

"그럼, 책에 있는 것처럼 몸이 둥둥 뜨든?"


두 사람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팽욱이 묻자 나원평은 팽욱을 향해 한심하다는 듯 혀를 끌끌 찼다.


"어이구 이 화상아! 이거 겨우 1년 했다고 몸이 둥둥 뜨면 이 세상에 고수 아니, 신선 아닌 사람 없을 거다 이 한심한 녀석아!"

"큭큭큭!"

"야! 혁린천! 넌 뭐가 우스워 그렇게 웃는 거야! 너희들이 좌선을 마치고는 날아갈 것 같다고 해서 그런 거지 내가 뭐 지어낸 말은 아니잖아!"


그러잖아도 아무 진전이 없어 속상했던 그였다.


하지만 제 딴에는 친구라고 관심에 물어봤던 것인데 돌아온 건 바보 같다는 비아냥이라 속이 크게 상했다.


돌아서서 거친 숨을 몰아쉬는 그를 보며 미안했던 두 사람은 일어나 그의 목덜미와 어깨를 각기 붙잡고 주물러 주며 위로했다.


"욱아! 미안, 우리가 경솔했다."

"그래, 그만 화 풀고···. 우리가 느꼈던 상태를 말해줄게!"

"방금 우린 둘 다 소주천(小周天)을 이룬 것 같아! 책에서와 같이 진기가 임맥(任脈)과 독맥(督脈)을 서로 통하게 되는 이른바 임독유통(任督流通)이 된 것이지"


팽욱은 두 친구의 말에 호기심이 일었다.


"그래? 그 현상이 어떤데?"

"단전에 모인 기를 항문 쪽으로 내리고, 다시 뒤로 돌려서 등골에 있는 독맥까지 올린 다음 머릿속 니환(泥丸)까지 넣고, 다음에 몸의 앞면 정중선(正中腺)에 있는 임맥에서 끌어내려 다시 단전으로 돌아가게 하는 즉, 몸을 앞뒤로 크게 원을 그린 상태로 기를 돌려 앞면의 임맥과 뒷면의 독맥이 유통하게 된 거지."

"진기가 도는 걸 확실히 느꼈다는 말이지?"

"그래, 소주천 역시 하단전에 근본을 두고, 축기(蓄氣) 하는 과정에서 심법으로 기를 이끌어 운기 하는 건데 마치 저수지에 물이 가득 차 넘치면, 넘친 물이 수로를 타고 흘러가듯 단전이라는 솥에 계속 축기 하면 모인 기는 넘쳐 나오고 넘쳐 나온 기는 심법에 이끌려 일정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더라 이거지.“


나원평의 말을 받아 주거니 받거니 혁린천이 이었다.


"그걸 반복하니 단전에 뭔가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고 기운을 통제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 그러니까 내가 원하는 곳에 기를 집중하면 단전에 모여 있던 기가 그 방향으로 유도되며 힘이 펑펑 솟구치는 그런 기분이지···."


둘은 경이롭고 신기한 마음에 들떠 번갈아 가며 떠들었다. 직접 겪지 못한 팽욱 역시 덩달아 신이 난 것은 물론 이었다.


"아직 일주(一周:한바퀴 돌림)하는데 두 식경 정도 시간이 소요되지만, 꾸준히 수련하면 그 시간이 단축되고 그러면 힘을 써도 금방 보충이 되어 계속 큰 기를 운영할 수 있게 된다는 거야!"

"동굴에 있으니 쌀쌀한 것이 조금 춥다. 이제 돌아가자!"

"그래? 난 지금 하나도 춥지 않은데···. 오히려 가뿐한 것이 너무 좋아! 아까 처음 소주천에 성공했을 때에는 열도 많이 나고 몸이 막 저절로 떨리고 그러더니 이제는 그런 현상이 사라졌어."

"너도 그러냐? 나는 지금 갑자기 눈이 좋아진 것 같아! 밤인데도 초저녁처럼 주변이 환하게 잘 보여 물론 거짓 조금 보태서···."


나원평과 혁린천 둘은 서로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괴로웠던 순간과 위험했던 순간, 감동적인 순간을 경쟁적으로 말했다.


자랑하다 보니 벌써 인시(오전3시~5시)말이 된 걸 뒤늦게 알았다.


"아이~쿠! 야야! 너무 늦었다. 벌써 동녘이 밝아오고 있어!"

"그래? 큰일 났다. 어른들 걱정하기 전에 빨리 가자!"


사실 오늘 일은 내공을 운기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얻고 싶은 큰 경지 중 하나였다.


수련하는 사람 백의 구십구는 이 단계까지 가 보지도 못하고 1단계인 대맥운기(大脈運氣)도 못 이룬 채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나 이들은 그런 기초적인 것조차 몰랐기에 얼떨떨하다는 느낌 그 이상, 갖지 못했다. 워낙 책 서두에 황당무계한 환상을 심어놓아 이정도는 아직 까마득히 먼 단계라고 여겼기에 그렇다.


그렇게 이십 주야의 시간이 더 흘렀다.


그동안 혁린천과 나원평의 성취는 일취월장(日就月將)이란 말이 어울릴 정도로 눈이 부셨다.


둘 다 같은 수준은 아니었지만 약간의 우열(優劣)만 있을 뿐 별 차이가 없었다.


은근히 서로 경쟁하며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 주다 보니 보통의 경우 보다 배는 더 빠른 진전을 이뤘다.


혁린천은 소주천의 단계를 이룬 후부터 수련을 시작하면 심법을 먼저 운용한 후 자신의 체질에 맞는 장권 중 장(掌)을 위주로 연습했다.


처음엔 일주천에 2식경이 걸렸는데 이제는 반 식경으로 짧아져 바로바로 진기가 꽉 차는 축기가 되는 모양이다.


내공이 꽉 차게 되면 암반을 시험 삼아 천무좌장을 시전하곤 했는데 회차가 늘수록 위력은 점차, 배로 증가했다.


"이야압!"


혁린천이 기합과 함께 천무장권(天武掌拳)의 천무좌장(天武左掌)을 바닥에 돌출된 아이 크기의 암반을 향해 쭉 뻗었다.


그러자 평소 아무리 쳐도 아무런 표식조차 나지 않던 암반 면에 균열이 갔는지 돌가루가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호오!"


이 광경에 나원평과 팽욱 두 사람은 감탄 성을 연발하며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그의 시범 이후 둘의 분위기는 판이(判異)하게, 달랐다.


나원평의 얼굴은 차갑게 굳었고 팽욱의 눈 밑 그늘은 점점 커졌다.


종전의 성공에 크게 고무된 혁린천은 기마 자세로 천무 좌, 우장을 동시에 펼치며 다시 한번 바위 중심부를 힘차게 가격했다.


요란한 격타음에 이어 한 뼘 크기의 현무암 덩어리가 떨어져 나가며 사방으로 튀었다.


"천생의 천력에 내공과 천권이 더해지니 와~아, 대단하네."


상황을 주시하던 나원평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본인은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그의 음성에는 보이지 않는 호승심에 평소와는 전혀 다른 격앙된 감정까지 담겨 있었다.


그의 심리변화를 모르는 팽욱, 혁린천의 성취에 기뻐 웃으며 물었다.


"야! 나원평! 너도 저 정도 할 수 있는 거냐!"


팽욱은 나원평 역시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반 믿음 반으로 주먹을 불끈 쥐고 힘내라 외쳤다.


팽팽한 긴장감! 격파 자세를 준비하는 나원평의 입이 야무지게 오므라들었다.


나원평은 자신이 연마했던 천무신권(天武神券)의 기수 식을 느린 동작으로 취하며 호흡을 고름과 동시에 혁린천이 깨뜨린 현무암 조각을 번쩍 위로 치켜들었다.


한참을 노려보던 그는 큰 기합과 함께 신권을 날려 암석 정중앙을 정확히 가격했다.


파공성만 들리고 주먹은 보이지도 않았다.


정말 빨랐다.


요란한 파열음 뒤 조각으로 박살 난 암석이 동굴암벽에 부딪히며 산산조각이 났다.


”헉~!!“


놀라운 광경에 지켜보던 둘은 멍하니 바닥에 떨어진 돌조각을 응시했다. 그사이 호흡을 고르는 나원평, 깨진 돌가루의 분진이 서서히 바닥으로 가라앉고 있고 이때 전혀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웃으며 성공을 축하하던 팽욱의 얼굴빛이 샛노랗게 변하며 크게 일그러졌다.


몹시 허탈하고 낙담한 표정, 성공의 기쁨에 들뜬 나원평과 혁린천은 이런 그의 심경 변화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와~악!“


갑자기 괴성을 지르며 동굴 밖을 향해 뛰쳐나가는 팽욱. 밖으로 나간 그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열길 높이의 폭포 아래를 향해 펄쩍 뛰어내렸다.


제지할 틈도 없이 벌어진 일. 두 사람은 놀라 꽥,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야, 야~!! 팽욱!"

“저, 저 녀석이 왜 그러는 거야?"


순간 나원평의 뇌리에는 불길한 생각이 스쳐 갔다.


생각과 동시에 그의 안색 역시 창백하게 변하며 급히 뒤를 쫓았으나 그의 몸은 이미 폭포 줄기를 가르며 아래로 떨어져 내린 뒤였다.


두 사람 역시 황급히 뛰어내렸다.


낙수(落水)가 떨어지는 물속은 생각보다 깊었다.


막상 들어와 보니 떨어지는 폭포의 수압으로 인해 물속에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발생, 엄청난 힘으로 모든 물체를 빨아당겼다.


얼굴과 귀를 짓이기는 찢어발길 듯한 압력이 전신을 휘감아 숨도 쉴 수 없었다.


나원평은 필사적으로 눈을 떠 팽욱을 찾으려 했으나 계속 때리며 누르는 압력에 속수무책, 점점 더 깊이 빨려들었다.


'침착, 침착, 진기를 눈으로 보내 보자!'


수압에 종이처럼 우그러든 그의 몸은 구결을 떠올리는 순간 뜨겁게 반응했다.


단전에서 치달아 오른 기운이 사지 백해로 뻗었다.


무기력했던 전신에 진기가 충만 하자 몸을 짓누르던 압력이 점차 해소되며 사라지는 듯했다.


기쁨이 벅차게 밀려왔다.


충만한 기운에 샘솟는 자신감, 그는 겁 없이 번쩍 눈을 떴다.


‘보인다~ 보여!’


강렬한 빛이 두 눈을 통해 뿜어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보려 해도 볼 수 없었던 물속 심연의 세계, 선명하지는 않았지만, 물고기며 바위, 사물들이 시야에 들었다.


그리고 찢어질 듯 아팠던 피부의 통증 역시 마치 철갑을 두른 듯 사라지며 가뿐해졌다.


주변을 살폈다. 일장 우측에 혁린천의 모습이 보였다.


그 또한 그와 비슷한 능력이 생겼는지 자신처럼 눈을 부라리고 주변을 훑고 있었다.


몸의 균형을 잡고 더 깊은 아래를 보니 팽욱의 작은 몸이 주변을 맴도는 수많은 물체와 함께 빙글빙글 도는 모습이 보였다.


녀석은 의식을 잃었는지 두 팔과 두 다리를 축 늘어뜨린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와류를 따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서둘러 팽욱을 각각 붙잡고 물 위로 빠져나왔다.


계속된 소용돌이에 중심 잡기가 어려웠으나 초보적 수준의 천근추(千斤墜)를 운용, 중심을 유지하며 물 밖으로 빠져나왔는데 3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물 밖에 뉘어 놓았지만, 그는 숨도 쉬지 않은 채 죽은 듯 축 늘어져 있었다.


"팽욱아! 욱~!! 정신 차려. 인마!"


크게 당황한 혁린천은 팽욱의 뺨을 세차게 때리며 흔들었다.


나원평은 그런 그를 한쪽으로 밀어내고 인공호흡을 실시했다.


동시에 몸을 바닥에 엎어 놓고 배를 두 손으로 잡아 올린 뒤 상하로 흔들어 체내의 물이 빠져나올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응급 처방하니 왝! 하며 뱃속의 오물을 토해 냈다.


꽉 막았던 오물이 빠지자 돌아 온 의식, 힘겹게 눈을 떴지만 이내 한숨과 함께 축 늘어졌다.


"거센 물살에 기력이 쇠잔해져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 것 같다"


가부좌를 틀고 앉은 나원평은 그의 단전에 손을 얹고 내력을 운기 하기 시작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팽욱의 혈색, 차 한 잔 마실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창백했던 혈색이 점차 불그스름, 화색이 돌고 불규칙하던 호흡 역시 점차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와~ 천만다행! 일단 위험한 고비는 넘긴 것 같다. 후~우!"


팽욱을 살리기 위해 전력을 다했던 나원평은 힘없는 목소리로 녀석을 부탁한다 말하고는 철퍼덕 자리에 주저앉아 빠져나간 진기를 보충하기 시작했다.


"원평아! 괜찮겠어!'

"그래 나는 괜찮아, 조금만 운기 하면 금방 회복될 거야! 바로 따라갈 테니 넌 팽욱이 데리고 빨리 집으로 가!"


알았다는 대답과 함께 신형을 날려 사라지는 둘, 나원평은 린천의 하산하는 뒷모습을 물끄러미 보며 오늘 자신이 취한 행동이 경솔했음을 뼈저리게 통감했다.


'조심했는데 성취감에 들뜬 나머지 과시를 했어. 나답지 않게··· 자괴감을 크게 느꼈을 텐데, 마음의 충격을 이겨내기 어려웠나? 후~ 다 큰 놈이고 의젓한 놈이라 그런 것쯤 충분히 이겨 낼 줄 알았는데··· 내 생각이 짧았어! 아~ 팽욱이가 혹, 큰일이라도 당하면 어쩌지···.'


오늘따라 밤하늘의 별들이 자신을 탓하며 비수 같은 한광을 아프게 뿌려 대는 것만 같아 마음이 쓰리고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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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1 +1 24.05.13 751 13 17쪽
9 제 2 장 어린 팽욱의 뛰어난 재치 +2 24.05.13 919 15 11쪽
8 1-6 +1 24.05.12 940 17 9쪽
7 1-5 +2 24.05.11 1,138 16 10쪽
6 1-4 +1 24.05.10 1,162 1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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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1-2 +1 24.05.09 1,554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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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 (序) . +1 24.05.08 2,844 25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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