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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님의 서재입니다.

단천문(檀天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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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최근연재일 :
2024.09.20 06:30
연재수 :
111 회
조회수 :
44,482
추천수 :
1,046
글자수 :
629,500

작성
24.05.16 06:30
조회
642
추천
10
글자
9쪽

2-4

DUMMY

* * *



“뭐라고? 그 자를 감시하던 혈두천(血頭泉)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예! 단주!”


희미한 불빛에 촛농이 뚝뚝 떨어지는 내실, 두 명의 사내가 주먹을 불끈 쥐고 흥분해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특히 단주라 불린 자는 흥분을 주체치 못하겠는지 연신 단단한 자단목 탁자를 쿵쿵 내리쳤다.


그럴 때마다 탁자는 친 형상 그대로 무려 한 치 깊이로 푹푹 꺼져 들었다.


“그자가 무슨 꿍꿍이로 시골구석을 유유자적 돌아다니는지 모르겠구나!”

“황송하옵니다. 단주!”

“흠, 뛰어야 벼룩이지 그놈 또한 마누라의 죽음에 무슨 음모가 얽혀 있다는 사실, 어렴풋이 알고는 있을 테지만 현재로는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해 답답한 마음이 있어 그럴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 죽일 마음 까지 먹었는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직 그들의 생사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이니 섣불리 단언하기엔 이릅니다. 헉!”


머리를 조아리며 보고하던 중년 사내는 갑자기 쏘아진 단주라는 사내의 신광에 순간 온몸이 오그라드는 무서운 공포를 느꼈다.


“네 감히 내 의견에 반론을 제기하는 것이냐!”

“아, 아닙니다. 단주! 제 어찌 감히 대 암···.”

“그 입 다물지 못할까! 어디서 함부로 입에 올리려는 게냐!”


단주라는 사내의 대갈일성에 중년인의 입은 꾹 다물어졌다.


“다른 자를 보내 그들을 철저히 감시, 배신의 싹이 트지 않도록 매사에 주의 또 주의하도록 하라!”

“존명!”


보고하던 중년인은 다시 한번 머리를 깊숙이 조아린 뒤 그 자세 그대로 신형을 뒤로 빼며 내실에서 빠져나갔다.


아무도 없자 그의 입에선 나지막한 한숨이 흘러나왔다.


20여 평에 이르는 내실에는 꺼지기 직전의 촛불만이 살랑살랑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아직 때가 되지 않았음이야. 우선 우리 내부조직부터 완벽하게 내정리하고 그리고 그들 만호와 검유, 그들 2인이 우리 사슬 고리에 꼼짝없이 붙들릴 수 있도록 배후 조종에 한 치의 빈틈을 보여서도 안 될 것이다. 아직은 만호 장부주도 우리의 정체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니 말이다. 크하하하!”


앙천대소를 터트리는 그의 얼굴엔 천하가 자신의 손아귀에 들어왔다는 듯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그렇게 천살성의 광기는 중원 무림에 깊은 주름의 싹을 틔워 가고 있었다.



* * *



"일단, 파천천변 둑방 근처에 있는 흉가에 가서 숨어있자! “

"그곳은 안전할까?"

“할 수 없지.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봐야 하니까.”


놈들을 피해 도망치고 있지만 셋 다 마음이 불편했다.


"놈들이 대장간에서 그 일을 당하고 순순히 물러설까?"

“해사방에 그 가진자인지 발싸개인지 하는 그 개 같은 놈은 성질이 지랄 같아서 열배 백배로 보복한다던데···.”


걱정에 걸음이 무거웠던 셋의 앞에 거의 무너져가는 폐가가 시야에 들어왔다.


귀신이 출몰하는 흉가인지라 담이 큰 아이들 아니면 찾아올 엄두도 내지 못하는 곳이었다.


소문에 의하면 이곳에 살던 부녀가 십여 년 전 홍수에 쓸려 목숨을 잃고 난 뒤 밤마다 여인의 호곡성이 들린다 하여 사람이 살지 않게 되면서 흉가로 변해 대부분 무너져 내린 상태였다.


셋은 어린 호기에 담력시험을 한다며 찾아와 밤을 새우다 우연히 폐가 뒤편 은밀한 곳 지하에 비를 피해 숨을 작은 창고가 있음을 발견하고 그곳에 잠잘 공간까지 만들어놓고 놀았다.


무너진 담장 앞, 넝쿨 잎과 잡초가 무성히 자라있는 곳에 다가선 혁린천이 주변 동정을 살핀 후 잡초더미 사이로 손을 넣더니 뭔가를 번쩍 들어 올렸다.


잡초로 위를 덮어 위장한 널빤지가 끼이익 소리와 함께 열렸다.


후끈 풍겨 나오는 퀴퀴한 훈기에 잠시 코를 막은 셋은 조심조심 지하로 내려갔다.


오평 남짓 작은 공간, 내려서 곧바로 촛불을 지피니 실내 모습이 훤히 드러났다.


아이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공간이라 그런지 이불이며 탁자, 드러누울 수 있는 나무 바닥에 각종 그릇과 서책 등이 어지러이 놓여있었다.


음식도 해 먹었는지 바닥은 불에 그을린 흔적이 곳곳에 있었다.


"형!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저녁때 동정 살피고 올게요."

"너도 그자들이 알고 있잖아."

"형들도 아시겠지만, 제겐 글방 스승님이 계시잖아요."

"응, 그렇지! 계시지"


뜬금없이 스승을 들먹이며 해맑은 미소를 짓는 팽욱. 뭔가 꿍꿍이속이 있는 모양이다.


"할아버지께서는 저에게 많은 실용학문을 가르쳐 주시면서 그중에 변복(變服)과 변신(變身) 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거든요."

"변복과 변신?"

"예 변복은 말 그대로 옷을 달리 차려입어 시선을 피하는 것이고 변신은 몸의 모양이나 얼굴의 형상을 알아볼 수 없도록 바꾸는 것이지요. 그걸 배웠기 때문에 절대 알아볼 수 없을 것입니다."


호언장담하며 피식 웃더니 이불과 옷가지 등이 있는 구석에 간 팽욱은 널빤지로 모습을 감추고는 반식경이 흐른 뒤 다시 나왔다.


깜짝 놀란 두 사람.


“어! 욱아! 너 분명 팽욱 맞냐?”

“히히! 당연하지!”


낄낄 웃으며 두 사람 앞에 서는데 이럴 수가.


들어갈 때 분명 댕기 머리 무명옷 복장이었던 녀석이 나올 때 보니 한족 아이들이 즐겨 입는 취록색 단복에 둥근 빵 모자를 쓴 모습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얼굴에는 무엇을 발랐는지 곰보처럼 점이 촘촘히 찍혀있고 눈썹 또한 일자형의 굵은 눈썹에 눈꼬리를 축 처지게 그리고 얼굴색마저 거무스름하게 만들어 어수룩하고 촌티가 물씬 풍기는 덜떨어진 얼굴로 역용했다.


진짜 팽욱의 아버지가 본다 해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


"형님들 이래도 걱정되시나요?"

"우와~ 정말 못 알아보겠네!"

"이 옷 하며 얼굴에 칠한 것, 언제 구해다 놓은 것이냐?"

"이 옷은 엄마를 졸라 마련했어요. 제가 맨 날 하얀 무명옷만 입고 다니니까 또래 아이들이 놀리잖아요. 그래서 이것 준비해두고 보통의 아이들처럼 행세하고 싶을 때 사용하려고 했죠. 그리고 얼굴에 바른 요것들은 엄마가 바르는 것 중에 역용술(易容術)로 이용하면 좋겠다 싶은 것들을 틈틈이 챙겨 놓은 것이에요."


사실 어린 마음에도 다른 아이들과 다른 복장, 다른 음식을 먹는다는 것 그리고 가끔 다른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아 속상했던 적 한두 번이 아니었다.


부모님에게 물어보면 그건 네가 크면 알 일이라며 우리는 우리가 태어나면서 가진 피를 지키고 존중하며 그걸 보존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 어려운 말씀을 종종 하셨다.


‘어차피 다 같은 인간인데 왜 서로를 차별하고 구분해서 살아야 하는 걸까? 같이 공생하며 살면 안 되는 걸까?’


그의 머릿속에는 배움을 익히며 머리가 커감에 따라 위와 같은 생각이 이론상에만 존재하는 부질없는 짓이란 사실을 점차 깨달으며 소수자로 사느니 다수자에 편입해 사는 편이 훨씬 좋을 것이란 나름의 결론에 따라, 가끔 한 번씩은 부모님 몰래 한족 아이들이 입는 옷을 입고 한족처럼 행세하고 다녔다.


어린 마음에도 차별과 멸시는 싫었으니까.


하긴 오늘 이런 사단이 발생하게 된 원인도 옷차림과 김치 때문인 것 같아 더욱 싫었다.


형들의 호응에 달뜬 팽욱, 헤벌쭉 웃으며 선 듯 다리를 탁자 위에 얹고는 바짓단을 제치고 허벅지를 내보였다.


“이것도 갖고 왔어요.”


예측할 수 없는 녀석의 행동에 궁금했던 두 사람, 이번엔 또 뭘 갖고 놀라게 하려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다리엔 예의 그 뭉툭하고 거무튀튀한 짧은 단검이 가죽끈에 단단히 메여져 있었다.


“그게 뭐야??”

“흐흐, 우리 집 수호 신물~.”

“수호 신물? 야 이놈아! 그런 귀한 물건을, 말씀드렸어?”


고개를 저으며 겸연쩍게 웃는 걸 보며 둘은 한숨을 내쉬었다.


“무기 하나 없이 갈 걸 생각하니 불안해서 뭐라도 집어 왔어요.

일 끝나면 도로 원위치시켜 놓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에휴~ 그래 알았다! 너를 믿으마."

"조심해서 들키지 말고, 단지 동정만 살피고 와! 알겠지!"

"알았어요."


말을 마치자 팽욱은 계단을 바람같이 올라 뚜껑을 열고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아빠! 남들은 대대로 내려오는 보물이 있다던데 우린 없어?”

“보물? 이놈아! 보물 같은 소리 그만하고 시킨 일이나 어서 해!”


큰소리로 얼버무렸지만, 뭔가가 있는 눈치.


“있구나~ 있지?”

“있긴 뭐가 있어! 있어도 없다 이놈아!”

“헤에~ 나 다 봤다. 거짓말하지 마라~”

“봤다고? ··· 뭘 봤는지는 모르지만, 그거 절대 건드리면 안 되는 물건이다. 알았냐?”

“이유를 말해줘야 할 것 아니야!”

“으음~ 그 상서로운 물건은 대대로 우리 집 수호 신물로 전해진 물건이야. 함부로 손댔다간 어떤 액운이 닥칠지 모른다는 뜻이다. 알겠냐?”

"엄청 겁 주네. 알았어요. 아빠!"


말을 잇는 그의 표정엔 두려움과 경외감이 동시에 교차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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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2-2 +1 24.05.14 704 13 13쪽
10 2-1 +1 24.05.13 751 13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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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1-6 +1 24.05.12 941 1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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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1-4 +1 24.05.10 1,162 1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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