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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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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최근연재일 :
2024.09.20 06:30
연재수 :
111 회
조회수 :
44,409
추천수 :
1,046
글자수 :
629,500

작성
24.05.21 06:30
조회
513
추천
11
글자
13쪽

2-8

DUMMY

“헤헤, 다행히 담과 항아리 사이는 어두워서 명주 줄이 전혀 보이지 않는 데다 정원 내의 가산(假山)과 인공연못 사이에 조성되어있는 기형의 화강암 수석이 워낙 커서 줄이 묶어져 있는 담이 잘 보이지 않았어, 마지막으로 쇠뇌를 물통과 연결한 줄과 팽팽하게 나란히 연결해 놓고 화살 끝에 솜을 뭉쳐 놓은 다음, 기름칠해 놓고 화살에 달린 둥근 고리를 줄에 끼워 놓아 쇠뇌의 살을 팽팽하게 당겨 놨지. 건드리기만 하면 화살이 튀어 나가도록 말이야."


말을 끊은 팽욱은 입이 마른지 혓바닥으로 입술을 핥았다. 나원평은 즉각 눈치채고 주전자에 물을 떠서 받쳤다(?).


꿀꺽! 꿀꺽!


한 그릇의 물을 단숨에 마신 팽욱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형을 시켜 먹었다고 좋아했다.


이 꼴을 두고 볼 나원평이 아니니. 우당탕. 잠시 소란이 있고 난 후 셋은 못다 한, 남은 이야기 삼매경에 다시 빠져들었다.


입이 근질근질해 못 참겠던 나원평이 용기(?)를 내어 물었다.


“궁금한 게 있는데···.”

“말해봐 형!”

“네가 그렇게 돌아다니는 동안 아무도 너를 발견하지 못했냐?”

“암만, 발견하지 못했으니까 내가 성공하지 않았겠어!”

“뭐, 그야 그렇지만···.”

“당연히 큰 도움이 있었지.”

“누군데?”

“궁금하지?”

“응!”


오늘따라 형들이 왜 이렇게 천진난만해 보일까.


“린천 형 아버님의 절대적인 도움이 있었지.”

“그래??”


한쪽에 잠자코 있던 혁린천이 기쁜 얼굴로 반문했다.


“처음 말했잖아. 나를 알아보고 놀란 표정을 지으셨다고.”

“응, 그랬지!”

“내가 다시 와서 담을 넘어오는 순간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어. 정말 일이 잘 풀리려 그랬던 것 같아. 내가 움직일 때마다 아저씨가 소리를 지르며 놈들의 이목을 끌어주어 모든 일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어.”

“아버님이 계속 도와주셨단 말이지 헤헤!!”


혁린천은 자신과 똑같은 곰 같은 아버지가 눈치 빠른 팽욱이 놈과 어떻게 보조를 맞춰 놈들을 속여 넘겼을까, 정말 궁금했다.


"계속할게. 흐흐, 다행인지 내가 준비한 두 시진 동안 아버님은 거기에서 그대로 계시더라고.”

“뭐 인마! 다행? 너 내 손에 맞아 죽어볼래!”

“헤헤, 미안, 미안. 참아. 아무튼, 놈들이 다시 아버님을 구박하는 모습을 보고 작전에 돌입했지, 먼저 2층 난간에 올라가서는 줄에 속에 입고 있던 가죽옷 쇠고리와 연결해 놓고 입에 깔때기 형태의 확성기를 대고 큰소리 지른 게 시작이야. 모두 웃기지도, 않다는 듯 뭐라고 소리를 지르더라고. 이때 다음 준비를 해야 하는데 절묘하게 아저씨가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아주시지 뭐야. 그 덕에 줄을 단단히 맨 나는 줄을 타고 서서히 내려왔지. 깜깜한 밤에 하늘에서 둥둥 떠서 내려오니 기겁할 일 아니겠어."


대단한 놈, 팽욱을 보는 둘의 표정은 그런 표정이었다.


"모두 입을 쩍 벌리고 놀라는 표정을 보니 가관도 그런 가관이 없었어, 웃음이 나오려는 걸 가까스로 참으며 내려오는데 이런 갑자기 번쩍하며 비수가 날아든 거야. 물론 의심 많은 놈이니 이런 일, 충분히 벌이고도 남을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막상 날아들 줄은··· 이젠 죽었구나. 그 생각이 뇌리를 퍼뜩 스치며 아버지 어머니, 형들 얼굴이 동시에 떠오르더라고. “


얼마나 아찔했으면 말을 하는 지금 어린 팽욱의 얼굴은 창백했다.


한동안 이어진 셋의 말 없는 침묵. 정말 얼마나 놀랐을까?


착 가라앉은 어린 팽욱의 말이 다시 이어진 것은 차 한 잔 마실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파파팍, 꽂히는데 죽었다. 그 생각뿐이었어. 그런데 뭐지? 분명 가슴과 다리 복부에 칼이 꽂혔는데 아픈 곳이 전혀 없어. 살펴보니 내가 덩치를 크게 보이게 하려고 솜이불에 가죽옷을 입었었는데 검이 그곳에 두 개 꽂혔고 다리는 역시 키를 크게 보이게 하려고 막대기를 이어 붙였는데 막대기에 정확히 꽂혀 있더라고 세 자루를 던질 것이라곤 상상 못 했지만 한 개 정도는 던질 것이고 그 지점은 당연히 급소인 가슴을 향해 던질 것이란 예측을 했던 거야. 그런 예측에서 돼지 피 주머니를 달아 놓았었지···. 그때 상황은 그렇게 되었던 거야.”


두 사람은 녀석의 입을 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런 천하에 바보 같은 놈. 까닥 잘못했으면 죽었을 엄청난 짓을 저렇게 태연히. 둘은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심장이 멎는 줄 알았던 난 어쨌든 일이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멋지게 순조롭게 되자 밑으로 내려와 아까 말한 것처럼 엄포를 잔뜩 준 다음 항아리 위에 연결된 물통의 줄을 확 잡아당겼지, 그러자 예상했던 대로 물이 쏟아지면서 뜨겁게 달궈졌던 물통이 순식간에 식는 것이었어, 사람들은 내가 담 위에서 혼을 빼면서 소리를 지르니까 쇠 물통 쪽의 변화는 전혀 눈치를 못 채더라고.”


손짓 발짓까지 곁들이며 열변을 통하는 팽욱.


“적당히 시간을 확인한 다음, 이번엔 쇠뇌에 얹혀 놓은 화살에 불을 붙임과 동시에 쇠뇌의 팽팽하게 당겨진 화살을 놓자 불붙은 화살은 까만 줄을 타고 직선으로 쭉 뻗어 쇠 물통을 향해 정확히 날아갔지.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정말 내가 봐도 장관이었어. 그런데 걱정은 화살이 항아리 물통에 닿는 순간 동시에 터져야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데 과연 일치될 수 있을지. 초조했어. 그런데 정말 행운의 여신이 나를 도와주시려 그랬는지 몰라도 쇠 물통에 불화살이 닿기 바로 직전, 펑 하고 터지는 게 아니겠어. 그래서 깜빡했으면 야호! 소리까지 지를 뻔했지 뭐야."

"그랬다간 산통 다 깨는 거지"


어느덧 자아도취에 빠져 흥분하는 팽욱,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이 그렇게 예뻐(?) 보일 수 없었다.


"맞아 참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그다음은 이제 얼이 반쯤 달아난 사람들을 확실히 확인 사살하는 일만 남았지."

"너도 정말 지독한 놈이지 어린 녀석이 참!"


팽욱의 눈썹이 역 팔자를 그리며 올라갔다.


"뭐!"

"아, 아니다. 아니야!"

"얼이 반쯤 빠진 회색늑대 가씨에게 말을 붙여 고개를 들게 한 다음, 준비했던 거울을 달빛에 반사 시켜 얼굴에 쏘니 갑자기 빛을 받게 된 가진자는 앞이 보이지 않았을 것 아니겠어! 그러잖아도 겁에 잔뜩 질려 있었는데 앞까지 보이지 않으니 대성통곡에 기절초풍까지 하더라고, 그다음은 볼 것 없이 일사천리. 뭐, 내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모두 믿는 눈치였지."

"팽욱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보면 줄 같은 것이 보였을 텐데···."

“그게 아저씨와 나와의 환상 궁합이라는 거야. 거기다 원래 사람이 혼이 빠지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는 거라고 알아!"

"···."


한 건 했다고 으스대며 머리 꼭대기에 오르려는 녀석을 두 사람은 꿀 먹은 벙어리 마냥 멍하니 쳐다보고 있어야만 했다.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기고만장(氣高萬丈), 동방예의지국의 후손으로써 체면을 구긴다 생각했는지 팽욱은 예의 차분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장내를 살펴보니 혁린형 아버님만 남아 나를 빤히 서서 보시더라고 그래서 내가 이만 사라져도 뒷감당은 아버님이 다하시겠구나 싶은 생각에 담을 훌쩍 넘어 돌아왔어! 내 이야기 끝!!"

“이젠 물어봐도 되는 거지?”

“물론!!”

“어떻게 했기에 그 크고 단단한 큰 항아리가 깨진 거냐?"


정말 궁금해 죽겠다는 듯 두 사람은 턱을 괴고 말똥말똥 팽욱을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그거? 간단해! 물통을 뜨겁게 가열하면 아교로 붙여 밀폐된 통속의 물이 수증기를 내 품으며 부풀어 올라 팽창하게 되거든 그때 외부에서 찬물을 끼얹게 되면 통속에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던 공기와 수증기가 갑자기 수축을 일으키면서 공기의 힘이 단단한 항아리 물통을 펑! 하고 깨뜨리게 되는 거야!“

“말도 안 되는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

“무식한 사람하고는 대화가 안 된다니까. 봐 형! 내가 달걀 깔 때 어떻다고 했어! 수분이 열을 받아 팽창했다가 찬물에 담그면 응결하여 쉽게 까진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양쪽 표면에 온도 차가 발생하면 한쪽은 팽창하려 하고 반대쪽은 덜 팽창하려는 힘의 불균형이 발생, 만일 팽창하려는 쪽에 긁힘이 있다면 미세균열이 생겨 폭발하게 된다는 거야! 알았어!”

“아~ 그래서 항아리 표면에 흠집을 냈다는 거구나.”

“헤헤~ 맞아!!”

"좋아! 그건 이해가 가는데 명주실 말이야. 그게 네 몸무게를 어떻게 감당하냐?"

"명주실이 몇 가닥 안 되면 약하지만 수십 가닥을 엮어서 꼬아 주면 쇠줄처럼 질기고 강해지지 그렇다고 쇠줄보다 강하다는 얘기는 아니고 내 몸무게 정도는 충분히 견딜 수 있다는 말이야."

"그럴까?"

"비유가 좀 다르지만, 옷이 두껍다고 무조건 따뜻한 건 아니잖아? 얇은 옷을 여러 겹 입으면 두꺼운 옷이 아니더라도 훨씬 가볍고 따뜻한 것은 조직이 더 치밀하고 촘촘, 해지기 때문에 바람이 들어가지 않아서 그런 것처럼 말이야!"

“바위에 박힌 칼은?”

“궁금하지? 말해줄까 말까?”


싱글벙글 웃으며 머리를 살살 젓는 녀석을 보며 약이 바싹 오른 혁린천이 꿀밤을 꽝하고 메겼다.


“하려면 하고 말려면 말아라. 이놈아! 흥!”

“벼는 익을수록 고개 숙인다고 했는데 배웠다고 으스대기는.”


어, 이게 아닌데 두 형은 똑같이 성질을 내며 그를 외면했다.


“마, 말해줄게, 내가 잘못했어! 형! 응? 응?”


상황이 급반전하며 역전되자 나원평과 혁린천은 속으로 큭큭,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어린 녀석은 어린 녀석이라고.


“좋아! 봐주지! 말해봐!”

“예전에 마을에 장돌뱅이들이 왔을 때 말이야. 마술을 부리고 그랬잖아! 그때 칼이 사람 가슴에 뿌리 체 꽂혔는데도 멀쩡했잖아! 얼마나 궁금하던지. 졸졸 따라다니며 마술하는 아저씨에게 물었지. 원리는 검집을 비워놓고 검날을 중간에 이중으로 겹치게 만들어 날 끝에 충격이 닿으면 안으로 오므라들면서 날이 안으로 사라지게 만든 거야.”

“그럼 힘이 없어 넘어지잖아!”

“그야 미리 끈으로 연결해 놓았지.”


듣고 보니 별것 아닌 것 같아 우쭐해하는 팽욱이 미웠던 나원평.


"어이쿠! 우리 천재 소년 너무 많이 알아서 작은 머리 용량에 터지면 어쩌는가?"

"아니야! 우리 머리는 지식이 많다고 해서 터지지는 안···."

"와 하하하! 자식 순진하기는 농담도 못 해요. 그나저나 우리 팽욱 아제의 은혜를 어떻게 보답해 주어야 하나."


나원평과 혁린천은 이야기를 마치자마자 벌떡 일어서더니 아까처럼 팽욱을 번쩍 들어 올리고는 서로 목마를 태우고 빙글빙글 돌며 계단을 올라 널빤지를 들어내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오늘 하루, 파란만장했던 일과를 돌이켜 보며 어려웠지만, 결과적으로 잘 풀린 일에 셋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팽욱아!”


그런데 이때 갑자기 혁린천이 팽욱의 앞에서 큰절과 함께 말없이 털썩 무릎을 꿇는 것이 아닌가.


"어어! 형! 형! 왜 이래! 이러지 마!"


팽욱은 얼른 그의 어깨를 잡아 일으켜 세워주려 했지만, 자신의 힘으론 어른 같은 큰 덩치의 혁린천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옥신각신. 실랑이하는 사이 일다경의 시간이 흘렀다.


결국, 체념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팽욱, 마주 보며 무릎을 꿇었다.


"나이는 어린 동생이지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너무 어른스럽고 무엇보다 내 아버님이 큰 곤욕을 치를 뻔했는데 덕분에 곤경에서 벗어나게 되었고 우리 또한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으니 이까짓 절이야 열 번 아니라 백번이라도 할 수 있지."

"혁린형 우리는 피를 나눈 형제는 아니지만, 형이 만약 내가 그런 상황에 처했다면 안 했겠어! 형 또한 우리가 도움을 청했을 때 기꺼이 해주었잖아. 지금 이 행동은 날 너무 곤란하게 하는 거야 모르겠어!"


둘은 서로의 손을 마주 잡고 사나이의 의리란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오르고 눈시울이 붉게 충혈되는 것을 느꼈다.


"그래 나도 혹 너를 남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모르겠구나!“


두 사람이 포옹하며 눈물짓자 샘이 났는지 나원평이 갑자기 달려들어 두 사람의 어깨 위로 펄쩍 뛰어올랐다.


“이랴! 나의 말들아!"


그리고는 양 귀를 동시에 잡아당겼다.


“아야!”


너무 아팠던 둘은 비명과 함께 벌떡 일어서 버렸고 동시에 나원평은 중심을 잃고 벌러덩 떨어져 널빤지 위에 머리를 처박고는 그대로 뻗어버렸다.


"아이쿠!"


그렇게 셋이 만들어가는 우정의 밤은 새록새록 깊어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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