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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님의 서재입니다.

단천문(檀天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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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최근연재일 :
2024.09.20 06:30
연재수 :
111 회
조회수 :
44,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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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6
글자수 :
629,500

작성
24.05.1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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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3
추천
13
글자
13쪽

2-2

DUMMY


뚝딱뚝딱···쉬~이익!


웃통을 벗어 젓치고 검은 바지를 바짝 추슬러 새끼줄로 꽉 동여맨 십오륙 세 가량의 소년이 땀을 비 오듯 흘리며 뜨거운 화덕과 그 앞에 놓인 풀무채를 밀고 당기고 있었다.


한쪽에선 나이든 중년의 사내가 불에 시뻘겋게 달궈진 쇠를 기다란 시우쇠(무쇠를 불려서 만든 쇠붙이의 하나) 집게로 굳게 움켜쥐고는 모루(망치로 두드려 가공하는 대臺) 위에 올려놓고 쇠메(쇠망치)를 들어 힘껏 내려치고 있었다.


"천아! 쇠가 덜 달구어졌는지 모루 질에도 잘 펴지지 않는구나. 선홍색이 되도록 풀무질을 좀 더 세게 하거라."

"예 아버지."


또래의 소년들보다 한 뼘 이상 커 보이는 천이라고 불린 소년은 표정과 말투가 쇠를 닮았는지 무뚝뚝하여 어린 나이임에도 청년처럼 강건해 보였다.


맞다 그는 혁린천, 팽욱의 지기다.


여기는 그가 일하며 먹고 자는 대장간으로 대부분의 파지향 사람들은 농사가 주업이기에 이런 대장간은 시골에선 절대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불가결한 곳이다.


대장간 주인인 대장장이 표씨는 사십오 세 불혹의 나이로 이름은 인봉인데 5대째 이어 오는 가업으로 이일을 천직으로 여기며 한눈팔지 않고 살아왔다.


평생을 이곳 파지향에서 쇠와 씨름하며 살아와서 그런지 성격이 무뚝뚝하고 강직하지만 그런 그도 풀무질에 여념 없는 혁린천에게만은 세상에 둘도 없는 인자한 아버지요 친구요 동료로 허물없이 지내왔다.


불혹의 나이가 되도록 장가를 가지 못해 혼자 살고 있었는데 10년 전 이웃에 살던 혁린천의 아비와 어미가 한창 창궐하던 괴질에 걸려 비명횡사한 후로 여섯 살의 어린 혁린천을 거두어 지금까지 친자식 이상으로 아끼고 사랑하며 키우다 보니 혁린천도 표씨를 아버지처럼 따르고 호칭도 아버지라 부르며 살갑게 대했다.


그래서 대장장이의 어려운 살림에도 불구, 혁린천이 배우고 싶어하는 무술도장에 6년째 보내고 있는데 당시의 시골 무관은 단순히 무술만을 가르치는 곳이 아닌 글은 물론 예의범절까지 지도하며 한 명의 제대로 된 인간을 양성하는 종합수련장으로써의 역할이 컸다.


쿵! 쿵! 쒸이익~


"천아! 화덕에 나무가 부족한 것 같구나. 좀 더 불을 지펴라."

"예 아버지."


두 부자의 무뚝뚝한 대화 사이, 검은 그림자가 떼로 나타나 대장간 안을 까맣게 덮었다.


아까 나원평과 팽욱의 뒤를 쫓던 해사방 무리였다.


"이 보시오! 표씨 아제! 여기 두 꼬마 오지 않았소?"


표씨는 심상치 않은 이들 분위기를 직감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의아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꼬마? 보다시피 이렇게 쇠만 두드리느라 못 봤는데···."

”아, 꼬마들을 눈으로 보지 귀로 봅니까! 잘 생각해 봐요!“

"글쎄 보지 못했다니까요! 정 의심스러우면 찾아보세요!"


대부분은 자신들을 보는 순간 기가 죽어 움츠러드는 데 이 자는 움츠러들기는커녕 퉁명스러운 말을 쏟아내니 기가 찰 뿐이다.


불한당 놈들이 반말 없이 존댓말로 상대하는 것이 영 수상했다.


하지만 그런 궁금증은 금방 풀렸다.


두 사람 다 앉아 있을 때는 몰랐는데 벌떡 일어서니 표씨는 7척(2m)의 장신에 몸무게만도 이백 근이 넘는 거대한 몸집의 사내. 표씨 앞에 둘러 서 있는 장한 모두 마치 어린아이처럼 작아 보였다.


매일 망치로 쇠를 두드리고 풀무질해서 그런지 근력도 대단해 이곳 파지향 일대에서 힘으로 이들 부자를 당할 장사는 없었다.


한참을 옥신각신하는 사이 해사방의 방주인 회색늑대 가진자가 씩씩거리며 들어섰다.


"야! 그놈들 찾았어, 못 찾았어!"

"여기로 도망친 게 분명한데, 보이질 않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눈을 부라리며 훑던 그는 왕 떡대인 표씨의 시선은 피한 채, 옆에서 작업 중인 덩치 큰 소년을 향해 빽 소리 질렀다.


그나마 만만해 보였던 모양.


"야 거기!"

"저 말입니까?"

"그래 인마 거기에 너밖에 더 있냐!"

"무슨 일이신데요?"

"너 이름이 뭐, 혁, 혁린천 맞냐?"


그렇다는 대답에 옳다구나 싶었던지 다가가 다짜고짜 혁린천의 멱살을 움켜쥐고는 큰소리로 윽박지르기 시작했다.


"네 친구인지 망구인지 그놈들 어디 있어!"

"캑! 캑! 숨 막히잖아요!"


옆에서 사태를 지켜보던 표씨는 아들 멱살을 조그만 깡패 두목 놈이 잡고 협박하자 울화가 치밀어 한바탕 하려는 순간이었다.


소년의 멱살을 평소 하던 습관처럼 움켜잡았다가 공기가 심상치 않음을 직파한 가진자는 멱살 잡은 손을 슬그머니 풀고는 체면이 뭔지 왼손을 다시 소년의 어깨 위에 올려놓고 기선제압 차원에서 노려봤다.


"누구를 말씀하시는 것이 온 지."

"누군 누구냐 꼬마야! 그······."


가물가물 뒤를 돌아보며 곰보 장한, 간가를 보고 소리쳤다.


"야! 그놈 이름 뭐라 했지?"

"나원평이란 놈하고 팽욱이란 놈입니다!"


속으로 '순 돌대가리 같은 놈 명색이 총관인 내게 왜 반말이야.' 툴툴대면서 장한은 퉁명스레 대꾸했다.


들려오는 소리에 뭔가 감정이 배어 있다고 생각한 회색늑대는 잠시 그를 째려보다 얼굴을 혁린천을 향해 빠르게 돌렸다.


"들었지! 그놈들 말이다. 감히 이 어르신의 수하를 건드리고 내가오니까, 꽁지 빠지도록 도망을 가!"

"저는 아까 아버지 말씀처럼 전혀 본 적 없습니다."


마치 혁린천이 나원평이라도 되는 양 씩씩거리던 가씨는 혁린천의 그 한마디에 울화통이 폭발해 자신도 모르게 혁린천의 어깨 위 비파골을 꽉 움켜쥐는 실수를 범했다.


“악!”


갑자기 터진 외마디 비명과 함께 혁린천이 황급히 뒤로 물러서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란 표씨는 물러서는 혁린천의 어깨를 보고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파르라니 굳어갔다.


아들의 어깨가 피로 붉게 물들어 있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던 것.


"이 호랑말코 개 뼉다귀 같은 놈들이 어딜 감히 하늘같이 귀하디귀한 내 자식에게 손찌검을 해!"


어떻게 말릴 사이도 없이 큰 덩치가 앞으로 튀어나오더니 솥뚜껑만 한 주먹이 가씨를 향해 냅다 휘둘러졌다.


어찌나 주먹에 힘이 많이 들어갔는지 공기를 가르는 파공성이 윙 하며 옷가지를 펄럭이게 했다.


사실 회색늑대가 이곳 파지향에선 제법 방귀 뀐다고 설쳐 대긴 했지만, 그 실력이란 것이 기껏 양아치 수준에서 조금 낫다는 거지 무술을 익힌 무림인이나 여기 있는 표씨 같은 천력의 소유자를 당해 낸다는 뜻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역시 산전수전 다 겪은 인물. 그리 호락호락, 쉽게, 만만히 당할 자는 아니었다.


바람 소리와 함께 솥뚜껑만 한 주먹이 얼굴을 향해 날아들자 회색늑대는 재빨리 허리를 숙여 피하고는 표씨의 둔탁한 허리를 맞잡아갔다.


휘두른 탄력에 날렵하게 파고드는 그를 표씨는 어찌할 수 없었다.


간단히 옆구리에 파고든 가진자는 있는 힘껏 옆구리를 가격했다. 절구에 떡 방아 찧는 듯한 둔중한 소리가 터졌다.


“억!”


당연히 비명 지를 사람은 표씨여야 했는데 외려 때린 가진자의 입에서 헛바람 빠지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이··· 사람이야 쇳덩어리야! 으으···.'


마치 철벽을 친 것처럼 표씨 옆구리는 단단하기 이를 때 없었다.


가진자는 손이 끊어지는 충격을 받았지만 이를 악물고 연속으로 좌우 옆구리를 갈겼다.


그런데 갑자기 몸이 붕 들리며 세상이 거꾸로 빙그르르 돌았다.


그리고는 일장 앞에 떨어져 있는 졸개인 간가 얼굴이 쏜살같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것이 아닌가.


날아가는 건가?


"으악!"


갑자기 들이닥친 그의 몸통을 정통으로 맞은 간가와 주체인 가진자는 함께 뒤로 1장 여 붕 떠 날아, 맨땅에 처박히고는 순간 충격에 정신을 잃었는지 둘 다 꼼짝도 하지 않았다.


대장간의 사방은 두 사람의 대결로 인해 풀무는 멀리 날아가 부서져 버렸고 두 사람이 앉았던 의자 또한 가씨와 간씨가 넘어지며 덮쳐 박살이 나버렸다.


명색이 방주란 자가 힘 한번 못 쓰고 나가떨어져 기절해 버리자 나머지 10여 명의 졸개는 전의를 상실했는지 서둘러 두목과 총관을 들쳐 업고 꽁지가 빠지도록 도망쳤다.


그리고는 잊지 않고 소리쳤다.


"멧돼지 같은 표가야! 오늘은 우리가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물러간다만 언젠가는 오늘 받은 것의 10배 아니 100배로 돌려줄 것이다! 꼭, 기다려라!"

"야 이놈들아! 두고 보자는 놈치고 무서운 놈 하나 없다더라, 어디 엄마 젖 많이 먹고 힘이 세지걸랑 다시 오거라 이놈들아! 다시 한번 내 아들 몸에 손찌검하면 너희들 모두 초상 치르는 날인 줄 알거라 알겠느냐 이놈들아!"


우렁우렁 지르는 소리에 온 대장간이 들썩거렸다.


분이 덜 풀렸는지 쉭쉭 숨을 크게 몰아쉬던 표씨는 아차 싶었는지 당황한 얼굴로 양아들인 혁린천을 다급히 돌아봤다.


"천아! 얼마나 다쳤느냐! 어디 보자!"

"됐어요, 아버지! 제가 이따위 작은 상처로 끄떡이나 하겠어요. 누구 아들인데···. 아버지는 괜찮으세요?"

"약간 아프기는 하다만, 괜찮다."


표인봉은 자신의 아픈 옆구리를 만지다 화들짝 아들의 상세를 살피려 다가왔다.


한데 무슨 일인지 혁린천은 황급히 피가 흐르는 부위를 손으로 꽉 쥐고는 대장간 후문을 통해 부리나케 도망치듯 달려나가는 것이 아닌가.


“이놈아! 상처 치료해야지!”

“됐어요!”


열린 후문이 덜커덩덜커덩 요란한 소리를 연신 내질렀다.


됐다 한다 해서 그냥 놔둘 수는 없지 않은가, 표씨도 서둘러 쫓아 나갔다.


아들놈은 우물가에 서서 우물물을 떠 다 피가 흐른 어깨 부위를 씻어 내고 있었다.


아버지가 근심 가득한 얼굴을 내밀고 바라보는 모습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아버지! 괜찮다니까, 하던 일이나 계속하세요. 걱정하지 말고."

"그, 그래 알았다. 방안에 고량주로 소독하고 고약 붙이거라."


짧은 대답과 함께 피를 씻어 낸 혁린천은 안방이 있는 초가로 저벅저벅 가서는 안으로 성큼 들어갔다.


혁린천이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안심이 된 표인봉은 다시 대장간으로 머리를 돌렸다.


잠시 지나자 빼꼼 방문이 열리며 혁린천이 다시 나오더니 얼굴 가득 회심의 미소를 짓고는 이내 이웃 창고를 향해 걸어갔다.


"애들아! 이제 나와도 돼! 불한당 같은 놈들 다 갔어!"


혁린천이 창고를 향해 작은 목소리로 말하자 창고 문 (문이라 해봐야 싸리문)에 조그만 손이 보이더니 이윽고 살살 열렸다.


그리곤 나원평과 팽욱이 살금살금 고양이 걸음으로 나왔다.


"아버님은? 아버님은 어떻게 되셨니?"

"혁린형 괜찮아?"


돌아가는 상황이 궁금했던지 두 사람은 정신없이 물었다.


"잠시 혼란은 있었지만, 문제없이 해결되었어."

"아버님은 이 사실 전혀 모르시겠지?"

"물론이지! 이 피가 돼지 피인지 어떻게 아시겠어!"

"너 연기력 대단했던 모양이다. 어떻게 모두를 깜빡 속여 넘길 수 있었냐!"

"너의 지략과 나의 용기가 만들어 낸 천하의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최고의 합작품 아니겠냐!"


나원평과 혁린천이 서로를 칭찬하며 자화자찬에 낄낄거리며 웃자 팽욱은 심술이 났는지 쪼르륵 그들 사이에 끼어들어 소리쳤다.


"원평형! 생각은 형이 했지만 사실 내가 도와주지 않았으면 성공할 수 있었겠어? 내가 이 특이한 복장을 이용, 깡패들을 엉뚱한 곳으로 유인하지 않았다면 형이 어떻게, 돼지 피랑 천아형과 입을 맞출 수 있었겠냐고! 성공의 반은 내가 한 거나 마찬가지야!"

"맞다! 우리 팽욱이 아니었으면 일이 성사되기 어려웠을 거야"

"그래도 이번 일 너무 위험했어, 만약 아버님이 오히려 당하기라도 하셨다면 어쩌려고 그랬냐!"

"우리 아버지가 어떤 분인데 당하겠냐! 파지향 아니 여기 하남성 전체에서 제일 힘이 세신 분일걸."

"잘났다, 정말!! 깔깔깔!"


소년들은 자신들의 머리로 깡패 일당을 물리쳤다고 생각하니 온몸이 호승심에 붕붕 날아갈 것만 같아 자신들도 모르게 웃고 떠들며 소리소리 질렀다.


그러자 대장간에서 득달같이 표씨 아저씨가 달려왔고 소년들은 꽁지가 빠지도록 도망쳤다.


"이놈들! 네가 너희들 꿍꿍이속을 모를 줄 아느냐 아까 이상한 새소리에 곰 같은 천, 이놈이 사라졌다가는 오른손에 뭔가를 쥐고서 들어오는 것을 다 보았다! 녀석아! 쬐그만 것들이 벌써 잔머리를 저리 굴리니 원···."


아무도 없는 대장간 우물가에서 표씨 아저씨는 소리 없이 허허 웃고는 말없이 푸른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놈들이 이대로 쉽게 물러설 놈들이 아닌데 혹, 칼부림이라도 벌이는 것은 아닌지···. 이따 찾아가 사과하고 돈을 줘야 안심이 되겠구먼, 똥이 더러워 피하지 무서워 피하는 것은 아니니, 후~ 나 혼자 몸이라면 상관없지만, 아이들 때문에···.'


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힘없이 작업장을 향해 터덜터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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