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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님의 서재입니다.

단천문(檀天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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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최근연재일 :
2024.09.20 06:30
연재수 :
111 회
조회수 :
44,566
추천수 :
1,046
글자수 :
629,500

작성
24.05.15 10:15
조회
634
추천
11
글자
10쪽

2-3

DUMMY

* * *



“우와! 겨우 도망쳐 나왔네!”

“하하하!”


세 소년은 무엇이 그리도 자랑스러운지 숨을 헐떡이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무작정 달려 나오다 보니 어느덧 마을을 벗어나 외진 산길을 걸고 있는 자신들.


“우리도 그 할아버지처럼 날아왔나 벌써 잠룡산까지 왔네!”

“쪼그만 놈이 터진 입이라고 말은 잘도 해!”

“야! 린천! 그래도 무뚝뚝한 너보다는 훨씬 낫다 안 그래!”

“그래 인마! 이번 일은 순전히 내 덕인 줄 알아!”


그런데 이때. 박장대소에 함박웃음을 짓던 세 사람 앞으로 다점에서 보았던 초로의 노인이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어! 아까 그 할아버지!”


다점에서 보았던 깔끔한 인상의 초로인은 아까와는 다른 상당히 흐트러진 모습이었다.


깔끔했던 백의 장포는 군데군데 찢겨있었고 간헐적으로 튄 붉은 핏방울은 선명한 붉은 빛을 띄우고 있었다.


단정히 묶어 맸던 두건은 황급히 추슬렀는지 머리카락 상당 부분이 길게 삐져나와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변고가 있었음이 분명했다.


그러나 대춧빛 정정한 혈색은 변함이 없었고 오히려 안심시키려는 듯 넉넉한 웃음마저 머금고 있었다.


나원평은 불쑥 나타나 도움을 주고 갑자기 사라진 초로인에 대해 몹시 궁금했는데 이렇게 산중에서 뵙게 되니 어안이 벙벙했다.


“한참을 기다렸는데 이제야 왔구나! 아이야, 시간이 없다!”


초로인은 덥석 나원평의 손을 움켜잡았다.


'헉!'


갑자기 물밀 듯 밀려드는 알 수 없는 뜨거운 기운, 깜짝 놀란 그는 뿌리치려 밀쳤지만 마치 자석에 붙은 것처럼 떨어지지 않아 크게 당황했다.


그런 그의 변화를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초로인은 정색하며 나원평의 눈을 뚫어져라, 주시했다.


"역시 그때 나서지 않길 잘했구나! 무술 어디서 익혔느냐?"


느닷없는 기운에 당황했던 나원평은 그러나 기운에 담긴 따스함에 악의가 있지 않음을 깨닫고 순순히 노인의 물음에 답했다.


"저희 동네 청무관이라는 무관에서 배웠습니다."

"기초를 탄탄하게 잘 익혔구나! 그만하면 성정도 괜찮고!"


고개를 끄덕인 청수한 인상의 초로인은 자신의 품에서 한 권의 낡은 책자와 동전 크기의 은패를 나원평에게 쥐여 주었다.


"나는 떠도는 필부로 비록 명성은 없지만 지금 전해준 책자로 공부(工夫)를 하고 어느 정도 성취를 이룬 뒤 궁금한 점이 있다면 개봉부의 천무문(天武門)으로 찾아오너라. 이 패는 나를 상징하는 것이니 이것을 보여 주면 사람들이 내게 너를 안내해 줄 것이다"

"천무문? 거기가 뭐 하는 데야, 형?"


나원평은 너무 놀라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천! 천무 문이라고요?"


사람 좋은 넉넉한 미소로 그를 대하던 초로인은 덥석 나원평의 두 손을 거머쥐었다.


“내게 받았다는 사실, 누구에게도 발설하면 안 된다. 반드시 혼자의 힘으로 이것을 익히도록 해야 한다.”


편한 미소를 보내던 그의 두 눈에서 갑자기 태양 같은 뜨거운 기광이 쏟아져 나왔다.


'정진 또 정진하고 반드시 내 얼굴을 잊지 않도록 하여라.'


입을 벌려 말하지도 않았는데 그의 귀에는 초로인의 말이 쩌렁쩌렁 크게 울렸다.


“어, 어떻게?”


기겁하며 놀라 주춤주춤 물러서는 나원평을 보며 다시 한번 활짝 사람 좋은 미소를 보낸 초로인은 문득 곁에 있는 두 소년에게 시선을 옮겼다.


심상치 않은 눈길, 나원평은 초로인의 눈을 보는 순간 불길한 기운을 감지했다.


“이 아이들은 믿을 수 있는 아이냐!”


초로인의 시선이 자신들을 향하는 순간 두 사람은 갑자기 숨이 콱 막히고 사지가 얼어붙어 꼼짝할 수가 없었다.


나원평은 두 친구가 갑자기 아무 말도 못 하고 낯빛이 시뻘겋게 변하는 모습을 보고 크게 기겁했다.


“할아버지! 왜 이러세요!”

“너는 저리 가거라!”


아까의 인정 많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초로인의 눈길에서는 무시무시한 살기가 줄줄이 뻗어 나왔다.


살인멸구!


나원평의 뇌리에는 순간 그 단어가 번개처럼 스쳐 갔다.


머릿속이 갑자기 텅 빈 것처럼 느껴졌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친구들이 금방이라도 거품 물고 죽을 것만 같았다.


“싫습니다!”


받았던 책자와 패를 미련 없이 내던진 나원평은 눈에 불을 켜고 초로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초로인은 미동도 하지 않고 가벼운 손짓 한 번으로 그를 날려 보냈다.


그리곤 보이지도 않는 빠른 속도로 두 소년에게 다가와 직접 목줄을 움켜잡았다.


금세 시뻘겋게 달아오르는 얼굴, 고통에 비명을 지르려 했으나 비명은 소리가 되어 나오지 않았다.


“할아버지!”


고통의 절규가 다급히 쫓아왔다.


힐끗 돌아가는 초로인의 시선, 초로인의 눈이 순간 번쩍 뜨였다.


1장 떨어진 곳에 나원평이 무릎 꿇고 그를 똑바로 주시하고 있었다.


목엔 부러진 날카로운 나무줄기를 갖다 댄 상태로.


“친구들 살려 주십시오. 저는 무공을 배우지 않아도 좋습니다.”


부릅뜬 그의 두 눈에서는 아까 초로인의 눈에서 풍겨 나오던 안광과 비슷한 기운이 빛처럼 쏟아져 나왔다.


진심 어린, 모든 것을 다 버린 초연한 모습의 기광 말이다.


말을 마친 후 나원평은 눈을 감았다. 진짜 죽음까지 각오했다.


그것은 그의 진심이었다.


스르륵, 갑자기 목을 움켜쥐었던 억센 손길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캑! 캑!”


이어 귓전을 떨어 울리는 호탕한 웃음소리, 나타날 때와 마찬가지로 초로인의 모습은 휭하니 산길 너머로 바람처럼 사라졌다.


그는 사라졌지만, 격정에 깊이 빠져있던 나원평은 팽욱의 답답한 기침소리가 들린 이후에야 번쩍 정신을 차렸다.


언제 갔을까 초로인은 흔적 없이 사라졌다.


그는 다급히 두 친구를 향해 달려갔다.


“괜찮아!”


둘 다 거친 숨을 몰아쉬긴 했지만, 다행히 별 변고는 당하지 않은 듯 보였다.


벌떡 일어선 그는 초로인이 사라진 방향을 향해 황급히 달려갔다.


그러나 이미 언덕 너머 멀리 사라진 노인은 어디로 갔는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잠시 뒤. 아스라이 먼 곳에서 희미한 노인의 전음이 그의 귓전을 파고들었다.


"내 너를 잘못 보진 않았구나! 나중에 연이 되면 또 만날 것이다. 부단히 정진 또 정진 노력해서 훌륭한 성과를 거두도록 하여라"


짧은 순간이었다.


생과 사, 그리고 욕망의 갈등. 모든 건 동정의 양면이다.


나원평은 천천히 두 친구에게 돌아오며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비급과 초로인이 놓고 간 은패를 유심히 살폈다.


'저 노인의 의도는 무엇일까?'


그는 친구들에게 막무가내로 위해를 가한 노인이 미웠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노인은 자신의 의지를 시험했던 것이 분명했다.


욕심의 노예가 될 자인지 인간성이 갖추어진 자인지.


젠장! 그가 땅에 떨어진 비급을 바라보며 갈등에 빠진 듯 심각한 표정으로 서 있자 혁린천이 다가와 손을 꽉 잡았다.


“저 노인! 무서운 노인이다. 가까이하기엔 후~!”


그의 말에 동조하며 맞장구치는 팽욱. 두 소년의 눈엔 아까의 무서웠던 공포, 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나원평의 마음 한구석에서는 무서움과 호기심, 오기, 두 가지 이질적인 성질이 서로 상충하며 혼란스러웠다.


천천히 허리를 굽혀 바닥에 떨어진 비급을 주워들은 나원평, 굳게 닫힌 그의 입술은 어떤 결심을 굳힌 듯 보였다.


‘천무 구양 신공(天武 九陽 神功)!’


표지에 쓰인 이름이다.


비급에 적힌 내용이 무엇인지 그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초로인의 행동으로 미루어 뜨거운 감자임엔 틀림없을 것이다.


거친 시험이었지만 통과했다.


이것을 취할 자격을 얻은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친구들 보기가 민망했다.


자기 때문은 아니지만. 비급을 움켜쥔 손이 문득 부끄럽게 느껴졌다.


던질까 말까, 갈등에 주저하는 그의 좌우 손을 두 친구 녀석이 잡아 왔다.


따뜻한 기운이 전신을 타고 흘렀다.


“원평! 고맙다!”

“형!”


가슴이 갑자기 더워졌다.


하마터면 잃을 뻔했던 소중한 것을 되찾은 것이다.


더불어 선물과 함께. 세 친구는 다시금 서로를 꼭 껴안았다.


바람에 펄럭이는 비급, 이게 무엇일까? 세 아이는 몰랐다.


천무구양신공, 천무구양신공이 하남성 무림, 제일 방파인 천무문의 최고신공(最高神功)임을 알았다면 이들은 아마 까무러치게 놀랐을 것이다.


흥분이 가라앉은 이후 나무 둔덕에 옹기종기 앉아 비급을 펼쳐보았다.


“천무구양신공? 이야 이름 한번 거창하다. 형! 내가 먼저 보면 안 될까?”

“그래 잠깐만 봐!”


두 마리 토끼 모두를 얻었다는 기쁨에 나원평은 별생각 없이 비급을 팽욱에게 건넸다.


“형! 고마워! 내가 보고 나중에 돌려줄게!”

“뭐, 뭐?”


언제 고통을 호소했냐 싶게 다람쥐처럼 휑 하니 달려가는 팽욱에 약이 오른 나원평이 씩씩거리며 뛰어가려는 찰라.


“어이쿠!”


갑자기 하늘이 노랗게 보이며 마른하늘에 수없이 많은 별들이 머리 위를 맴도는 희한한 광경을 목격해야 했다.


“큭큭큭! 원평아! 내가 먼저 봐야겠다. 아까 그 할아버지 때문에 하마터면 죽을 뻔했는데 먼저 익혀 복수 해야겠다. 나도 네 덕에 하늘 한 번 날아보자!”

천하에 믿을 놈 하나 없다더니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임을 그는 뼛속 깊이 깨달았다. 나원평은 이를 뿌드득 갈며 콧김을 씩씩 내 뿜고는 죽어라, 뒤를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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