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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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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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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3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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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17쪽

2-1

DUMMY


순식간에 눈이 시뻘겋게 변한 장년의 사내는 허벅지에 박힌 젓가락을 뽑아 던지고 허리춤에서 번쩍하는 물건을 뽑아들더니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객점에서 식사를 하던 십여 명의 사람들은 단순한 다툼인줄 알았던 사태가 위급한 상황으로 전개되자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팽욱은 흥분하며 사람을 찌른 자신의 돌발행동에 스스로 놀라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거의 무방비 상태. 악귀나찰 같은 얼굴로 이성을 잃은 장년의 사내는 상대가 나 어린 꼬마라는 것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 보였다.


“죽어!” 쨍! “어이쿠!”


요란한 비명과 금속성 음이 다점 내를 크게 울렸다.


한데 들려오리라 상상했던 아이의 비명은 들려오지 않았고 투박한 장년 사내의 비명과 비수가 땅에 떨어져 울리는 소리만이 귓전을 파고들었다.


번쩍 눈을 뜬 사람들, 이런 꼬마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오른손 맥문이 꽉 잡혀 움쩍달싹 못하고 시뻘건 얼굴로 당황해 서 있는 장년인과 그의 맥문을 움켜잡고 서 있는 짙고 까만 눈썹의 십 오륙 세쯤 되어 보이는 소년이 모두의 시야에 잡혔다.


맥문이 잡히면 천하 없는 장사라 해도 전신 사지의 맥이 풀려 움쩍달싹 못하게 되어있다.


장내를 훑어보니 꼬마는 내실 바닥에 넘어져 넋이 나간 표정으로 멍하니 있었다.


"죄송합니다. 간 총관님! 꼬마가 화가나 실수로 찌른 것 같사오니 진노하셨겠지만 높은 아량으로 노여움 푸시고 봐 주십시오."


그의 맥문을 잡은 소년은 바로 나원평. 다점의 점소이로 심부름하느라 다툼을 보지 못했던 그는 팽욱이 비수에 찔릴 위기를 때맞춰 목격하고 무작정 달려들어 막았다.


어떻게 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여기서 물러설 수 없다는 생각에 당당한 척 의젓하게 말을 꺼냈지만 처음 겪는 일이라 목소리엔 당황한 감정이 묻어났다.


간 총관이라 불린 장년인은 맥문이 잡힌 상태여서 고통에 아무 말도 못 하고 인상만 찌푸리고 있었다.


말을 마친 소년이 잡았던 손목을 풀어주자 피가 안 통한 손목을 정신없이 주무르다 기력이 회복되자 애꿎은 주인장에게 화풀이했다.


"야 이 돼지 말코 당나귀 같은 주인 놈아! 내가 누군지 알지? 내가 이런 수모 당하고 가만있을 성싶으냐!"


주인 황씨는 앞으로 닥칠 환란에 골머리가 아팠다.


"아이쿠! 어르신 제가 미련해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종업원 녀석 엄히 다스리겠나이다. 그만 노여움을 푸시고···."


뜨거운 맛을 본 뒤라 덤벼들 엄두도 내지 못 했지만, 마음 한구석 믿는 것이 있어 이를 뿌드득 가는 장년인을 매섭게 노려봤다.


"일 없다 뚱땡아! 두고 봐라, 뚱땡아! 네 놈이 여기서 얼마나 오래 장사 하는지, 흥!"


애꿎은 주인에게 빽 소리쳐 화풀이 한 장년인은 주인이 건네는 자신의 비수를 덥석 빼앗아 허리에 차고는 한쪽에 서서 고개 숙이고 있는 나원평을 잡아먹을 듯 노려 본 뒤 아직도 저린 손목을 꽉 움켜쥐고 다리를 절며 현관문을 박차고 나갔다.


그가 사라지자마자 주인은 거구의 몸을 뒤뚱뒤뚱 흔들며 나원평을 향해 득달같이(?) 달려왔다.


"원평 네 이놈! 이일을 어떻게 수습할 생각이냐! 저자가 누군지 모르고 그런 짓을 한 것이냐?"

"죄송합니다. 주인님! 제가 해사방(海蛇幇)을 찾아가 머리 조아리고 백배사죄하고 오겠습니다."


후환이 두려웠던 황씨는 얼른 화근 덩어리인 소년을 내쫓아야 화를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사방, 얼마나 더러운 놈들인지 생각만 해도 치가 떨렸다.


"필요 없어! 당장 여기에서 나가! 그리고 다시는 나타나지도 마!"

"주인님! 한 번만 봐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여기서 나간다면 어디서 숙식을 해결하란 말입니까? 육 년간 일한 정리를 생각해 이번 한 번만 봐주십시오!"

"안돼! 주먹질이나 배우고 다니더니 이젠 어른도 몰라보고 함부로 주먹 휘두르는 놈을 누가 데리고 있겠냐! 절대 안 된다."


뒤늦게 정신 차린 팽욱은 애꿎은 형이 주인에게 곤욕을 치르자 헐레벌떡 달려와 소리쳤다.


"주인 아저씨! 제가 시비를 걸며 일이 커졌는데 왜 저를 구해준 형한테 오히려 벌을 주시는 거죠! 아저씨 정말 나쁜 아저씨다!"

“너도 마찬가지, 같은 놈이야! 이놈!! 어떻게 사람 찌르겠다는 생각을 다 한단 말이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팽욱. 아무리 경황이 없는 상황이었다지만 사람을 찌른다는 건 크게 잘못된 일. 어린아이가 찔러 상처가 경미 했다고는 하나 사람을 찌른 행위 그 자체는 용서받을 수 없는 크나큰 잘못이다.


옥신각신 다투는 공포 분위기에 찻집 손님들은 혀를 끌끌 차며 하나, 둘 밖으로 나갔다.


다점에 있던 사람들이 자리를 비우자 다점엔 순간 괴괴한 적막감만이 흘렀다.


모두가 나간 뒤에도 다점엔 창가를 중심으로 각기 두 무리의 중인들이 관망하며 묵묵히 앉아 있었다.


백색 장포인!


백색 장포를 입은 초로의 중년인이 내실 중간쯤 되는 지점 창가의 2인용 탁자에 홀로 앉아 그 귀하다는 용정차를 음미하며 창밖에 시선을 두고 앉았고 그 뒤로 황의 무복을 입은 두 명의 무인인 듯 보이는 중년인 이인이 역시 용정차를 마시며 다점 내 소동엔 아무 관심 없다는 듯 태연히 앉아 있는 정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홀로 앉은 초로인의 탁자 위에는 그가 쓰고 온 듯 보이는 대나무로 만든 삿갓과 금색 수실에 쌍룡이 멋들어지게 각인된 사척 장검이 놓여 있어 한눈에 무림인임을 알아볼 수 있게 했다.


머리에는 희끗희끗 백모가 덮여 있고 머리 위 문사 건은 붉은색 바탕에 금박문양의 명주로 머리끝을 동그랗게 모아 말은 후 단정하게 매어져 있고 중간에는 용두 형상의 금잠(金簪)을 꽂아 선풍도골(仙風道骨)의 풍모와 위엄을 은연중 풍겼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30대 장년처럼 탄력 있고 단단해 보이는 얼굴과 손등의 피부로 봐서는 도무지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반면 다른 두 명의 황의인들은 날카로운 눈매에 범상치 않은 기도로 감히 범접치 못할 강인한 풍모를 풍기고 있었다.


장내의 적막을 가르며 청수(淸水)한 인상의 초로인이 자리에서 일어서 세 사람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주인장을 향해 정중히 포권하고 말문을 열었다.


"주인장! 보아하니 이 아이들 크게 잘못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내 체면 봐서 한 번만 용서해 주면 안 되겠소!"

"아닙니다. 손님! 이 청정 공간을 고성이 난무하는 난전판으로 만든 것만 해도 크나큰 죄를 지은 것이지요. 손님은 드시던 용정차를 마저 드시고 계십시오. 제가 빨리 이 상황을 수습하고 다시 깨끗이 정화된 물로 정제해 끓여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의 정중한 포권을 받은 황씨는 황급히 마주 포권을 취하고는 손사래 치며 날카로운 고음으로 특유의 아부성 발언을 했다.


"차는 그만하면 됐소이다! 본인이 보기에 아까 그 장한이 너무 심하게 한 것 같소이다 만!"

"뭐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아이로 인해 피해를 받으셨으니 죄송해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나는 괜찮으니 주인장도 그만 화를 푸시기 바라오."


언뜻 보아도 신분이 대단해 보이는 중년인의 정중한 부탁이니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 뚱뚱한 주인은 꿀 먹은 벙어리 마냥, 어정쩡한 자세로 서 있었다.


"그럼 아이들 허물, 벗겨 주시는 것으로 알고 자리에 앉겠소이다. 이 보시게 소년! 자네는 나를 따라 이리 와 보시게!"


주인장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초로인은 소년 나원평을 자신이 앉았던 자리로 불렀다.


처음 보는 사람의 손길임에도 불구, 나원평은 초로인에게서 뭔지 모를 끈끈한 인연의 끈을, 느낌으로 받았다.


'따뜻해!'

“이보게 자네 손을 좀 보세!”


다짜고짜 손을 내밀어 보라 말한 초로인은 손금과 관상, 손의 마디마디를 꼼꼼히 살펴 확인하더니 무엇을 발견했는지 밝은 화색으로 빙그레 웃었다.


'제갈량 같은 지혜의 상이야, 거기다 힘까지···. 그래 이 아이야, 이 아이라면 내 고민의 숙제를 풀어 줄 수 있을 거야'


그의 머릿속엔 그토록 찾고 원했던 숙원이 풀리리라는 기대감이 뭉클뭉클 솟아났다.


'용기와 기백, 그리고 지혜, 지략 이삼 박자를 갖춘 대기만성형 인물이 틀림없어···. 아~, 이런 작은 시골에서 그토록 찾고 저 했던 인물을 만날 수 있다니. 풍수지리에 최고인 이곳을 찾도록 도와주신 건 이 못난 자에게 주시는 최고의 홍복(洪福)인 게야, 홍복··· 우리 문파를 일으켜 세울······.'


등 뒤의 두 황의 중년인들에겐 그런 그의 표정이 전혀 노출되지 않았다.


“흠! 아깝도다!”


초로인은 혼자 말처럼 중얼거리며 멋들어진 반백의 팔자 수염을 보듬어 쓰다듬고는 차탁 위에 금화 한 냥을 올려놓고 말없이 삿갓을 쓰고 장검을 허리춤에 꽂고는 천천히 밖으로 걸어나갔다.


나원평은 초로인이 자신의 손을 잡는 순간 움찔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애틋한 정이 그의 따스한 손을 통해 느껴졌기 때문.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아버지!'


그는 초로인이 일어선 줄도 모르는지 여전히 자신의 손에 어린 초로인의 촉감을 잊지 않으려는 듯 두 손을 꼭 쥐고 있었다.


"형! 형! 저 할아버지 봐!"


상체를 봐서는 걷는 듯 보이는데 발은 땅에서 붕! 가볍게 전력 질주하는 걸음만큼 쭉쭉 미끄러져 나갔다.


팽욱은 생전 처음 보는 신기한 모습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손님! 손님! 잔돈 받아 가시지요!"

"됐소이다. 잔돈은 저 아이를 용서해 주는 값으로 여기시오, 훌륭한 차 잘 먹고 갑니다."

"차 한 잔 값으로 이런 큰돈을 받다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뚱보 주인은 이미 떠나 아무도 없는 현관문을 향해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큰절을 했다.


그러면서 싱글벙글, 그의 입가에는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형! 할아버지 가시잖아! 고맙다는 인사, 안 해!"

"응? 응? 뭐!"


그는 그제야 자신을 변호해주고 떠난 초로인의 뒤를 부리나케 쫓아 거리로 나왔다.


청수한 인상의 초로인은 어느새 사라졌는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이때였다.


다른 창가에 앉아 차를 마시던 두 명의 황의인이 바람처럼 나원평과 팽욱의 곁을 스쳐 마치 새처럼 휭하니 앞서 빠져나간 초로인의 뒤를 따라간 것은.


“헉!”


스쳐 지나는 황의인의 눈에서 날카로운 기광이 섬뜩한 한광을 뿌리며 찔러 들었다.


처음 보는 무시무시한 한광에 나원평은 순간 온몸이 꽝꽝 얼어붙는 듯했다.


“팽욱아! 저 저 아저씨 눈 봤니?”

“응?! 몰라! 난 못 봤어! 그렇지만 저 두 아저씨도 아까 그 할아버지처럼 공중을 훨훨 날아다니네. 대단하다, 그치 형!”


두 사람이 넋을 잃고 사라진 세 사람의 흔적을 보고 있을 때.


“저기 꼬마 놈들이 나와 있다!”


왁자지껄 시끄러운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멀리 시장통 저잣거리 너머, 10여 명에 이르는 장한들이 떼거리로 몰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손에는 각종 몽둥이와 쇠사슬을 쥐고, 보란 듯 문신으로 도배된 웃통을 드러낸 채 팔자걸음을 휘적휘적, 쉬지 않고 욕설을 퍼부으며 걸어오고 있었다.


3장에 가까운 넓은 저잣거리를 독차지하며 걸어오던 그들은 괜히 구걸하는 걸인이나 노점상들을 걷어차고 물건을 집어 던지며 작은 점에서 어느덧 얼굴 윤곽이 훤히 보일 정도의 거리까지 가까워졌다.


“우웃!!”


나원평과 팽욱은 맨 앞의 인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


바로 이 동네 터줏대감인 해사방이라는 거창한 이름의 깡패, 양아치 집단의 우두머리인 가진자(賈珍資)라는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자였다.


나이는 겨우 이십대 후반에 불과한 자이지만 시비가 붙어 싸움이 일라치면 먼저 자기 몸부터 칼로 자해하고 소금을 뿌리고는 그 피를 상대방에게 뿌리면서 시작하는 천하의 독종으로 한번 물었다 하면 절대 놓치지 않는다 하여 회색늑대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다.


그자의 옆으로는 아까 다점에서 다시 돌아오겠다며 사라진, 곰보 얼굴의 장한이 연신 이쪽을 보고 손가락질하며 가씨에게 연신 허리를 굽신굽신 거리고 있었다.


불리한 형국.


"팽욱아! 삼십육계 줄행랑이 지금으로써는 최선의 선택이겠다."

"그래 형! 어서 도망가자!"


뜻이 통한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이 마주침과 동시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반대편 골목을 향해 뛰어갔다.


멀리서 이쪽 동정을 살피며 걸어오던 해사방 깡패들은 목표로 했던 두 소년이 꽁지가 빠지도록 달아나는 모습을 발견한 순간 떼거리로 우당탕 몰려왔다.


세 갈래 길, 어디로 사라졌는지 종적이 묘연했다.


"야! 니들은 이쪽, 그리고 니들은 저쪽, 빨리 쫓아가! 잠깐 너, 너는 나하고 다점에 들어가 보자"

"예! 두목! 아니, 방주님!"


순간 인상이 확 구겨진 회색늑대는 곰보 장한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다 함께 다점으로 휘적휘적 들어갔다.


다방 안 손님들은 이미 밖의 소란을 눈치채고 후문을 통해 모두 사라져 버린 뒤라 주인 황씨와 점소이만 엉거주춤 현관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가진자의 눈치를 살폈다.


"야! 황돈(黃豚)! 네가 요즘 겁을 요 앞 파천에 흘려보냈다며!"

"예?? 무, 무슨 말씀을? 소인은 도통 모르겠습니다요."

"몰.라. 네가 정말 모른단 말이지?"


눈을 부라리며 호통치는 회색늑대의 이글거리는 사목(蛇目:뱀눈)에 그러잖아도 잔뜩 주눅 든 누런 돼지라 불린 황씨는 뱃살로 구부러지지 않는 허리를 억지로 구부리고는 연신 용서해 달라 두 손 모아 싹싹 빌었다.


"야! 간가야 이자의 뚱뚱한 저 배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보고 싶은 생각 없냐?"

"당장 갈라서 보여 드릴까요? 방주님!"


당장이라도 배를 가를 듯 간씨라 불린 곰보 장한은 아까 사용했던 길이 일 척의 비수를 들고 옆으로 긋는 시늉을 반복해서 보여줬다.


기세에 완전히 사색이 되어버린 황씨는 부리나케 입구의 계산대로 가서는 손에 집히는 대로 돈을 쥐어 회색늑대 앞에 무릎 꿇고 들어 바쳤다.


그러나 초로인이 주고 간 금화는 들고 오지 않았다.


관심도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려 외면한 회색늑대는 나원평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었다.


"그 꼬마 놈이 여기서 얼마나 있었지?"

"예? 예! 그놈은 나원평이란 놈으로 나이는 십육 세에 고아입니다. 제가 6년 전 저희 가게에 와서 일하게 해달라는 것을 보고 저의 자비심이 발동···."

"뭐?! “


회색늑대가 헛소리하지 말고 이실직고하라는 듯 눈을 부라리자 그는 황급히 머리를 조아리며 말을 이었다.


"저의 자···. 아니 불쌍한 놈이라 먹고 자게 해주었습죠!"

"그놈 주먹깨나 쓴다던데 어디서 무술을 배운 것이냐?"

"그게 저 청···."


잘 모르겠다는 머리를 긁적이던 그는 뒤에 서 있던 또래의 점소이인 고씨 성의 소년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깜빡했다.


"예? 저요?"


그가 맞다며 고개를 끄덕이자 고씨 소년은 앞으로 튀어나와 회색늑대의 앞에 무릎 꿇고는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원, 원평이는 요, 요 앞 청무관이라는 무관에서 무술을 배우고 있습니다요."


청무관이라는 소리를 듣는 순간 회색늑대 가진자의 뇌리에는 호탕하게 웃는 한 인물의 모습이 떠올랐다.


'육합권 선학수!'


뭔가 좋지 않은 기억이 되 살아나는 듯 가뜩이나 좋지 않은 인상을 더 흉하게 찡그리던 가씨 늑대는 떨쳐 버리고 싶었는지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었다.


"그럼 그놈하고 친하게 지내는 놈은 또 누가 있냐?"

"파천천변 어귀에서 한지(韓紙)라는 종이를 만들고 있는 팽춘길이라는 분의 아들인 팽욱이란 열두 살짜리 꼬마하고 저잣거리 안 대장간에서 일하고 있는 혁린천이라는 애하고 셋이 특히 친하게 지낸다고 합니다요."

"그리고!"

"예? 예! 그리고···. 그 둘 중에 가장 친하게 지내는 애는 같은 고아 출신인 혁린천 입니다요."

"어디서 일한다고?"

"대장간에서요!"

"간가야 너 얼른 애들 불러서 대장간으로 가 혁린천인가 혁린종인가 하는 놈부터 잡아 와, 빨리!"

"예! 두목! 아니 방주님!"


회색늑대의 뒤에 서 있었던 곰보 얼굴의 간가는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다점을 박차 뛰어나갔다.


멀쩡히 뛰어가는 것을 보니 아까의 상처는 별것 아니었던 모양.


그걸 가지고 어린아이한테 비수를 뽑아 들고 설치다니 알만한 놈들이다.


아무튼, 나이도 어린 새끼가 두목이랍시고 아니 방주랍시고 거들먹거리는 것을 보면 천불이 치솟지만, 아무도 그 점을 내색할 수 없었다.


누구나 목숨은 하나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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