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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님의 서재입니다.

단천문(檀天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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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최근연재일 :
2024.09.20 06:30
연재수 :
1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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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9,500

작성
24.05.10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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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3
추천
15
글자
16쪽

1-4

DUMMY


황보천군, 동네 한량패라 여겼던 녀석들이 그가 익히 아는 육합검법을 전개하며 공격해 들어오자 감히 태만이 여길 수 없었다.


그러나 도움을 청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란 판단에 맨손으로 이들을 대적하기로 했다.


일 대 오 금방 쓰러질 줄 알았던 황보천군이란 소년은 맨손임에도 불구, 다섯 아이를 여유롭게 상대하며 짓쳐 드는 목검을 손쉽게 피해낼 뿐 상대하지도 않았다.


다섯 자루의 목검은 막강한 욕지거리를 도우미 삼아 쉴 새 없이 급소요혈을 노려 찌르고 베고 갈랐지만 애꿎은 허공만 조각 낼뿐 아무 성과도 얻을 수 없었다.


갖고 노는 게 재미없었던지 소년의 자세는 급변, 날카로운 장, 권을 연달아 날리며 찔러 드는 목검을 사정없이 튕겨냈다.


순식간에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된 그의 공격에는 제법 내공이 수반되어 있었다.


패색이 짙은 상황, 순식간에 제압된 세 소년이 길바닥에 철퍼덕 쓰러졌다.


일격을 당하며 쓰러졌던 이의민, 씩씩 콧김을 내 뿜으며 다짜고짜 소년 황보천군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뒤에도 눈이 달렸는지 앞의 아이들을 제압하던 황보천군은 뒤돌아 옆 차며 가격, 무려 일장 여나 공중을 날도록 만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여러 차례 맞아 몸이 성치 않았던 이의민은 급소를 맞고 비명도 못 지른 채 그대로 혼절해 버리고 말았다.


그러는 와중에 때마침 나타난 나원평과 혁린천. 무관 동료 여섯과 팽욱이 처참히 바닥에 나동그라진 채 피를 흘리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경악했다.


'이럴 수가!'


보아하니 상대는 무술 꽤나 익혔을 듯 보이는 소년. 멀리서 다섯이 달려드는 모습을 보았는데 다가오는 그 짧은 순간 모조리 땅바닥에 눕혀버렸다.


미우나 고우나 그래도 한 식구로 수련하던 소년들인데 이렇게 무참히 일방적으로 맞고 있는 모습을 보고 참을 사람 누가 있을까.


둘은 다짜고짜 청무관에서 배운 용호권을 있는 힘껏 내 뻗으며 공격해 들어갔다.


"받아라!"


황보천군은 어이가 없었다.


'어디서 이런 개뼈다귀 같은 놈들이, 오냐 얼마든지 오너라.'


시골 촌 무지렁이 놈들이 하면 얼마나 하겠는가 싶어 방심했던 황보천군은 공격에 처음 가볍게 응수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힘은 의외로 강했다.


무술이라고 해봐야 평범한 육합권에 불과했지만, 그 묘리를 완벽히 터득했는지 상승무공을 전개하는 황보천군의 공세를 가볍게 피하며 강력한 외가 장력으로 가슴의 빈틈을 무참히 가격해 들었다.


"아이쿠!"


순간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그가 벌렁 뒤로 나가떨어졌다.


"어, 천군!"

"오라버니!"


황보천군이 어이없이 나뒹굴자 팔짱 끼고 구경하던 소년과 소녀는 놀란 듯 정신없이 달려왔다.


소년은 큰 덩치의 혁린천에게 달려들고 소녀는 나원평에게 달려들었다.


타고 난 괴력의 소년 혁린천은 또래에 비해 월등히 덩치가 컸으므로 소년은 큰 덩치에 기가 질려 감히 태만히 여기지 못했다.


"너는 누구기에 이 못된 놈들을 도와주는 거냐."

"나? 내 이름은 혁린천이라 한다. 쓰러진 얘들은 나와 동문수학하는 친구들이다. 그러는 너는 뭔데 남의 동네에서 함부로 행패를 부리는 것이냐"

"행패? 행패는 누가 행패를 부렸다고 그래! 저놈들이 함부로 주먹을 휘둘러 사람을···."


말을 끝맺기도 전, 덩치의 불같은 주먹이 소년의 안면을 향해 빠르게 뻗쳐왔다.


분명 내공이 실린 힘은 아닌데 가공할, 위력이 동반된 주먹.


'가볍게 대할 상대가 아니구나!'


소년은 전력을 다해 자신이 익힌 소천성장(小天星掌)을 신속하게 펼치며 맞대응했다.


꽈직! 살과 살이 부딪치는 소리라고는 믿기 어려운 굉음이 터져 나왔다.


소년의 상승무공은 맞부딪침과 동시에 빠른 속도로 혁린천의 옆구리로 파고들었다.


"욱!"


어지간한 타격에 비명조차 지른 적이 없던 그는 상상도 못 한 강한 충격에 자신도 모르게 묵직한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그러나 놀라움은 그보다 가격한 소년이 더 컸다.


'이런 시골 무지렁이, 그것도 내공조차 익히지 못한 녀석이 나 당무정의 장권을 정통으로 맞고도 겨우 비명 한번 지르고 말다니.'


그가 받은 충격은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었다.


그의 눈빛은 순간 몰라보리만큼 날카롭게 변했다.


'가문의 총애를 한 몸에 받는 내가 이런 무명 한량 패하나 처리하지 못한대서야 어찌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단 말이냐'


소년의 이름은 당무정, 호북에서 무가로 명성이 자자한 천보당 당혁보의 외아들이다.


일거백척(一擧百斥) 당혁보(唐赫保)!


호북에서 악명을 떨치던 녹림18채의 부채주 악한필을 위시 그 휘하 졸개들을 단기필마로 일 검에 제압했다 하여 얻은 별호다.


그런 그의 하나밖에 없는 외아들이니 자존심이 얼마나 강하겠는가.


"갈(喝)!"

"흥!"


아까와는 전혀 다른 투로가 신법에 실려 귀신처럼 다가왔다.


속으론 깜짝 놀랐으나 만만히 당할 혁린천이 아니었다. 그도 힘이라면 이제껏 당할 자가 없었다.


천생의 천력을 타고 난 그는 100근이 넘는 쌀 두세 가마는 번쩍번쩍 들 정도의 장사. 골격 또한 어찌나 단단한지 통뼈라 소문난 소년이니 두말하면 잔소리. 둘의 쇠 아닌 뼈 부딪치는 소리가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그러나 혁린천이 아무리 강골에 천력을 타고난 천부적인 소년이라지만 아직 나이 어린 소년에 불과 한 것은 사실. 실전경험이 부족한 그는 오로지 힘으로만 상대를 제압하려 무리수를 뒀다.


그러다 보니 당무정의 상승무공에 쉽게 균형이 무너지며 난타당하기 시작했다.


작은 물방울이 단단한 바위를 깨듯 절대 무너지지 않을 듯 보였던 그도 수없이 이어진 연타의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고목 나무 쓰러지듯 무너졌다.


자욱하게 일어난 흙먼지.


“감히 내게 대들어!”


쓰러진 그를 사정없이 갈기는 당무정, 흥분에 이성을 잃은 듯 길길이 뛰었다.


"오빠! 이제 그만해!"


이를 보다 못한 다른 소녀가 황급히 달려들며 만류했지만, 그는 그녀의 손을 야멸차게 뿌리치며 하던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한편, 나원평을 향해 달려든 소녀는 미숙하지만, 가전 비전 무공인 육합구소신공을 펼치며 나비처럼 다가섰다.


"비켜요!"

“헛!”


나원평은 갑자기 아리따운 소녀가 나비처럼 날아 보이지도 않는 빠른 손놀림으로 자신의 대추혈을 찔러 오자 흉흉한 기세에 움찔 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허장성세였다.


소녀는 소년이 움찔하며 후퇴하자 공세를 멈추고 쓰러진 오라버니를 향해 달려갔다.


"오라버니! 괜찮아?"


어처구니없게 쓰러진 황보천군은 지금의 이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를 부드득 간 그는 자신의 안위가 걱정돼 달려오는 동생 황보유미의 손길을 뿌리치고 나원평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신형을 날렸다.


좀 전 바닥에 나 뒹굴던 소년이란 사실이 무색한 날랜 몸놀림. 용호상박(龍虎相搏)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이리라.


나원평이란 소년은 힘도 장사지만 무예 또한 기본 이치를 완벽히 터득했는지 평범한 육합권을 마치 상승무공이란 착각이 들 정도의 강맹한 위력을 내뿜었다.


물론 엄밀히 따져 나원평이 밀리는 건 사실.


하지만 타고난 힘과 지혜로 정교한 상승무공의 부족함을 메우니 평수가 유지되고 팽팽한 결투를 이어갈 수 있었다.


'대단한 놈, 허술해 보이는 육합권으로 나의 복호장권을 어렵지 않게 막아내다니'

'무공의 하늘, 하~ 높기만 하구나 내가 구사하는 무공이면 대적할 자 누가 있을까 자부했는데 결국 우물 안 개구리였단 말인가.'


둘은 서로의 무공에 탄복하며 격전이 이어질수록 어린 마음에 호승심이 치솟는 걸 느꼈다.


"제법이구나, 이것도 받아 봐라!"

"얼마든지"


처음 맞붙은 대결이지만 마치 오랜 시간 서로 호흡을 맞추고 수련한 동무처럼 매끄럽게 맞물려 돌아가는 둘.


한편 흙탕물에 뒹굴며 꼴이 말이 아닌 팽욱은 자신에게 가해진 매가 사라진 이후 겨우 숨 돌릴 여유가 생겼다.


“어휴! 아파 죽겠네!”


몸 구석구석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흙탕물에서 기어 나와 호흡을 가다듬은 그는 그제야 장내 상황을 인지할 수 있었다.


자신을 두들겨 패던 못된 놈들은 어디로 도망갔는지 흔적도 없고 어찌 된 영문인지 아까 위기상황에서 자기를 구해주었던 무관의 덩치 큰 형들과 또 다른 또래의 소년 소녀들이 서로 치열하게 격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정신없을 때 네 명의 소년 소녀가 그를 위기에서 구해주었으나 팽욱은 제정신이 아니었기에 무관 형들이 곤욕을 치르는 광경만 목격, 힘겹게 몸을 일으켜 세운 뒤 격돌이 벌어지는 장내를 향해 비틀비틀 걸음을 옮겼다.


"그만 멈추세요!"


작은 몸 어디에서 그런 용기와 힘이 났는지 빽 지르는 소리에 모두 손속을 멈추고 바라봤다.


처참한 몰골의 꼬마를 보자 쓰러져 헐떡이던 혁린천이 제일 먼저 달려왔다.


"너 괜찮은 거니, 걸을 만해?"

"예!"


괜찮다는 꼬마의 말을 들은 혁린천의 심정은 터질 것만 같았다.


항상 무관 담에 붙어 도강하는 모습만 보아 왔지만, 그것도 본 정이라고 상처투성이 험한 얼굴을 보니 불쌍하고 안됐다는 생각에 치솟는 화를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죽엇!"


살 맞은 멧돼지 마냥, 자신의 몸은 도외시한 채 마구잡이로 달려드는 혁린천, 그런 그를 보는 당무정의 표정은 황당 그 자체였다.


‘미친···’


나원평 역시 성한 곳 한 곳 없는 처참한 몰골.


바닥에 뒹굴지 않았다는 차이만 있을 뿐 공세가 거듭될수록 점점 강해지는 상대의 무공에 무수히 얻어맞아 겨우겨우 서 있는 정도였는데 그런 그도 비참한 꼬마 모습에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 못된 놈들!"


죽자사자 달려드는 두 소년의 위세에 네 남녀는 순간 흠칫했지만 이내 주먹을 불끈 쥐며 튀어나갔다.


이때, 지켜보던 소년 소녀의 집안 어른들. 꼬마들의 사태가 치기 수준을 넘어 위험수위로 치닫겠다는 생각에 급히 신형을 날려 장내에 개입했다.


"그만! 그만두지 못할까!"


일행 중 가장 어른인 황보유미의 어머니 매화당 선부용이 호통치며 앞에 나섰다.


"과유불급이라 했다. 이정도면 됐다. 서로 더 이상 피를 보는 건 좋지 않은 일이니 즉시 멈추도록 해라!"


터져 오른 흥분에 이성이 마비됐던 셋은 마치 구름 위를 걷듯 미끄러져 다가오는 중년 여인의 무공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사, 사람이 날아다니다니···.”


사실 나는 것은 아니었으나 이들의 눈엔 날아다니는 것처럼 비쳐 보였다.


그만큼 빠르고 날렵한 몸놀림. 믿을 수 없는 사실에 세 소년은 올렸던 손조차 내리는 것을 잊었다.


“너희 모두 선한 일을 했다.”


목소리에 마법이라도 부린 걸까 따스한 그녀의 목소리에 천방지축 날뛰던 흥분은 착한 양처럼 순간 온순하게 가라앉았다.


그녀는 지금까지 벌어진 상황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며 오해를 풀어주었다.


“······.이렇게 된 일이다. 그러니 오해를 풀고 화해의 의미로 서로 인사를 나누어라!”


자초지종을 모두 들은 세 사람은 죄송스러운 마음에 고개도 들지 못하고 연신 미안하단 말만 반복했다.


"미, 미안했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오해로 빚어진 일이었으므로 미안한 마음을 무어라 표현해야 할지 몰라 송구스러웠던 셋. 그중 팽욱은 더욱 이들 모두에게 죄를 지은 것만 같아 몸 둘 바를 몰랐다.


"무모했던 저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 너그러이 용서해 주세요."


아픈 몸으로 연신 사과의 인사를 건네자 소년 소녀들은 가까이 다가와 미소와 함께 따뜻하게 보듬어 주었다.


"미안해, 내 이름은 황보천군이라 하고 얘는 당무정, 그리고 여기 동생은 황보유미라 해."

"오라버니!"

"아, 깜빡했어, 이 아이는 당설화라 하는 말괄량이 동생이야."

"뭐라고요!"


상대방 소개가 있자 이쪽도 이름과 나이를 밝히며 어색했던 분위기는 순간 화기애애해졌다.


팽욱은 인사하는 황보유미를 보는 순간 어디서 본 듯한 느낌에 다시 한 번 힐끗 살폈고 황보유미 또한 처음 본 그가 낯설지 않아 의아했다.


팽욱, 처음 그녀를 본 순간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호흡마저 가빠짐에 순간 당황했다.


맞았던 충격이 아직 남아 있어 그런가보다 그렇게 생각하며 진정시켜 보려했지만 무슨 일인지 볼 때마다 얼굴이 화끈했다.


뜻대로 되지 않는 감정조절이 속상한 팽욱. 태어나 처음 느낀 이런 감정이 낯설지만 한편으론 좋은 그런 아리송한 기분이었다.


그런 그와는 달리 그녀의 표정은 무덤덤. 괜히 혼자 설레발친 것 같아 쑥스러웠던 팽욱은 애써 외면하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팽욱, 팽욱이라 했지'


그처럼 가슴이 쿵쿵 뛰지는 않았지만 나름 호감을 느꼈던 그녀. 그를 예의주시하다 문득 그의 허리춤에서 풀려 떨어진 작은 주머니를 발견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주머니 밖으로 살짝 비친 물건은 은패. 소년의 남루한 행색에 비춰 꽤 값이 나가 보이는 패 하지만 그녀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은 값보다는 존재. 어디서 본 듯 눈에 익은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어디서 봤지? 여긴 처음 왔는데 봤을 리가 있어?'


참지 못하고 물었다.


“미안하지만 주머니에 달린 그 물건 잠깐 봐도 될까요?”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말라던 물건이었다.


허리춤에 단단히 묶었다고 생각했는데 혼란스러운 와중에 풀려 살짝 비쳤던 모양. 다행히 그녀 외 다른 이들은 보지 못한 듯. 그녀의 관심에 팽욱은 주저 없이 은패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말없이 불쑥 건네는 그의 행동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그녀의 반응에 팽욱의 고개는 즉각 돌아갔다.


보지 않는 게 신상에 좋을 것 같다는 방어기제가 작동한 듯. 그녀 또한 그가 어떤 감정인지 모르기에 이내 건네받은 패를 살폈다.


천이라는 글자와 거대한 전각 문양의 은패, 앞뒤를 살피던 그녀는 모르겠는지 고개를 갸웃하고는 다시 돌려줬다.


되돌려 받긴 했지만 문득 든 뭔지 모를 섭섭하고 서운한 감정. 그는 받자마자 주섬주섬 주머니에 챙겨 넣었다.


"얘들아! 갈 길이 먼데 너무 오래 지체한 듯싶구나."

"알겠습니다. 어머니!"


역시 아이들은 아이들인 모양. 언제 서로 싸웠던가 싶게 서로 반갑게 덕담을 주고받더니 각자의 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다음에 연이 있으면 또 만나!"

"잘 가~. 안녕~!"


패를 건네받은 팽욱은 뚫어져라, 황보유미란 소녀를 바라봤다.


황보유미 또한 시선을 팽욱(은패였나)에게 둔 채, 떼는 발걸음이 못내 아쉬운지 몇 번을 뒤돌아봤다.


이때 언 듯 비친 그녀의 목에 걸린 작은 옥패, 부끄러운 듯 잠시 얼굴을 내민 옥패는 순간 다시 그녀의 옷 속으로 숨듯 도망갔다.


그러나 바로 이어진 오빠의 호통에 그녀의 상념은 깨졌고 소녀는 결국 일행의 뒤를 바삐 쫓으며 시야에서 멀어져 갔다.


'등용현? 황보유미? 넌 반드시 내 여인으로 만들고 말 거야!'


이런! 어린놈이 벌써.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자신의 여인(?)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하는 팽욱. 그런 그들을 질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또 다른 두 남자의 시선이 있었으니 이 일이 행인지 불행인지.




저녁노을 붉게 채색된 아름다운 지평선을 벗 삼아 논두렁 고랑에 나란히 앉은 세 사람, 오늘 처음 대면한 사이이지만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자리가 어색하지도 경색되지도 않았다.


그저 포근한 의지하고 싶은 순수한 마음만 싹틀 뿐이었다.


"형! 이제부터 형이라 불러도 되나요?"

"야 인마! 당연한 것 아니야, 어린 네가 아우잖아."

"그···. 그럼 저에게도 이제 형이 생긴 거 맞죠?"

"하하하!"


물음에 호탕한 웃음으로 대답하는 둘 문득 쳐다본 그들의 옆얼굴, 마치 찐빵처럼 맞아 부푼 얼굴(?)에 절로 헛소리가 튀었다.


"찐빵!"


뜬금없이 튀어나온 찐빵이란 말에 의미를 몰라 어리둥절하던 두 사람은 잠시 후 길길이 뛰며 꼬마 뒤를 맹렬히 쫓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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