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살고싶다.

암살의 천재가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벼랑끝
작품등록일 :
2022.03.20 11:11
최근연재일 :
2022.03.30 09:00
연재수 :
9 회
조회수 :
3,247
추천수 :
61
글자수 :
45,996

작성
22.03.21 09:00
조회
658
추천
10
글자
7쪽

불치병(1)

DUMMY

나는 군대에서 전역하기 보름 전에 불치병을 진단받았다.

군의관이 말했다.


“루게릭 병이야. 운동신경세포가 점점 파괴되어서 끝내는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돼. 치료법은 없어. 미안하다.”


설명은 간단했다.

전신마비.

그리고 죽음.

남은 인생 최대 5년.

몇몇 사람은 루게릭 병에 걸리고도 오래 산다.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호킹만큼 오래 살려면 치료비를 어마어마하게 들여야 한다.


나도 그렇게 살아야 하나?


불가능하다.

나는 가난하다. 아버지는 어렸을 때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시장에서 떡볶이를 파신다. 동생은 등록금이 모자라서 대학교를 1년만 다니고 휴학했다.

병원비 수억 원?

그런 거 없다.

나는 이제 죽을 운명이다.

화가 나거나 슬프지는 않았다. 나는 원래 감정 기복이 적다. 단지 인생이 너무 일찍 끝나는 것 같아서 씁쓸할 뿐이다.

아직 못해본 일이 많은데.

쉑쉑버거도 못 먹어봤고.

문득 군의관이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방법이 딱 하나 있기는 한데 성공률이 매우 낮아. 시도해볼래?”


솔깃했다.


“어떤 방법입니까?”

“인체개조.”


-


경기도 외곽의 한적한 야산 지하에 국방부의 비밀 연구기지가 있었다.

당연히 나는 그 사실을 몰랐다. 나는 평범한 육군 병장이다. 프로젝트 담당자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이 시설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대통령을 포함해서 100명 안팎이라고 한다.

내가 그들 중 하나가 되었다.

곧 죽을지도 모르지만.

흰색 가운을 입은 군의관이 내 팔뚝에 전자센서를 부착했다. 예상대로 그는 평범한 군의관이 아니었다.


“우리는 불치병에 걸린 군인에게 살아남을 기회를 주고 있어. 환자를 냉동인간으로 만들어서 미래의 발전된 의술로 치료되기를 기대하는 거야. 물론 공짜는 아니지. 너는 약간의 인체개조를 받고 특수부대에 들어가 20년간 복무해야 돼. 조건이 나름 합리적이지?”


목숨을 건지는 대가로 군 복무 20년이다.

죽기 vs. 특수부대 들어가기.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나는 아직 죽기 싫다.

내가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러자 군의관이 마지막으로 내 의사를 확인했다.


“아직 늦지 않았어. 지금이라도 거부할 수 있어. 그러면 수술은 취소되고 너는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갈 거야. 대신 우리 프로젝트에 대해서 누구에게도 발설해서는 안 돼. 만약 그랬다가는 비밀유지서약에 따라 징역을 살 수도 있다.”

“수술하겠습니다.”


군의관이 녹음기를 끄며 숨을 길게 내쉬었다. 꽤 긴장한 모양이었다.


“후우··· 이제 준비는 모두 끝났다. 네 적성 검사도 결과가 나왔어. 너는 저격수가 어울린다. 일반적인 사람보다 냉철하거든. 아마 신체 개조도 저격수에 어울리는 방향으로 진행될 거다.”

“그렇군요.”

“떨리냐?”

“잘 모르겠습니다.”


군의관이 과장되게 웃었다.


“하하, 적성검사가 딱 맞네. 수술 직전인데도 긴장을 안 하다니. 부럽다. 나는 긴장을 잘 하거든. 그래서 외과의사인데도 배를 못 갈라. 웃기지?”

“음··· 힘내십시오.”

“고맙다.”


군의관이 내 어깨를 두드린 뒤 의자에서 일어나 간호사에게 손짓했다. 간호사가 고무 튜브에 주사바늘을 찔렀다.

튜브를 타고 약물이 내려왔다.


“마취약이야.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건강해져 있을 거다. 아마도 신체능력은 전보다 훨씬 강해질 거야. 또 보자. 가능하면.”


나는 깊은 잠에 빠졌다.


-


춥다.

머리가 무겁다.

팔다리에 감각이 없다.

얼마나 잠들어 있었지?

눈을 뜨려고 했지만 눈곱이 잔뜩 끼어 눈꺼풀이 따가웠다. 나는 손을 간신히 들어올려 눈을 비볐다.

시야가 흐릿하게 밝아졌다.

캡슐 안이다.

투명한 유리 뚜껑 너머로 건물 천장이 보인다. 파이프와 콘크리트, 잿빛 먼지, 붉은 녹. 인싸 감성의 홍대 커피숍같다.

수술실은 확실히 아니다.


어떻게 된 거지? 회복실인가? 인테리어가 너무 낡았는데. 의사랑 간호사는 어디에 있지?


의문이 풀리기도 전에 사람 목소리가 들린다.


“이 새끼 살아있어. 고기다!”


단어의 조합이 낯설었다. 일반적으로 ‘이 새끼’라는 표현은 사람에게 쓰고, 고기는 죽은 짐승의 살덩이를 지칭한다.

저 놈은 살아있는 사람을 고기라고 불렀다.

투명한 캡슐 뚜껑 너머에 남자의 얼굴이 불쑥 나타난다. 남자는 수염이 덥수룩하고 피부가 꼬질꼬질하고 손에 쇠꼬챙이를 들었다.

그가 쇠꼬챙이로 캡슐 뚜껑을 내리찍었다.


“고기! 신선한 고기! 으히히히.”


캡슐이 쩍쩍 갈라진다. 유리 부스러기가 내 몸 위로 떨어져 내린다. 조만간 뚜껑이 깨질 것 같다.

위험.

적.

생존본능.

나는 유리창이 깨지는 순간 놈의 멱살을 잡아 안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는 꼬챙이 반대쪽 끝을 남자의 눈알에 찔러 넣었다.

쇠꼬챙이가 뒤통수 밖으로 튀어나왔다.

뇌수.

즉사.

하지만 나의 본능은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았다. 적이 아직 더 있다. 시야 하단에 떠오른 미니맵이 적들의 위치를 알려준다.


잠깐.

미니맵?


“형!”


방금 죽은 놈보다 더 꼬질꼬질한 놈이 괴성을 지르며 칼을 휘두른다. 나는 캡슐 벽면에 붙어 칼날을 피했다.


- 캉!


놈의 몸 곳곳에 빨간 점이 표시된다. 가상현실 같다. 모두 급소다.

울대.

명치.

갈비뼈 아래의 수술 자국.

빨간 점이 왜 보이는지 고민할 여유는 없다. 우선은 살아야 한다. 나는 손가락을 놈의 갈비뼈 아래로 쑤셔 넣었다.

수술 자국이 벌어지며 피가 튀었다.

내가 허파를 쥐었다.


“꺼흑.”


폐가 망가지자 놈은 소리를 지르지 못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만 냈다. 나는 깨진 유리조각에 놈의 목을 그어 위협 요인을 완전히 제거했다.

시체 둘과 피.

유리 파편.

조용해졌다.

그리고 나는 알몸이다.

미니맵에 따르면 적이 약 다섯 명 남아있다.


1대5의 싸움.

냉정하게 판단하자.


놈들의 무장 수준은 빈약하지만 다섯 놈이 한꺼번에 덤비면 위험하다. 나는 오랜 시간 냉동되어 있었기 때문에 움직임이 아직 둔하다.

쓸데없는 위험은 피하는 것이 옳다.

나는 노출된 파이프를 타고 천장으로 올라가 환풍기 구멍 안으로 숨었다.


기다렸다.


잠시 후 습격자 일행이 방으로 들어왔다.


“히익!”


놈들은 피투성이 시체를 보자마자 겁에 질려 도망쳤다. 동료를 구할 시도 따위는 하지 않았다.

오합지졸.

예상대로 단순한 도적떼였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이상했다.

한국에 도적떼라니. 여기가 소말리아인가?

나는 환풍구에서 내려와 현재 상황을 알려줄 단서를 찾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암살의 천재가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리메이크 합니다. 22.03.30 213 0 -
9 흔적(3) 22.03.30 223 10 12쪽
8 흔적(2) +1 22.03.29 241 5 13쪽
7 흔적(1) 22.03.28 256 6 13쪽
6 서울 2074(3) +1 22.03.25 308 6 12쪽
5 서울 2074(2) 22.03.24 311 6 11쪽
4 서울 2074(1) 22.03.23 357 4 11쪽
3 불치병(3) 22.03.22 405 4 12쪽
2 불치병(2) 22.03.21 479 10 11쪽
» 불치병(1) +1 22.03.21 659 10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