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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림 님의 서재입니다.

절대검마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한유림
작품등록일 :
2013.06.08 20:22
최근연재일 :
2013.08.21 11:08
연재수 :
7 회
조회수 :
787,335
추천수 :
10,288
글자수 :
19,010

작성
13.06.15 00:01
조회
26,323
추천
248
글자
8쪽

절대검마 - 이름을 얻다 05-

DUMMY




* * *


가을이 되고 바람이 차가워지자 묵혼은 나뭇잎과 잔가지를 가져다가 동굴 바닥에 깔았다. 그러고는 나무 열매와 먹을 수 있는 나무뿌리를 가져와 겨울에 대비했다.

묵혼은 자신이 묵염을 죽인 사실을 묵영에게 알리지 않았다. 하지만 묵영은 묵혼이 묵영을 살해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날 계곡에 울려 퍼진 처절한 비명은 귀를 막고 있어도 들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녀는 그 비명 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그러나 묵영은 묵염에 관한 것을 하나도 묻지 않았다. 묵혼이 말해주지 않는다면 그녀는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내게는 사형만 있으면 되는 거야.’

묵혼은 침착하고 조용하고 성실했다. 묵영은 그런 묵혼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시간이 나면 그릇을 만들어야겠어.”

묵영이 가볍게 놀라면서 고개를 들었다.

“그릇이요? 여기서 그런 걸 만들 수 있나요?”

“진짜 그릇은 아니야. 나무토막 가운데를 파낸 정도? 그래도 물을 담을 수는 있을 거야. 겨울에 온통 얼어 버리면 물을 구할 수 없을 지도 모르니까.”

묵혼이 가진 무기는 침착함만이 아니었다. 그는 앞을 바라보는 선견지명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이는 무림천하를 이룩한 대영웅 제갈현의 재능과 같았다.

첫 눈이 내린 날 묵혼은 사냥을 나섰다. 나무열매만으로는 겨울을 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가능하다면 조금이라도 고기를 얻고 싶었다.

묵혼의 손에 들린 나무창이 토끼의 몸을 꿰뚫었다. 붉은 피가 뿜어져 나오면서 순백의 설원을 물들였다.

그 순간 한 사람이 박수를 치면서 나타났다.

“훌륭하구나.”

반년 이상 모습을 보이지 않던 사부였다.

묵혼은 사부를 보고도 포권을 취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사부에게 말했다.

“늦으셨군요.”

사부는 묵혼의 무례한 행동을 탓하지 않았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예나 의가 아닌 뛰어난 자질을 지닌 후계자였다.

“내가 늦었다고?”

“일어나지 않을 일을 기다리고 계셨으니까요.”

일어나지 않을 일, 그것은 묵혼이 묵영을 살해하고 마지막 제자가 되는 것을 말했다. 묵혼은 어떠한 경우가 되더라도 묵영을 살해할 생각이 없었다.

“흠.”

사부는 묵혼의 당돌한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 그림자는 점창파 제일의 무공을 익히게 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점창의 무공은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에 미치지 못했다. 때문에 점창의 그림자에게는 무공 외에 다른 무기가 필요했다.

사부는 묵혼이 그림자가 되면 그 뛰어난 머리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럼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도 알고 있겠구나.”

사부가 말을 하고 있음에도 묵혼은 손을 멈추지 않고 잡은 토끼를 손질했다.

“사부님이야말로 제가 하려고 하는 말을 알고 계십니까?”

의외의 반문에 사부가 가볍게 놀랐다.

‘영악한 놈이구나.’

그는 영악한 태도도 마음에 들었다.

착하기만 해서는 그림자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사부였다. 제자에게 물러터진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

“나에게 네 의견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사부의 말에 묵혼이 말했다.

“그럼 다른 제자를 구하시죠.”

무림인들은 사부와 부모가 같다고 말을 했다. 그 말은 사부와 제자의 관계가 하늘에서 내려준 것이며, 바꿀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뜻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묵혼에게는 이것이 큰 의미가 없었다. 그에게 사부는 자신을 이용하려는 사람 중 하나일 뿐이었다.

사부가 말했다.

“내가 널 죽이지 못할 것 같으냐?”

묵혼은 토끼의 가죽을 벗겨내면서 대답했다.

“사부님께서는 절 충분히 죽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다른 제자를 구하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사부는 묵혼의 태도에 더욱 끌렸다. 묵혼은 침착한 것을 넘어서 대담했다.

‘어린놈이 죽음도 두렵지 않다는 것이냐? 그것이 아니라면 두렵지 않은 척 연기를 하고 있다는 뜻인데. 어느 쪽이든 대단하구나.’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사부는 치열한 암투 속에서 길러진 아이가 아니고는 이러한 생각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광천이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전국에서 모아 온 아이들 속에 묵혼을 끼워 넣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그것은 지나친 억측이었다. 묵혼은 엄연한 소작농의 아들이었다.

“버릇없는 놈.”

사부가 살기를 뿜어내자 묵혼은 숨이 막혔다. 무공을 익히지 않는 그로서는 사부의 살기를 감당해내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그는 굴하지 않았다. 자신의 목숨, 아니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사람의 목숨이 달려 있었다.

묵혼은 살기 때문에 몸을 움직이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 그는 무리해서 몸을 움직이는 대신 토끼를 손질하던 손을 멈춰버렸다. 상대의 힘에 항거할 수 없다면 그것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생각이었다.

유연한 대처 때문일까?

묵혼은 자신을 욱죄고 있는 힘이 약해짐을 느꼈다.

사부는 묵혼의 대처에 다시 한 번 만족했다.

‘자신을 죽이고 상대의 힘을 흘리다니. 총명한 머리, 침착한 성격,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배짱, 훌륭한 재목이구나. 점창파에는 아깝다. 다른 문파에 갔다면 절정 고수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것을......’

사부는 묵혼의 재능이 아까웠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점창파의 그림자였다. 점창파를 먼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아이를 그림자로 만들겠다.’

사부가 살기를 거두면 말했다.

“이래도 죽음이 두렵지 않느냐?”

묵혼은 호흡을 가능한 짧게 여러 번 내쉬었다. 길게 한숨을 내쉬거나 거칠게 여러 번 숨을 내쉬면 상대에게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묵혼은 호흡을 어느 정도 조절하고 나서야 대답을 했다.

“죽음이 두려웠다면 처음부터 사부님께 머리를 조아렸겠지요.”

“여전히 당돌한 놈이구나.”

사부는 묵혼이 바라는 것을 들어보기로 했다.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묵혼은 사부의 말에 이긴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생각했다.

‘말을 들어보겠다는 것은 나와 거래를 할 생각이 있다는 뜻이다.’

묵혼은 묵영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말해 보아라. 무엇이냐?”

묵혼이 짧게 대답했다.

“묵영을 제게 주십시오.”

사부는 묵혼이 이런 대답을 할 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어린놈이 벌써 미색에 홀린 것이냐?”

사부는 이렇게 물었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묵영은 가름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지만 절세미인과는 거리가 멀었다. 또래 아이들 중에 보통보다 약간 나은 정도였다. 묵혼처럼 침착하고 총명한 아이가 그 정도 미색에 홀렸다고 볼 수는 없었다.

묵혼이 대답했다.

“아닙니다. 전 배신하지 않겠다는 사매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습니다. 사부님께서 사매의 목숨을 보장한다면, 전 사부님의 뜻에 따를 것입니다.”

“허허, 사부와 감히 거래를 하려고 하다니, 무엄하구나.”

묵혼은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한 사람의 목숨이 걸린 일입니다. 쉽게 거둘 수 없습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광천은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묵혼은 이미 어린 아이가 아니다. 배짱과 언변은 후기지수 이상이야. 처음부터 묵염은 묵혼을 이길 수 없었다. 그릇이 달라.’

그래도 사부는 쉽게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제자가 마음에 들었다고 해도 기를 너무 살려줘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사부가 손을 뻗자 묵혼은 그것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무공을 배우지 않은 묵혼이 그림자인 사부의 손길을 피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사부는 묵혼의 혈도를 찍고는 그의 관절을 살짝 비틀었다.

드득.

묵혼은 생전 처음으로 느끼는 고통에 신음을 내뱉었다.

“으으으윽.......”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6

  • 작성자
    Lv.6 절대지존
    작성일
    13.06.15 00:23
    No. 1
  • 작성자
    Lv.60 카힌
    작성일
    13.06.15 08:51
    No. 2

    정파에 그림자가 있을 수 있단 설정은 가능해도 이렇게 목숨을 함부로 해도 된다는 설정은 그이 와닿진 않네요. 얼마든지 명분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많을 텐데요. 속가제자나 문파들을 부추켜 문제가 되는 일을 은밀히 처리 하는게 가장 쉬운 방법이고, 힘을 가진자들이 할 수 있는 많은 방법 중에 굳이 그림자를 키워야할 필요성이 있을까 싶군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한유림
    작성일
    13.06.15 13:18
    No. 3

    원래 있던 1쳅터를 삭제해서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 많을 것 같네요. 1쳅터... 설정쳅터를 앞에 넣었더니, 다들 너무 지루해 하시는 지라 삭제를 했더니... 흠. 기존 무협 세계관과 조금 다른 상황인데. 이거 어찌 설명할 수가 없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9 천산설경
    작성일
    13.06.15 11:23
    No. 4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그런데 언제부터 무공에 입문하나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한유림
    작성일
    13.06.15 14:07
    No. 5

    다음 쳅터부터 익히게 될 겁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0 타마마2
    작성일
    13.06.15 20:09
    No. 6

    재미있습니다. 열심히 읽다 보니 댓글로 감사 표시하는 것을 잊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2 아쿠마
    작성일
    13.06.15 20:43
    No. 7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9 슬픔의언덕
    작성일
    13.06.15 21:03
    No. 8

    정파의 입장에서 당연히 그림자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정파가 무슨 국경없는 의사회도 아니고 결국은 이익집단일 뿐이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1 진린
    작성일
    13.06.16 01:14
    No. 9

    또 다른 악을 그리고 싶은건가요....
    정파의 탈을 뒤집어쓴 악마 뭐 이런거...
    아님 정파라도 추악한 면이 마도 못지않다 이런거라든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1 르와인
    작성일
    13.06.16 18:17
    No. 10

    저런식으로 대해놓고 문파에 충성하기를 바라는 걸까요. 도망갈 기회만 노리게 될 것같은데.
    금제를 가한다면 절망해서 폐인이되든가.
    동기부여가 쉽지 않을듯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8 동급생
    작성일
    13.06.17 12:55
    No. 11

    그림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뭘까요.
    충성심 아닐까요.
    지금의 상황에서 그런 충성심을 위한 동기부여가 가능할지 의문이네요.
    세뇌에 가까운 교육이 필수일텐데 그 이전에 이런 상황부여라면 ㅡㅡ.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7 血天修羅
    작성일
    13.06.24 16:34
    No. 12

    재밌게 잘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6 서래귀검
    작성일
    13.07.03 03:24
    No. 13

    보니까 전국시대 같은 무림인거 같은데..근데 그림자 키울려면 좀 더 어릴때 데려오는게 더 그럴듯 할듯..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musado01..
    작성일
    13.07.10 18:05
    No. 14

    잘 보고 갑니다.    

    건 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8 어둑서니
    작성일
    13.08.07 20:24
    No. 15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0 투영성좌
    작성일
    13.08.08 21:48
    No. 16

    오타 발견이요~~묵영은 안죽었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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