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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림 님의 서재입니다.

절대검마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한유림
작품등록일 :
2013.06.08 20:22
최근연재일 :
2013.08.21 11:08
연재수 :
7 회
조회수 :
787,339
추천수 :
10,288
글자수 :
19,010

작성
13.06.14 00:08
조회
25,688
추천
225
글자
9쪽

절대검마 - 이름을 얻다 04-

DUMMY

두 사람의 거리는 이제 열 걸음.

묵염은 마른침을 삼키면서 준비한 돌멩이를 들었다. 사람을 죽이는 데는 몽둥이보다 돌멩이가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개울물 소리가 등 뒤로 들려왔다. 앞으로 겨우 세 걸음, 입이 바싹 마르고 손끝이 떨려왔다.

담력이 센 묵염이었지만 사람을 죽이는 것은 역시 쉽지 않았다. 목이 말랐고, 입술이 바짝 탔다.

그가 두 걸음까지 접근했을 때였다.

“거기서 멈추는 것이 좋을 겁니다.”

묵혼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묵염을 향해 말했다. 그는 묵염의 접근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대로 돌멩이를 내리칠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물러갈 것인가?

묵염의 선택은 전자였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묵염의 손이 묵혼의 등 뒤를 노리고 날았다.

퍼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묵염이 바닥에 쓰러졌다.

‘공격한 것은 이쪽일 텐데? 왜 내가 쓰러진 거지?’

묵혼은 날카로운 눈으로 묵염을 쏘아보았다.

“대사형! 우릴 버린 것도 모자라서!”

묵염은 그제야 묵혼이 몽둥이로 자신을 밀어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 먼저 닿는 것은 돌멩이가 아니라 몽둥이지. 내가 너무 죽이는 것만 생각했다. 손에 들고 있는 것의 길이도 생각했어야 했는데.’

묵혼은 묵염의 살기에 크게 분노했다.

“들개에게 죽지 않으니 직접 죽인다. 그런 겁니까?”

묵염은 분노한 묵혼에게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너도 알고 있을 텐데? 사부가 왜 우리들을 거두지 않는지. 사부는 우리들 중 한 명만 남길 생각이야.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 설마 모른다고 말하지는 않겠지?”

“대사형! 어째서 그런 생각을!”

“내 생각이 아니야. 이건 사부님의 생각이다.”

묵염이 했던 생각을 묵혼이 하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묵혼은 사부의 기대를 저버릴 지언즉 사형제들을 자기 손으로 죽일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사부님도, 사형도 틀렸습니다.”

묵염은 냉소했다.

“훗, 세상은 맞고 틀리고가 아니야. 죽는가? 살아남는가? 그것만이 있을 뿐.”

묵염은 몸을 일으킨 뒤 두 손을 모아 우두둑 소리를 냈다.

“자 제대로 해 볼까?”

한 대 맞긴 했지만 덩치도 빠르기도 묵혼보다 묵염이 나았다.

묵염이 바짝 다가서자 묵혼은 몽둥이를 내밀었고, 묵염은 그것을 피하면서 왼쪽으로 파고들었다.

“두 번은 통하지 않아!”

광천은 그것을 보고는 가볍게 감탄했다. 확실히 묵염은 무공에 대한 재능이 뛰어났다.

퍼억!

타격음과 함께 묵혼이 뒤로 쓰러졌다. 묵염에게 제대로 맞은 것이다.

신음 소리가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큭.”

주먹에 맞은 것이 아니라 쥐고 있는 돌멩이에 맞은 터라 참을 수 없이 아팠다.

“일어서, 그 정도로 끝날 리 없잖아.”

묵염 말대로 이대로 끝내서는 안 되었다. 묵혼이 쓰러지면 묵염은 묵영마저 죽일 것이다.

‘난 지지 않아.’

묵혼은 재빨리 손을 뻗어 묵염의 발을 잡았다. 부족한 힘과 빠르기를 임기응변으로 채운 것이다.

보통 아이들 같으면 묵혼의 임기응변이 먹혔을 것이다.

하지만 묵염은 달랐다. 소년은 몸을 틀면서 묵혼의 복부를 또 한 번 강타했다.

퍽!

“크으으윽.”

긴 신음 소리는 급소에 일격을 맞았다는 뜻이었다.

광천은 묵혼의 실력으로는 묵염을 따라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살아남는 것은 역시 묵염인가? 사형도 잔인하군. 열 살 남짓한 아이들에게 이런 싸움을 시키다니.’

묵혼은 무릎을 꿇은 채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묵염에게는 좋은 기회였다.

“미안하지만 여기서 죽어줘야겠다.”

묵염은 돌멩이를 들었다. 이것으로 머리를 강타하면 끝이었다. 어린 아이의 힘으로도 충분히 사람을 죽일 수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묵염의 돌멩이는 쉽게 내려오지 않았다. 처음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었다. 간단할 리가 없었다.

묵염은 자신의 상황을 합리화 하려고 노력했다.

‘걱정할 필요는 없어. 그저 노루를 잡는 거야. 아무런 걱정할 필요 없다고. 죽이지 못하면 오히려 내가 죽는단 말이야. 난 나쁜 놈이 아니야.’

그는 팔을 올렸고, 묵혼의 머리를 향해 그대로 내리쳤다. 그리고 긴 비명소리가 골짜기에 울려 펴졌다.

“아악!”

투툭...

묵염의 손에 들려 있던 돌멩이가 바닥에 떨어졌다.

“크윽... 네 놈... 속... 였구나.”

최후의 일격을 당한 사람은 묵혼이 아닌 묵염이었다.

묵염이 돌멩이를 내리치려는 순간 웅크리고 있던 묵혼이 팔을 뻗어 목염의 복부에 나뭇가지를 찔러 넣었다.

가쁜 숨소리도, 비명소리도, 무릎을 꿇은 것도 전부 가짜였다.

묵혼은 묵염의 방심을 유도하기 위해 다친 척 연기를 펼친 것뿐이었다.

묵염은 묵혼의 기습에 놀라면서 크게 분노했다. 하지만 상황을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고 말았다.

묵혼은 묵염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말을 하는 대신 묵염의 복부에 박힌 나뭇가지를 세게 밀어 넣었다.

소년의 입에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악!”

며칠을 손질해 뾰족해진 나뭇가지였지만, 그 예리함은 칼이나 창에 비할 수가 없었다.

무딘 물건이 사람의 살을 파고드니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투둑.. 투두둑...

붉은 피가 떨어지고 묵염이 고통에 몸부림 쳤다.

“아악! 아아아악! 사... 살려......”

묵혼은 손을 멈추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빨리 목숨을 끊어주는 것이 자신에게도 그에게도 낫다고 생각했다.

“으... 으... 윽......”

묵혼이 나뭇가지를 끝까지 찔러 넣었을 때, 드디어 묵염의 비명이 멈췄다.

사형제들을 버리면서까지 살아남으려 했던 대사형은 결국 이렇게 숨을 거두고 말았다.

묵혼은 어깨를 떨지도 눈물을 흘리지도 않았다. 첫 살인에 대한 감회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차가운 얼굴로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광천은 묵혼과 묵염의 싸움을 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말았다.

‘후, 대단한 녀석이다. 녀석은 자신보다 묵염의 실력이 위라는 것을 싸우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녀석은 묵염의 방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상처를 입은 것처럼 연기를 했다. 그뿐이 아니다. 언제고 이런 일이 있을 거라 생각해 허리춤에 손질한 무기를 숨기고 있었다. 녀석의 준비는 어린 아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치밀해.’

사부는 광천을 통해 모든 것을 보고 받았다. 광천은 묵혼이 그림자가 되기 위한 모든 것을 갖추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이상의 시험은 무익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사부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직 부족해.”

무엇이 부족하다는 걸까? 무공에 대한 자질은 아닐 것이다.

광천은 미간을 좁혔다.

“설마 묵혼에게 묵영까지 죽이라 명하실 겁니까? 독심을 기르기 위해입니까?”

그림자는 두 명이 필요 없었다. 단 한 명이면 족했다.

그러나 광천은 그림자가 아니면서도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그의 사부가 그와 사형을 두고 오랜 시간 망설인 덕분이었다.

사부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아이의 죽음은 필요한 것이다.”

필요한 것. 이것은 단순히 생존경쟁을 뜻하는 말이 아니었다.

사부에게 있어 묵영은 그림자 탄생을 위한 제물이었다.

광천은 주먹을 꾹 쥐었다.

‘사형은 사람의 마음을 부수려하고 있다. 묵혼의 마음을 부수어 사람이지만 사람이 아닌 자를 만들어내려고 하는 것이다. 이것은 비극이다. 점창파의 이름으로 이런 짓을 해도 괜찮은 것인가?’

그는 사형과 달리 가슴 한쪽에 사람의 마음을 품고 있었다. 그래서 이성적으로는 사형의 방식을 납득했지만 감성적으로는 도저히 받아드릴 수 없었다.

“사형, 우리는 마교가 아닙니다.”

광천의 말에 사부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마교? 마교는 멸망했다. 군웅할거 시대에 정과 사를 따지겠다는 것이냐?”

“제갈 맹주가 바란 천하는 정의(正義)입니다.”

사부는 광천의 말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래, 그는 그것을 바랐지.”

“우리 점창은 아직 무림맹에 속해 있습니다. 사도의 길을 걷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것이 그림자일지라도 말입니다.”

“점창에게는 정의가 필요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광천, 그림자에게 정의는 필요하지 않다.”

광천의 이마에 주름이 졌다.

어둠속에 기거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점창파의 적을 제거한다.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살갑게 와 닿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런 겁니까? 어린 여자 아이의 목숨을 재물로 삼아서.......”

사부가 그의 말을 끊었다.

“이미 남자 아이 셋이 죽었다. 그림자에게 성별이 무슨 의미가 있지?”

“사형, 그것은 후계자 결정을 위한 희생이었습니다. 이미 후계자는 결정 되었습니다.”

묵영이 묵혼을 누르고 후계자가 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묵영은 다섯 명의 아이들 중 가장 자질이 떨어졌으며, 지금은 부상까지 달고 있었다. 묵혼이 아니라면 그녀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런 마음이었기에 넌 그림자가 되지 못한 것이다.”

광천은 길게 탄식했다.

“하아, 사형!”

사부는 광천의 말을 더 이상 들어주지 않았다.

“물러가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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