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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림 님의 서재입니다.

절대검마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한유림
작품등록일 :
2013.06.08 20:22
최근연재일 :
2013.08.21 11:08
연재수 :
7 회
조회수 :
787,333
추천수 :
10,288
글자수 :
19,010

작성
13.06.12 21:04
조회
26,445
추천
252
글자
8쪽

절대검마 - 이름을 얻다 03-

DUMMY


* * *



들개로부터 살아남은 제자는 세 명뿐이었다. 묵광과 묵철은 하루 만에 들개의 밥이 되고 말았다.

며칠이 지나도 사부는 아이들을 찾지 않았다. 묵염과 묵혼 그리고 묵영은 각기 살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묵염은 나무위에 거처를 마련했고, 들개들이 보이지 않을 때만 내려와서 먹을 것을 찾았다.

묵혼은 묵염과 다른 곳에 살기로 했다. 그는 묵영과 함께 절벽 아래로 내려와 그곳에 터를 잡았다.

절벽 아래로 떨어진 세 마리 들개 중 두 마리는 떨어지는 순간 죽었고, 한 마리만이 남아서 그들을 노렸다.

하지만 한 마리로는 묵혼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묵혼은 날카로운 나뭇가지를 들개의 배에 박아 넣었다.

검붉은 피가 뿜어져 나왔고 들개는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들개의 시체는 묵혼과 묵영의 식량이 되었다.

나무위에 걸터앉은 사내가 검은 옷을 입은 중년인에게 말했다.

“세 명 살아남았습니다. 나쁘지 않군요.”

검은 옷을 입은 중년인은 아이들의 사부였다.

“정에 이끌리는 녀석이 있어.”

사내는 중년인의 말에 어깨를 으쓱했다.

“그 덕분에 목숨을 건졌습니다. 혼자 모든 것을 해낼 수는 없는 법이죠. 다른 사람을 이용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사내의 이름은 광천, 성취가 부족해 그림자가 될 수 없었던 사내였다. 그는 그림자의 사제였고, 아이들의 사숙이었다.

사부는 광천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림자는 그 누구에게서도 도움을 받을 수 없다. 홀로 일어서야 하는 것이다. 사사로운 정에 이끌려서는 제대로 된 그림자가 될 수 없다.”

“그럼 사형은 묵염을 후계로 생각하시는 겁니까?”

광천의 말에 사부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 결정하는 것은 이르다. 더 두고 봐야겠지.”

광천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너무 늦어도 곤란합니다. 지금 당장 무공을 가르치지 않으면 후기지수들에게도 뒤떨어질 겁니다.”

사부가 쓰게 웃었다.

“광천,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림자에게는 그림자만의 수련법이 있다. 절대 후기지수들에게 뒤떨어지지 않는다.”

“사형, 그건 과신입니다.”

사부가 몸을 돌리면서 말했다.

“그것이 과신이라면 너와 내 실력이 이렇게 다르지 않겠지.”

광천은 사형의 말에 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었다. 실제로 사형의 실력이 월등했으니까.



묵염은 버린 사형제들을 돌보지 않았다. 그는 오직 자신의 생존에 집착했다.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들개들에게는 빈틈을 주지 않았다. 바짝 야위어 가고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초롱초롱했다.

광천은 그런 묵염을 높이 평가했다. 광천은 그림자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 무심에 있다고 보았다.

정이나 의에 연연하지 않는 그런 차가운 마음이 그림자의 본질이라고 본 것이다.

“사형은 묵염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가 데려온 다섯 명 중 무공에 대한 자질은 묵염이 가장 뛰어났다.

묵혼 또한 뛰어났지만 묵혼의 한계가 일류고수라면 묵염은 그 이상을 바라볼 수 있었다.

‘무재인 묵염과 준재인 묵혼, 어느 쪽이든 괜찮을 텐데 말이야.’

광천은 묵염이 민첩한 동작으로 산딸기를 딴 뒤 나무 위로 사라지는 것을 보고는 몸을 돌렸다. 이는 묵혼과 묵영을 살펴보기 위함이었다.

묵혼은 묵염과는 들개에 대한 대처가 달랐다. 그는 얕은 동굴을 거처로 삼았는데 동굴 앞에 함정을 설치해 들개를 막았다.

처음 들개들은 묵혼의 함정을 모르고 동굴을 향해 달렸으나 두 마리가 함정에 빠져 죽자 다시는 묵혼의 동굴에 접근하지 않았다.

묵염이 몸을 사용해 들개들을 피한다면 이쪽은 도구와 장애물을 이용해 막는 것이었다.

묵혼은 먹을 수 있는 나무뿌리 몇 개를 손질해 묵영에게 건네주었다.

“하얀 부분만 먹어.”

묵영은 그것을 받아 아주 맛나게 먹었다.

광천은 묵혼이 건네 준 나무뿌리가 시큼하고 텁텁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저걸 맛나게 먹을 수는 없지. 연기군. 묵영 저 아이는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숨길 줄 알아.’

자신을 숨기고, 다른 얼굴을 보일 수 있는 재능. 어찌 보면 이것도 대단한 재능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림자에게는 필요한 재능이 아니었다.

광천은 묵영을 가장 아래에 놓았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그녀가 그림자의 지위를 물려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는 다섯 명의 아이들 중 하나가 그림자가 되길 바랐다.

혹독한 수련으로 다섯 명의 아이들이 모두 죽어버린다면 그는 다시금 아이들을 찾기 위해 중원을 떠돌아야했다. 광천은 그것을 바라지 않았던 것이다.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되자 은행이 보기 좋게 익었다. 묵혼은 그것을 잔뜩 따서 저장했다. 그는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오고, 겨울이 오면 더 이상 나무열매를 채취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수북하게 쌓여 있는 은행을 보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사실 나무 열매나 나무뿌리로 연명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세 아이는 똑 같이 말라가고 있었다. 특히 묵염의 경우는 심했다. 툭 튀어나온 광대뼈와 앙상한 손가락은 병자의 그것과 같았다.

묵염이 있는 곳은 묵혼이 머물고 있는 절벽 아래와 달리 먹을 것이 귀했다.

광천이 보기에 묵염은 이번 겨울을 넘길 수 없을 지도 몰랐다.

‘무공이라도 배웠다면 조그만 짐승을 사냥할 수도 있을 터, 하지만 저 아이들에게는 무리겠지.’

묵염은 뛰어난 판단력의 소유자였다.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는 단지 망설이고 있을 뿐이었다.

묵염은 이번 수련의 끝을 이렇게 생각했다.

이번 수련은 살아남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십중팔구 마지막 한 명을 남기기 위한 수련이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두 명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

비정한 판단이었다. 광천은 묵염이 그런 생각을 하는지 조차 알지 못했다. 그래서 광천은 그림자가 될 수 없었다.

사부는 묵염의 생각을 꿰뚫어 보았다.

‘첫 살인, 쉽지 않은 일이겠지. 버리는 것과 직접 죽이는 것은 다르니까.’

그는 자신의 첫 살인을 떠올려보았다. 분명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림자라면 언젠가는 해야 할 일, 그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했다.

묵염은 이틀을 관찰했다. 묵혼이 언제 잠들고, 언제 일어나고 묵영과 언제 교대하는지를 알아낸 것이다.

그는 동굴 앞에 함정이 있으며, 밤에는 묵혼과 묵영이 교대로 잠을 잔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미간을 좁혔다.

“저 계집은 단순한 덤이 아니었군. 어쩌면 묵혼 녀석이 머리를 굴린 것일지도 모르겠어.”

묵혼이 자고 있을 때 습격하는 것은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았다.

상대는 어쨌든 손이 넷이었다. 가능하다면 따로 떨어져 있을 때 손을 쓰는 것이 좋았다.

묵염은 묵혼이 아침에 채집을 나선다는 것을 알고 그를 먼저 제거하기로 했다. 묵혼만 죽인다면 혼자 남은 묵영을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묵염은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키는 그가 묵혼보다 컸지만 제대로 된 무기가 없는 이상 승부는 장담할 수 없었다.

묵혼은 묵염의 접근을 모르는지 넝쿨포도를 따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거리는 이제 열 걸음.

묵염은 마른침을 삼키면서 준비한 돌멩이를 들었다. 사람을 죽이는 데는 몽둥이보다 돌멩이가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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