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한유림 님의 서재입니다.

절대검마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한유림
작품등록일 :
2013.06.08 20:22
최근연재일 :
2013.08.21 11:08
연재수 :
7 회
조회수 :
787,341
추천수 :
10,288
글자수 :
19,010

작성
13.06.12 02:19
조회
27,581
추천
276
글자
8쪽

절대검마 - 이름을 얻다 02-

DUMMY


“짐승은 불을 무서워해. 니가 불을 피울 수만 있으면 우리 셋은 살아남을 수 있어.”

묵광은 필사적으로 나뭇가지를 비볐고, 묵혼은 소리를 지르면서 몽둥이를 휘둘렀다.

“이얍! 저리가! 이얍!”

묵혼도 묵광 못지 않게 필사적이었다. 하지만 어린 소년의 힘에는 한계가 있었다.

불을 피우던 묵광의 허벅지를 들개가 물었다.

“아악!”

묵혼의 몽둥이가 미치지 못하는 곳으로 들개가 빠져나갔던 것이다.

묵혼은 재빨리 몸을 돌려 들개의 목덜미를 내리쳤다.

퍽!

어린 아이치고는 정확한 타격이다. 들개는 힘을 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크르르르릉.”

하지만 한 마리가 쓰러졌다고 포기할 들개들이 아니었다. 들개들은 낮은 소리를 내면서 서서히 포위망을 좁혔다.

묵혼의 온몸은 벌써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묵염의 예상 대로였다. 이런 식이라면 얼마 버틸 수 없었다.

‘어떻게든 좋은 수를 생각해야해.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그때 묵혼의 눈에 가시덤불이 들어왔다. 저곳이라면 몸을 충분히 숨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가시에 이곳저곳을 찔리겠지만, 그 정도 고통으로 목숨을 구할 수 있다면 싸게 먹히는 것이라 생각했다.

“묵광, 묵영을 업어!”

“사형?”

“빨리 업어! 저기 가시덤불로 뛴다.”

셋째 묵광의 장점은 이리에 밝다는 것이었다. 그는 묵영을 업고는 가시덤불까지 뛰어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무리야. 나 혼자라면 몰라도 묵영을 업으면 뒤처지고 말거야. 살아남는 것은 둘째 사형이 되겠지. 그건 안 돼.’

묵염이 그랬던 것처럼 묵광은 사형제들을 버렸다. 그는 몽둥이 하나를 빼어들고는 있는 힘을 다해 가시덤불로 뛰었다.

묵혼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묵광!”

모인지 며칠 되지 않은 사형제들, 깊은 정이 있을 리 없었다.

묵혼은 생각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건 너무하다. 사형제란 무릇 생과 사를 같이해야 하는 것이 아니던가? 이렇게 쉽게 사형제를 버릴 수 있단 말인가?’

묵혼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묵영.”

묵영은 부상을 당해 움직일 수 없었다. 묵혼이 다른 사형들처럼 그녀를 버린다면 그녀에게 남는 것은 죽음밖에 없었다.

그녀는 이렇게 일찍 죽고 싶지 않았다. 살아남아 맛난 것도 먹고, 아름다운 노래도 듣고 싶었다. 한 마디로 그녀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묵영은 손을 뻗어 묵혼의 바지자락을 잡았다.

“사형.”

“겁먹지 마라. 난 널 배신하지 않는다. 그러니 너도 날 배신하지 마라.”

묵영의 목소리에 간절함이 배어나왔다..

“사형, 전 사형을 배신하지 않아요.”

묵혼이 원하는 대답이었다. 사실 그녀가 할 수 있는 대답은 그것밖에 없었다.

앞서 뛰어나간 묵광에게 들개들이 달려들었다. 들개들은 둘보다는 하나가 사냥하기에 편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저리가! 저리가라고!”

묵광은 있는 힘을 다해서 몽둥이를 휘둘렀지만 아홉 살 소년의 힘에는 한계가 있었다.

“아앗! 이놈이!”

그가 대사형인 묵염처럼 강하고 빨랐다면, 그랬다면 가시덤불까지 갈 수 있었을 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는 그렇지 못했다.

한 마리, 두 마리 묵광의 몸을 물고 늘어지는 들개가 많아졌다.

“아악! 살려줘!”

묵염이 나무 위에서 그 모습을 보고 차갑게 비웃었다.

“흐흐흐, 능력 없는 놈은 죽는 거야.”

그의 웃음에는 위기에서 살아남았다는 안도감과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는 자부심이 동시에 서려 있었다.

묵광의 돌발 행동으로 들개들의 수가 줄어들자 묵혼은 묵영을 업었다. 그러고는 가시덤불과 반대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반드시 살아남는다.’

남은 들개들이 묵혼을 쫓기 시작했다.

“크르릉!”

“캉캉!”

그것을 본 묵염은 고개를 저었다.

“너희 둘도 살아남지 못할 거야.”

살아남는 것은 자신 뿐, 묵염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오히려 일이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다 죽어버리면, 사부는 날 후계자로 삼을 수밖에 없을 거야. 뭐 대사형인 내가 사부의 뒤를 잇는 게 당연하긴 하지만.’

묵혼이 뛰어간 방향은 절벽이었다. 다행히 절벽은 비스듬했다. 조심조심 기어 내려가면 충분히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묵혼에게는 여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들개들이 그의 뒤를 바싹 쫓았다.

“크르릉! 컹컹!”

묵혼은 마른 침을 삼켰다. 그러고는 묵영에게 말했다.

“날 꼭 잡아.”

“네.”

묵혼은 심호흡을 하고는 크게 외쳤다.

“간다!”

묵혼은 절벽 아래로 몸을 날렸다. 그는 미끄러지듯 절벽을 내려갔다.

바위와 돌조각에 부딪혀 여기저기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그래도 묵혼은 꾹 참았다. 죽는 것보다는 참는 것이 나았으니까.

절벽 위에 선 들개들은 잠시 묵혼을 바라보았다. 그를 따라 내려갈 것인가? 아니면 포기할 것인가?

곧 몇 마리가 용기를 냈다. 그들은 묵혼을 따라 절벽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야성에서 나오는 민첩성 때문이었을까? 그의 뒤를 따른 세 마리는 묵혼보다 훨씬 빨랐고, 곧 그를 따라잡았다.

선두에 선 놈이 묵혼의 어깨를 물었다.

“크윽.”

아찔한 감각이 어깨에서 전해졌다.

고통에도 불구하고 묵혼의 대처는 침착했다. 그는 있는 힘을 다해 들개의 목을 눌렀고, 들개는 어깨를 놓을 수밖에 없었다.

한 마리가 그렇게 떨어져나갔다. 남은 것은 두 마리, 두 놈은 영리하게도 장애물이 없는 곳을 돌아 묵혼에게 다가왔다.

묵혼은 계속해서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는 왼쪽에서 접근하는 들개가 달려들기 직전 절벽에 튀어나온 바위를 잡았다. 그 동작 하나 때문에 그의 몸이 멈췄고, 달려든 들개는 허공을 물고 말았다.

마지막 한 마리는 앞선 두 놈보다 영리했다. 그는 묵혼이 잡고 있는 바위 위로 올라가 묵혼의 팔을 노렸다.

묵혼을 절벽 아래로 떨어뜨려 죽인 뒤 그 시체를 먹을 셈이었다.

묵혼의 팔에 들개의 이빨이 박혔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느껴졌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어!’

묵혼의 인내심은 강한 편이었지만, 어린 소년의 힘에는 한계가 있었다. 묵혼의 팔에서 힘이 서서히 빠져나갔다.

묵혼은 눈을 감았다.

‘제길. 이렇게 죽는구나.’

먹이를 문 들개가 승리감에 도취했는지 낮게 으르렁 거렸다.

“크르르릉.”

바로 그때였다.

들개가 비명을 내지르면서 떨어져나갔다.

“카캉.”

묵혼은 하늘의 도움이라고 생각했다. 고통이 사라지자 그는 힘을 되찾았고, 있는 힘을 다해 바위 위로 올라섰다.

“헉... 헉......”

안도의 한숨과 함께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하늘의 도움으로 살았구나.’

묵혼이 어깨를 바위에 눕혔을 때, 그의 허리에 매달려 있던 묵영이 손에 들고 있던 무엇인가를 절벽 아래로 던졌다.

묵영이 던진 것은 바로 들개의 눈알이었다. 들개가 묵혼을 물고 늘어졌을 때, 묵혼에게 매달려 있던 묵영이 있는 힘을 다해 들개의 눈알을 파냈던 것이다. 들개는 묵혼의 팔을 물고 있었기에 그 손을 피할 수가 없었다.

묵영이 묵혼에게 바싹 붙으면서 말했다.

“사형, 난 사형을 절대 배신하지 않아요.”

묵혼은 자신보다 두 살 어린 소녀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사형제는 우리 두 사람뿐이다.”



* *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절대검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절대검마 설정자료 1 +2 13.07.13 8,518 0 -
공지 1, 2화 수정이 있었습니다. +5 13.06.12 42,774 0 -
7 한달만에 소식을 전합니다. +2 13.08.21 4,940 23 2쪽
6 절대검마 - 이름을 얻다 05- +16 13.06.15 26,324 248 8쪽
5 절대검마 - 이름을 얻다 04- +7 13.06.14 25,689 225 9쪽
4 절대검마 - 이름을 얻다 03- +4 13.06.12 26,446 252 8쪽
» 절대검마 - 이름을 얻다 02- +5 13.06.12 27,582 276 8쪽
2 절대검마 - 이름을 얻다 01- +5 13.06.12 37,348 219 8쪽
1 절대검마 - 서 - +10 13.06.11 37,316 241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