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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예 님의 서재입니다.

은하의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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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코
작품등록일 :
2018.04.09 15:40
최근연재일 :
2018.08.06 18:29
연재수 :
10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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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3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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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0. 여행 시작 (7)

DUMMY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아무리 초능력자들이 많은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능력을 직접 보는 일은 일반인들에게 흔하지 않았다. 더구나 전투하는 모습이 아닌 이렇게 땅을 순식간에 파는 모습은 더더욱 볼 일이 없었다.


공터에는 네모 반듯한 커다란 구멍이 2미터 정도의 깊이로 파였고 그 옆에는 판 흙이 높이 쌓였다. 성진은 염력으로 수백 구의 시체들을 일제히 들어올려서 일정한 간격으로 구멍 안에 눕혔다.


사람들은 모두 몰려나와 이 광경을 지켜봤고 죽은 사람들의 친지들은 오열을 터뜨렸다. 다른 사람들의 눈시울도 붉어져왔다.


“이제 흙을 덮겠습니다. 혹시 특별한 장례 절차가 있다면 알려 주십시오.” 성진의 귀고리를 통해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르망을 제외하면 통역귀고리를 소지하고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으므로 성진은 이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통역을 해서 의사소통을 해야만 했다.


“사람은 흙에서 나와서 흙으로 돌아가는 법. 특별히 장례 절차를 따를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우리에게도 조금은 복잡한 전통 장례의식이 있기는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그런 것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그냥 땅에 묻히기라도 한다면 그나마 다행이 아니겠는가!’ 아르망은 이렇게 생각하며 대답했다.


성진은 그 말을 듣고 아무 말 없이 손을 다시 한 번 휘저었다. 팠던 흙이 다시 구멍을 뒤덮었다. 이로서 거대한 무덤이 생겨났다.


새로이 생긴 무덤 앞에서 여러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울음을 터뜨렸다.


갑자기 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어떤 중년 남자가 중후한 목소리로 무덤 앞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은 경건한 마음으로 노래를 따라 불렀다.


[영원한 안식

영원한 인식을 갈구한다

황량한 벌판

포근한 관 속

아늑한 관 속

산들산들

바람은 풀잎을 소소히 스쳐 지나간다

영원한 정적, 고요와 평화

신비로운 별빛이 무덤을 비추리라

영롱한 별빛이 무덤 위에 뿌려진다

모든 것은 끝났다

지친 몸이 누워있는 관 속에서

안식

영원한 안식만이 존재한다

아아

슬픔이여 사라져라

기쁨이 사라졌듯이

영원한 안식

평화만이 존재하리라

허무 속에서···]


아르망도 같이 따라 부르고는 속으로 생각했다.


‘음, 풀잎이 있는 벌판은 아니지만 이 장송곡은 현재 상황과 잘 맞아떨어지는구나.


영원한 안식을 구하노라! 아, 이 얼마나 멋진 외침인가! 이 보다 더 진실되고 아름다운 시구가 있을 수 있을까? 죽음. 영원한 안식. 정적. 평화. 이 훌륭한 보금자리를 마다하고 계속 삶을 영위해 나갈 이유가 있을까? 과연 나는 왜 사는가? 어차피 언젠가는 죽을 목숨. 지금 끊어 버린들 무슨 상관이 있으랴! 즐거움은 눈곱만큼도 없는 세상인데!


하지만 이것은 패배주의적 발상이다. 허무 속에서 안식과 평화라니··· 그런데 만약 죽음이 우리가 생각하듯 그런 안식처가 아니라면? 아아, 아니다. 결코 그럴 리가 없다. 죽음은 안식처이어야만 하는 것이다. 저들은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아 살다가 비명횡사를 했다. 그러니 사후의 세계는 안식처이어야만 한다. 살아서도 안식이 없고 죽어서도 안식이 없다면 그건 너무 가혹한 일이 아니겠는가! 과연 세상에는 정의가 존재하는가!


정의? 개뿔. 물론 정의는 존재한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은 우리에게 아무런 관심도 갖지 않고 있고 우리가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고 있다. 이것이 바로 정의이다. 그들은 왜 우리를 불쌍히 여겨주지 않은 것일까? 왜냐면 우리도 어느 정도 풍족하게 살 때 불쌍한 자들을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것이 정의이다! 하지만 왜 사람들은 서로 사랑하지 않는 걸까?


왜 외로움을 감추며 모두 쓸쓸히 걷고 공허한 마음을 간직한 채 모두 타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걸까? 하하! 모두 슬픔에 잠겨라! 지금은 없나니, 죽음의 계시도! 음, 이건 누구의 시였더라?’


“에잇! 유치하다.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고!”


“에잇”이라는 말 이하는 직접 입으로 자신도 모르게 입으로 엉겁결에 내뱉고 그것이 부끄러워서 아르망은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다. 무표정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성진의 얼굴이 보였다.


아르망은 순간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아, 그만 제가 딴 생각을 하다가···”


그리고는 생각했다.


‘그런데 이 분은 정말 누굴까? 왜 우리에게 이런 친절을 베푸는 거지? 사실 방금 전의 내 투정은 잘못된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여기까지 오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친절을 베풀었는가. 대다수의 사람들이 우리를 귀찮게 생각한 것은 맞지만, 많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물심 양면으로 도와 준 것도 사실이다. 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우리는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과연 우리에게도 희망은 있는 것일까? 풋, 무슨 희망? 당연히 희망이 있을 리가 없잖아. 결국에는 우리 모두 다 저 무덤 속의 차가운 시체 신세가 될 텐데. 그나저나 난 왜 아직까지 여기 있는 걸까? 그냥 떠나면 나 혼자서는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 건데. 아까 이 분이 물은 바와 같이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하고 있는 걸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별 게 없는데. 차라리 내 몸이라도 편하게 해주는 게 현명한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결국 자신은 이들을 버리고 떠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아르망은 마음 속 깊이 잘 알고 있었다. 그 이유는 그 자신도 명확히 알 수 없었지만.


***


성진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는 동안, 난민들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았다. 성진에게는 어릴 적부터 고질병이 하나 있었다. 평상 시에는 세상 일에 거의 신경 쓰지 않았지만 관심 가지거나 연루된 일에는 끝까지 파고들거나 책임지려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어릴 적 수학에 재미를 붙였을 때는 수십 권의 수학책들을 읽고 그 안의 모든 문제를 풀어보았으며, 세계사에 관심을 가졌을 때 수백 권의 역사서를 읽었고, 혜진을 도왔을 때는 1억의 거액을 쓰면서도 엄마의 병뿐만 아니라 그들의 생계까지 해결할 수 있게 끝까지 신경 썼던 것이다. 그 외에도 여러 명을 도와 준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항상 전심전력을 다해 아무런 보답도 원하지 않은 채 도왔었다.


세상에는 난민들이 넘쳐났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전쟁이 나면 도시가 폐허가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따라서 터전과 재산을 잃은 사람들은 세상을 떠돌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가 내전과 영지전 등도 심심찮게 발발해 더 많은 사람들이 터전을 잃고 난민이 되었다.


‘그건 그렇다 치자. 이 세상은 마과학 기술이 엄청나게 발달된 곳인데 식량 정도는 충분히 생산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보급해 줄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론 상으로는, 아니 실제로도 식량은 모든 사람들을 먹이고도 남을 만큼 충분히 생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통상의 문제로 식량은 모든 곳에 제 때 공급될 수 없습니다.


일단, 생산자들과 중간 유통업체들은 물량을 시장에 다 풀지 않습니다.] 마카라가 성진의 생각을 정정해 주었다.


“왜?”


[“농사를 짓는 곳들은 항상 언제 파괴될 지 모르는 위험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따라서 공급 업자들은 항상 물량을 일정 부분, 최소한 몇 년 치는 재고로 보관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언제 어떻게 필요하게 될 지 모르니까요. 이런 경향은 대기업들일수록 더 심합니다. 대기업들은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있지만 그들은 모든 투자를 중복 분산해서 가능한 많은 거점들을 만들어 놓고 있습니다. 한 곳이 파괴되더라도 생산이나 유통, 영업 등에 지장이 없게 말입니다. 심지어 대기업 중역들은 한 곳에 같이 동석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고 합니다. 한 명이 죽더라도 그 사람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인물이 다른 곳에 살아 있게 하기 위해서 입니다.]


“흠, 그건 이해가 되는군.”


[실제로 생산지들이 전쟁의 여파로 파괴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그러니 생산자들도 항상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무사하다고 해도 내일도 무사할 것이라고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세상입니다. 풍작이라고 해도 실제 수확을 완전히 거두기까지는 안심할 수가 없고요.


당연히 유통구조도 항상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는 없겠지요. 그러니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은 미리미리 사재기를 해놓을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하층 계급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더 줄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난민에게까지 식량이 돌아가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성진은 많은 지구의 식량 생산 현황과 유통 구조에 대해 조사해 보았고 난민들의 현황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다. 결론적으로 여기 이 사람들의 미래는 암담하였다. 어디를 가든 난민 신세를 벗어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아 보였다.


세상 대부분의 기득권은 물론 일반인들도 난민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다. 자신들의 삶도 나중에 어떻게 될 지 모르는데 난민들까지 신경 쓸 여력은 없었고, 더구나 노동력을 저가에 제공하는 그들 때문에 일자리를 뺐길까 봐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많았으므로 난민들은 어디를 가든 환영 받지 못했다. 그러니 이들이 난민 신세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쉽게 제공될 리가 만무했다. 쫓겨나지만 않아도 다행인 것이었다.


‘세상이 어려워질수록 사람들은 더 각박해지고 있구나. 뭐, 사람들이 이기적인 것은 본성이니까···’


물론 그들 자신도 언제 어떻게 난민이 될 지 알 수 없으니 차라리 모든 사람들이 서로 무조건 돕고 사는 게 결과적으로는 더 좋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기는 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공허한 주장으로 끝날 뿐이었다.


‘하기는 이것은 말이 쉽지, 모든 사람들이 따를 수는 없겠지. 가장 현명한 주장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순진한 이야기이야.’


이들 보다못해 299번 지구에서는 4백여년 전 다비드라는 부호가 자신의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난민들을 위해서 여러 가지 일을 했지만 결국에는 그가 세운 난민들의 나라도 나중에는 변질 되어 개중에는 오히려 난민들을 등쳐먹고 사는 사람들도 등장하였다. 난민들의 재산을 약탈하거나 그들을 끌고가 노예로 부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와 갈이 아무리 훌륭한 이상을 구현하더라도 영원히 유지할 수는 없고 현실과 부딪쳐서는 결국 시궁창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것이라는 것을 성진은 알고 있었다.


‘이들을 어떻게 돕는 게 제일 좋을까?’


제일 간단한 방법은 성진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재산을 약간 나눠주어 이들이 어딘가에 정착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었다. 어차피 성진에게는 당장 필요하지 않은 재산이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이 있었다. 이 사람들에게 조금 나눠주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고 제일 쉬운 방법이기도 하였다. 더구나 그렇게 하면 이 사람들을 나중에 더 이상 신경 쓸 필요도 없을 것이고.


‘어차피 내게 이들을 구제해 줄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들의 인생을 책임질 이유도 능력도 없지. 기왕 인연을 맺은 거, 그냥 이들이 어디선가 정착해서 살 수 있게 도와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기는 할 거야. 그 후 이들의 인생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스스로 알아서 할 일이고.


하지만, 뭔가 꺼림칙하군. 이들이 나중에 또 다시 난민이 되지 않을 거라는 보장도 없잖아. 더구나 세상에는 수많은 난민들이 있는데 그들을 만날 때마다 매번 이런 식으로 도울 수는 없을 거란 말이야. 그렇다고 누구는 돕고 누구는 무시하는 것도 우습고. 뭐, 매번 같은 방식으로 돕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기는 하군. 그것이 그냥 무의미한 적선에 불과할 뿐이라도 말이야. 내 입장에서 무의미한 적선이지 이들에게는 가뭄의 단비보다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니까 말이야. 그래, 그것은 그것대로 나쁘지 않아 문제는 그것이 일시적으로 일부의 사람들만 도와주는 것이지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인데.’


하지만 성진은 자신이 이들에게 당장 약간의 도움은 줄 수 있겠지만 이들을 끝까지 도와줄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자신의 능력이 뛰어나도 남의 인생까지 좌우할 수는 없었다. 그러니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얼토당토아니한 생각이었다. 만약 그런 생각을 한다면 그것은 오만의 극치일 뿐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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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18. 제11군단의 침공 (5) +1 18.06.16 984 24 15쪽
80 18. 제11군단의 침공 (4) 18.06.14 1,005 3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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