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안녕하세요

리피트 일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피에르와소
작품등록일 :
2019.03.09 00:54
최근연재일 :
2019.06.03 17:00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23,871
추천수 :
251
글자수 :
635,842

작성
19.05.18 13:00
조회
177
추천
1
글자
19쪽

52화

DUMMY

시간이 꽤 흐른 야심한 밤, 리피트는 텐트 안의 커다란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리피트는 실짝 얼굴을 찡그리며 심장쪽에 손을 얹었다.


"큭..."


리피트는 심장 근처를 손으로 더듬고 있었다. 리피트 침대 밑에는 리피트가 항상 입고있는 아르칸 주신의 성물인 갑옷이 놓여져 있었다. 고통스러워하는 리피트에게 오랜만에 아르칸 주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니까, 제발 갑옷을 벗고 자는 습관을 좀 들이세요. 겉모습이 옷인거지 실체는 갑옷이라니까요? 제 말 듣고 있어요? 엄살 좀 그만 피우고요."


"아니, 진짜 아파요."


리피트는 갑옷의 겉모습이 평범한 옷이 된 이후, 딱히 갑옷을 벗지 않고 생활해왔다. 무겁지도 않고 오히려 가볍다보니, 굳이 벗을 이유를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루벨 덕분인지 안경 악몽을 꾼 리피트는 뒤척이다가 갑옷이 풀려져 버렸다. 장착이 풀리면 통째로 밖으로 나오는 갑옷이라 갑옷이 원래 모습 그대로 리피트의 몸 바깥으로 빠져나왔고, 몸을 계속해서 뒤척이던 리피트가 갑옷의 뽀족한 부분에 가슴을 들이박으면서 굉장한 고통과 함께 일어나게 된것이었다.


리피트의 고통에 찬 신음소리가 잠자코 있던 아르칸을 깨워버렸고, 그녀는 리피트에게 훈계를 하고 있었다.


"힘은 많이 회복하셨나요?"


고통이 어느정도 사라지자, 그제서야 아르칸한테 질문할 여유가 생긴 리피트.


"네. 덕분에요."


아르칸 갑옷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위험한 일이 있긴 했지만, 리피트 덕에 제정신을 차릴 수 있었어요. 그 이후엔 그런 일이 없게 노력하고는 있지만..."


리피트는 걱정스런 표정을 짓는 아르칸을 쳐다봤다. 미간을 살짝 찌푸리는 아르칸. 그러더니 혼자서 고개를 끄덕였다.


"음... 아무래도 리피트에겐 말을 하는게 좋을거 같아요. 리피트. 내가 미르네의 '악'을 갖고 있는 건 알고있죠?"


"네."


"다른게 아니라 저번에 한동안 감정이 오락가락 하던 때가 있지 않았나요? 평소보다 더 화를 낸다든지, 아니면 더 자비로워 지던지."


리피트는 아르칸의 말에 짚이는 일들이 몇 개 있었다.


"네. 감정기복이 심해졌던 때가 있었어요."


"그게 사실은 저 때문이에요. 정확히 말하면 저한테 봉인된 '악' 때문이죠."


"예?"


"저한테 악이 들러붙으면서 극단적으로 변하게 된거에요. 그게 갑옷을 입고있던 리피트 님한테 영향이 간거구요. 아마 앞으로도 그런 식으로 영향이 가는 일이 생길지 몰라요. 그러니까 여기."


아르칸은 손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 건넸다.


"하얀 색의 구슬들은 알약 같은 거라고 생각하시면 되요. 이걸 먹으면 제가 잠깐 정신을 차릴 수 있을거고, 원래대로 돌아가는데는 그 잠깐의 시간이면 충분해요. 그리고 하늘색의 구슬들은 미르네한테 전해주세요. 제가 '악'에서 조심스레 떼어내 정제한 그녀의 신격이에요."


리피트는 자신의 손에 얹어진 자그마한 하늘색의 구슬을 바라봤다.


"미르네의 신격이 이렇게나 조그마한가요?"


"겉으로 보기에는 작은 알약일지 몰라도 그 안에 담긴 힘은 엄청나답니다."


"그러면 이제는 미르네와 데르카스에게 아르칸 님께서 갑옷에 계시다는 걸 말해도 되나요?"


"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저와 대화할 수는 없을거에요. 저는 두 사람과 달라서 이렇게 말을 하며 전달하는데도 힘을 써야하거든요. 미르네한테 잘 설명해주세요. 그리고 계속해서 신격을 가져다 줄테니까 너무 우울해하지 말라는 말도 전해주시구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또 한동안 못 뵙겠네요."


"네. 저는 이만 돌아가 볼게요. 그리고 뭔가 평소랑 성격이 달라진 것 같다, 싶을땐 꼭 제가 드린 걸 드셔야 해요. 멀쩡할 때 먹어도 별 문제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이상하다 싶을 때 곧장 드세요."


아르칸은 그 말을 마치고는 갑옷 속으로 사라졌다. 리피트에게 남은 건 그녀가 건네준 알약들 뿐이었다. 리피트는 아공간에서 빈 병을 꺼내 그 안에 알약들을 나누어 담았다. 그러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난 리피트는 가슴 부근이 뻐근함을 느꼈다.


"얼마나 심하게 눌렸으면 아직도 아프냐."


리피트는 멍이 든 가슴 부분을 문질렀다. 아픔이 어느정도 가시자 리피트는 씻고 난뒤 미르네의 텐트로 향했다. 그 곳에서 리피트는 미르네에게 아르칸의 이야기를 전했다. 미르네는 아르칸을 보고 싶어했지만, 아르칸은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아르칸이 직접 만들어준 알약을 건네주자, 그녀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나중에 언니를 만나면 꼭 고맙다고 전해줘."


"알았어."


미르네는 하늘색 알약을 꿀꺽 한 입에 삼켰다. 그러자 그녀에게서 눈부신 빛이 흘러나왔다. 리피트는 갑작스레 느껴지는 미르네의 위엄있는 신격에 저도 모르게 무릎을 꿇었다.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고 빛이 사그라들었을 때, 리피트는 옆의 아르보레 또한 무릎을 꿇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둘이 무릎을 꿇게 만든 당사자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위엄있는 표정을 지워버리며 평소와 다름없이 두 사람을 일으켜 주었다.


"어때? 달라진 거 같아?"


"응. 내 힘이 꽤 돌아온 게 느껴져."


리피트도 그녀의 변화를 느끼고 있었다. 이전의 미르네는 그냥 평범한 인간 같았는데, 그 작은 알약 하나를 먹었을 뿐인데도 미르네한테서 신격이 느껴졌다. 리피트가 그녀의 신격에 놀라고 있을때쯤, 누군가가 그들의 텐트를 찾아왔다.


"지휘 대장 분들께서 부르십니다. 회의실로 가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바로 갈게요."


리피트 일행은 지휘부의 명령을 받고 온 병사의 말에 곧장 회의실로 향했다. 그곳엔 알제스와 제펠 뿐만이 아니라 군대의 지휘관들이 모두 와 있었다.


"모두를 부른 이유는 곧 결계를 넘어 남부제국을 향해 나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엘프 쪽에서 결계를 통과할 마법을 만들어 낸건 알고 있겠지. 하지만, 그걸 우리 군대 모두에게 적용하기에는 너무 낭비라 생각되어 그 방법은 보류 중이었지. 그리고 다행히도 며칠 전에 우리쪽에서도 결계를 뚫고 들어갈 방법을 찾아냈다. 실제로 결계에 실험해본 결과,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정확히 사흘 뒤, 남부 제국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할 것이다. 모두들 단단히 준비하고 있도록."


회의는 알제스의 공지 이후 간단한 질문이 오고 간 뒤 끝이 났다. 밖으로 나온 리피트를 미르네가 슬쩍 불렀다.


"리피트, 진짜 갑자기 생각난 건데... 이거 봐봐."


미르네가 리피트에게 들이민 것은 고대 제국의 유적지가 나타나있는 지도였다. 리피트는 미르네가 짚은 곳을 들여다보았다.


"여기는... 남부 제국이잖아?"


"응. 그것도 제국 수도와 아주 가까운."


리피트는 미르네를 슬쩍 쳐다봤다. 아무래도 미르네는 유적지에 최대한 빨리 가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만약에 여기 있는 군대랑 함께 한다면, 여기까지 언제 갈 수 있을지 몰라. 지금 발을 빼야 돼. 그리고 내가 이야기를 들었는데, 대산맥을 넘는게 확인이 된다면 지금 여기와는 비교도 안 될 대군이 산맥을 넘을거라고 하더라고. 그걸 기다리다 보면 유적지에 갈 타이밍이 없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출정하기 전에 빠지자는 이야기지?"


"최소한 자유롭게 움직이게끔 만들자는 뜻이야."


리피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르네의 말이 틀리진 않았다. 잘못하면 군대에 계속 머무르게 될 수도 있었으니까.


리피트는 망설이지 않고 곧장 지휘실로 향했다. 그곳엔 처음에 봤던 것 처럼 알제스와 제펠이 자리하고 있었다. 리피트는 그들에게 떠나고 싶다는 뜻을 비췄고, 그들은 리피트 일행이 떠나는 말을 듣고는, 그들에게 임무 하나를 부탁했다.


그 임무는 간단하면서도 어려웠다. 그들이 부탁한 내용은 남부 제국의 지휘를 방해해 자신들이 남부 제국에 쉽게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는 것. 리피트는 그 말을 듣자마자 생각한 방법이 있었기 때문에 임무를 받아들였다.


리피트가 산맥을 다시 넘어갈 거란 이야기에 다른 일행들 뿐만 아니라 북부제국의 사람들까지 배웅을 하기 위해 찾아왔다. 다른 이들은 아무래도 이곳에 남을 생각인듯 했다. 리피트는 일행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루벨, 쥬에나. 페르랑 파르를 부탁해."


"걱정마."


"저희가 책임지고 지켜줄게요."


"그래. 너희들도 조심하고."


리피트는 인사를 마치고는 차에 올라탔다. 그런 그들을 북부 제국의 인원 중 한명인 호레이스가 불러세웟다.


"리피트 님, 혹시 남부 제국까지 마차를 타고 가실 생각이십니까?"


"네. 아무래도 차를 타고 가야할 것 같아서요."


"저희가 이곳에 새로 설치한 마법진을 이용하시면 남부 제국의 수도 근처로 곧장 이동하실 수 있습니다. 혹시 다른 곳을 들리실 게 아니라면 마법진을 이용하는게 어떠신가요?"


"수도요?"


"네."


리피트는 미르네와 아르보레를 쳐다봤다.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곤 리피트가 호레이스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호레이스는 리피트 일행을 곧장 그들의 텔레포트 마법진으로 데려갔다.


"이걸 타시면 북부제국의 군부로 가게 되실겁니다. 이것도 받으시죠."


호레이스는 리피트에게 작은 편지봉투 하나를 건넸다.


"이걸 마법진을 감시하고 있는 사람에게 주시면 곧장 남부제국의 수도로 보내줄겁니다."


"감사합니다."


"행운이 있으시길 빌겠습니다. 그럼 이만."


호레이스가 나가고 마법진에 마나가 차올랐다. 그리고 눈깜짝할 사이 리피트 일행은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리피트는 눈앞에 서있는 기사 두명에게 곧바로 받은 편지를 건넸고, 그들은 편지의 내용을 살펴보더니 뒤쪽을 향해 뭐라뭐라 소리쳤다. 그러곤 두 사람 중 한명이 리피트에게 다가와 말했다.


"이번에 가실 곳은 남부 제국 수도의 허름한 슬럼가입니다. 폐가처럼 꾸며져 있으니 도착하셔도 놀라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건 저희와 연락할 수 있는 수정구입니다. 혹시 엘프 분들과 연락이 되지 않으신다면 이걸 통해 저희와 연락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행운을."


리피트에게 살짝 고개를 숙인 남자가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고, 이후엔 마법진에 마나가 들이차더니 리피트 일행의 위치가 또 한번 바뀌었다. 위치가 바뀐 리피트 일행의 앞엔 방금 봤던 것과 똑같은 위치에 기사 두명이 서있었다. 리피트는 그들에게 작게 인사를 건네고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ㅡㅡ


리피트 일행이 나온 곳은 정말 말그대로 부랑자들의 거리였다. 처음에 보인건 눈앞을 가득 채운 폐가들이었지만, 조금만 밖으로 나오자 길거리에 누워있는 수많은 노숙자들과 병자들, 시꺼먼 얼굴에 비쩍 마른채 돌아다니는 어린아이들이 보였다. 리피트는 그들의 그런 모습에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러나 함부로 도와줄수도 없는 노릇이였다. 때문에 리피트는 그곳을 그저 빠르게 지나가기 위해 움직였고, 그런 그의 뒤를 미르네와 아르보레가 따랐다. 그런데 그때, 옆에 있던 작은 어린아이가 슬쩍 다가와 리피트에게 몸을 부딪히려 했다. 리피트를 그걸 보곤 아이가 튕겨나갈까봐 붙잡아주려했지만, 아이의 손이 재빠르게 리피트의 주머니를 향해 다가오는 걸 보곤 눈이 차갑게 식어버렸다. 리피트는 아이의 손을 낚아챘다. 어린아이는 자신의 손이 낚아채지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형이 이번은 봐줄게. 하지만 다음부터는 이러면 안된다."


리피트는 그렇게 아이의 손을 놓아주었다. 그리고 돌아서 걸어나가려고 했는데...


"거기 잠깐, 누군데 감히 우리 애한테 손을 대?"


뒤쪽에서 들려온 시비를 거는 듯한 목소리에 리피트가 뒤를 돌아봤다. 그곳엔 거대한 근육질의 남성이 자리하고 팔짱을 낀 채 바라보고 있었다.


"어디 사는 곱상한 귀족인지는 모르겠...네."


리피트를 쳐다본 상대도 살짝 당황한 듯 했다. 그의 동공이 흔들리고 있었다. 리피트는 마법을 잘 다루는 건 맞았지만 그래도 꾸준히 검을 연습해왔기 때문에, 굉장히 튼튼한 근육질의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불로불사의 술의 무한한 성장력 덕에 단순히 피지컬로만 보면 왠만한 기사들도 한 수 접어주고 갈 수준. 심지어 멋드러진 검도 옆에 차고 있었다. 눈앞의 상대가 리피트보다 나은건 오로지 키밖에 없었다.


"흠흠,.. 얘야 뭐하니, 기사분께 어서 사과드려야지."


남자는 옆의 아이의 고개를 숙여보였다.


"기사분이 아무 이유없이 그랬을거라고 전혀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아이에게 함부로 하시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는 아이의 고개를 누른채 자신의 고개도 숙여보였다. 리피트는 뭔가 떨떠름했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뭐, 아이에게 함부로 한 기억은 없지만, 그래도 사과를 봐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야! 너 뭐하고 있어 임마! 그 새끼 잡아오라니까 너 뭐하냐?"


고개를 숙이고 있는 두 사람의 뒤에서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작자가 한명 걸어나왔다. 그 옆엔 수십명의 떡대들이 함께 하고 있었다.


"크, 여자들 이쁜거 봐라. 얘들아! 여자는 멀쩡하게 사로잡아라. 남자는 죽여버리고."


"네."


술에 취한 남자는 그 말만 남기고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리고 리피트 일행을 떡대들이 둘러쌌다. 그중에 떡대들을 이끄는 것처럼 보이는 남자가 다가와 리피트에게 말했다.


"여자를 두고 가면 목숨은 살려주마."


뚜둑뚜둑 고개를 양쪽으로 제끼며 몸을 푸는 눈앞의 떡대를 보며, 리피트는 헛웃음이 나왔다.


리피트는 방금전까지 자신에게 고개를 숙인 남자를 바라봤다.


"어이, 그쪽은 저 멀리 떨어져 있어."


그러곤 눈앞의 떡대들에게 경고했다.


"시비를 건다는 건, 그 책임도 당연히 져야 되는거야. 그렇지? 죽기 싫은 애들은 도망가. 지금 안 도망가고 이후에 도망가면, 내가 직접 따라가서 다 죽여버릴 거니까."


리피트의 말이 허세라고 생각했는지 떡대들이 크게 웃었다. 그리고 그 순간, 리피트의 검이 휘둘러졌고, 우두머리의 목 윗부분이 검에서 생겨난 공간에 찢겨져나갔다.


"하나."


리피트를 둘러싼 사람들의 움직임이 모두 멈췄다. 그들은 눈앞의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물론 리피트가 먼저 공격을 가했다는 걸 깨달은 이들은 리피트에게 달려들려 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그들의 몸이 느린 시간을 겪고 있는듯 아주, 아주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대로 다섯명이 추가로 찢겨나갔다.


"이번엔 다섯."


리피트는 슬쩍 주변을 돌아봤다. 남은 건 약 삼십명 정도. 리피트는 오랜만에 검술로써가 아닌 마법으로써 공간 마법을 사용했다. 약 서른 명의 떡대들은 천천히 움직이는 몸을 가진채 한 곳에 모였다.


"삼십삼."


리피트는 핏물이 잔뜩 흐르는 땅을 밟으며 술에 취한 남자가 들어간 곳을 따라 들어갔다. 그런 리피트 일행의 뒤엔 근육질의 남자와 어린아이가 공포에 질린 눈으로 리피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리피트가 문을 슬쩍 밀었다. 문은 잠겨있는 듯했다. 리피트는 망설임없이 문을 힘으로 박살내버렸다.


콰앙!


리피트가 문을 박차고 들어가자 거기엔 수십명의 괴한들이 존재했고, 고급지게 꾸며놓은 2층에도 사람들이 보였다. 그리고 리피트에게 시비를 건 이는 그 고급진 층에 자리하고 있었다.


리피트는 망설임 없이 2층으로 향했다. 리피트가 2층으로 향하자, 괴한 몇명이 길을 막았다.


"2층은 아무나 들여보내는 곳이 아닙니다. 그리고 문을 부순 거에 대해 설명을 하셔야겠습니다."


설명하지 않는다면 무력을 사용해 보이겠다는 협박. 하지만 리피트는 그정도 협박엔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더욱 당당하게 턱짓으로 2층을 가리켰다.


"저기 저 사람 보이지? 저 사람한테 일이 있어. 하나 더 말해주자면 굳이 안 막아도 돼. 2층 정도는 그냥 갈 수 있거든."


리피트는 발에 힘을 담아 밀어냈다. 강한 힘으로 한번에 2층까지 뛰어오른 리피트는 시비를 걸었던 남자를 찾아냈다. 그러곤 곧장 그의 목을 움켜쥐곤 1층으로 내려왔다.


"어때? 아까 한 말 기억나? 남자는 죽이라고 그랬나? 말한대로 해줘야겠지?"


"컥, 커억."


남자는 목을 움켜쥔 리피트의 팔을 열심히 때렸다. 하지만 리피트의 팔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너...너... 내가 누군지 알면..."


"모를건데."


리피트는 굳이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검으로 그를 찢어버렸다. 1층에 있던 수많은 괴한들, 그리고 2층으로 향하는 걸 막던 이들, 거기에 2층에 있던 사람들까지 모두 놀란 눈으로 리피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괴한들도, 2층에 있던 이들도 모두 허리춤에 손을 얹어 무기를 꺼낼 준비를 하는 듯 했지만, 막상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 모두를 어느새 단단한 나무뿌리들이 자라나 옭아매고 있었다.


리피트는 덕분에 여유롭게 건물에서 나올 수 있었다. 바깥에는 여전히 그를 쳐다보고 있는 두 사람이 있었다. 리피트가 그 앞을 지나가자, 남자가 세사람에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저기... 이거..."


"네?"


리피트는 남자가 내미는 걸 받았다. 우락부락한 신체에 어울리지 않게도 그가 내민 것은 자그마한 새하얀 색을 가진 명함이었다. 리피트가 그를 돌아보자 남자는 허리를 꾸벅 숙여보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 말만 남기고는 아이와 함께 사라져버리는 남자. 리피트는 남겨진 명함을 슬쩍 쳐다봤다.


"남부 제국 특수 정보 보호점 본점? 슈라드?"


리피트는 명함을 아공간에 던져넣은 뒤, 일행과 함께 슬럼가를 빠져나왔다.


그곳을 나오면서 리피트는 슬쩍, 아르칸이 준 알약을 하나 집어먹었다.


ㅡㅡ


슬럼가의 어느 음침한 골목, 근육질의 남자가 어디론가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


"네. 곧 손님이 갈 것 같습니다."


남자가 쥐고있는 수신기 너머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름이요? 이름은 듣지 못했습니다만, 무엇보다 확실한 신분이 있습니다."


남자는 몸을 들썩이며 수신기에서 귀를 멀리 떨어뜨렸다. 누군가가 그를 향해 고함을 지르고 있는듯했다.


"아니, 개소리가 아니라요. 제국에 가장 높은 현상금이 걸린 그 자가 다시 들어왔습니다.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수도에 나타났어요. 명함을 줬으니 분명 저희를 찾을 겁니다. 예. 예. 이만 끊겠습니다. 네? 뭐라구요? 20초 뒤에 폭파요? 아니 미친, 무슨 그딴 걸 넣어놔요!"


남자는 방금전까지 사용하던 수신기를 재빨리 부숴버리고는 옆에 앉아있던 어린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리피트 일대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5 64화 19.06.03 268 1 19쪽
64 63화 19.06.02 143 1 20쪽
63 62화 19.06.01 139 1 25쪽
62 61화 19.05.31 152 1 23쪽
61 60화 19.05.29 147 1 29쪽
60 59화 19.05.27 155 1 18쪽
59 58화 19.05.26 168 1 21쪽
58 57화 19.05.25 170 1 23쪽
57 56화 19.05.24 169 1 26쪽
56 55화 19.05.22 160 1 16쪽
55 54화 19.05.20 149 2 21쪽
54 53화 19.05.19 157 1 14쪽
» 52화 19.05.18 178 1 19쪽
52 51화 19.05.17 183 2 23쪽
51 50화 19.05.15 178 1 16쪽
50 49화 19.05.13 172 1 30쪽
49 48화 19.05.12 189 1 21쪽
48 47화 19.05.11 202 2 25쪽
47 46화 19.05.10 182 1 22쪽
46 45화 19.05.08 207 1 21쪽
45 44화 19.05.06 220 1 31쪽
44 43화 19.05.05 175 1 16쪽
43 42화 19.05.04 184 1 21쪽
42 41화 19.05.03 178 1 19쪽
41 40화 19.05.01 183 1 12쪽
40 39화 19.04.29 199 1 21쪽
39 38화 19.04.19 196 1 30쪽
38 37화 19.04.17 190 1 20쪽
37 36화 19.04.15 188 1 22쪽
36 35화 19.04.14 224 1 4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