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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피트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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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피에르와소
작품등록일 :
2019.03.09 00:54
최근연재일 :
2019.06.03 17:00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23,876
추천수 :
251
글자수 :
635,842

작성
19.04.2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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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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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1쪽

39화

DUMMY

처음으로 돈을 번 다음날 아침, 일어난 리피트는 고개를 돌리다 뭔가 이상함을 드디어 깨달았다.


"미르네! 미르네!"


리피트는 황급히 미르네를 깨웠다.


"으응?"


눈을 잔뜩 찌푸린채 일어나는 미르네. 그런 그녀에게 리피트는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르보레 상태가 이상해!"


미르네는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돌렸다. 아르보레가 식은 땀을 흘리며 끙끙 앓고 있었고, 점점 어려지고 있었다.


"으~음. 마나가 부족한가보네."


"뭐?"


어쩔줄 모르는 리피트와 달리 차분한 미르네. 리피트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당황했다. 미르네는 리피트를 쳐다보며 말했다.


"마나 좀 밀어넣어줘. 지팡이에 연결된게 너일테니까 너한테 받으면 원래대로 돌아갈거야."


그 말에 황급히 자신의 마나를 밀어넣는 리피트. 마나가 들어오자 눈에 띄게 호흡이 안정되는 아르보레였다. 그렇지만, 리피트의 걱정은 전혀 안정되지 못했다.


"왜 이런거야? 너네도 마력이 부족하면 이렇게 돼?"


"아니. 우린 마력을 저기 지팡이에서 꺼내쓰거든. 더 정확하게 말하면 데르카스의 보옥한테서. 근데, 나는 봉인된 존재잖아. 그래서 마나가 없어도 저렇게 되진 않는데, 아르보레는 내가 보옥에 아르보레의 마나를 이용해서 묶어놓은 거거든. 아마 데르카스 쪽에서 일이 있어서 마나를 많이 썼나봐. 지팡이가 바꿔내는 용량보다 더 많은 용량이 필요하다보니 아르보레의 마나까지 뺏어간거지."


"뭐? 그건 데르카스가 위험하다는 거 아니야?"


"그럴리가. 걔가 위험했던 적은 이 세상이 생겨나고 딱 한 번 있었어. 일단은 내가 좀 안일했네. 데르카스가 이렇게 마나를 사용할 일이 있을거라고 생각을 못했어."


그렇게 말하며 지팡이를 향해 다가가는 미르네. 그녀는 잠시동안 지팡이를 만졌다.


"됐다. 이제 데르카스한테 마나를 뺏기는 일은 없을 거야."


"으음..."


타이밍 좋게도 아르보레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큰 일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리피트. 그러다가 문득.


'데르카스는 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마나를 이 정도로 사용한거지?'


지팡이를 통해 대화를 해보려해도 묵묵부답인 데르카스. 살짝 걱정됐지만, 데르카스라면 아무 일 없을거라고 믿으며 오늘의 의뢰를 하러 나가는 리피트였다.


ㅡㅡ


지하에서도 충분히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확인한 리피트. 그는 다음날, 그리고 그 다음날도, 그리고 그 다음날에도 기계 수리와 관련된 수많은 의뢰들을 해치우며 돈을 쓸어담았다. 더이상 이 마을에 기계를 수리하는 의뢰가 거의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다행히 수많은 기계가 돌아가는 드워프들의 도시라 그런지 매일매일 한 두 개씩은 꼭 기계 수리 의뢰가 나타났고, 리피트가 그런 의뢰들을 일주일간 싹 해결하고 다니자 리피트는 마을에서 굉장히 유명한 기계 수리공이 되어있었다.


리피트는 오늘도 기계 수리 의뢰를 받기 위해 인력소개소로 향했다.


"리피트 님. 오늘은 아쉽게도 기계 수리 의뢰가 들어온 게 없어요."


"네?"


"제 앞에 앉아 계신 뛰어난 분이 큰 고장들도 순식간에 처리하시는 바람에 더이상 남은 일들도, 들어오는 일들도 없어졌어요."


리피트는 동그랗게 떴다. 그동안은 그래도 한 두개 씩은 꼭 의뢰가 남아 있었는데, 오늘은 하나도 없는 모양이었다.


'이렇게 될 줄은 알고 있었지만...'


사실 리피트도 곧 의뢰가 모두 사라질 거라고 예상은 했다. 점점 의뢰가 줄어드는 걸 누구보다 직접 체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아..."


"그런 리피트 님에게 아주 좋은 제안이 있답니다."


직원은 한숨을 내쉬는 리피트에게 여러 장의 종이를 내밀었다.


"이게 뭔가요?"


"이건 리피트 님과 계약을 하려는 공방들의 목록이에요. 리피트 님의 뛰어난 실력이 퍼져서 저희 연합국에서 나름 유명한 공방들이 리피트 님을 스카웃하시려는 거죠."


리피트는 내밀어진 종이들을 하나씩 읽어봤다. 모두들 그냥 보내기 싫은 좋은 조건들이 적혀있었다.


"공방과 계약했을때 좋은점은 선택지가 늘어난다는 점이에요. 기간을 두고 계약을 한다면 그 기간동안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고, 계약에 따라선 추가금도 받을 수 있구요. 기간을 둔 계약이 아닌, 수리 횟수로 따지는 계약을 하신다면 불안정하지만 타이밍만 맞으면 돈은 훨씬 더 많이 버실 수 있을거에요."


리피트는 계약서들을 꼼꼼히 읽어봤다. 일주일 정도 이 곳에서 지내면서 알게된 유명한 공방들의 이름도 있었다.


잠깐 고민을 하던 리피트는 계약서 몇 개를 골랐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색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여기 전부와 계약할 수 있나요?"


"네?"


"말 그대로에요. 제가 고른 이 공방들 전부와 계약하고 싶어요."


"어... 그게 말이죠.. 저,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당황한 표정의 직원이 황급히 안쪽으로 들어갔다. 리피트는 계약서들을 다시 한번 쳐다봤다.


'우선은 가장 기계가 많다는 도시, 그리고 큰 공방이 몰려있는 도시로 가야겠지.'


리피트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검을 만드는 것. 그리고 리피트가 이곳 드워프의 나라에서 알게 된 점 하나는, 뛰어난 대장장이 일수록 오히려 좋은 기계를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드워프들의 손길이 닿는건 물건을 만들때 뿐, 만들기 전과 후의 대부분의 과정들은 기계가 처리하고 있었다.


그러니 뛰어난 대장장이를 만나기 위해서는 그만큼 좋은 기계를 많이 사용하는 도시, 아르카딤으로 가야했다.


리피트가 분류한 계약서들도 모두 그곳으로 향하는 것뿐. 잠시 뒤 직원이 안에서 나왔다. 그는 리피트에게 다가와 말했다.


"두 곳 빼고는 모두 가능하다고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잘못하면 신뢰도를 엄청 잃으실수 있어요 "


"괜찮아요. 할만 합니다."


직원은 살짝 굳은 표정으로 계약서 두개를 빼냈다. 리피트가 슬쩍 보니 상당히 거대한 공방 두 곳이었다.


'하나 남았나?'


처음 계약서들을 보았을때, 기억에 남아있던 큰 공방은 총 세 곳. 거대 공방들은 대부분 전속 수리기사를 원하기 때문에 리피트의 요청을 거절했을 것이다. 오히려 남아있는 한 곳이 이상한 것이었다.


"여깃습니다. 아르카딤으로 가셔야 하는데..."


"며칠 정도 걸릴까요? 내일은 되야 출발할 수 있을거 같은데."


리피트는 여관에서 기다리는 아르보레와 밀레느를 떠올렸다. 다행히 리피트가 곧 떠날지 모른다고 말해둔 덕에 두 사람은 언제든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게, 계약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맨 위에 꺼를 보시면.."


계약서를 나풀나풀 넘기고 있던 리피트가 제일 첫장으로 돌아왔다. 거기에는,


[ 퓌락 공방


계약 조건:


아르카딤까지 마차 제공


3인용 숙소 , 3끼 식사 제공 ( 원한다면 1인실, 2인실로 제공 가능 )


전용 공방 제공 가능


한달에 한번 장로와의 만남 제공


... ]


리피트는 순간 직원을 노려봤다.


'나에대해 자세히 알고 있다.'


리피트의 사나운 눈길애 직원이 순간적으로 움츠러들었다. 그 순간 리피트의 머릿속에 의문 하나가 떠올랐다.


'내가 미르네랑 아르보레와 같이 지낸다는 걸 아는 사람이 있나?'


거기에 1인실과 2인실을 제공한다는 점도 이상했다. 이건 분명 리피트와 미르네,아르보레가 따로 자는걸 예상했다는 것. 거기에다가,


'장로와의 만남'


드워프의 장로는 아무나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계약조건에 이걸 넣다니?


"거기에 적혀있지만 아르카딤까진 퓌락 공방에서 모시겠다고..."


"이 조건을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한겁니까?"


"네? 네. 조건을 별로 바꾸시지 않겠다고 하시던데요..."


어느새 험악해진 리피트의 말투에 직원이 움츠러들었다. 리피트는 그 모습을 보곤 화를 다스렸다. 거절하기엔 아까운 조건. 살펴보니 제공하는 금액도 상당했다. 리피트는 그대로 진행하기로 맘먹었다.


"알겠습니다. 마차는 언제쯤 온다고 하던가요?"


"마차는 며칠뒤면 저희 쪽에 도착할 거에요. 늦어도 3일이면 충분할 겁니다. 언제든 이곳으로 오시면 저희가 마차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리피트는 인사를 마치고는 딱딱히 굳은 표정으로 소개소를 나왔다.


ㅡㅡ


리피트는 여관에 들려 미르네와 아르보레에게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말했다. 아르카딤으로 갈 마차를 제공할 때까진 약 3일정도가 남아있었다.


"3일 정도는 놀자."


리피트뿐만 아니라 두 명도 꾸준히 돈을 벌어왔고, 덕분에 세 사람은 각각 꽤 많은 돈을 쥐고 있었다. 리피트는 성인 여성으로 돌아온 아르보레에게 고개를 돌렸다.


"곧 떠날거니까 신세진 분들한테 인사라도 하고 와. 나도 찾아가볼 사람이 있어서 잠깐 나갔다가 올거야."


리피트는 드워프들이 제일 좋아하는 선물 중 하나인 흑맥주를 사들고 근처의 대장간으로 향했다. 이곳은 리피트가 맨처음 들렸던 대장간이기도 했다. 리피트의 모습을 본 드워프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왔어? 뭐야 그건?"


"시원하게 만든 흑맥주."


"진짜? 여기 앉어. 잠깐만. 불 좀 끄고 올게."


대장간의 주인은 데클. 첫날 이후 리피트와 오며가며 대화를 나누다가 친해지게 된 친구였다.


화로의 뜨거운 불길들을 모두 지우고 온 데클이 리피트의 반대편에 앉았다. 리피트는 맥주 뚜껑을 따서 잔에 부었다. 리피트가 잔을 채우기 무섭게 데클이 맥주를 쭈욱 들이켰다.


"크으! 시원하구만! 역시 맥주도 도수가 높아야 맛있어!"


리피트가 가져온 맥주는 나름 비싼 맥주였다. 물같은 다른 맥주보단 도수가 훨씬 높은 흑맥주.


"근데 왠일이야? 이런 흑맥주까지 사오고?"


"나, 아마 며칠 뒤면 여기를 떠날거야."


"어디로?"


"아르카딤."


리피트는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위에와는 전혀 다른 세상같은 이곳에 내려와 처음만든 친구였는데, 이렇게 금방 멀찍히 떨어지려는게 서운한 탓이었다.


"뭐야, 잘 됐네! 아르카딤은 보수가 엄청 높을거야! 내가 말했잖아, 너가 이런 작은 도시에 있는건 낭비라고. 뭐야 왜 그렇게 울적한 표정이야?"


드워프들에게 있어서 뛰어난 도시로 가는건 능력의 성장이나 다름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데클은 진심으로 리피트를 축하했다. 하지만 리피트의 표정이 의아한 모양이었다.


"아니야... 그냥..."


자신이 잘 된걸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친구의 모습에 리피트는 마음이 울컥했다. 정말 말그대로 유일하게 속을 다 터놓은 친구였는데...


'어?'


리피트는 데클을 쳐다봤다. 그러곤 방금 떠오른 생각을 곱씹었다.


유일하게 모든걸 터놓았던 친구. 그리고 자신의 모든걸 알고 있었던 듯 한 계약서.


'설마?'


리피트는 자신도 모르게 검을 들이밀뻔 했다. 하지만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그걸 견뎌냈다. 데클은 그런걸 아는지 모르는지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


"처음 왔을 때 부터 너가 범상치 않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니까? 너라면 그 아르카딤에서도 손꼽히는 사람이 될거야! 이 최고의 인재감별사 데클이 장담하지 하하하."


술에 취한채 마음껏 떠드는 데클. 그런 그의 모습은 나쁘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리피트는 데클에게 넌지시 질문했다.


"데클, 혹시 누가 나에 대한 걸 묻진 않았어?"


"음? 너에 대한거? 글쎄... 아! 맞아. 좀 전에 형한테서 연락이 왔었어."


"형? 그 유명한 공방의 장이라는?"


"응. 갑자기 아침에 연락이 오더라고. 네 실력이 어떠냐고 묻길래 내가 한마디 해줬지..."


"뭐라고 했는데?"


"그거 묻는 사이에 다른 공방에서 채갈 실력이라고. 비교할 사람이 없다고 했지."


리피트는 살짝 쑥스러웠다. 하지만 그런 감정에 휩쓸릴 때가 아니었다.


"그 형 공방이 어디라고 했지? 그.."


"퓌락, 퓌락. 형도 눈이 썩었어. 이렇게 좋은 인재를 두고 딴놈이나 얻으려고 하니."


내가 전화기를 붙잡고 이런 사람을 안 데려가면 누굴 데려가냐고 소리쳤지, 라고 말하며 맥주를 쭈욱 들이키는 데클. 기분좋게 웃고있던 그의 얼굴이 이내 미안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미안해, 리피트. 내가 좀만 더 뛰어난 대장장이기만 했어도 너를 장로급이나 못해도 우리 형이랑 곧장 연결시켜줬을텐데... 그럼 빠르게 검을 만들 수 있었을텐데..."


아무래도 퓌락 공방은 데클을 통해 들은 이야기로 자신에게 계약 조건을 맞춘 모양이었다. 리피트는 자신에게 미안해하는 데클을 바라봤다.


드워프인데도 술에 금방 취해 골골대는 친구. 그덕에 자신과 순식간에 친해진 친구. 리피트는 자신이 그동안 보았던 친구의 모습을 믿기로 했다.


'나쁜 의도로 행동했을 리가 없을 거야.'


당장 요 며칠만 해도, 친해진 이후로는 리피트가 검을 맡길만한 최고의 대장장이를 찾아보겠다며 돌아다녀주었었다. 리피트는 취해서 엎어진 데클을 소파에 눕혔다.


그래도 함부로 남의 이야기를 하고 다니진 말아달라며, 쪽지를 남기고 리피트는 여관으로 돌아왔다.


여관으로 돌아왔지만, 다른 두 사람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듯했다. 리피트는 살짝 술에 취한 채 밖을 내다보았다. 벌써 이곳에 온지 약 일주일, 돈은 꽤 모았지만 만들사람은 찾지도 못한 상태. 과연 검을 만들수는 있을까, 리피트는 그런 생각에 빠지며 그대로 시간을 보냈고, 두 사람이 돌아온 뒤 그들이 잠에 빠져들때까지도 계속 취해있었다.



며칠 뒤, 리피트는 습관처럼 인력소개소에 들렸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문 앞에 와버린 리피트는 몸을 돌리려 했지만, 혹시 마차가 와 있는 건 아닐까 싶은 마음에 안으로 들어갔다.


"리피트 님!"


리피투의 얼굴을 알아본 직원이 리피트에게 손짓했다. 리피트는 재빨리 그쪽으로 다가갔다.


"마차가 도착했나요?"


"네. 언제든 타고 가실수 있게 기다리겠다고 하셨어요."


"일행들을 데리고 올게요."


리피트는 곧장 여관에서 아르보레랑 미르네를 데려왔다.


직원이 리피트 일행을 어디론가 데리고 갔다. 그곳엔 마차처럼 보이는 것 두 대가 서 있었다. 신기하게도 두 대 모두 리피트의 마차처럼 끄는 동물이 없었다.


"이걸 타면 되나요?"


"네. 양쪽에 모두 운전하시는 분이 계실거에요."


-미르네, 아르보네 무슨일이 있을지 모르니 조심해. 위험한 일있으면 지팡이 안으로 들어오고.


두 사람이 위험한 일이 있기야 하겠냐만은, 리피트는 그래도 두사람이 걱정되었다.


-알았어.


-네.


두 사람에게서 대답을 들은 뒤에야 안심하는 리피트. 그때 오른쪽 마차에서 누군가가 내려서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리피트 님."


리피트는 다가온 드워프를 쳐다봤다. 분명 데클에게선 존대를 하는 드워프가 없다고 했는데, 왜 자신을 만나는 드워프마다 존대를 하는것일까.


"제 이름은 퓌락이라고 합니다. 괜찮으시다면 리피트 님께서 이쪽 마차에 타주실 수 있으십니까?"


"퓌락이요?"


"네."


퓌락 공방에서 온 퓌락이라고 한다면 누가봐도 공방의 장이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이는 데클의 형이라는 뜻.


리피트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아르카딤까지 며칠이 걸리는지 알 수 있을까요?"


"2일 정도 걸린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론 사이사이에 휴식을 가진다는 걸 반영한겁니다."


리피트는 고개를 끄덕여보이고는 퓌락쪽으로 향했다.


"미르네, 아르보레 이따가 보자."


"응."


"네."


우측 마차에 탑승한 퓌락과 리피트. 마차의 내부는 넓진 않았지만, 리피트네의 마차와 상당히 유사했다.


퓌락은 리피트가 타자 고개를 숙였다.


"제 동생이 신세를 많이 진걸로 알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아뇨. 신세는 오히려 제가 졌죠. 그리고 말 편하게 하세요. 저는 데클이랑도 편하게 말합니다."


퓌락은 리피트의 눈치를 슬쩍 봤다. 하지만 리피트가 괜찮다는 표정을 짓자 그대로 말을 놨다.


"그럼 그냥 말해도 될까? 까먹은 예읫말을 하려니 힘들어서 말이지. 동생이랑 친하지? 데클처럼 생각하고 말 놔."


"그래도 되려나?"


"뭐 어때. 나도 데클도 신경 안쓸텐데."


옆의 창문을 내리는 퓌락. 거세게 들어오는 바람을 잠깐 맛본 그가 창문을 다시 닫았다.


"내 이름은 퓌락이야. 아마 예상했겠지만 퓌락 공방의 대장이기도 하지."


"벌써 내가 누군지 알고 있는거 같지만, 리피트야. 잘 부탁해."


퓌락은 슬쩍 손을 내미는 리피트와 악수했다.


"일단 고맙다는 말이랑 미안하다는 말부터 할게. 계약서는 봤지? 기분 나쁠거라곤 생각해. 그래도 너를 데려오려면 그렇게라도 했어야 됐어. 상대의 기분과 상관없이 리피트란 사람을 데려올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거든."


"나도 궁금한게 있는데... 왜 나를 데려가려고 한거야? 아까 소개소에서도 내가 말한 조건을 큰 공방들은 모두 거절했는데, 퓌락 공방은 모든 조건을 유지한 채로 받아줬어. 솔직히 말해서 내가 기계 수리에 있어서 뛰어나긴 하지만, 나랑 한 계약서를 보면 좀 과하잖아."


퓌락은 턱수염을 잠시 쓰다듬었다.


"네 착각을 조금 짚어주자면 물론 니 말대로 너처럼 뛰어난 기계 수리공이 없는건 아니야. 근데 그게 좋은 수리공을 데려가지 않을 이유가 되진 않아. 뛰어난 수리공들은 자네가 제시받은 돈,조건보다 훨씬 좋은 대우를 받거든. 단지 이쪽에서 다루는 고급 기계에 대해 수리한 경력이 없으니 그들보다 안좋은 조건을 제시받은 거 뿐이야."


퓌락은 길을 따라 차를 우측으로 꺾었다. 리피트의 몸이 약간 쏠렸다.


"고급 기계를 다루지 못할 거란 불안함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이름있는 공방들은 우리 빼고는 제안을 다 철회한거야."


"그럼 퓌락 공방은 왜 철회하지 않은거야?"


"왜냐면 내가 리피트란 사람에게 제안한 이유가 다른 공방과 달랐기 때문이지."


퓌락은 리피트를 쳐다봤다.


"내 동생 데클이 말이야. 너를 엄청 칭찬하더군. 엄청난 재능을 가진 거 같다는 친구가 있다고, 여태껏 본 이들중에 최고라고 하더군."


리피트가 퓌락을 이상하게 쳐다봤다.


"데클은 평범한 대장장이잖아. 그런 사람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건 조금.."


퓌락은 고개를 저었다.


"데클은 재능감별사야."


"재능감별사?"


"그래. 인재감별사라고 하기도 하는데,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가진 재능이 느껴진다고 해야되나? 그런 능력이야. 퓌락 공방은 내가 만든 곳인데, 그런 얼마 안된 곳이 예전부터 있던 공방과 맞먹으려면 뛰어난 대장장이 혼자로는 안돼. 그러기 위해선 한 공방에 아주 뛰어난 대장장이가 여럿 필요한데, 지금 나와 함께 일하는 뛰어난 이들 모두 데클이 골라주었던 이들이야. 그리고 다른 곳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들도 데클이 한번씩은 언급했던 녀석들이지."


퓌락은 이번에는 차를 왼쪽으로 꺾었다.


"데클은 칭찬에 매우 인색해. 솔직히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나는 굉장히 뛰어난 대장장이야. 지금은 장로들 바로 밑급으로 인정받는, 정말로 손에 꼽는 대장장이지. 그런 나를 데클은 조금 봐줄만한 재능이라고 이야기했어. 아까 내가 말한 뛰어난 대장장이들? 데클은 그런 이들은 평범한 자보단 낫다 라고 평가했었지."


퓌락은 말을 잠시 멈춘 뒤 리피트를 쳐다봤다. 신뢰가 가득담긴 눈. 차는 어느새 직진을 하고 있었다.


"그런 데클이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한 자가 있고, 그게 자네야. 물론 자네가 곧 이 마을을 떠날거라는 것 쯤은 들어서 알고 있어. 하지만, 자네에겐 정말 미안하게도, 내가 자네에게 하는 투자는 정말 별거 아니거든. 그래서 자네가 떠나는걸 감안해도 쉽게 이득을 볼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있지."


리피트는 퓌락의 말을 곰곰히 곱씹었다. 재능을 알아보는 안목을 가진 친구가 자신을 극찬했다.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졌다. 데클이 술에 취해 자신을 칭찬하던 모습이 떠오른 리피트는 저도 모르게 씩 웃고 말았다. 리피트는 퓌락을 쳐다봤다.


"데클의 보는 눈이 얼마나 대단한지 내가 제대로 보여줄게."


퓌락의 얼굴에 한가득 미소가 떠올랐다.


"고맙군."


리피트와 퓌락은 아르카딤에 도착할 때까지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즐겁게 나아갔다.


며칠 뒤, 아르카딤의 퓌락 공방에 도착한 리피트 일행.


"여기서 머무르면 돼. 수리는 원할때 언제든지 하면 되고. 적힌 기간내에만 해결하면 되거든. 다른 공방의 일들을 하는 건 상관없지만 그래도 우리 공방의 수리는 하나씩은 꼭 해줬으면 좋겠어."


말을 마친 퓌락이 사라졌다. 고대하던 장로 드워프와의 만남은 퓌락이 주선할 수 있는 이가 현재 어딘가로 떠나있어서 3주는 기다려야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리피트는 그때까진 이곳에서 일을 하며 기다리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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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5화 19.05.08 208 1 21쪽
45 44화 19.05.06 220 1 31쪽
44 43화 19.05.05 175 1 16쪽
43 42화 19.05.04 184 1 21쪽
42 41화 19.05.03 178 1 19쪽
41 40화 19.05.01 183 1 12쪽
» 39화 19.04.29 200 1 21쪽
39 38화 19.04.19 196 1 30쪽
38 37화 19.04.17 190 1 20쪽
37 36화 19.04.15 188 1 22쪽
36 35화 19.04.14 224 1 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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