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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피트 일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피에르와소
작품등록일 :
2019.03.09 00:54
최근연재일 :
2019.06.03 17:00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23,873
추천수 :
251
글자수 :
635,842

작성
19.05.0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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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1쪽

45화

DUMMY

리피트는 마법진을 풀어내는데는 누구보다 뛰어난 존재. 그런 그가 마법감옥을 풀어내기 위해 총력을 다했다. 얼마 되지 않아 풀어낼 방법을 찾아낸 리피트. 그는 망설임없이 감옥을 해제하려 했다.


"어?"


리피트가 손을 가만히 든채 멈춰섰다. 리피트의 눈앞에는 여전히 벽이 존재하고 있었다.


'해제가 안된다고?'


리피트는 데른에게서 마나를 쓰는법을 배운 뒤 마법을 풀어내지 못한 건 처음이었다. 리피트는 다시 한 번 마법 감옥에 마나를 흘려보았다. 침착하게 다시 한번 마법을 풀어보려는 리피트. 하지만 리피트는 오히려 왜 자신이 마법을 풀어낼 수 없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이거... 아예 풀 수 없게 되어있잖아?"


원래 마법이라는 건 수학 공식과 비슷했다. 그리고 리피트가 평소에 마법을 해제하는 방법은 역산을 해서 풀어내는 방법이었다. 그런데 이 마법감옥은 역산이 불가능했다. 마치 원주율을 가져다 놓은것처럼 끝없이 계산이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계산이 끝나지 않았는데 이를 역산을 하려고 하니 당연히 풀어낼 수가 없었고, 이 점은 다시 말해,


"애초에 해제시킬 생각없이 만든 마법이라는 건데..."


리피트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이러면 이곳을 빠져나가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했다. 어찌할지 고민하던 리피트는 일단 이 마법감옥을 만드는 법을 익히기로 했다. 마법을 익히는건 금방이었다.


다시 돌아온 리피트는 기다리던 일행들에게 한동안 이곳을 빠져나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두 사람은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저 멀리 구석으로 자리를 옮긴 리피트가 방금 배운 마법을 사용해보기 시작했다.


"조..조금 더 작게..."


리피트는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감옥의 크기를 줄이려 노력했다. 리피트의 마나통이 넘쳐났기 때문에 오히려 마나를 조금만 사용하는데 애를 먹는 리피트. 한번 만들면 치우지를 못하니 완성하기 전까지 최선을 다하던가 아니면 큰 내상을 입으며 마법을 취소해야했다. 하지만 아픈걸 싫어하는 리피트는 피나는 노력끝에 결국 감옥을 아주 작게 변화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연이어 조그마한 감옥을 만드는 걸 시도했고, 모두 성공해냈다.


"이제 이걸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문제인데..."


리피트의 목표는 마법감옥을 없애는 것. 마법을 풀어내는 데에는 크게 두가지의 선택지가 있었다.


첫째는 말그대로 마법을 파괴해버리는 것. 역산을 하는 방식도 여기에 속했다. 수학 문제로 비교하면 그냥 문제지를 찢어버리는 방법. 이는 아까 리피트가 시도했던 것처럼 외부에서 부술 수도 있었고, 아니면 내부에서 부술 수도 있었다.


'밖에서 부수는 건 아까 실패했지.'


그렇다면 내부에서 파괴해야 했는데 그렇게 하려면 마나가 엄청 많이 필요했고, 마법을 부순 이후에 강한 충격을 발생시킬 마나폭풍 걱정도 해야했다. 마나폭풍은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내부에서 부수는 건 마지막의 방법으로 남겨야했다.


두번째 방법은 마법의 진행방식을 틀어버리는것. 수학 문제로 비교하자면 쓰여진 질문을 지우고 다른 질문으로 바꿔버리는것이었다. 원주율을 묻는다면 원주율이라는 단어를 지우고 원하는 단어를 집어넣어 답을 바꿔버리는 방식. 이 방법은 질문이 바뀌면서 기존에 있던 해답을 모두 삭제해버리기 때문에 성공만 한다면 마법을 풀어내는 것 뿐만 아니라 마나 폭풍을 걱정할 필요도 없는 훨씬 안전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말도 안되게 어려운 마법이기도 했다. 수식을 조금만 지워버리는 것조차도 엄청난 마나가 들어가므로 평범한 이들은 물론 마나가 많은 이들도 시도할 수 없는 방법. 거기에 마법이 크면 클수록 그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함은 당연한 점이었다.


리피트에겐 두번째 방법의 선택지만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수많은 시도가 뒷받침되어야 했다.


리피트는 만들어놓은 작은 감옥들에게 마나를 불어넣었다. 리피트는 차근차근 마법이 이루어진 수식을 되짚어갔다. 우선 무한한 계산이 진행되는 곳을 끊으려했던 리피트는 뭔가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메인 수식 말고도 다른 수식들이 사이사이 껴있네?"


리피트는 마법감옥을 똑같이 따라 한 것 뿐이라 수식들의 상세한 의미를 모르고 있었다.


'작게 안 만들어보고 했으면 큰일 났겠다.'


리피트는 수식들을 하나하나 살펴봤다. 그중 수식을 하나 골라 건드려보는 리피트. 그리고 리피트의 눈앞에는 방금 전과는 달리 안이 보이게끔 투명해진 미니 감옥 상자가 나타났다.


"호오?"


리피트는 이를 시작으로 이것저것 건드리기 시작했다. 모양을 요상하게 바꾸는 것부터 벽에 색입히기, 안에서 바깥을 보이게 만들기, 작게 구멍을 뚫어내기 등등. 수많은 시도를 마친 리피트는 마법에 대한 이해도도, 풀어낼 자신감도 흘러 넘치고 있었다.


"미르네! 아르보레! 곧 나갈거야. 준비해!"


당당하게 두 사람에게 말한 후, 감옥의 거대한 벽으로 다가가는 리피트. 리피트는 벽에 손을 얹고 마나를 흘려보냈다. 그리고 잠시 뒤,


리피트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멈춰서 있었다. 그에게 다가온 아르보레가 걱정스러운듯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괜찮으세요?"


리피트는 삐걱거리듯 고개를 돌렸다.


"마나를... 다 써버렸...어."


리피트는 그대로 정신을 잃은채 쓰러졌다.


***


외전. 제국의 결계


"A구역 이상없음. C구역 확인 요청."


"C구역 이상없음. B구역 확인 요청."


"B구역 침입자의 흔적 있음. 지원 바람."


남부제국의 어느 비밀스러운 곳. 이 곳을 감시하던 이들 사이에 약간의 소란이 일어났다. 누군가가 그들의 감시를 뚫고 바로 이곳, 제국의 특별감시구역에 침입했기 때문이다. 감시자들은 이곳에 들어온 침입자의 흔적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에휴, 말년에 이게 무슨 일이야."


"그러게요. 저도 다음주부터 2주일간 가족여행인데. 하필 지금... 잘못하면 휴가 밀리겠네."


"다들 집중해요. 결계를 뚫고 들어온 잡니다. 일단 만나더라도 먼저 공격하지 마시고 위치만 연락으로 알린 뒤 다른 팀에서의 지원을 기다려요. 아시겠죠?"


"넵. 알겠습니다."


잡담을 마치고 다시 흔적을 찾기 시작하는 감시 B팀. 흩어져서 흔적을 찾던 이들 중, 한 명이 침입자를 찾아냈다.


-침입자 찾았습니다. B-17 구역. 지원바랍니다.


-확인.


-확인.


평생에 한 번 보기도 힘든 라쿠렘 꽃, 그 꽃을 꺾어 화환을 만들며 환하게 웃는 엘프. 그런 그녀의 행동에 감시대는 당장 그녀를 공격하고 싶었지만, 그들은 침착하게 지원팀을 기다렸다. 아무리 저렇게 해맑게 아무것도 모르는 듯 앉아있어도, 상대는 제국의 결계를 뚫고 들어온 자, 쉽게 볼 상대가 아니었다.


-A팀 도착.


-C팀 도착.


-D팀 도착.


다른 곳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인원만을 남긴 뒤, 침입자를 잡기 위해 모두가 모였다. 그걸 확인한 B팀의 팀장이 곧장 돌입 명령을 내렸다.


갑자기 낯선 사람들이 수십명씩 등장하자, 꽃을 꺾고 있던 엘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누... 누구세요?"


"저흰 이곳을 감시하는 사람들입니다. 죄송하지만, 저희와 함께 가주셔야겠습니다."


"네? 왜,왜요? 제가 왜 그쪽분들이랑 가야하는 거죠?"


"이곳은 제국의 특별관리구역입니다. 허가된 자가 아닌 다른 이들이 들어왔을 경우에 제국 법에 따라 체포되게 되어있습니다. 평화롭게 저희와 함께 가시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겁니다. 그러니.."


"싫어요! 저리가세요!"


엘프를 향해 다가가던 팀장의 표정이 굳었다. 스스로 가는 걸 거부한다면 방법은 하나뿐, 강제로 잡아가는 것 뿐이었다.


'이런 방법은 쓰고 싶지 않았는데.'


"그럼 저흰 당신을 강제로 잡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공격 준비."


전투태세를 갖추는 이들을 보곤 당황하는 엘프. 하지만 그녀또한 상대를 공격할 태도로 바꾸는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등에 놓인 활을 집어드는 엘프.


'제발 아무 피해가 없기를.'


감시팀도, 그리고 엘프도, 둘다 무사하기를 바라는 B팀의 팀장. 상대가 엘프임을 확인할때부터 평화롭게 끝나기는 글렀다고 생각한 팀장이었다. 아무래도 경계심이 강한 종족인 엘프이다 보니 당연히 같이 가자고 하면 거절할 게 뻔했기 때문. 그래도 제국의 법은 법. 팀장은 엘프를 끌고서라도 가야 했다.


"공격!"


한번에 짖쳐 들어가는 검사들, 그리고 뒤쪽에서 검사들의 동선을 교묘히 피해 마법을 날리는 마법사들. 그에 맞서는 엘프는 꺼내든 활을 다가오는 검사들에게 겨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활에는 활시위가 존재하지 않았다.


"피해! 마법 활이다!"


순식간에 오른손 전체를 활에서 튕겨내는 엘프. 그녀가 한번 손을 튕겨내자 활에선 5개에 달하는 마나화살이 발사되었다. 그 중 3개는 엘프를 향해 들어오던 마법들을 터트렸고, 두개는 근접해온 검사들을 향해 파고들었다.


"크윽!"


화살을 피하지 못한 남자가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남은 이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엘프를 몰아쳤다. 동료보다 적을 우선시한 이유는 마법활의 가장 큰 특징이 마나가 풍부할땐 강한 모습을 보이지만, 마나가 고갈되면 없느니만 못한 무기가 된다는 것이었다. 실력에 자신이 있는 그들이 택한 건 조금이라도 빨리 엘프의 마나를 고갈시키는 것. 그러나 엘프의 실력은 그들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크헉!" "컥!"


나무 하나 없는 초원에서, 엘프는 마치 숲 속에서 뛰어다니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허리를 꺾어내어 마법을 피하고, 그러면서도 날리는 마나 화살들은 빗나감이 없었다.


슉.


한끝 차이로 빗나가는 검사의 검과.


파악!


한끝 차이로 박히는 엘프의 화살.


빠르게 전투를 마무리지으려 했던 이들의 결심이 무색하게 그들이 택한 방법은 마법활이 가장 강한 타이밍에 정면대결을 해준 셈이 되어버렸다.


카앙!


옆으로 파고드는 검을 활을 틀어 막아낸 엘프. 그녀는 곧장 그를 발로 차내며 뒤로 뛰었다. 그러나 그곳엔 이미 그녀를 노리는 다른 전사가 있었다. 곧장 세로로 떨어지는 도끼. 그러나,


콰앙.


땅을 내려찍는 도끼. 그새 몸을 굴려 피한 엘프는 곧장 활에 마나를 담았다. 마치 활시위를 당긴 듯이 쏘아져나가는 마나 화살.


"크윽."


근거리에서 쏘아진 화살을 피할 방법은 없었고, 결국 또 한명의 전사가 쓰러지고 말았다. 한명을 쓰러뜨린 엘프는 보지도 않고 뒤를 향해 화살을 쐈다.


컥.


뒤쪽에서 뛰어들던 검사가 그 화살에 미간이 뚫리며 절명했다. 그 모습을 본 팀장이 입술을 짓씹었다.


'위험해. 이대로 가다간 피해만 커진다.'


이미 상당한 피해를 봤지만, 이대로 있다간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었다. 팀장은 남은 이들에게 모두 후퇴를 명령했다.


"후퇴한다!"


감시대원들은 재빨리 엘프에게서 멀어졌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도망치는 그들의 뒤를 엘프는 더 이상 쫓지 않았다.


ㅡㅡ


"헉.. 헉..."


초원에 혼자 남겨진 엘프는 털썩 땅으로 쓰러졌다. 난생 처음으로 해본 '진짜' 전투였다. 항상 아빠한테서 훈련만 받다가 바깥에서 처음 겪게된 실제 전투. 그리고,


'생명을 죽였어...'


그녀의 손으로 해버린 살생. 그녀의 손은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덜덜 떨리고 있었다. 주변을 다시 둘러보는 그녀의 눈에 더이상 다른 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긴장을 풀린 그녀가 툭 쓰러졌다.


한동안 그녀가 미동도 없이 쓰러져있자, 그녀의 주변에 조금씩 인기척이 생겨났다.


"기절한건가?"


"아냐. 그냥 긴장이 풀린 뒤에 잠을 자고 있는 것 같아."


그녀의 옆에 나타나는 여러명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들. 그들은 엘프의 주변을 경계하며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나저나 역시 장로님의 딸이야. 나는 우리가 전투에 참여해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나도나도. 역시 떡잎부터가 달라. 무슨 한참동안 전장에서 구른 사람인줄 알았어."


"쉿. 애 깨겠다. 조용히 해."


"깼다. 원래 위치로."


"오케이."


"으음..."


몸을 뒤척이는 엘프. 잠시 몸을 뒤척이던 엘프가 눈을 떴다. 그곳엔 그녀가 기절하기 전에 봤던 것처럼 아무것도 없는 상태 그대로였다.


"다행이다. 그 사이엔 아무도 오지 않은 모양이네. 빨리 도망가야겠다."


몸을 일으키자 마자 곧장 달리기 시작하는 엘프. 그러나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녀가 향한 방향은 나가는 길이 아니라 오히려 더 깊이 들어가는 길이라는 것을.


ㅡㅡ


"후우. 내가 말하지 않았나. 강할거라고. 애초에 우리 제국의 결계를 뚫은 시점부터 감시대가 해야하는 건 침입자를 감옥에 사로잡는 것이거늘."


"죄송합니다."


머리를 꾸벅 숙이는 B팀의 팀장. 그녀는 잔뜩 풀이 죽어있었다. 침입자를 잡아오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녀는...


"사망자는 어떻게 할건가. 죽은 이들 중 한 명은 2달 뒤 제대였고, 한명은 2주 뒤에 휴가를 낸 상태였어. 내가 조언을 해주고 싶지만, 뭐라고 내가 할 수 있는 말도 없고, 내가 조언을 해준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나 싶구만."


"제가..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그녀때문에 목숨을 잃게된 자들. 팀장은 그들의 목숨을 짊어져야했다.


"그래. 일단은 침입자를 사로잡게. 이번엔 간보지 말고 그냥 감옥마법을 사용해. 어차피 처음에 싸운 이상, 상대는 절대로 우리와 타협할 생각이 없을 거니까. 알겠나?"


"네."


"그럼 나가봐."


문을 열고 나가는 팀장을 보며 감시대의 대장은 눈쌀을 찌푸렸다. 한참을 찡그린 얼굴로 있던 대장이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여기 감시대대입니다. 사상자가 생겨서요. 그.. 사망보험금이 얼마가 지급되죠? 음... 제가 나중에 제 월급에서 깔테니까 그들한테 못해도 5골드씩은 더 건네주세요. 저요? 전 혼자니까 괜찮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탁.


"후우.."


한숨을 내쉬며 전화를 끊은 남자는 그래도 아까보단 펴진 얼굴로 다시금 업무로 눈을 돌렸다.


ㅡㅡ


며칠 뒤, 감시대는 더 깊은 곳에서 침입한 엘프를 찾을 수 있었다.


"준비는 다 됐나?"


"네."


"이번엔 그저 멀리서 감옥마법을 사용할 거다. 우리는 마나를 느끼고 다가올 엘프에게서 마법사 분들을 보호한다. 알겠지?"


이번 작전을 모두에게 알려주는 팀장. 그녀는 이번엔 아무 피해없이 일을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마음 뿐이었다. 엘프가 조금씩 목표로 삼은 구역에 들어오는 순간, 대기하고 있던 마법사 모두가 감옥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우우웅.


엄청난 양의 마나 응집. 이 현상에 불안함을 느낀 엘프가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하지만 감시대원들은 침착하게 마법사의 옆에서 대기했다. 엘프는 자연적이지 않은 현상에 이상함을 느꼈지만, 공격성을 띄고 있지 않은 마나를 보며 차분히 상황을 지켜보기로 한 것 같았다. 그리고 엘프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사이, 그녀를 향한 감옥마법이 완성되었다.


사방에서 엘프를 향해 달려가는 검은색의 벽. 뒤늦게 그걸 확인한 엘프가 황급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미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은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안쪽에서 미친듯이 발버둥치는 엘프였지만, 그녀가 가진 마력에 걸맞은 크기의 감옥이 형성되며 마법은 완전히 마무리지어졌다. 엘프를 안에 가두는 데 성공한 감시대원들은 만들어진 감옥을 향해 다가갔다.


"그럼 이걸 감옥구역으로 이동시키겠네."


"네."


마법사들이 모이고 잠시 뒤, 다른 곳으로 이동된 엘프와 그녀를 가둔 감옥. 감옥이 제대로 옮겨졌는지 확인한 감시대원들과 감옥마법 마법사들은 서로 인사를 나눈뒤 완전히 헤어졌다.


그리고 잠시 뒤,


"이게 뭐야.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정체를 드러내는 알 수 없는 자들. 계속해서 주변에 맴돌던 이들은 방금 전 일어난 일에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대체 무슨 마법이길래 근처에 있는 우리는 통과한 걸까요?"


"궁금증은 나중에. 당장 장로님에게 연락을 드려. 아무래도 절대로 밖으로 나올 수 없게 만든 감옥같은데, 만약 그녀가 나올 수 없다면."


분노로 가득찬 얼굴을 드러내는 여러명의 엘프들.


"그 자식들도 영원히 이곳을 벗어날 수 없게 해야지."


ㅡㅡ


특별관리구역에 침입자가 들어온지 약 3주가 되는 날. B팀의 팀장은 울적한 얼굴로 경계를 서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그녀는 목숨을 잃은 이들의 가족에게 보상금과 미안하다는 말을 직접 건네고 있었다. 정말 다행인 것은 자신들의 목숨에 붙어있던 보상금이 꽤 컸다는 것. 국가가 그들을 이만큼이나 생각한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내용이기도 했기 때문에 금액이 적으면 자신의 사비라도 낼 생각을 하고 있던 팀장에게는 정말 다행인 소식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곤 해도 가족의 부고를 듣고 슬퍼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는 건 너무도 가슴이 아픈 일이었다.


"하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그녀.


스슥.


그 순간, 어디선가 들리는 인기척에 황급히 뒤를 돌아보는 팀장. 그러나 고개를 돌린 곳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뭐였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고개를 다시 돌리던 팀장의 생각은 그대로 멈춰버리고 말았다.


툭.


떨어져버리는 누군가의 '머리'였던 것. 영문도 모른채 죽어버린 그녀, B팀 팀장을 시작으로 그날, 그곳의 모든 이는 죽어버렸다.


흔적조차 남기지 않겠다고 다짐한 이의 소행이었을까, 그 곳엔 그 어떤 시체도, 그리고 모든 구역에 설치되었던 결계들도, 마치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던 듯 사라져있었다.


***


자동차의 침대에 누워있던 리피트가 눈을 떴다. 벌떡 일어난 리피트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에휴 이 바보야. 감옥을 그렇게 잔뜩 만들었는데 마나가 남아날리가 있냐.'


자신을 한심하다고 생각하며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보는 리피트. 저번과는 달리 몸이 멀쩡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마침 타이밍이 딱 맞게 미르네가 들어왔다.


"미르네!"


리피트는 고마운 마음에 그녀를 쳐다봤다. 미르네는 살짝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역시 영약들이 좋긴 좋아. 금방 일어났네."


이야기를 들어보니 리피트가 쓰러진 동안 얼마남지 않은 천수화의 꿀과 팔롬 복숭아를 먹였다고 했다. 그리고 그 덕에 마나가 빠르게 차오른 리피트가 하루도 안되서 일어날 수 있었던 모양이다.


"고마워. 또 신세를 졌네."


"알면 좀 조심해서 다녀. 남은 마나량을 좀 체크해가면서 해."


"그래. 이제부턴 꼭 조심할게."


미르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하곤 다시 벽으로 향했다. 리피트의 마나량은 풀 충전 상태로 돌아와 있었다.


'이 정도면 뭐라도 일단 할수 있지.'


리피트는 또 다시 벽에 마나를 흘렸다. 쓰여진 수식들을 조금씩 읽어가던 리피트는 원하는 수식들을 찾았다. 그리곤 침착하게 조금씩 조금씩 고쳐나갔다. 겉다리 수식을 고친 뒤, 주가 되는 수식에 손을 대기 시작하는 리피트. 침착하게, 크게 욕심을 내지 않고 아주 조금 고쳐쓴 리피트는 수식을 바꾸자마자 벽에서 손을 떼어냈다. 그의 몸엔 식은땀이 잔뜩 흐르고 있었다.


"헉...헉..."


리피트의 엄청난 마나통이 그새 바닥을 찍고 있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다시 쓰러질 뻔했다.


땀을 닦아낸 리피트가 벽을 다시 쳐다봤다. 그러곤 씨익 웃었다. 감옥은 그가 원하는대로 바뀌어있었다.


우선 리피트가 바라보고 있는 벽에 창문같은게 생겨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창문정도의 크기만큼을 바깥에선 벽처럼 보이지만 안에서는 투명하게 바깥을 볼수 있게끔 조정한 것이었다. 리피트는 사방의 벽에 이런 창문을 만들어놨고, 이를 통해 바깥의 상황을 원없이 살펴볼수 있었다.


"그리고 몰래 작은 구멍도 하나 뚫어놨지."


감옥의 구석진 곳을 바라보는 리피트. 거기엔 쥐구멍보다는 조금 큰듯한 구멍이 하나 생겨나 있었다. 리피트는 작은 골렘을 만들어 영상기 같은걸 이용해 밖을 살펴볼 생각이었다.


"더군다나 이젠 들킬 염려도 없겠지?"


리피트가 건드린 수식이 하나가 더 있었는데, 이는 안에 누군가가 생존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마법 수식이었다. 리피트는 감옥마법 전체를 꼼꼼히 살폈고, 안을 확인하는 건 이 마법 하나뿐이라는 걸 알아냈다.


"안일한 거지. 이렇게 바꿔버리면 되는데."


사실은 안일한게 아니라 더이상 수식을 집어넣으면 마법이 엉킬까봐 추가할 수 없었던 것이지만, 리피트는 이를 알 리가 없었다.


리피트는 그 수식을 '이 감옥에 있는 생명체는 죽었다'라고 바꿔놨다. 어차피 풀지도 못하는 마법이니 오지도 않을 거 같고, 만약에 확인하러 다가와서 풀어준다고 해도 어차피 풀려나는 거니 리피트 일행에겐 이득이었다.


만족스럽게 할 일을 마친 리피트. 그리고 그렇게 리피트 일행의 창문 관음 생활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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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화 19.05.08 208 1 21쪽
45 44화 19.05.06 220 1 31쪽
44 43화 19.05.05 175 1 16쪽
43 42화 19.05.04 184 1 21쪽
42 41화 19.05.03 178 1 19쪽
41 40화 19.05.01 183 1 12쪽
40 39화 19.04.29 199 1 21쪽
39 38화 19.04.19 196 1 30쪽
38 37화 19.04.17 190 1 20쪽
37 36화 19.04.15 188 1 22쪽
36 35화 19.04.14 224 1 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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