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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유원's story.

환세유랑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세유원
작품등록일 :
2014.11.02 17:46
최근연재일 :
2015.07.29 06:05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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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24
추천수 :
312
글자수 :
127,494

작성
15.05.08 12:00
조회
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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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글자
8쪽

02. 만남(2)

DUMMY



자신의 앞을 막아선 청년 덕에 뒤에서 느긋하게 구경하게 된 신유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웬 찌끄러기가 어설프게 끼어드는 건가 했지만 그런 걱정은 필요 없는 듯 했다.

익숙하게 요괴를 처리하는 것도 그렇고, 풍기는 분위기가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했다.

뭐, 덕분에 편해졌네.

가볍게 생각한 신유가 옆에서 슬쩍 술 한 잔을 받고서 홀짝였다.

“잘 싸우네.”

생긴 것은 둘 다 공부만 한 서생처럼 생긴 주제에 말이지.

물론 서생이라고 해도 느낌은 둘이 완전 달랐다. 한명은 치켜 올라간 눈꼬리에 유난히 검은 머리카락과 흰 피부가 대조되어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지만, 한쪽은 얼굴에 연신 미소를 띠고 있는 것이 부드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어쨌든 둘 다 여자 여럿 홀리게 생겼네.”

꼭 기생오라비처럼 호리호리하게 생겨서는.

어쨌든 덕분에 편히 쉴 수 있게 되었으니 신유는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물론 그것과 별도로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었지만.

갑자기 나타난 요괴라 신유도 많이 당황하긴 했지만, 실상 요괴 자체는 하급이었다.

인간의 모습에 가까운 요괴일수록 상급의 요괴였는데, 눈 씻고 찾아봐도 저건 딱 봐도 요괴였기에 그만큼 실력이 아주 많이 부족한 요괴라는 의미였다.

“우와.”

저급한 요괴인 탓에 상대의 능력에 대한 파악 능력도 부족한 요괴가 기어코 눈을 홰까닥 뒤집고 청년들을 향해 덤벼드는 것을 보며 신유가 감탄했다.

갑작스런 공격에 당황할 법도 하건만 차가운 분위기의 청년은 덤덤하게 요괴의 공격을 피하며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으로 요괴의 팔을 잘랐다.

과연 저게 팔이긴 한가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팔이 잘린 고통에 요괴가 부르짖고 그 탓에 주변에 있던 마을 사람들이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었다.

“더 볼 것도 없겠네.”

신유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차가운 분위기의 청년이 피가 묻은 검으로 요괴의 심장을 찔렀다.

독이 가득 묻은 검은 피를 토하며 요괴가 쓰러졌고, 신유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아직 못 마신 술이 한가득이니, 이런 데서 쓸데없이 시간을 허비하고 있을 수가 없었다.

물론 낯선 이방인인 청년에 대한 호기심이 살짝 일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호기심보다는 술을 마시고 싶은 욕구가 더 강했다.

그래도 약간의 호기심에 신유가 힐끔 청년들을 바라보았다. 잠깐 차가운 분위기의 청년과 눈이 마주친 것 같았지만 신유는 깔끔하게 무시했다.


“뭘 그리 보나?”

“아무것도. 독특한 처자를 본 것 같아서.”

겉으로는 다른 마을 사람들과 다를 바 없었지만, 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소녀였다.

마을 사람들의 반응을 보아 이번에 나타난 요괴가 처음인 것 같았는데, 소녀의 반응은 요괴를 처음 본 것 치고는 담담했다.

그리고 요괴의 등장에 소녀는 당황하지 않고 요괴 쪽으로 다가왔었다. 아마도 요괴를 처리하려고 한 듯 했다.

하리의 저지로 인해 멈춰 섰었지만.

어쨌든 뭔가 이질적인 느낌을 풍기고 있다는 사실만은 틀림없었다. 정체가 뭔지는 알 수 없지만.


***


“큰일 났다!”

어느덧 해가 저물어 산을 타고 오르고 있던 신유가 당황스럽기 그지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술이 좋아도 그렇지! 어떻게 이런 실수를.

집에 가자마자 쏟아질 잔소리 신공을 예상하며 신유가 인상을 찌푸렸다.

정말 바보처럼.

영감탱이의 심부름으로 고기를 사러 마을을 내려간 주제에 고기는 깜빡 잊고 술만 잔뜩 마시고 온 꼴이라니.

마을에 요괴가 나타나서 그거 처리하느라 고기를 못 사왔다고 거짓말을 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기엔 몸에 배인 술 냄새가 그럴 수 없게 했다.

안 그래도 감 하나는 기가 막히게 뛰어난 영감인데, 온 몸에 칭칭 두른 술 냄새를 못 맡을 리 없었다.

“쳇.”

그나마 돈은 그대로 남았다는 게 다행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달라질 사실은 없었지만.

“그냥 오늘은 노숙할까?”

길 잃고 방황하다 늦어서 고기를 못 사왔다고.

하룻밤 노숙하면 몸에 배인 술 냄새도 사라져있겠지.

그런 생각에 신유가 힐끔 잘만한 곳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에구구. 난 쓸데없이 양심적이어선.”

9할 이상 노숙 쪽으로 돌아섰지만, 차마 그런 거짓말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신유가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이렇게 착하니 그 성질 고약한 노인네를 모시고 사는 거지. 내가 아니었으면 영감탱이는 혼자서 산속에서 쫄쫄 굶으며 살았을 거야.”

이 험한 산길을 타고 내려가 영감 심부름도 들어줘,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영감 밥도 차려줘. 이 얼마나 착한 제자인가.

새삼 드는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에 신유가 자신을 칭찬했다.

“그래, 까짓것! 그깟 잔소리정도는 참을 수 있어!”

한두 번도 아니고.

그러나 점점 집이 가까워질수록 걸음이 느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별은 많이도 떴네.”

오늘따라 유난히 맑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신유가 꿍얼거렸다.

이런 날 운치 있게 노숙하면 정말 좋은데.

자꾸만 그쪽으로 생각이 기우는 것을 느끼며 신유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그래도 잠은 집에서 자야지.”

그래도 역시나 좀처럼 집에 가기 꺼려지는 걸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영감!”

이렇게 된 거 이판사판이다!

기어코 집에 도착한 신유가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며 큰 소리로 영감을 불렀다.

그러나 웬일인지 이렇게 늦게까지 어디서 뭘 하다 온 거냐며 빗자루를 들고 기다리고 있어야 할 영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뭐지? 그새 영감이 잠들었나? 노인네라 이렇게 일찍 자지 않을 텐데.”

누가 꼬장꼬장한 노인네라고 안 할까봐 어찌나 잠이 없는지. 덕분에 잠 많은 신유가 고생이었다.

“에이씨, 괜히 더 신경 쓰이게.”

혹시 노인네라 그새 픽 쓰러져 저세상에 간 건 아닌지 걱정이 들어 신유가 후다닥 영감의 방으로 들어갔다.

“영감, 여기 있어?”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문을 확 열고 들어간 신유가 크게 소리쳤다.

“어? 멀쩡하네?”

기껏 걱정했더니. 멀쩡히 방에서 잘 앉아있는 영감의 모습에 신유가 삐뚜름한 표정을 지었다.

“이놈이! 그럼 내가 어디 잘못되길 바란 것이냐!”

멀쩡하네, 라고 말하며 다소 아쉬워하는 기색을 보이는 신유의 행동에 방에 앉아있던 영감이 노기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 되서 그런 거지. 이봐, 걱정에 찌들어 그새 폭삭 늙은 이 얼굴을.”

“그게 걱정한 사람의 표정이냐.”

뭐래, 난 진짜 걱정했다 뭐.

그러나 찔리는 양심에 신유가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고 속으로 꿍얼거렸다.

“그리고 이녀석아!”

또 뭐뭐!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신유가 영감을 바라보았다.

“손님이 있는데 벌컥 문을 여는 것은 어디서 배운 예의 없는 짓이더냐! 내 너를 그렇게 키운 적 없거늘.”

그제서야 방안에 영감 뿐 아니라 다른 이도 있다는 것을 인지한 신유가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그럴 수도 있는 거지. 그리고 애초에 영감이 날 키운 적도 없거든!”

“뭣이? 내 네녀석을 젖도 못 뗀 시절부터 지금까지 열심히 보살펴 주었건만 저 말하는 꼬라지 좀 보게.”

“그럼 뭐해. 일만 잔뜩 시켰으면서.”

이 연약한 소녀 부려먹을 데가 어디 있다고.

“이녀석아!”

한마디도 안 지는 신유의 행동에 영감이 뒷목을 잡으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쨌든 뭐. 미안. 손님이 있는 줄은 몰랐네.”

건성으로 사과하며 신유가 손님들을 바라보았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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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7. 가까워지는 걸음(7) +2 15.07.26 511 5 7쪽
36 36. 가까워지는 걸음(6) +1 15.07.25 353 4 6쪽
35 35. 가까워지는 걸음(5) +1 15.07.24 501 5 8쪽
34 34. 가까워지는 걸음(4) +2 15.07.23 505 4 7쪽
33 33. 가까워지는 걸음(3) +2 15.07.22 433 5 6쪽
32 32. 가까워지는 걸음(2) +4 15.07.17 504 3 7쪽
31 31. 가까워지는 걸음(1) +2 15.07.15 465 4 6쪽
30 30. 호수의 마을(5) +4 15.07.13 417 5 8쪽
29 29.호수의 마을(4) +2 15.07.10 447 4 6쪽
28 28. 호수의 마을(3) +2 15.07.08 490 4 7쪽
27 27. 호수의 마을(2) +4 15.07.06 530 4 6쪽
26 26. 호수의 마을(1) +1 15.07.03 496 3 7쪽
25 25. 옛 인연(2) +2 15.07.01 531 5 6쪽
24 24. 옛 인연(1) +2 15.06.29 438 5 7쪽
23 23. 간절한 소원(6) +3 15.06.26 571 6 10쪽
22 22. 간절한 소원(5) +2 15.06.24 480 4 6쪽
21 21. 간절한 소원(4) +1 15.06.22 550 3 7쪽
20 20.간절한 소원(3) +1 15.06.19 483 5 6쪽
19 19. 간절한 소원(2) +2 15.06.17 558 4 7쪽
18 18. 간절한 소원(1) +2 15.06.15 569 6 7쪽
17 17. 산속에서 생긴 일(5) +2 15.06.12 592 7 9쪽
16 16. 산속에서 생긴 일(4) +2 15.06.10 598 9 6쪽
15 15. 산속에서 생긴 일(3) +2 15.06.08 458 9 7쪽
14 14. 산속에서 생긴 일(2) +5 15.06.05 728 11 7쪽
13 13. 산속에서 생긴 일(1) +2 15.06.03 615 7 7쪽
12 12. 첫 마을(6) +4 15.06.01 638 1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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