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세유원's story.

환세유랑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세유원
작품등록일 :
2014.11.02 17:46
최근연재일 :
2015.07.29 06:05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23,515
추천수 :
312
글자수 :
127,494

작성
15.06.01 12:00
조회
636
추천
11
글자
8쪽

12. 첫 마을(6)

DUMMY

신유의 부름에 무녀가 친절히 웃으며 신유를 바라보며 말해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실 말씀이 있으면 하셔도 된답니다. 다른 고민이라도 있으신가요?”

무녀의 말에 신유가 무척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얼굴은 왜 가리고 있으신 거예요? 무녀님이라면 엄청 예쁘실 것 같은데.”

“그리 말씀해주시니 고마워요.”

“한번만 벗어주시면 안돼요? 무녀님 얼굴 보고 싶은데.”

“네? 그건 좀.”

곤란하다는 듯 무녀가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제 오라버니가 전에 무녀님을 보고 반했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그런데 얼굴 한번만 보여주시면 안돼요?”

“신유 소저, 그건 곤란할 것 같네요. 함부로 다른 이들에게 얼굴을 보여줘선 안 되는 지라.”

“하필이면 오늘이라서요?”

다른 날이었다면 그러지 않으셨을 테지요, 라는 의미를 담아 신유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무녀를 바라보았다.

그에 무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아까부터 느낀 묘한 위화감.

어쩐지 자신이 이렇게 된 원인을 저 계집이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저 계집이 한 짓일지도.

그런 생각이 들자 부드러웠던 무녀의 분위기가 날카로워졌다.

순식간에 변한 무녀의 분위기에 신유의 옆에 있던 류선과 하리의 분위기도 날카롭게 변했다.

“생각보다 부적이 효과가 좋은가 봐요.”

씨익, 정말 그렇지 않아요?

신유가 생글생글 웃으며 무녀를 향했다.

“단 하루 만에 이렇게 되다니 말이에요.”

신유의 말과 함께 면사가 흩날리며 벗겨졌다.

얼굴을 가리고 있던 면사가 벗겨지자, 무녀의 얼굴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 얼굴을 바라본 류선과 하리가 얼굴을 찌푸렸다.

저 얼굴은.

검버섯이 피고 자글자글하게 일그러진 얼굴은 80대 노인의 얼굴 같았다.

거기다 얼굴 몇 군데는 썩어 들어가고 있는 듯 곪아 있었다. 그 탓에 차마 보기 힘들 정도로 흉측했다.

그리고 그런 얼굴과 달리 목소리만은 여전히 젊고 고와 더욱 소름끼쳤다.

“네 이년!”

가리고 싶어 하던 자신의 얼굴이 드러남과 동시에 무녀가 살의를 흘려보냈다.

보이고 싶지 않던 얼굴을 보인 것만 해도 화가 나 미칠 지경인데, 신유의 태도를 보아 자신을 이렇게 만든 이가 저 계집인 것 같았다.

“년이라뇨! 그저 모든 여자를 모욕하는 말이에요! 자, 순화해서 네 이 소저, 라고 해봐요.”

흉흉해진 분위기에 겁을 먹을 법도 하건만 신유는 담담했다.

“네년이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나, 네년을 죽이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다.”

“어, 저 죽이시려구요?”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잔뜩 상처 받은 표정을 하며 신유가 허망하게 무녀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본 류선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가 무슨 짓을 했다고.”

비련의 여주인공 마냥 옆에 서있던 하리의 품에 얼굴을 묻으며 신유가 훌쩍거렸다.

“전 그냥, 부적이 나쁜 짓을 하려고 하기에 막은 것 뿐인데.”

신유가 훌쩍거리며 내뱉은 말에 무녀의 분위기가 더욱 살벌해졌다.

“물론 그냥 막으면 심심할 것 같아서 주술 한번 뒤틀어봤어요. 그래도 전 다른 사람들을 생각해서. 원래 악운 물러가라고 만들어준 부적이니까, 그 용도에 맞게 변형시킨 것 뿐인데. 물론 덤으로 몸에 쌓인 독소도 좀 가져가라고 좀 더 뒤틀긴 했어요. 그건 죄송해요.”

설마 그 악운을 가져가는 것이 부적이 아니라 부적과 연결된 무녀님일 줄은 몰랐죠.

정말 몰랐다는 듯 신유가 죄송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눈물을 훔쳤다.

“네년을 갈갈이 찢어 죽여주마!”

“류 가가. 저를 찢어 죽인대요. 저 어떡해요?”

하리의 품에 안긴 채로 신유가 불쌍한 표정으로 류선을 바라보았다.

표정을 저리 짓고 있었지만, 결국 그 뜻은 하나였다.

어서 저 무녀를 처리하라는 것.

“그리고 무녀님, 그 전에 할 말이 있는데요. 꼭 저 부적 때문에 본인이 그렇게 되신 걸로 알고 계시는데, 설마 그 부적이 뭐라고 하루 만에 그렇게 되겠어요.”

“그게 무슨 말이냐.”

“무슨 말이긴요. 일개 인간이 요괴의 기운을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겉은 사람들에게 빨아들인 생기 탓에 아름다워졌겠지만, 속은 그렇지 않았을 걸요. 이미 곪을 대로 곪아 썩어가고 있었어요. 그러니 내 탓 아니라구요.”

암, 그렇고말고.

할 말 다 해서 속 편하다는 듯 신유가 생긋 웃었다.

“네년의 그 입부터 찢어주마.”

유난히 새빨간 입술을 한 무녀가 찢어질 듯 싸늘하게 웃으며 신유를 노려보았다.

무녀의 몸에서 나온 온갖 나쁜 기운들이 신유를 향해 다가가며 그녀를 옭아매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쁜 기운들에 의해 온 몸이 묶였음에도 신유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그에 무녀가 입술을 깨물며 신유를 향해 손을 휘둘렀다. 날카롭게 길어진 무녀의 손톱에 신유의 바로 목 근처로 향했다.

그러나 어느새 품속에서 부채를 꺼낸 하리가 무녀의 공격을 막아냈다.

“비켜! 방해하면 다 죽여버리겠다.”

하리의 행동에 자신의 공격이 막힌 것이 화가 난 무녀가 하리를 향해서 살기를 흘렸다.

“마침 잘 됐군. 이쪽도 그쪽을 살려줄 생각이 없었거든.”

신유의 말로 무녀의 정체가 확실해진 상황이었다.

어째서 인간임에도 요괴와 같은 기분 나쁜 기운을 가지고 있었는지, 그럼에도 요기는 느껴지지 않았는지.

요괴를 잡아먹은 인간이었기 때문이었다.

요괴를 잡아먹은 인간이니, 인간이나 인간이 아니고, 요괴이나 요괴가 아닌 거겠지.

설마 요괴를 잡아먹는 인간이 있을 줄이야.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무녀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무녀가 손을 들어 류선의 검을 막았으나, 무녀의 손톱이 검에 의해 잘려졌다.

생각지 못한 상황에 무녀가 당황할 틈도 없이 류선이 바로 다음 공격을 했다.

그에 무녀가 몸속에 숨겨든 모든 기운을 내보내며 류선의 공격을 막았다.

무녀의 몸에서 나온 기운들이 무녀를 감싸며 보호막을 형성했고, 보호막과 부딪힌 검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그와 함께 그 반동으로 폭발이 일어나며 주변을 휩쓸었다.


***


“괜찮으십니까?”

폭발이 일어남과 동시에 신유를 보호하기 위해 빈틈없이 그녀를 꼭 끌어안았던 하리가 걱정스레 물었다.

“에, 전 괜찮아요. 고마워요.”

다행히도 하리 역시도 무사해 보여 신유가 고마움의 미소를 보냈다.

그러다 류선은 어찌 됐을까 싶어 그들이 있던 곳으로 시선을 던졌다.

“크윽.”

무녀의 입에서 검은 피가 흘렀다.

몸속의 독까지 모두 토해내려는 듯 검게 변한 피가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모든 구멍에서 피를 토해내고 있는 무녀를 바라보며 신유가 잠깐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그까짓 젊음이 무엇이라고.

“끝이군.”

무녀와 달리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모습으로 류선이 차갑게 말했다. 그에 무녀가 남아있는 모든 기운들을 담아 마지막 공격을 시도하려 했지만, 그보다 류선의 검이 더 빨랐다.

“과한 욕심은 파멸에 이르는 길인걸 왜 모르는 걸까요.”

흔적도 없이 먼지가 되어 스러지는 무녀의 시체를 바라보며 신유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결국 다 부질없는 짓인 것을.”

그토록 가지고 싶어 했던 아름다움도, 젊음도.

결국 이리 사라져버릴 것을.

“그보다 멀쩡하군요.”

그 정도의 폭발이라면 주변의 다른 것들도 무사하지 못했을 터인데.

망가진 것은 무녀의 저택뿐이었다.

“그러게요.”

그게 뭐 어떠냐는 듯 신유가 어깨를 으쓱이며 느긋하게 말했다.


작가의말


드디어 무녀 에피소드도 끝입니다.

참고로 신유는 알게 모르게, 뒤에서 이런저런 공작을 많이 펼친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환세유랑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1 후기입니다. +6 15.07.29 507 3 4쪽
40 00. 에필로그 15.07.29 416 3 2쪽
39 39. 가까워지는 걸음(9) +4 15.07.28 467 4 10쪽
38 38. 가까워지는 걸음(8) +2 15.07.27 484 4 11쪽
37 37. 가까워지는 걸음(7) +2 15.07.26 511 5 7쪽
36 36. 가까워지는 걸음(6) +1 15.07.25 353 4 6쪽
35 35. 가까워지는 걸음(5) +1 15.07.24 501 5 8쪽
34 34. 가까워지는 걸음(4) +2 15.07.23 505 4 7쪽
33 33. 가까워지는 걸음(3) +2 15.07.22 432 5 6쪽
32 32. 가까워지는 걸음(2) +4 15.07.17 504 3 7쪽
31 31. 가까워지는 걸음(1) +2 15.07.15 465 4 6쪽
30 30. 호수의 마을(5) +4 15.07.13 417 5 8쪽
29 29.호수의 마을(4) +2 15.07.10 446 4 6쪽
28 28. 호수의 마을(3) +2 15.07.08 490 4 7쪽
27 27. 호수의 마을(2) +4 15.07.06 530 4 6쪽
26 26. 호수의 마을(1) +1 15.07.03 496 3 7쪽
25 25. 옛 인연(2) +2 15.07.01 531 5 6쪽
24 24. 옛 인연(1) +2 15.06.29 438 5 7쪽
23 23. 간절한 소원(6) +3 15.06.26 571 6 10쪽
22 22. 간절한 소원(5) +2 15.06.24 479 4 6쪽
21 21. 간절한 소원(4) +1 15.06.22 550 3 7쪽
20 20.간절한 소원(3) +1 15.06.19 483 5 6쪽
19 19. 간절한 소원(2) +2 15.06.17 558 4 7쪽
18 18. 간절한 소원(1) +2 15.06.15 569 6 7쪽
17 17. 산속에서 생긴 일(5) +2 15.06.12 592 7 9쪽
16 16. 산속에서 생긴 일(4) +2 15.06.10 598 9 6쪽
15 15. 산속에서 생긴 일(3) +2 15.06.08 458 9 7쪽
14 14. 산속에서 생긴 일(2) +5 15.06.05 728 11 7쪽
13 13. 산속에서 생긴 일(1) +2 15.06.03 615 7 7쪽
» 12. 첫 마을(6) +4 15.06.01 637 11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