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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진 님의 서재입니다.

개 짖는 소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추리, 공포·미스테리

완결

연어진
작품등록일 :
2020.05.11 11:29
최근연재일 :
2020.06.16 14:07
연재수 :
91 회
조회수 :
3,161
추천수 :
502
글자수 :
841,325

작성
20.06.1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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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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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0쪽

악인과 악인

이 글은 실제 일어난 사건들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DUMMY

화장실에 있는 물의 처리가 우선이라는 생각에 안으로 들어간 그는 다리가 묶여 있는 모습에 놀라버렸다. 자신이 한 일이라는 자각을 하고는 더 기막힌 심정이 되었다.


-저 미친놈!


싫은 기억이 떠올라 고개를 돌린 곳에 거울이 있었다. 그는 미소를 짓고 있는 자신을 볼 수 있었다.


‘이러니... 미친놈 소리 듣지.’


언제부터일까. 싫은 일이 생기면, 굳은 일을 감수해야 할 때면 그는 억지미소를 짓곤 했다. 싫은 내색을 하면 더 크게 화내던 이모부 때문일까 그는 생각했다. 그들에게서 벗어난 후에도 버릇처럼 굳어진 반발을 숨기는 방법들은 더 심해졌다. 없이 살았지만 지는 것은 싫었기에 그는 당당해지고 싶었다. 억지웃음을 지으며 고난과 역경을 대면해서 일까. 다툼이 일 때마다 그는 웃으며 당당하게 상대를 마주했다. 자신에게 잘못이 없었기에.


“하아...”


지금과는 다른 상황이다.


그는 힘주어 얼굴을 문질렀다. 그렇게 억지로 펴려고 할 때는 어렵던 표정관리가 집돌이를 떠올리자 쉽게 무너져 내린다. 그도 이렇게 깊이 들어왔음을 모르고 있었다. 집돌이를 잃어버렸음을, 더는 마주할 수 없음을 그는 새삼 깨달았다. 집돌이를 떠올리자 숨이 턱 막혀와 그는 급히 입을 벌려 호흡했다. 그 호흡 속에 증오하는 존재들이 내뱉은 숨이 있다 생각하자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일이 잘 안 풀리면 몸을 움직였었다. 싫은 일도 몸이 힘들면 아무렇지 않게 느껴졌었다. 할 일을 찾던 그의 눈에 어깨와 등 일부만 바닥에 닿은 물이 보였다. 그는 물의 다리를 묶은 발을 풀려고 손을 내밀다 주먹을 쥐었다. 합리적으로 생각할 때라며 그는 그대로 두었다.


‘물과 얼탱까지... 한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두 사람이 무단침입을 한 이유를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자신과 물이 일대일로 문제에 놓여 있을 땐 자신이 유리하다 그는 생각한다. 죽은 물은 말을 못하니까. 물이 침입자이니까.


얼탱은 다르다. 그는 경찰이라는 신분을 가지고 있다. 낯선 이들에게 경찰이라는 직업은 신뢰에서 한발 앞서게 해주는 효과를 지녔음을 그는 안다. 그뿐만 아니라 얼탱은 물과 달리 살아있다. 살아있는 그가 깨어나 사실은 범죄자를 추적 중이었고, 친구인 물이 도움을 주려다 변을 당한 것이라 거짓 변명을 한다면.....


‘끔찍하군.’


상상 속 사랑하는 이들의 비난하는 눈에 그의 마음이 착잡해졌다. 잠시 생각하던 그는 얼탱이 어떤 변명을 할지 예상해 보았다.


“아무거나 뒤집어씌우겠지. 범죄라... 만세형 일은 밝힐 수 없을 테고.... 뭐가 있을까.”


의심받을 것들은 과거에 치웠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부엌 옆방으로 가 수건을 꺼냈다. 아무렇지 않게 들어가 수건을 꺼내 나오던 그가 멈춰서 방안의 정경을 돌아보았다.


‘....수상해 보이네.’


다락에 있던 골동품들을 분류해둔 것이 마치 종교의식을 치르는 제단 같아 보였다. 치울까 고민하던 그는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해도 의심하려는 이들은 꼬투리를 잡는 걸 알기에.


“어떻게 해야 하나...”


앞일이 막막했던 그는 주저앉고 싶어졌다. 그럴수록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는 그였다. 얼탱을 끌고 작은 방에 넣어두고 마루에 찍힌 발자국들을 지웠다. 몸을 움직이며 그는 우선순위를 정해 보았다. 제일 이로운 일은 얼탱이 죽어주는 것인데...


“젠장.”


끔찍한 생각을 한 자신의 머리를 주먹으로 쿵치고 그는 물이 있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후우...”


뭘 해야 할지 모르던 그는 별 생각 없이 물의 몸을 수색했다. 핸드폰과 차키를 발견하고 그는 자신의 손을 보았다. 급히 부엌 싱크대로 가 서랍장에 있던 실리콘 장갑을 끼고 다시 돌아온 그는 바닥에 둔 차키와 핸드폰에 묻은 자신의 지문을 지웠다. 그리곤 물의 핸드폰을 켜 보았다. 지문인식이 되는지 물의 손가락을 여러차례 가져다댄 후 열린 핸드폰을 살폈다. 그는 메시지함의 가장 상단에 있는 얼탱에게 보낸 사진을 발견했다. 어디서 본 듯한 사진을 확대해보고 그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CCTV를 찾아냈어....!’


또 다른 것이 있나 살펴본 그는 저장되어 있던 또 다른 CCTV화면 영상들을 찾아냈다. 모두 물이 나오는 것이었다. 동영상으로 노트북 화면을 촬영하며 물은 설명도 넣어 두었다.


-이건 범죄의 증거입니다. 이 놈은 흉악하게 타인을 엿보고 있었습니다.


“뭐? 이놈.... 얼마나 멍청한 거야?”


자신이 남의 집을 기웃거린 영상을 찍어 범죄 증거라고 내밀 생각을 했다니, 그는 기막혀 연신 혀를 찼다.


-드르르르르륵. 드르르르륵.


그때 귀를 자극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전히 낯설지만 몇 초 정도 지나면 인식하게 된 대문의 벨 소리다. 놀란 그가 밖으로 뛰어나와 대문을 보았다. 서성이는 그림자들을 본 그는 다시 화장실로 들어갔다.


-드르르르륵. 드르르르륵.

-계십니까!

쿵쿵!


상대는 대문까지 두드리며 부르고 있었다. 도대체 누가, 왜....


“후우...”


나가야하나 고민하던 그가 다시 마루문으로 다가섰다. 그때 담장 안을 살피는 이가 보였다. 그 순간 그는 표정을 굳히고 마루문 틈으로 외쳤다.


“뭡니까!”

“허, 계셨군요. 잠시 문 좀 열어주시겠습니까.”

“....기다리십시오.”


다른 이였다면 그는 무시하거나 욕설을 퍼부었을 것이다.


‘왜 경찰이...’


제복을 입은 이가 담장 위로 얼굴을 내밀었다. 그를 본 순간 놀라야 했지만, 그는 담담함을 느꼈다. 길을 가다 마주치기도 한 인근 지구대의 경찰이었기에 그는 나가기로 했다. 나가기 위해선 밖에서 잠긴 마루문이 아닌 뒷문을 열고 나가야 한다. 밖으로 나가 집을 한 바퀴 돌며 그는 물과 얼탱이 남긴 흔적이 있는지 살폈다.


틱!


대문을 열고 그는 뒤로 물러났다. 안으로 쑥 들어온 경찰의 머리는 이내 그의 위치를 보고 뒤로 물러났다. 그 움직임을 따라 그는 앞으로 나갔다. 대문밖에 서서 그는 경찰과 그 뒤에 선 여인을 한차례씩 훑어보았다.


“무슨 일입니까.”

“아, 다름이 아니라. 이 근처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고... 저기 여성분이 신고를 하셨습니다.”


그는 처음 보는 여인을 다시 보았다.


“누구신데요?”

“저...저요?”


그의 질문에 여성은 당황한 듯 경찰 뒤로 움직였다.


“예, 누구신데 집에서 제가 소리를 지른다고 신고까지 하셨습니까?”

“아, 선생님이...?”

“이런 일도 신고가 가능한 것인지는 몰랐네요.”


물과 얼탱과 대치하며 생긴 긴장이 풀리며 그는 피로감을 느꼈다. 밤을 꼬박 새우고 있어 눈도 충혈로 붉어진 상태다. 그가 눈에 힘을 주고 보자 이른 아침 그를 찾아온 경찰들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신고 받으면 출동해야 하는지라...”

“그렇군요. 이해했습니다.... 그럼 됐습니까?”


별일이 아니라 여긴 경찰들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신고한 여인은 뭐가 분한지 몸을 떨며 새된 소리로 말했다.


“비명을 들었다고요!”


‘정의감일까.’


관심종자일까. 그는 오지랖 넓은 여인을 다시 보았다.


“제가 소리쳤다니까요. 그런데 누구신데 남의 집 일에 관여하시는지... 이 동네 분도 아니시죠?”

“네? 그게 무슨 상관이죠?”

“상관이라... 여기에 대해 잘 모르시니 그런 말을 하시는 것 같아서 말이죠.”

“뭐...뭐라는 거야...”


여성은 경찰에게 도와달란 눈빛을 보냈지만, 그의 말처럼 이곳 사정을 아는 경찰들은 곤란한 표정만 지었다. 경찰들도 빈집이라 여긴 곳에서 사람이 나올 줄은 몰랐었다.


“여기 이 폐촌이라 불리는 지역은 말이죠... 다른 곳과 달리 주민수가 적습니다. 특히 이 골목은 저와 제 가족 이외에는 살지 않습니다. 저기 양생 끝나서 잠시 쉬고 있는 공사현장들에 들어와 살 분들도 제 가족과 지인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 골목에는 저 혼자 남아 있습니다. 제가 소리를 질러서 놀랐다면 그건 미안하기도 하지만... 내가 집에서 노래를 부른다고 신고를 하시려면 적어도 이 동네에 사셔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그런데 어디서 제 비명... 같은 노래 소리를 들으셨습니까.”


노래라는 변명에 부끄러워 볼을 붉혔던 그였다. 그 모습이 노래연습하다 들켜 부끄러워하는 것처럼 전해져 경찰들은 웃음을 참으려 애썼다.


“저쪽 아래쪽 길에서...”


공원이 있는 곳에서 여인은 산책 중 비명소리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 위치에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흠...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그 길 일부도 제 사유지입니다.”


측정한 결과 과거 길을 낼 때, 그의 선조가 소유한 토지 일부가 공사하는 도중 도로로 변해버렸다. 이 또한 그가 사유지를 되찾으며 알게 된 사실이다.


“지금 밟고 계신 그곳도. 저 아래쪽까지 있는 골목 전체도. 모두 제 사유지입니다. 최근 일부를 시에서 반환받았습니다.... 아시겠습니까? 그쪽 분께서는 제 사유지에 침입해서 제가 노래연습을 하는 것을 못 마땅하거나... 이상하게 여겨서 경찰을 부르셨다는 겁니다. 이게 제가 지금 화가 난 이유고요. 아침부터.... 인근 주민이라고는 제가 아는 이들 말고 없고, 있을 수도 없음을 잘 알기에 전 당당한 겁니다.”


“허... 여기도 사유지입니까?”


경찰이 골목을 훑으며 하는 질문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아래 주차구역 제가 운영하는 간이 주차장입니다. 주차난이 심하다고 시에서 부탁했고, 저도 길을 막을 생각은 없기에 사용하게 월 삼만원에 내드리고 있습니다. 자리 두 개 남는데, 인근 주민이시면 이용하시겠습니까?”


“저는 여기 안 살아서...”


“그렇군요. 그럼 이만 제 사유지에서 나가주시겠습니까. 지금... 몹시 불쾌하군요. 제 노래가 그렇게 안 좋게 들렸습니까?”


“비명소리 같았는데...”


“....아? 혹시 언제 들으신 겁니까? 혹시 우왁! 저리가! 뭐 그런 소리였습니까?”


“네! 그런 소리였어요!”


다락 창을 열어두었다. 얼탱이 지른 소리가 여인에게 전해져 이런 일이 생겼음을 그는 짐작할 수 있었다.


“...잠시 기다리시죠.”


그는 급히 안으로 들어가 마루문을 열었다. 다락으로 뛰어올라간 그는 눈먼 고양이를 잡아들었다.


-하악!

“쯧쯧... 잠깐 도와줘. 참치 줄게.”

-하악! 하악!


난동을 부리는 고양이를 들고 나온 그를 경찰은 주춤 물러나 보았다.


“들고양이들인데, 이 녀석들이 집에 자주 들어옵니다. 보시면 눈이 흐릿하죠? 제가 전에 쥐약을 놓았더니 그걸 먹고 이렇게 되어버렸습니다. 이게 법적으로 문제 있습니까?”


“집에 쥐약을 놓으셨다면야....”


“예, 집에 두었고 이 녀석과 다른 동료들이 먹었습니다. 그 후에 집에 들러붙었습니다. 절 이렇게 싫어하면서 숨어 지내는데, 가끔 튀어나와 절 공격할 때가 있습니다. 눈이 멀어서... 안타까운 일이죠. 제 잘못도 있기에 가여워 돌보고 있습니다.”


“아, 그래서 장갑을...”


속으로 뜨끔한 그는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심장사상충인지... 그게 사람에게 안 좋다더군요. 목욕을 시킬 어이쿠! 얌마! 어디가! 이리로 들어가! 다친다! 이리와!”


손을 벗어난 고양이가 뛰자 경찰도, 여인도 뛰었다. 그는 벽에 머리를 박기 전까지 고양이를 쫓아다녔다. 머리를 박고 비틀거리는 고양이를 양손으로 잡은 그는 대문 안에 넣고 문을 닫았다.


“후우.... 아까 그 비명... 예, 제가 지른 것 맞는 것 같네요. 청소하는데 갑자기 구석에서 튀어나와서... 놀랐습니다.”


“여기 집주인은 맞아요?”


여인은 굴복하기 싫은지 그를 의심하며 물었다. 그 말에 경찰들도 그를 조심스럽게 보았다.


“....제가 증명하고 난 후에 무고죄나 뭐로 고소해 드릴까요?”

“이게 왜 무고죄가 성립 되요? 저는 좋은 마음에서 신고했는데.”

“전 좋은 마음이 아닌데요? 고양이 돌보는 이야기까지 했고... 부끄럽게 사유지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비명 질렀다고 신고 받은 제 심정은 모르시겠죠? 예... 모르시니 이렇게 나오시겠죠.”


그는 그들을 지나며 말했다.


“따라오시죠. 지갑은 저쪽 집에 있으니.”


경찰과 여인은 그가 허름한 집에서 움직여 건너편 화려하고 웅장한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손쉽게 비밀번호를 누르고 대문을 열자 그들의 선입견이 깨졌다. 다시 그가 현관문을 열고 나온 후 일부러 열어둔 문 안에 선 비싼 차들을 보고 그들은 기가 죽어버렸다.


“여기 제 신분증입니다.”

“죄송합니다. 이렇게까지...”

“확인하고 주십시오. 피곤하군요.”


경찰은 뒤를 힐끔거리며 대문 앞 주소와 일치하는지 주민등록증 주소를 보았다.


“확인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집에....”

“여긴 제... 그런 것까지 말해야 합니까?”


그가 표정을 굳히자 경찰들도 더는 묻지 않았다.


“거기 여자분.”

“네?”

“그냥 가시게요? 사과 안하십니까?”

“사과를....”

“고소해 드릴까요? 저 분 신분확인 하셨죠? 저 지금 상당히 불쾌하니 걸고 넘어져도 괜찮겠죠?”

“허허, 좋은 게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자자, 어서 사과 한마디 하세요. 고성방가도 아니고, 놀라 소리친 일은 신고사유도 되지 않습니다. 여기 주민도 아니시라면 더욱...”


여인은 계속 고집을 부리다 그가 변호사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핸드폰을 꺼내자 작게 ‘미안합니다.’ 라고 말하고 도망치듯 돌아서 가버렸다.


“저기...”

“됐습니다. 그냥 기분이 나빠서 한 말입니다.”

“아침부터 번거롭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수고하시는데...”


그는 머뭇거리는 경찰들에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어서 가라는 그 미소를 알아본 경찰들이 골목 아래로 걸어 내려갔다. 그들은 골목 입구에 순찰차를 주차한 상태였다.


‘동료라면... 알지 않을까.’


그는 동료경찰들이 얼탱이 몰고 온 벤츠를 알아볼까 걱정했다. 순찰차가 떠나는 모습을 몰래 지켜본 그는 그들이 떠나자 급히 집으로 돌아왔다.


“약속은 지킨다.”


그는 어느새 순해져 다가와 몸을 비비던 고양이를 들고 툇마루에 내려두었다. 그리고 싱크대 안에 있던 참치 캔을 따서 고양이에게 주었다.


-아구, 아구, 아구, 마이얌얌....


“맛있다고? 말도 하냐?”


웃으며 손을 뻗던 그는 자신의 장갑 낀 손을 보고 현실로 돌아왔다.


“하아...”


*


여러 계획을 세워보지만 그는 두 사람을 멀리 치우기로 결론을 내렸다. 깨어나 빤히 보고 있는 얼탱을 보기 전까지는.


“....죽여야 하는 걸까.”


혼잣말에 놀라 눈이 커진 얼탱에게 다가간 그는 조용히 말했다.


“소리 지르지 마. 여기 어딘지 알지?”


얼탱은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화를 하자. 우리... 풀어야 할 게 너무 많다. 그렇지?”


얼탱은 또 격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떠들어봐야 사람도 안 사는 곳이니... 날 자극하지 마. 나 정말... 가끔 이상한 짓을 하니까.”


마른 침을 삼키며 얼탱은 살기위해 또 고개를 끄덕였다.


“음... 내가 질문부터 할게. 넌 얼탱이지?”


얼탱은 고개를 움직이지 않았다. 확장된 동공을 보며 그는 담담히 말했다.


“날 몰라보던데... 나에 대해서 아는 것은 아니었나? 왜... 네 차 내가 샀잖아.”


부릅뜬 눈을 보고 그는 얼탱이 상당히 무심한 사람이라 여겼다.


“하긴...네가 알아볼까봐 내가 서류접수 다했었지. 그래도 경찰이라 나에 대해 알아볼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닌가?


얼탱은 모른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라고? 정말?”


그는 물의 핸드폰을 꺼냈다.


“아.... 잠깐 기다려.”


그가 화장실에서 지문인식을 할 동안 얼탱은 어떻게든 손을 풀려고 몸을 흔들었다.


“뭐해?”


그가 갑자기 나타나자 얼탱은 불안해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울기는... 남자 녀석이.”


얼탱은 보았었다. 의식을 잃기 전 잔인하게 웃고 있는 그를. 푸줏간 고기처럼 매달린 물을. 그리고 죽은 조씨를 냉동해 가지고 다녔을 그를 상상했다.


“봐. 이래도 너희가 날 모른다고?”


얼탱은 눈앞이 흐려져 급히 눈을 깜빡인 후 그가 내보인 핸드폰을 보았다. 거기엔 그가 보고 달려오게 했던 물의 메시지와 사진이 있었다.


“읽어줄까? 씨씨티비 찾았다. 너 찍혔네? 크크크. 당장와라..... 이거 보내고 난 후에 자신이 찍힌 영상을 캡쳐하고 핸드폰 영상으로 만들었더라고.... 볼래?”


얼탱은 급히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얼탱 앞에 앉아 주고받은 메시지들을 열어보았다.


“음... 다른 메시지들 보니까 너희 사이 안 좋았구나. 그렇지? 아아... 이 녀석 참 바보네. 살인마 새끼? 너 안 가르쳐 줬어? 이런 메시지 다 검열되는데.... 살인마 새끼라... 그래, 너희 조씨에 대해서도 잘 알겠지?”


그의 말에 얼탱이 몸을 떨었다.


“그래 조씨... 네가 내 집에 던져두고 간 그 사람... 내가 그거 처리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를 거야.”


“그흡! 흡!”


“왜? 뭐 할 말 있어? 입 열어줘?”


얼탱은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음...괜찮을까.”

“흡! 흐흡!”

“아아, 알았으니까 흥분하지 마. 네가 흥분하면 나도 흥분해... 그럼 안 좋은 일이 생겨.”


엉뚱한 짓을 벌일까 걱정하는 그의 말은 얼탱에게 사신의 속삭임과 다름없었다. 그는 한참을 고민하듯 보다 입을 막은 테이프를 떼어 주었다.


“그!”

“쉿...”


그의 눈빛에 얼탱이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새우처럼 몸을 구부리고 누워 있던 얼탱을 일으켜 벽에 기대 주었다.


“말해봐.”

“저는...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겁니다. 조씨에 대해 아시는지도 몰랐습니다.”


‘허...몰랐었구나.’


그는 말실수를 했다며 작게 혀를 찼다. 그에 얼탱이 놀라 숨을 멈추고 그를 보았다. 그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얼탱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저는 제가 지은 죄가 있습니다. 예, 물.... 아니, 조수원 그 놈이....”

“물은 조수원, 카삥은 박테리, 너는 얼탱. 장봉진... 알고 있으니 그냥 별명으로 말해.”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얼탱은 가볍게 생각한 상대가 자신들의 모든 것을 알고 있음에 공포에 질려 버렸다.


“할 말 없나?”

“아닙니다. 아닙니다...”

“혼란스럽겠지....? 나도 그래. 시체 하나 치웠더니 또 들어와서 죽어 있고... 그뿐이면 괜찮아. 내 개가 말이야... 정황을 보니 너는 관여하지 않았겠지?”

“무슨.... 말씀이신지....”

“아아, 모르는구나. 그럼 다행이다. 널 미워할 이유가 줄어서.... 물이 집에 들어오려고 내 개를 독살했어. 생고기에 뭔가를 발라서 먹였나봐. 그 녀석... 고기 좋아하거든. 많이 먹였으면 달랐을까 싶어서 미칠 것 같아... 그런 애를 너희가 죽인 거야.”

“전 아닙니다!”

“....그래, 넌 아니길 바란다. 나... 나도 놀랄 일을 해버려.”


그의 눈을 얼탱은 마주보지 못했다. 약에 취해, 술에 취해 이성을 잃은 이들을 많이 보았지만 그런 이들과는 다른 위화감을 주는 눈이었다.


“아... 생각하면 화가 나니까... 화제를 전환하자. 자... 그럼 얼탱, 네 이야기를 해봐. 왜 내 집에 조씨를 던져 넣었는지.”


그는 그가 보는 가운데 핸드폰 녹화 버튼을 눌렀다.


“아 참.”


그리고 얼탱의 주머니를 뒤져 차키와 핸드폰을 꺼냈다. 얼탱의 핸드폰은 잠겨 있지 않았다.


“음? 안 잠그네? 동거하던데...”

“그 여자는! 건드리지....마십시오.”


용기내 말하자 그가 어이없다는 듯 보았다.


“허... 내가 악인인가?”




이 글은 픽션입니다. 등장인물의 이름과 단체등은 사실과 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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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인과 악인 20.06.14 18 2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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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6 20.06.13 15 2 21쪽
81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5 20.06.13 15 2 18쪽
80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4 20.06.13 17 2 21쪽
79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3 20.06.13 17 2 17쪽
78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2 +4 20.06.13 21 2 23쪽
77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1 20.06.13 17 3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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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잃어버린 것 1 20.06.12 19 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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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떠넘기기 2 20.06.12 18 2 25쪽
72 떠넘기기 1 20.06.12 17 2 24쪽
71 세 친구 4 20.06.12 13 2 19쪽
70 세 친구 3 20.06.12 19 3 18쪽
69 세 친구 2 20.06.12 20 3 15쪽
68 세 친구 1 20.06.12 29 3 21쪽
67 조씨의 정체 20.06.11 21 3 18쪽
66 세번째 차 +2 20.06.11 21 2 20쪽
65 가족의 의미 2 20.06.10 19 2 18쪽
64 가족의 의미 1 20.06.10 27 3 27쪽
63 퀵보드를 타고 온 단서 2 20.06.10 19 2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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