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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진 님의 서재입니다.

개 짖는 소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추리, 공포·미스테리

완결

연어진
작품등록일 :
2020.05.11 11:29
최근연재일 :
2020.06.16 14:07
연재수 :
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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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6
추천수 :
502
글자수 :
841,325

작성
20.06.1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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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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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조씨의 정체

이 글은 실제 일어난 사건들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DUMMY

그는 만세형을 위해, 또 자신을 위해 범인들을 추적하는 중이다. 그에게 있어 물, 카삥, 얼탱이라는 존재는 악인이다. 그에게 만세형은 절대 선이다. 그 사이에 자신을 둔 채 그는 악인들의 범죄사실을 밝히려 노력하는 중이다. 그는 만세형에 대한 미안함을 간직하고 있다. 집돌이 곁에 누워있던 만세형을 보았을 때, 그는 빨리 신고하지 못한 것을 자책하고 있다. 정신이 나가버렸었고, 집돌이에게 물려 죽었다 여겼기에 한 행동이었지만 살아있는지 여부를 먼저 확인했어야 한다고 괴로워한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왔다면 살아있는 만세형을 보았을지도 모른다고...... 국밥을 먹지 않았다면,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일을 나가지 않았다면, 그는 그날 있던 모든 일들을 자책한다.


법률에 정해진 비도덕적인 사자에 대한 행위가 처벌받기에, 관을 만들고, 그 안을 꽃으로 장식하고 성에 낀 몸을 닦는 것은 아니다. 미안했기에, 죄송한 마음에 자발적으로 행하는 반성의 행위다.


훗날 그가 범인에 대한 자료를 모아 경찰에 제출하며 자수한 후에도 그는 만세형이라는 애칭까지 붙인 사자에 대한 죄의식을 간직할 생각이었다. 그가 죄 값을 제대로 받고 싶어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에게 있어 만세형은 정상적이며 모범적인 가장이다. 서씨와 이모부, 친부를 비교대상으로 놓고 보며 그들과 다른 진정한 아버지상이라 여겼다. 그런 만세형에게 미안한 만큼 그는 사자의 가족에게도 죄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적어도 오늘 이전까지는 그랬다.


*


5월 초. 가정의 달이라 불리는 시기였고, 마침 그의 월급날이 어린이날과 겹쳤다. 주말을 낀 연휴 시기라 평소보다 많은 물량이 주문되었기에 그는 전날 녹초가 되어 들어왔었다. 이틀 후의 배송일은 휴무로 정해졌기에 느긋하게 하루를 시작한 그는 피노와 키오의 손을 잡고 인근 초등학교에 방문했다.


“여기가 피노와 키오가 다닐 학교야.”

“여기 우리학교 아닌데...?”


키오의 실망한 표정에 피노가 손을 꼭 잡고 속삭였다.


“여기가 더 좋아.”

“정말?”

“응. 그치 형?”

“어, 물론이지. 들어가 보자.”


얼마 전 학교 선생님들을 아이들의 심리치료사인 남정주를 대동하고 만났을 때, 그는 아이들에게 학교를 보여주고 싶다고 요청했다. 귀찮아 할 일이었지만 피노와 키오의 담임은 그의 요청에 직접 오늘 근무를 설 경비원들을 찾아내 그를 소개하며 예정을 알려주었다. 덕분에 그는 눈짓만 하고 정문을 통과해 들어갈 수 있었다.


“어때?”


묻지 않아도 키오가 좋아하고 있음을 그는 알 수 있었다. 흐뭇하게 뛰어다니는 키오를 보던 그는 피노에게 물었다.


“피노는 어때?”

“축구장 커요.”

“축구 좋아해?”

“응.”

“그래... 알았어.”


그는 피노 몰래 메시지를 보냈다. 아이들이 돌아오면 어린이날 파티를 하려고 인나와 마나, 준서, 그리고 인나의 부모님들과 인성과 다래까지 준비하고 있다. 그는 인나에게 피노의 선물에 축구공이 있는지 확인하게 했다. 없다는 말에 그가 사러가려고 했지만 이미 인성이 출발했다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아이들을 두고 갈수도 없던 처지라 그는 고맙다는 말을 대신 전해 달라 전했다.


학교 구경을 하고 통학로 확인을 위해 그는 아이들을 데리고 일부러 걸어 집으로 돌아갔다. 가는 길에 아이들이 흥미를 보이는 곳에 서곤 하던 그는 이런 행위가 집돌이를 산책할 때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빠, 배고파요.”

“어... 그....”


키오가 멈춰선 곳은 휴일인데 문을 열고 있던 분식집 앞이다. 집에 먹을 것이 잔뜩 있기에 그는 참으라고 말해야 했다. 배고픔을 알고 살던 그였기에 그보다 싫은 말은 없을 것이다. 갈구하는 키오의 표정에 그는 자꾸 약해지려 했다.


“키오 배고파?”

“응. 배고파서 배 가죽이 등이야.”

“오빠 돈 안 가져왔어. 집에 갔다가 사 먹으러 올까?”

“응!”


피노 덕에 위기를 벗어났지만 그는 위엄을 잃었다. 당장 큰오빠의 재력을 뽐내고 싶었지만 그는 아이들이 집에 가면 그의 약한 모습도 금방 잊을 것이라 위안하며 참았다.


[들어갑니다.]

[꺄! 꺄!]

[진정해, 마나.]

[나 떨려. 서프라이즈! 라고 외칠까?]


메시지를 보고 대문을 열던 그는 급히 메시지를 보냈다.


[놀래요. 조용히.]

[아.... 그래야 할까요?]

[난 반대! 놀라도 기뻐할 거야. 폭죽도 많이 샀어요. 날씨... 안될까요?]


잠시 고민하던 그는 우선 보여준 후에 터트리자고 메시지를 보냈다.


“아, 피노, 키오 먼저 들어가. 난 집돌이 밥 주고 올게.”


그가 집돌이에게 다가서며 말하자 둘은 현관으로 가지 않고 그의 옆에 착 달라붙었다.


“....왜...그래?”

“우리도 집에 갈래.”

“피노도... 집 가보고 싶어.”


그는 집돌이 핑계로 아이들을 앞세우려던 계획을 포기했다. 두 아이를 양팔에 안아들고 현관으로 다가가자, 창문으로 밖을 살피고 있던 인나가 재빠르게 현관문을 열고 나왔다.


“오와! 둘이 돌아왔구나. 잘 했어.”


인나의 어색한 연기에 그는 미소로 답하고 눈짓했다. 그가 다가서자 인나는 현관문을 열 타이밍을 계산하며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평소에는 거짓말 잘하면서.’


멍석 깔아주면 행동하지 못하는 사람이구나 싶으며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프라이즈!”

‘허.’


인나는 급한 나머지 문을 반도 열기 전 외쳤다. 아이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가 현관으로 돌아갔을 때 문은 반만 열렸고, 그도 좌측에 안긴 키오도 내부를 볼 수 없었다.


-해?

-왔잖아.

-서프라이즈!

-와아! 왔다!

-어어... 이게.

-어이구...


엉망이었다. 제멋대로 외치다 그가 발로 문을 열며 들어선 후 아이들을 내려두자 어색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피노와 키오는 그의 손을 꼭 잡고 현관에 선 이들을 뚫어져라 보았다.


“저기... 뭐라도.”


그때 인성이 가진 폭죽을 터트렸다.


팡!


호응 없는 폭죽에서 떨어진 꽃가루와 종이테이프가 힘없이 키오의 발 앞에 떨어졌다. 키오는 그것을 주워들고 그를 보았다.


“어...오늘 어린이날...파티.”

“파티?”

“응... 저기 봐. 케이크도 있고...”


손을 놓고 키오가 달려갔다. 어른들에게 가려져 있던 테이블을 보고 키오가 팔짝팔짝 뛰며 손뼉을 치다가 다시 달려와 피노의 손을 잡았다.


“오빠! 파티!”

“...응.”


피노도 상기된 표정으로 키오와 함께 테이블로 달려갔다. 그렇게 시작은 어색했지만 즐거운 파티가 시작되었다.


*


그의 집이든 인나의 집이던지 밤 아홉시에 가족이 모여 앉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초기에는 불안해했지만 마음의 안정을 찾은 최근, 피노와 키오는 9시가 되기 전 잠이 들곤 한다. 그의 퇴근 시간은 보통 9시를 지난 10시 사이다. 회사일로 바쁜 인나와 마나가 집에 돌아오는 시간은 들쑥날쑥한데, 최근에는 야근을 하는 경우가 많아 12시 이전에 집에 들어오는 경우가 적어졌다. 그렇기에 성인인 그와 인나, 마나는 주말에는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되도록 시간을 비운다.


그런 날에도 9시 이전이 되면 아이들은 잠자리에 들어간다. 어른과 아이 사이에 있던 준서는 10시까지는 그의 곁에서 보내다가 급히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한다. 예뻐지려면 10시에는 자야한다는 인나와 마나의 조언을 철저히 따르는 것이다. 그 이후의 시간들이 그가 인나와 마나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다. 피곤한 일상을 보내기에 셋은 말하다 잠들곤 했다. 이제는 셋이 함께 잠들어 있는 모습을 아이들도 어색해하지 않는다. 토요일 가볍게 마시다 소파에 누워 잠들면 아침잠이 적은 준서가 먼저 나와 이불을 가져다 덮어주다 그의 곁에서 잠들고, 눈을 비비며 일어난 아이들이 냉장고에서 요기 거리를 찾아먹다가 그를 발견하고 그 속으로 들어가 다시 눈을 감는다.


오늘, 아이들의 파티가 끝나고 어른들의 파티가 시작되는 시점인 아홉시에 모두 TV앞에 앉아 있던 이유는 인나 부친의 생활패턴 때문이다. 그는 9시 뉴스는 꼭 챙겨보는 사람이다. 설치는 전에 되었지만 그는 TV를 보지 않는 편이었고, 마나와 인나도 그를 만난 후 TV시청빈도가 확 줄어 있다. 아침부터 시작된 파티에 다들 나른하게 풀어진 상태였기에 자연스레 TV앞으로 하나 둘 모여 앉았다.


인성과 다래는 누가 봐도 연인이구나 싶은 자세로 붙어 앉아 있었고, 인나의 부모도 그들 못지않은 개방적인 자세로 달라붙어 있었다. 그의 곁에도 다섯 사람이 달라붙어 있었지만 분위기는 연인들의 것과는 조금 다른 것이다. 그의 정면에 등을 기대고 있는 사람은 준서다. 양 어깨에는 인나와 마나가 조금은 조심스러운 접촉을 하고 있었고, 그 틈에 피노와 키오가 쏙쏙 들어가 있었다.


뉴스가 시작되자 그는 눈이 반쯤 잠긴 두 아이를 보았다. 그가 막 준서에게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가라고 할 때, 새로운 뉴스가 시작되었다.


“오빠, 재울게요.”


준서가 다급히 두 아이를 끌고 움직인 이유는 뉴스 때문이다.


[일가족 살해 용의자 조씨는 벌써 두 달 간 실종 상태입니다. 그동안 비밀리에 수사를 해왔던 경찰은 조씨의 범행 동기들을 밝혀내 국외로 도주할 가능성이 있다며 전국에 수배령을 내렸습니다. 한편 조씨는....]


“쯧쯧, 천벌을 받을 사람.”

“여보...”


인나 부모의 말에 다들 동조할 때, 그는 멍해진 정신을 수습하려 애쓰고 있었다.


‘왜...’


겨우 정신을 차린 그는 반복해서 보여주는 범인 조씨의 사진을 보며 생각했다.


‘거기에 계십니까...?’


믿기지 않았다.


“나 잠시....”


인나와 마나는 그가 화장실에 간다고 여겼다. 밖으로 나온 그는 급히 걸었다. 집돌이가 따라왔지만 그는 보지 못해 집돌이가 나오기 전 대문을 닫아버렸다.


‘그럴 리가...’


집으로 들어간 그는 급히 다락으로 올라가 한쪽에 둔 상자를 열었다. 그 중 증거물 3호라 적힌 지갑을 꺼내 열어 만세형의 흔적들을 바닥에 늘어놓았다.


“....왜.”


뉴스에 나온 일가족 사진이 그가 지갑에서 꺼낸 물품 들 속에 있었다.


신분증에 적혀 있는 주소지는 뉴스에 나온 것과 동까지는 동일했다. 일가족이 살해당한 집안을 촬영한 영상 속에서 그는 익숙한 물품들을 여럿 보았다. 모두 만세형의 지갑 속에 들어 있던 사진에 나온 것들과 동일한 것이었다. 아이가 품에 안고 있던 쿠션, 작은 미끄럼틀, 커다란 술 장 안의 와인 잔들.....


“말도 안 돼...!”


주먹을 쥐어보지만 떨림은 멈추지 않는다. 부정할 증거를 찾아 바닥을 살피던 그의 눈에 지갑에서 빠져 나오지 않은 종이가 보였다. 슬쩍 빼본 그의 몸에서 힘이 빠져 버렸다.


“젠장....”


그것은 마권이었다.


-조씨는 대출 등을 받아 평소 경마 등의 도박을 하며....


성실한 가정이어야 했다.


-둔기로 머리와 목 얼굴 등을 수차례 내리쳐....


좋은 아빠이며 남편이어야 했다.


-시신은 사건 발생 8일 만인 지난 2월 17일에 이웃 주민의 신고로 출동한 119소방대원에 의해 발견되었습니다. 경찰은 보일러가 계속 돌아가던 중이라 겨울임에도 부패가 빠르게 진행되어 사망시간을 추정하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이에 행적을 조사하던 중 조씨가 급히 승강기를 타고 내려가던 것을 확인하고....


“...너 도대체... 뭐하는 새끼야....크으....너... 이 새끼....!”


숨길 수 있었다. 버릴 수 있었다. 그러지 않았던 이유는, 만세형이라 부르며 존중한 이유는 조씨가 가족을 살해하고 달아난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존중받을 만한 사람이며, 그를 기다리고 있을 가족이 있다 여겨서다.


쿵!


“나쁜 새끼...”


쿵!


“나쁘크으....윽....으으...아으...”


그는 살을 쥐어뜯었다. 폐부에 스며든 조씨의 기운을, 몸에 닿았던 살의 감촉을 모두 떨쳐 버리고 싶었다. 그렇게 마음껏 자학할 수도 없었다.


-여기에 왔나봐.

-불 켜졌네?

-또 다락에 간 거 아냐?


‘날 좀 내버려 둬!’


소리치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이내 자신의 뺨을 후려치며 냉정을 찾았다.


“누구에게 그딴 소리를...누구에게.”


감사해야할 사람이다. 그는 급히 다락을 내려가며 열쇠로 닫고 내려왔다. 툇마루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인나와 마나 두 사람에게 다가가 그는 그들 사이에 앉았다. 그녀들이 비워둔 그의 자리로.


“다락에 뭐 숨겨뒀어요?”

“네.”


인나가 놀라며 보자 그는 어색하게 웃었다.


“뭔데요?”

“고양이들이 거기서 자곤 하더라고요.”

“어머!”


그의 말은 사실이다. 사람이 썩는 특유의 냄새가 다락에 남아 있었다. 그는 환기를 시키려 창을 열어두었었고, 그 틈에 눈먼 고양이들이 들어와 자고 먹고 싸다가 그에게 발각되었다. 그는 준서가 고양이들을 아끼는 것을 알기에, 또 자신 때문에 눈이 멀었다는 자책감에 그 후 계속 창을 열어두는 중이다. 덤으로 고양이 사료를 사다 그곳에 쌓아두곤 한다. 그의 몸에 배인 냄새를 익혔는지, 고양이들도 이젠 그를 보고 도망가지 않는다. 다가가면 급히 도망가지만.


“그랬군요. 준서가 좋아하겠어요.”

“준서가 말해줬어요. 전에 고양이들이 다락에 살았다고... 그래서 제게 다락을 쓰게 해달라고 말했었다고 하네요.”

“준서는 고양이가 더 좋은가봐.”


마나가 말하자 그와 인나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고양이 닮았어.”

“고양이 같죠?”

“....다 같은 생각하는구나. 가끔 준서가 날씨에게 애교 부릴 때 보면 진짜 고양이 같아요. 속으로 ‘야옹해봐...’ 그러면서 보는데.”

“너도?”


눈을 마주친 인나와 마나는 그의 등 뒤로 손을 내밀어 서로의 손을 잡았다. 그의 양 손은 두 사람의 다른 손에 잡혀 있었다. 그렇게 완전히 연결된 고리가 된 채 세 사람은 볼품없는 야경을 즐겼다. 평소와 달리 마음은 같지 않았다.


‘조씨... 만세형... 조씨... 만세형...’


그는 아직도 만세형에 대한 믿음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다.


*


인나의 집에는 손님들로 가득 차 있어, 세 사람은 그의 집에서 잠자리를 깔고 누웠다. 그는 마나와 인나를 먼저 재우고 조용히 일어나 노트북을 켰다. 조씨일가족 살해사건이라 붙어 있는 모든 기사들을 읽고, 보통 사람들의 생각이 담긴 글들도 읽었다. 조씨의 지인이라는 직장동료들의 인터뷰와 개인적인 댓글도 모두 찾아보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조씨를 악인이라 불렀다. 평생 악인이었던 것처럼 굴었다. 그는 그들에게 혐오감을 느꼈다. 정말 그랬다면 평소에도 증오하며 지냈어야 한다.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게 막아야 했다.


“위선자들....”


한숨과 함께 눈을 감으며 그는 조씨에 대한 미련을 털어냈다. 모든 증거가 조씨가 일가족 살해의 범인이라 지적하고 있었다. 이미 흉기도 발견되었다고 한다. 흉기가 발견된 곳은 그도 아는 클럽이 있는 먹자골목 옆이다. 그가 조씨가 사고 당했을 것으로 예상한 골목과는 두 블록 떨어져 있다.


서른여덟 살의 조씨는 보험설계사로 활달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가정에 충실하고 모범적인 태도로 직장에서의 평가도 좋았다고 한다. 서른 살에 결혼한 조씨는 이후 두 명의 자녀를 낳고 행복하고 즐거운 나날을 보냈다. 이는 사건이 알려지기 전 경찰이 조사하며 알아낸 내용들이다. 그런 조씨에게 한 가지 흠이 있었는데, 그건 도박이다. 경마와 경륜은 물론 결혼 전 조씨는 고스톱도 모르던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런 조씨가 카지노를 찾아다니고, 경마와 경륜에 빠졌다. 집을 담보로 잡히고, 대출까지 끌어 도박에 쓴 것은 불과 일이년 사이의 일이라고 한다.


두 달에 걸친 조사였기에 조씨가 왜 가족을 살해했는지에 대한 의혹도 어느 정도 해소된 상태였다. 조씨는 보험설계사로 실적도 높은 편이라고 한다. 그런 조씨의 가족에게는 수많은 보험이 가입되어 있었다. 의심을 받을까봐 조씨는 자신이 들어있던 보험의 수령인은 부인과 자녀들로 해두고, 반대로 아이들과 부인이 가입한 보험의 수령인은 자신으로 정해두었다고 한다. 의도적으로 보험가입을 했다는 것은 사망일 50일 전후로 집중되어 가입된 것으로 추측할 수 있었다. 만약 범인이 그가 아닌 다른 누구였다면 조씨는 수억원의 보험배상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경찰은 우발적인 범죄가 아닌, 의도한 살인이라 말했다.


그는 이 점만은 부정해보려 했지만 흉기가 망치였다는 것을 알아내곤 더는 부정하지 못했다. 망치는 손쉽게 집을 수 있는 도구가 아니다. 식칼처럼 급히 뽑을 수 없는 장소에 보관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제 정신이라면 둔기로 머리를 계속 내리치며 가족을 살해할 수 없다.


‘해충새끼...’


더는 만세형이라 부르지 않았다. 상황파악이 끝난 그는 참을 수 없게 되어 차로 뛰어갔다. 뒷문을 열고 가까이 있던 스위치를 눌러 불을 켜고, 그는 문을 닫았다. 그리고 냉기로 보존되고 있는 공구함을 열었다. 하얀 냉기가 뿜어져 나오는 공구함의 밑판을 당겨 뺀 후, 그는 주먹을 내리꽂았다. 딱딱하게 굳은 얼굴 앞에서 그의 주먹은 멈춰서 있었다.


“왜 그랬어...왜...!”


소리칠 수 없어 그는 괴로워졌다. 허나, 슬프지는 않았다. 그의 마음 한쪽에선 조씨가 온전한 사람이 아닐 수 있음을 짐작하고 있었다. 그 스스로 조씨를 포장해왔었다. 하지만 이런 살인마라는 것은 예상도 하지 못했다.


“죽었다고 네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야. 넌...”


구역질이 올라와 그는 급히 칸막이를 덮었다.


“이런 새끼 때문에 내가....”


공구함을 닫고 차 밖으로 나온 그는 집으로 가기 전 담장과 차 사이에 늘어진 전선을 보았다. 한참을 보았지만 그는 전기선을 빼버리지 않았다. 존중하려는 마음이 남아서가 아니다. 더는 고결하지 않은 더러운 조씨의 피가 녹아 흘러내려 그가 배송하는 상품을 훼손할까 싶어서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등장인물의 이름과 단체등은 사실과 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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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오래전 시작된 거짓된 이야기 1 20.06.16 20 3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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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악인과 악인 20.06.14 18 2 20쪽
83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7 20.06.13 18 3 23쪽
82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6 20.06.13 15 2 21쪽
81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5 20.06.13 16 2 18쪽
80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4 20.06.13 17 2 21쪽
79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3 20.06.13 17 2 17쪽
78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2 +4 20.06.13 21 2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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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떠넘기기 1 20.06.12 18 2 24쪽
71 세 친구 4 20.06.12 14 2 19쪽
70 세 친구 3 20.06.12 19 3 18쪽
69 세 친구 2 20.06.12 20 3 15쪽
68 세 친구 1 20.06.12 29 3 21쪽
» 조씨의 정체 20.06.11 22 3 18쪽
66 세번째 차 +2 20.06.11 21 2 20쪽
65 가족의 의미 2 20.06.10 19 2 18쪽
64 가족의 의미 1 20.06.10 27 3 27쪽
63 퀵보드를 타고 온 단서 2 20.06.10 19 2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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