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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진 님의 서재입니다.

개 짖는 소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추리, 공포·미스테리

완결

연어진
작품등록일 :
2020.05.11 11:29
최근연재일 :
2020.06.16 14:07
연재수 :
91 회
조회수 :
3,164
추천수 :
502
글자수 :
841,325

작성
20.06.12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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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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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잃어버린 것 1

이 글은 실제 일어난 사건들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DUMMY

그가 극구 거부했기에 용감한 시민 표창은 이뤄지지 않았다. 대응이 미숙했다는 이유로 경찰은 그에게 약간의 위로금을 전달했다. 그렇게 있지도 않은 범인에 의한 차량 강탈로 사건은 종결되었다.


*


골치 아픈 시체를 처분하고 경찰에 자수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되었기에 그는 뛸 듯이 기뻤지만 내색하지 못했다. 지켜보는 눈들이 없더라도 다리가 부러져 뛰지 못했다. 사건 종결로 경찰이 떠나고, 그의 면회제한도 풀리자 가족들이 그의 곁에 상주하다시피하며 보살폈다. 그는 불편을 감수하는 가족을 위해 열심히 재활운동에 참여했다.


‘대출을 또 받아야 하나.’


생계수단을 잃었기에 그는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막막했지만 그는 삶이 끝나버릴 수 있던 일에서 벗어난 것을 위안으로 삼았다. 돌아보면 아찔한 순간들을 더는 겪지 않게 된 것만으로 그는 만족해야 한다 생각했다. 그러나 대출금 걱정에 병원비 걱정까지 쌓여가자 그의 한숨은 늘어갔다.


“하여간 보험사들은 앞과 뒤가 다르다니까.”


무슨 이야기인가 싶어 볼 때 인나가 가져온 서류를 내밀었다.


“배상 해결되었어요. 자신들만 법을 안다 여긴다니까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만 해대서 법무팀 변호사님들에게 자문 구했더니 금방 해결되네요. 여기, 여기랑 여기에 사인하세요.”


“이게 뭔가요?”


“...날씨? 열나요? 아파요?”


인나의 걱정스런 반응에 누워서 책을 보던 준서가 벌떡 일어났다.


“오빠!”

“아냐. 안 아퍼... 어...어? 이거 내 보험들인가요?”

“네, 그럼 누구 보험이겠어요?”

“...내가 보험을 이렇게 많이 들었나요?”


그가 기억하는 보험들도 보였지만 모르는 것들도 있었다. 의문스럽게 보자 인나가 급히 서류를 가리며 말했다.


“그럼요. 전에 마나랑 같이 서류제출 했다면서요.”

“그런데 보상이...에? 이렇게나 나와요?”

“그쪽에서 운행용인이라고 자꾸 우겨서 싸웠는데, 날씨 주머니에서 예비키 나왔고, 차 문 잠그고 다니고, 본래 키는 꽂아둔다는 것, 그리고 즉시 알아차리고 되찾으려고 했으나 그러지 못하고 바보같이 차에 매달려 간 것 등이 참작되어서 절취운전으로 처리되었어요.”


‘바보같이...’


절취운전이란 차주가 차의 운행권을 잃는 행위다. 쉽게 말해 차를 도난당하면 절취운전에 해당된다. 여기서 차주가 도둑놈이 차를 훔치는 행위를 쉽게 만들었다면, 과실의 일정부분을 책임지게 하는 법률이 존재한다. 그의 경우 적극적으로 매달렸고, 운전을 말리려 애썼다는 것이 높이 평가되어 차량도난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트럭의 구조상 쉽게 탈취할 수 없고, 제대로 알지 못하면 운전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도 키를 꽂아 둔 점 등이 과실로 보여 질 수 있었지만, 경찰까지 적극적으로 범죄를 막으려 했다고 칭찬하는 마당에 보험사에서 절도범을 도왔다고 말하지 못하게 된 것이 그가 보상을 최대한도로 받을 수 있던 이유가 되었다.


‘대물한도가 삼천이구나... 삼천이면 차를 다시 살 수 있을까.’


그런 사실들을 깨닫고 그는 다시 한 번 존재하지 않는 범인에게 감사했다. 다른 이들에게도 감사했는데, 그들에게는 직접 전화를 걸었다.


“형님들 덕분에 차 사게 생겼어요.”

-좋아할 일이야? 죽을 뻔 했으면서... 내일 면회할 테니 어디 가지 말고 있어.

“네, 다리 부러져서 움직이지도 못해요.”

-어이구... 내 심장이 똥구멍까지 내려갔었어. 오씨는 어디서 잘못 들었는지 죽었다고 난리치고.

“죄송해요...”

-할 말은 많지만... 그런데 뭘 감사한다고?

“전에 가입하라던 보험들이요. 그것들도 보상 나오더라고요.”

-나와야지. 그러라고 꼬박꼬박 돈 내는 건데.... 공제조합놈들 쉽게 돈 내주지 않을 텐데?

“저도 그렇게 알고 걱정했는데, 의외로 쉽게 해결되었나 봐요.”

-전에 공정위인가 어디에서 감사했다더니, 달라졌나 보네.


그보단 인나가 몰고 간 법무팀의 효과일 것이라 예상하지만 그는 내색하지 않았다.


-그래봐야 얼마 안 나올 텐데... 고치지는 못하고?

“예, 엔진이 완전히 망가졌다고 하네요. 축도 틀어졌고. 제가 추가한 것들 중에 살릴 수 있는 것은 살리고 폐차하는 것이 좋다고 하네요.”

-아아...


아쉬워하는 말투에 그는 자신이 무엇을 놓쳤는지 깨달았다.


“형님.... 죄송해요. 아끼시던 차였는데.”

-음, 마음이 아프긴 하네.... 나중에 새 차 사주고 차 바꾸자고 하려고 했거든.

“그렇게까지... 더 자세히 알아볼게요. 살릴 수 있으면...”

-관둬. 사고 난 차는 보이지 않는 곳에 균열이 생겨. 나중에 더 큰 사고가 나는 법이야.


김씨와 통화를 끝내고 그는 오씨에게도 안부를 전했다.


“후우...”


보상금이 나온다는 사실에 들떴던 자신이 한심스러워 그는 한참이나 그 자리에 머물렀다.


*


그는 입원 중에 조씨가 발견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신과 연관된 증거가 나올까 조마조마하며 검색을 해본 그는 기막혀 헛웃음을 흘렸다.


‘자살이라고?’


이해할 수 없는 수사발표였다. 조씨는 강 하류에서 알몸으로 발견되었다. 발견당시 그가 걱정하던 그의 옷은 입고 있지 않았다.


‘바지 고무줄이 부서졌었지... 상의도 벗기려던 중이었고....’


떨어지며 벗겨졌을 것이라 그는 예상했다. 그가 사경을 헤매던 시기에 조씨의 사건은 그의 사건보다 먼저 종결되었다. 의혹스러운 부분이 많다고 기자들이 지적했지만, 사건은 그렇게 끝났다.


‘해충새끼들... 웃고 있겠지.’


그는 웃지 않았다. 조씨의 굴레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에 전에는 웃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진짜 악인들이라 여긴 세 사람이 멀쩡히 아무 벌도 받지 않고 있다는 점이 그의 기분을 저조하게 만들었다. 증오가 커져가자 그는 급히 자신을 달랬다.


‘잊자... 다 끝났어.’


생각하지 말자고, 돌아가면 조씨의 흔적들을 모두 지우자고 그는 결심했다.


*


공제보험에서 책정된 일급은 그의 일급의 70%가 안 된다. 그것도 병원에 머물던 석 달만 지급되었다. 회사에서도 약간의 보조비를 지급해주었지만 말 그대로 약간의 보조비였다. 부양할 가족이 많았기에 그는 다급해졌다. 조급하다고 부러진 다리는 쉽게 낫지 않는다. 재활치료를 시작하며 의사에게 앞으로 두 달은 더 쉬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기에 그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했다. 내려둔 김에 그는 퇴사도 결심했다.


김씨가 많이 회복되었기에 그 대신 그의 일을 시작한 상태다. 김씨는 중고차를 구입해 그가 폐차하려고 둔 차의 노란색 번호판을 넘겨받았다. 폐차를 하면 가치가 큰 영업용 넘버의 효력이 상실한다. 그래서 폐차 전에 번호판을 이전시키고 등록한 것이다.


그는 노란색 차 넘버가 새로 발급되지 않고 있음을 잘 안다. 지입사의 횡포를 막기 위해 2004년부터 일부 특수차량에만 영업용 번호판을 발급하고, 그가 몰던 화물운송이나 택시 등의 영업용 번호판을 발급하지 않고 있었다. 횡포를 막기 위해서라지만 그 때문에 영업용 번호판을 웃돈을 주고 구해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 한때 몇 천이 나가던 영업용 번호판은 현재 700만원 이하로 거래되는 중이다. 그도 일을 시작한 초기에 이천만원에 거래가 된다고 잘못 알고 있었다. 현 시세를 알게 되었다고 고마움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무상으로 넘겨받은 번호판이라 그는 김씨에게 당연히 무상으로 번호판을 넘겼다. 폐차 예정인 차량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기들도 차량을 꾸미는데 쓰라고 다 넘겨주었다.


몇 개는 그의 집으로 옮겨졌는데,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공구함이다. 그가 특수주문 해 제작한 공구함을 김씨는 기념이라며 집으로 옮겨주었다. 그가 설치한 작은 냉동기와 사용가능한 태양열 판넬까지. 그는 공구함을 버리고 싶었지만, 김씨의 배려에 감사하며 집 뒤쪽에 두었다.


-몸 나으면 나와. 다들 기다리고 있으니.


나가겠다고 말했지만 그는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스스로도 알지 못한다. 그가 냉동탑차를 타고 다닌 이유는 만세형이라 불렀던 조씨 때문이다. 다급해 선택한 직업이지만 그는 꽤나 만족하며 일을 했었다. 하지만 순수하지 못한 의도로 시작한 일이라 다시 간다는 것이 괜히 미안해졌다. 이제는 떳떳해졌는데도 마음의 빚은 여전해 당당하지 못했다.


대물 보상은 대출금을 갚는데 거의 다 사용되었다. 생활비를 걱정해야하는 상황이지만, 그는 마음 편히 통원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인나와 마나가 들어 둔 각종 보험들 덕분이다. 공제조합에서 받은 보상보다 더 큰 보상들이 두 사람이 가입한 보험 상품에서 나왔다. 공제보험에서 모두 지급해주지 않은 병원비와 치료비도 두 사람이 들어둔 실비보험을 통해 가볍게 지급할 수 있었다.


인나와 마나는 그의 부상정도가 가벼웠다면 계속 그 사실을 숨겼을 것이다. 자존심 강한 그가 자신들의 도움을 받지 않을 것을 예상했기에 그를 밝히고 보상금을 받아온 것이다. 그는 설명을 들으며 두 사람의 갈등을 느꼈다.


“불안했군요.”


알아줘서 고맙다며 인나는 눈물까지 보였다. 처음부터 운전 일을 반대했던 인나였다. 위험하다며 걱정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그녀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했다. 그건 마나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도 그 사실을 숨기고 그 몰래 보험가입을 했었다. 보상을 받았기에 여유가 생겼으니 그는 두 사람을 탓할 수 없었다. 그럴 마음도 없었다. 오히려 안일했던 자신을 탓했다. 두 사람이 아니었다면 그는 다른 곳에서 빚을 얻어야 할 상황에 처했을 것이다.


“다리 나으면 다른 일 해요.”

“날씨, 저도 운전은 이제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맞아요. 그날 마나 기절했어요. 날씨 물에 빠졌다고.”


듣지 않아도 안다. 얼마나 불안하고 고통스러워했는지. 보자마자 오열하던 준서를 보며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그는 절실히 느꼈다. 그는 생을 놓으려 했다. 운이 좋아 살았고, 운이 좋아 존재하지 않는 범인에게 책임이 전가되었다. 전신 골절을 그는 인과응보라 여긴다. 조씨를 타인에게 넘기려 했기에 벌을 받은 것이라고. 죽었지만, 사람이었으니까. 아무리 악인이라 해도 사자에 대한 예의는 지켜야 했다고 그는 반성한다.


“호떡 장사할까요? 삼거리에 세워두고 팔면 되잖아요.”

“풋!”


진지한 생각을 하던 중에 갑자기 들어온 인나의 의견에 그는 크게 웃어버렸다.


“그런 생각들...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거죠? 수입했어요?”

“헤...저 진지한데...”

“정말?”

“네... 집 앞이고, 우리 차 빼곤 안 오고.”

“사람도 안 오죠. 하루에 열장 팔릴까요?”

“제가 사서....회사에 가서 팔면....”

“전 도매상이었군요.”

“...푸하하하!”


자신도 웃긴지 인나도 크게 웃었다.


“너 뭐야. 엉뚱해.”


떡볶이장사를 제안하려던 마나도 크게 웃었다. 웃어 넘겼지만 그녀들은 아직 포기하지는 않았다. 이동식 점포가 고정식으로 변경되었고,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뜻이 비슷함을 알게 된 두 사람은 눈빛을 교환하며 합작 의사를 타진했다.


*


마나는 아끼던 차를 팔고 새 차를 구입했다. 그의 퇴원 일에 맞춰서 끌고 왔기에 그녀가 차를 팔고 새로 구입한 사실을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짜잔!”


‘하필...’


그녀가 구입한 차량은 그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물이 타고 다닌 두 대의 차량 중 한 대였다. 떠올리면 여전히 분통이 터지는 람보르기니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SUV다. 그는 마나가 왜 이 차를 구입했는지 모르지 않는다. 아끼는 차를 판 것도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는 것쯤은 잘 안다.


“고마워요. 마나씨.”

“그럼 뽀뽀라도 해줘요.”


그는 웃으며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고, 마나는 놀라서 뒷걸음질 쳤다.


“높네...”


휠체어에서 타고 내리기에 편한 차량은 아니었다. 그는 아직 발을 딛기 힘든 상황이라 두 사람의 도움을 받아 겨우 차에 올라탔다.


“저쪽 집은 계단 있으니 당분간은 여기서 살아요.”


집으로 가보고 싶었지만, 그는 인나의 충고에 따랐다. 3층이던 그의 방이 2층 마나의 방으로 바뀌었고, 마나가 그의 방으로 짐을 옮겼다.


“공사를 계속 반대했나 봐요?”


석 달 만에 왔는데 전과 그리 다르지 않아 보여 그가 물었다.


“공사...아아, 정신이 없어서 다들... 기초는 다졌고, 이제 시작이라던가? 난 잘 모르겠는데, 마나는?”

“관심 없어서 모르겠어.”

“나도 관심은 없어요. 날씨.”


별걸 다 경쟁의식 가진다고 여기며 그는 집안 어른들의 안부를 물었다. 앉아서 대화를 나눌 때,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오빠 왔어? 오빠 왔냐고! 오빠!!! 내 큰 오빠!!!


“허... 여기 있어! 키오야!”


벌컥 문이 열리고 키오가 날았다. 옆에 있던 마나와 인나가 키오를 가볍게 안아 그 옆에 살며시 내려주었다.


“집에 온 거야? 이제 병원 안가?”

“아니, 가긴 하는데 왔다갔다.”

“입원 해?”

“입원은 안 해.”

“나 병원 싫어. 그래도 오빠는 보고 싶었어.”

“....나도.”

“오빠 밥 먹었어? 샌드위치 만들어 줄까?”

“오... 키오가 그런 것도 만들어?”

“응!”


키오가 급히 움직이며 그의 다리를 밟으려 할 때, 지켜보던 두 사람이 아이를 번쩍 들어 침대에서 내려주었다. 그리고 달려가려던 아이에게 가볍게 주의를 주었다.


“손도 씻고.”

“응!”


아이들의 통학을 도왔던 인나의 부모가 피노와 함께 들어왔다.


“아..”

“누워있게.”

“아....?”


누워야하는지 그가 생각할 때 인나가 말했다.


“아빠? 앉아 있는데 누우라는 건 무슨 말이야?”

“너만 이해 못하고 왜 아빠에게 틱틱 거리니?”

“허허, 농담인데... 그렇지 인나야?”

“네... 아버지. 어머니 죄송해요. 신경이 예민해졌나 봐요.”

“피곤해 보이기는 하구나. 너희 둘 그만 쉬어. 얼굴이 꾀죄죄하고, 꼴도 엉망이구나.”


모친의 말이 효력이 있었는지 두 사람은 군말 없이 나갔다.


“필요한 것은 없고?”

“예. 아, 아이들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매번 그렇지만...”

“우리가 좋아서 하는 건데. 이참에 애들 우리에게 주지 그래?”

“여보, 애들 듣겠네.”


인나 모친은 급히 문을 닫고 돌아왔다.


“무슨 다른 마음이 있어서가 아니야. 정말 난 저 애들하고 떨어져 있으면 잠도 안와. 여기로 이사하기로 한 것도 아이들 곁에 있고 싶어서야. 키오가 엄마...하고 부르면 왜 그리 떨리고 기쁜지 모르겠어. 이럴 때 할 말은 아닌지도 모르겠지만, 아이들을 위해서도 성을 바꿔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전에 키오가 왜 둘만 서씨인지 물었었어.”


“흐음...”


“사위도 아들이네.”


사위도 아닌데 사위라 확정짓고, 다시 아들의 관계도까지 추가한 인나부친을 그는 말없이 보았다.


“이번에 확실히 깨달았네. 인나가 자네 죽으면 죽을 것 같더군. 내가 의사도 아닌데 나보고 고쳐내라고 떼를 쓰지를 않나... 준서가 오히려 침착했지. 뒤에서 우는 아이니.... 인성이 애 낳고 결혼한다고 먼저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니, 이참에 해버리게. 혼인신고라도 올리고... 그래야 인나도 안도를 할 것 같아. 뭐가 그리 불안한지, 참... 제 오빠 사고 날 때 기억이 나서 그랬는지 몰라도...”


그가 답하지 못하는 이유를 아는지 인나부친은 다시 입을 열었다.


“뭐 그런 관계도 있겠지. 이 사람이 날 설득했었네.”


어떤 이유인지 알기에 그는 인나의 모친을 바로 보지는 못했다.


“그런 문화권에서 살았다는 것을 가끔 잊을 정도로 이 사람은 노력해왔네. 가만히 듣다보면 이전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지. 그렇게 저돌적이고, 개방적이고... 한국어는 한마디도 못하던 여인이 나와 가까워지려고, 참... 온전히 이해할 수 있지는 않지만, 그런 삶이 있다는 것은 나도 나이가 들어선지 이해하고 싶어지더군. 자네가 결정하지 못했다는 것도 알고 있네. 자연스럽게 언젠가 그게 생활화되고, 익숙해지면 그만이라 생각하네. 내세울 일은 아니니 숨기고 그래서 가책도 느끼겠지만... 더 큰 것을 위해. 내 경우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네.”


‘저도 그랬습니다....’


“여기에 오면 난 인나보다는 마나를 더 살피곤 하네. 이 사람도 마찬가지고. 전에는 조금 미워했지. 낯선 땅...이 아니지만, 낯설어진 곳에 간 인나에게 의지할 사람이 생겼다고 좋아했다가 나중에 그런 사실을 알고 배신감도 느꼈지. 선입견도 잔뜩 생겼고.... 악인도 아니었고, 선하더군. 성품도 바르고, 모난 곳도 없어. 단지 남들과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본다고... 이 사람이 말해주더군. 이해가 갔지. 나 또한 유학초기에 색안경을 낀 이들을 접했고, 나도 그렇게 보곤 했으니. 이런 말들을 자네의 선택을 강요하는 것으로 듣지 말게. 이건 내 독백이네. 내가 느낀 바가 이렇다... 그런 것들이지. 난... 자네에게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네. 온전한 사람이니. 그걸로 되었지. 내가 자네와 평생 사는 사람이 아니니까.”


할 말이 끝났는지 그의 어깨를 두드리고 일어나던 인나부친은 부인의 손길에 다시 앉았다.


“그... 애들 문제를...?”

“그 애들이 원하면, 전 괜찮습니다.”


그의 말에 두 사람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그래, 애들이 원하면... 준서가 반대하지 않을까 걱정이 드는군. 그래서 말인데....”

“준서는 제 동생입니다.”

“.....준서도 알고, 다 아는데 왜 고집하는가.”


고집이라는 단어가 싫게 느껴졌지만, 다른 뜻이 없음을 알기에 그는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고집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고집하고 싶습니다. 준서도 그걸 원할 것입니다. 묻지 않아도 저와의 연결고리가 끊어지는 것을 그 아이는 못 견딜 겁니다. 생애 처음 동생이라 여기며 바라본 아이라서 그런지... 다른 관계는 존재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각인된 것처럼....”


“피노와 키오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난 갑자기 걱정되는데.”


인나모친의 말에 그도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그 아이들이 어떤 결정을 하든지, 저는 제 동생들로 여길 겁니다. 그렇게 결심했었고, 다른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앞서하신 사위도 아들이라는 말씀... 그처럼.... 지금도 갈등은 하지만, 뭐가 더 아이들에게 좋을지 생각해보면... 키오에게는 엄마의 존재가 필요하고, 대신해줄 사람들은 있지만 진짜 엄마는 없으니... 피노에게도 그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준서는 스스로 결정할 줄 아는 아이라 다르지만, 두 아이는 저보다는 두 분이 더 좋은 보호자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피노키오가 싫다면 저도 강요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리 생각하면... 알겠네. 며칠 내에 다 같이 대화를 나눠보지.”


“제가 먼저 아이들에게 의사를 물어보겠습니다. 준서와 함께.”


“알겠네.”


두 사람이 나간 후 홀로 방에 앉아 있으며 그는 무거워지려는 마음을 살폈다. 혹시 자신이 동생들을 부담으로 느끼며 변명하고 있는지 그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등장인물의 이름과 단체등은 사실과 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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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5 20.06.13 16 2 18쪽
80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4 20.06.13 17 2 21쪽
79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3 20.06.13 17 2 17쪽
78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2 +4 20.06.13 21 2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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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세 친구 2 20.06.12 20 3 15쪽
68 세 친구 1 20.06.12 29 3 21쪽
67 조씨의 정체 20.06.11 21 3 18쪽
66 세번째 차 +2 20.06.11 21 2 20쪽
65 가족의 의미 2 20.06.10 19 2 18쪽
64 가족의 의미 1 20.06.10 27 3 27쪽
63 퀵보드를 타고 온 단서 2 20.06.10 19 2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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