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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진 님의 서재입니다.

개 짖는 소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추리, 공포·미스테리

완결

연어진
작품등록일 :
2020.05.11 11:29
최근연재일 :
2020.06.16 14:07
연재수 :
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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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2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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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4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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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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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5

이 글은 실제 일어난 사건들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DUMMY

‘곤란하군.’


지배인은 그와 진지하게 대화를 하고 싶었지만, 지키는 이가 없자 여인들이 몰래 들어와 룸을 가득 채우고 말았다. 그는 원래 그런 시스템인가 싶어 들어온 이들을 내보내지 않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었다.


“험... 저기 손님.”

“예, 지배인님.”

“어머! 지배인님이었어? 어쩐지.”

“나 이런 스타일 괜찮더라.”

“이것 드세요.”


지배인은 여인들에게 화를 낼 수 없었다. 슬쩍 밖을 보았지만 긴장한 채 서 있는 이들은 들어올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이게 나으려나.’


“무슨 고민이 있다고, 태영이가 말하던 것 같았습니다.”

“아? 그 놈 참... 입은 가볍군요.”

“제가 동생처럼 여기는 녀석이라 제게는 고민이나 어려운 일을 자주 말합니다. 딴에는 걱정이 되어서 도움을 드리고자 제게 의견을 물은 것 같습니다.”

“....그렇겠네요. 바쁘시지 않으면 정말 대화를 나누고 싶었는데... 시간 괜찮으십니까.”

“예, 얼마든지요. 아, 그 전에.”


지배인은 일어나 밖에 선 이들을 불러들였다.


“이분들 모시고 가서 서비스해드려라.”


여인들도 눈치가 있었기에 군말 없이 웨이터들을 따라 나갔다.


“감사합니다. 제가 여자분들에게 거절하는 방법을 몰라서요.”

“그러셨군요.”


그는 잔을 채워주는 지배인을 가만히 보다 술병을 받아 쥐고 새 잔을 채워주었다.


“그냥 잊으면 될 일이라 생각도 하지만... 불안이 커지니 감당이 안 되더군요. 자꾸 극단적인 생각이 들고.”

“....많이 미우시군요.”

“....예. 그냥 절 내버려뒀으면 좋겠는데... 아니, 전 괜찮습니다. 제가 참을 수 없는 것은 제 가족이 사는 곳까지...”


그의 말에 지배인의 인상이 굳었다.


“그건 조금 다른 이야기군요.”

“그렇죠? 후우...”

“하지만 그럴수록 더 조심해야 합니다. 이 나라는 법치국가고, 위법한 행위는 결국 처벌을 받게 됩니다.”

“그게 제 고민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그냥 손 놓고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가볍게 경고할 생각으로 나서기는 했지만.... 전에 말했었죠. 사람을 겉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은 타인이 얼마나 악해질 수 있는지... 그런 것을 잘 모르더군요. 아까 그 사람도 제가 약해 보였으니 멱살을 잡았을 겁니다. 태영동생처럼 덩치가 컸다면 다른 행동을 보였겠죠. 겨뤄보지 않고 어떻게 안다는 것인지...”


본능이 약해진 사람이라는 생물은 여전히 무리 내에서 경쟁하고 약자위에 올라서려는 비이성적 행위에 심취한다고 그는 말했다.


“싸움에 익숙하지 않은데 그저 보는 것으로 정보를 다 얻었다고 자신합니다. 최근 저도 그런 시선으로 사람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극히 평범하고, 죄 없이 살 사람이라 여긴 사람들이... 잔인하고 포악한 본성을 지니고 있더군요.”


서씨와 조씨를 떠올리며 그는 잔을 들어 마셨다.


“다투는 것이 좋은 것일까요. 우린 이성적인 존재인데... 우월함을 어필해야 하는 것일까요. 겸손이라는 미덕은 종적 없이 사라진 듯합니다.”


“예... 그렇죠. 약하기 때문입니다. 항상 우월하고 싶어 하고... 특히 요즘 세대들이 그렇습니다. 특출 나야 하고, 잘난 척해야 하고... 그걸 옹호하고 칭찬하는 문화에 길들여져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만 잘못되어도 좌절해버립니다.”


“요즘말로 관종이라더군요.”


“관종... 여기 플로어를 지켜보면 남들에게 더 많이 보이고 싶어 안달 나 몸짓으로 표현하려는 이들이 많이 보입니다. 그 절실함에 동정심까지 들곤 합니다. 그렇게 시선을 끌고 절제하고 구분하면 좋겠지만, 호의와 악의도 구분 못한 채 끌려 다니죠.... 전 그걸 마약이라 생각합니다.”


“음... 쾌감을 위해서라는 해석이군요?”


“예. 중독성도 강합니다. 한번 맛본 그 화려함에 닿으려고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도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그는 눈을 감고 자신을 돌이켜 보았다. 정말 가족을 위한 일인지를. 자신이 잃어버린 쾌락을 되찾으려 애쓰는 것은 아닌지를.


“후우, 지배인님 덕에 한 가지는 명확해 졌습니다.”

“그렇습니까. 참 다행입니다.”

“가봐야겠군요. 기다리는 아이도 있으니.”


흐뭇하게 웃으며 지배인도 그를 따라 일어났다. 계산을 하려했지만 지배인은 이미 계산이 끝났다고 말했다.


“언제라도 오십시오.”


지배인은 그에게 특별회원증을 주었다. 위험성을 지니고 있지만 매상에는 크게 도움이 된다. 저울질해본 결과 충분히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이라 여겼기에 지배인은 클럽의 발전을 위한 선택을 했다.


“또 올 일이 있을까 모르겠지만.... 인연이란 저도 예상하지 못하는 것이니, 예. 감사히 받아두겠습니다.”


짧은 거리지만 그는 술을 마셨기에 대리운전기사를 불렀다. 퀵보드를 타고 달려와 주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낯선 사람이었다.


“어디로 갈까요. 주소지로 가면 되겠습니까?”

“공도동으로 가주세요.”


마음을 바꿔 그가 도착한 곳은 서씨가 자살한 집 앞이다. 다른 사람이 입주했는지 집 문 앞에 장독과 화분이 놓여 있었다. 그는 대리운전 기사를 보내고, 그곳에서 오랫동안 집을 바라보았다. 반지하의 좁은 집, 그곳에서 살았을 아이들을 떠올리며.


긴 생각과 한숨 덕인지 그는 술이 깬 기분이 되었다. 확실하지 않았기에 그는 글로브 박스를 열어 그곳에 있던 휴대용 음주측정기를 꺼냈다. 고가의 측정기라 따로 휴대폰을 연결하지 않고 전원을 켜는 것으로 측정이 가능한 기기다. 술을 마시면 측정을 한 후에 차를 운전하겠다며 마나가 사둔 것인데, 마나는 매번 그나 인나를 불렀기에 한 번도 사용하지 않고 차를 바꾼 후에도 넘어온 새 기기였다. 포장을 뜯고 설명서를 보며 측정기를 켠 그는 예상보다 낮게 나온 수치에 고개를 흔들었다.


“맨 정신으로 갈 수 없는 곳이니....”


그가 차를 몰고 도착한 곳은 카센터였다. 도착하고 나서야 그는 카센터가 예전과 많이 달라진 것을 느꼈다.


“폐업...?”


폐업이라는 글이 크게 붙어 있고, 임대문의에 대한 안내 전화번호도 적혀 있었다. 셀프세차장은 그와 달리 주인 바뀌었다는 문구와 신장개업이라는 안내가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전에 없던 구분하는 낮은 담장도 만들어져 있었다. 그는 차를 카센터 뒤쪽 공터에 세우고 내려 다시 앞으로 왔다. 만나서 카삥에게 경고하려고 했던 것인데, 상황이 달라져버려 그는 잠시 당황했다.


‘카삥이 영업을...’


그는 그동안 찾아보지 않았던 카삥과 물의 SNS를 살폈다. 카삥의 최근 소식은 없었고, 물의 SNS를 통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여전히 깨어나지 못하는 나의 친구. 천국에 가더라도 우리 잊지 말자. 포에버.]


“미친...”


사고가 9월 초에 일어났다는 것을 그는 댓글을 보며 유추할 수 있었다.


‘발이 미끄러져서 넘어지며 머리를 다쳤다는 건가.’


관련 기사가 있는지 찾아보았지만 나오지 않았다. 기시감이 느껴졌지만 그럴 수 있다 여기며 그는 카센터를 살폈다.


‘괜히 왔나.’


기우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신을 버리고 간 이들이라 걱정이 되어 찾아올 수 있겠지만, 조씨를 자신이 어떻게 처리했는지 그들은 모를 것이다. 그들이 왜 조씨를 집에 던져 둔 것인지는 그도 확실히 모른다. 자동차 사고에 대해서도 확신하지 못한다. 어쩌면 그들이 정의로운 이들이라 살인마인 조씨를 단죄했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기에.


나서기 좋아하고 우월함을 뽐내고 싶은 물, 비슷한 성향을 지닌 카삥,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지만 두 사람을 적극 돕는 얼탱이라면 가능성이 낮지 않다 그는 생각한다. 정의구현을 해놓고 보니 겁이 나 버렸을 수도 있다. 혹은 그가 처음 생각한 것처럼 조씨는 담장 안으로 던져지기 전까지는 살아 있었다. 조씨를 구타한 그들이 경찰에 자수하라고 협박하며 보내줬을 가능성도 있다고 그는 생각한다.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차량의 전조등 커버가 살 속에 박혀 있던 이유도 자신이 모르는 것일 수 있다고 그는 생각한다. 파편은 바지 주머니에서 더 많이 나왔으니까. 상처 부위도 차사고와 억지로 연결 지으면 가능하지만 일반적인 상처로 보기는 어렵다. 특히 차고가 낮은 물의 차량으로 부상을 입힐 수 없는 부위에 난 상처를 그는 해석하지 못했다.


‘자경대일까?’


알 수 없는 일이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자신처럼 그들도 그랬어야 했다. 서로 모르는 것이 많지만 알 필요는 없다. 왜 잠잠하게 지내다 두 달이 지나서야 눈에 띄는 행동을 한 것일까. 조씨가 발견된 이후에 나타난 것은 이해가 가지만, 그 전의 행동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들어가 봐야 하나.’


이전에 그는 카센터에 침입할 계획을 세웠었다. 그 사전정찰을 위해 인성의 부가티를 몰고 안으로 들어가는데 성공했었다. 부끄러운 경험을 했고, 그래서 침입계획을 고이 접었었다. 현재는 주인을 구하며 영업도 중단된 상태다. 그렇다고 정당화될 수 없음을 그는 잘 안다. 고민하며 주변을 보던 그의 눈에 감시 카메라들이 보였다. 꺼져 있을 것이라 그는 확신했지만 혹시 몰라 다가가 작동 여부를 살폈다.


‘꺼져 있군.’


대기실로 통하는 문고리를 잡아 당겨 보았지만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수리하는 쪽의 셔터도 세 개 모두 내려와 있었다. 대기실로 통하는 문은 유리문이지만 광고 문구가 가득 붙어 있다. 그래도 안을 볼 틈은 많아 그는 어두운 실내를 살폈다. 너무 집중했는지 그는 누가 다가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인수하시게요?”


급히 돌아선 그는 모르는 남자라 안심했다.


“팔리지는 않았나요?”

“예, 안에 있는 기계들까지 한꺼번에 인수하려는 분이 좀처럼 나오지 않아서요.”

“아아...”

“청소는 이전에 해두었습니다.”

“그런데.... 주인이신가요?”


슬쩍 떠보자 남자가 옆을 손짓했다.


“전 저쪽 세차장 인수한 사람입니다.”

“아아.”


새벽부터 나와서 일하는 남자가 세 사람과 어떤 관계일지 그는 궁금해졌다.


“여기 사장님하고 아는 분이셨나요?”

“저요? 아뇨. 서울에서 세차장 운영했었는데, 여기 판다고 나와서 급히 인수했죠. 여기 운영하던 분이 불의의 사고를 당하셔서... 참 젊고 감각 있는 분이셨는데, 안타깝더군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카센터를 훑어보았다.


“얼마나 할까요.”

“가격 협상은 부동산쪽에 문의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가끔 보러 오시는 분 있으면 내부 구경시켜드리는 정도인데... 보시겠습니까?”


마다할 일이 아니었기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카센터 운영하셨습니까?”

“아뇨. 관련 자격증도 없습니다.”

“그러시구나.... 그럼...”


눈초리가 달라지자 그는 급히 말했다.


“제가 아는 형님이 카레이서입니다.”

“오오! 유명하신 분인가요?”

“잘 모르겠네요. 여기 나왔다니 한번 보고오라고 하셔서....”


거짓말이 술술 나와 그는 또 놀랐다.


“지나가는 길에 여긴가 싶어서 차 세우고 보고 있던 것이죠. 은퇴하시고 카센터 운영할 생각도 하고 계신 것 같고....”

“그래서 이 새벽에 오셨군요.”


문이 열렸다. 그는 심호흡하며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때, 셀프세차장에서 경적이 울렸다.


“아, 손님이 오셨네...”


곤란한 표정을 짓는 셀프장 사장을 보며 그는 말했다.


“가보시죠. 전 기다려도 됩니다.”

“아니... 그럼 들어가서 살펴보고 계십시오. 저는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셀프장 사장은 내려 둔 차단기 스위치를 올리고 급히 다니며 불을 켜 주었다. 셀프장 사장이 떠나고 그는 사무실로 다가가 보았다. 문에 달린 유리로 안을 들여다본 그는 집기들도 그대로 존재함을 알게 되었다. 문고리를 돌려보았지만 잠겨 있었다. 사무실 외의 공간에서 특별한 것을 발견할 수 없다 여겼기에 그는 실망했다. 그래도 뭐라도 건질 것이 없나 그는 대기실 유리문을 열고 차를 수리하는 공간으로 들어섰다. 중형차 아홉 대가 들어서도 될 큰 공간은 거의 비어 있었다. 수리를 위해 차를 올리는 리프트 두 대가 설치된 곳도 비워져 있었다. 그는 수리용 기계들과 공구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모습을 보다 구석에 주차된 차로 다가섰다. 그에게 익숙한 벤츠는 아니었다. 하지만 낯선 차는 아니다.


‘0906...’


이전 카삥을 만났던 날 찍어둔 영상 속에서 카삥의 벤츠 옆에 주차되어 있던 차였다. 약 5개월이 지났는데도 차가 놓여 있는 것이 이상했지만 그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트렁크 인근에 새겨진 손자국만 아니었다면 그는 지나쳤을 것이다.


손가락 모양의 얼룩은 빛의 반사에 따라 보이다가 사라지곤 했다. 트렁크 문 아래쪽을 향한 손가락 모양의 자국이었다. 그는 손을 펴 자국에 맞춰보았다. 밖에 서서 쉽게 낼 수 없는 자국이라는 것을 깨달은 그는 트렁크를 열어보았다. 잠기지 않았는지 트렁크는 쉽게 열렸다.


‘...오랜만입니다.’


차가 계속 신경이 쓰이던 원인을 나타난 만세형을 보며 그는 깨달았다. 전처럼 그는 겁먹지 않았다. 미움도 많이 사라진 상태다. 조금은 반갑기도 했기에 그는 미소를 지으며 사라지는 사자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그는 트렁크를 자세히 살폈다. 어두워 핸드폰을 꺼내 녹화를 하며 안을 살폈다. 얼룩진 시트를 보고 그는 많은 것을 추측했지만, 아무것도 결론 내리지는 않았다.


-어떻습니까.


사람이 오는 소리를 들었기에 그는 트렁크를 급히 닫을 수 있었다. 대기실을 지나 안으로 들어온 세차장 사장과 그는 차에 대한 식견을 나눴다. 외제차 판매원이라 해도 그보다 많은 것을 알지 못할 것이다. 약간의 의심을 품고 있던 세차장 사장도 그와 대화를 나누며 감탄하며 듣고 있었다.


“그런데 저 차는 뭡니까?”

“아... 저도 모르겠습니다. 이전 사장이 누구에게 팔아달라고 부탁받아서 보관중이라고 들은 것 같습니다만...”

“판매하는 차입니까?”

“예. 중고매매사이트에 올라가 있다던데... 저 차에 관심이 있으신가보군요.”


오래된 국산차다. 도색이 새로 되어 있지만 타이어의 마모도도 상당했다. 내부 인테리어도 생활 흠이 가득했다.


“예.”


관심이 없었지만 이제는 생겼다. 그가 타고 온 차량을 보았기에 세차장 사장은 의문을 품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타고 다니던 차입니다.”

“아...”

“추억이 있는 차인데, 폐차했었죠.”

“음... 평범한 차지만 그렇군요.”

“혹시 어디 사이트에 올렸는지 아십니까?”

“그건 잘 모르지만... 어쩌면 여기 대리인은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대리인...’


물일까. 혹은 얼탱일까. 그렇게 노출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할 때, 세차장 주인이 말했다.


“카센터가 잘 되면 저도 장사에 도움이 되니 전문식견을 지닌 분이 인수했으면 좋겠습니다. 사장님처럼.”

“저는 그냥 차를 좋아하는 사람일뿐이죠. 아, 형님 보여드리게 내부 사진을 찍어가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참, 대리인 연락처도 드리죠. 잠시 기다리십시오.”


세차장 주인이 밖으로 나가자 그는 급히 핸드폰을 꺼내 트렁크내부를 찍은 영상을 살폈다. 오랫동안 나타나지 않았던 조씨의 망령이 나타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다.


“음?”


영상에서 무언가를 발견한 그는 급히 트렁크를 열어 손을 더듬었다.


저벅, 저벅.


셔터 문 밖에서 발소리가 들리자 그는 급히 트렁크를 닫았다. 크게 뛰는 심장을 달래려 냉기 가득한 공구함 속에 들어있는 상상을 했다.


“여기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백정석....’


물과 관계된 이름은 아니라 여겼다. 혹시 얼탱일까 싶었던 그는 만나게 되면 알아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


-차를 인수하고 싶으시다고요?

“예, 찾아보니 중고차도 백정석씨가 대리인으로 되어 있던데요.”

-예, 그렇기는 합니다만 주인은 따로 있습니다. 저는 수수료만 받고 이것저것 팔아주는 사람입니다. 카센터 인수하시는 줄 알고 좋아했는데...

“아, 그렇습니까.”


주인이 따로 있다는 말에 그는 물과 카삥의 본명을 떠올렸다.


-연락처 드리죠. 이백에 올린 차라 서비스차원에서 제가 대신 해주는 거지만 떨어지는 것도 없습니다. 메모 가능하십니까?

“예.”


적어둔 메모를 들고 그는 상대방의 이름을 거듭 읽어보았다.


“장봉진... 어디서 본 이름 같은데.”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을 때도 그는 상대방의 목소리가 익숙하게 느껴져 의아했었다.


-오늘은 근무중이라 어렵고 내일 괜찮으십니까.

“예.”

-그런데 제 차지만 상당히 오래된 차입니다. 문제는 없고, 바꿀 수 있는 부품은 최대한 바꾸긴 했습니다만 왜 차를 사시려는지 궁금하군요.

“음... 그런 사정을 알려줘야 하는 건지 모르겠군요. 차에 애착이 남으셨습니까?”

-아아... 그건 아닙니다. 그건 아니고... 제 직업상의 버릇이랄까... 예, 내일 카센터 앞에서 한시에 뵙죠.


급히 전화를 끊는 모양새가 빨리 팔고 싶어서라 그는 생각했다.


*


차를 가지고 올 생각에 그는 택시를 이용해 카센터 앞에 도착했다. 약속시간보다 10분 일찍 도착한 그는 상대방이 자신보다 먼저 도착했음을 열려있는 카센터 대기실 문을 보고 알 수 있었다. 길을 건너기 전 그는 세차장을 살펴보았다. 네 다섯명의 손님과 직원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다 주변에 차량통행이 없자 그는 길을 건넜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중앙선에 멈춰서 버렸다. 내부에 있던 약속상대가 밖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밤과 다르게 얼굴윤곽이 자세히 보였다. 무엇보다 큰 키가 눈에 띄었다. 오래전 내부로 들어가던 벤츠 차량의 소유주와 같이 구부정한 자세로 출입문에서 나오고 있었다.


‘얼탱...’


주먹을 움켜쥔 그의 곁으로 차량 한 대가 빠르게 지나가며 경적을 울렸다. 그는 차가 지나간 후 급히 걸어 카센터로 다가갔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등장인물의 이름과 단체등은 사실과 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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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악인과 악인 20.06.14 18 2 20쪽
83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7 20.06.13 18 3 23쪽
82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6 20.06.13 15 2 21쪽
»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5 20.06.13 16 2 18쪽
80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4 20.06.13 17 2 21쪽
79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3 20.06.13 17 2 17쪽
78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2 +4 20.06.13 21 2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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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잃어버린 것 1 20.06.12 19 2 19쪽
74 인과응보 20.06.12 17 2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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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떠넘기기 1 20.06.12 17 2 24쪽
71 세 친구 4 20.06.12 13 2 19쪽
70 세 친구 3 20.06.12 19 3 18쪽
69 세 친구 2 20.06.12 20 3 15쪽
68 세 친구 1 20.06.12 29 3 21쪽
67 조씨의 정체 20.06.11 21 3 18쪽
66 세번째 차 +2 20.06.11 21 2 20쪽
65 가족의 의미 2 20.06.10 19 2 18쪽
64 가족의 의미 1 20.06.10 27 3 27쪽
63 퀵보드를 타고 온 단서 2 20.06.10 19 2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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