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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함] 인과성과 우발성.

출처: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740328&cid=272&categoryId=272

 

 

인과성과 우발성 [Causalty & Contingency]


아리스토텔레스 이래 서사물에서의 사건들은 상호 관련적이고 구속적이며 수반적인 관계에 있다고 논의되어왔다. 전통적인 논의에 따르면 서사물 내에서의 사건들의 계기성은 단순히 선조적인 것이 아니라 인과적인 것이다.
인과성은 이미 제시된 부분과 제시된 부분 이후 다른 부분으로 ‘나아가는’ 과정에 발생하는 의미 단락의 연속성을 가리킨다. 가령 ‘왕이 죽고 나서, 왕비가 죽었다’라는 구절에는, 왕이 죽자 ‘그 슬픔 때문에’ 왕비가 죽었다라고 해석할 만한 암시적 의미가 개재된다. 이 경우 독자는 왕비의 죽음이 왕의 죽음 때문에 발생한 결과라고 추측하는 것이다. 그러나 왕의 죽음과 왕비의 죽음 간에 맺어지는 인과적 고리가 이 구절에 명시적으로 표현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인과성은 드러난 것일 수도 있고, 암시적인 것일 수도 있다. 고전적인 서사물에서 사건들은 선조(線條)적인 인과관계로 연결되어 사건의 결과들은 최종적인 결말에 이르기까지 차례로 다른 사건들에 영향을 주게 된다. 두 가지 사건들 사이의 관계가 명백히 보이지 않을 때에도 뒤에 발견될 더 포괄적인 원리를 통해 추론되어질 수 있는 것이다.

서사적 플롯에서 인과성의 개념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을 토대로 한 폴 굿맨의 다음과 같은 말로 명쾌하게 요약된다. 그에 따르면 서사물에서 플롯은 ‘이미 제시된 부분들을 따라서(혹은 그 결과로써) 다음 부분들로 나아가’며, 서사적 플롯에서 ‘처음에는 모든 것이 가능하지만 중간에는 개연적이 되고 끝에는 모든 것이 필연적이 되는 것이다.’ 처음, 중간, 끝을 가진 전통적인 이야기 구조 속에서 인과성은 사건들을 얽어 나가는 주요한 구성 원리가 되며, 그 인과성에 의해서 일련의 사건들은 하나의 최종적인 해결책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적 서사물에서는 이야기의 지배적인 구성 원리로서의 인과성에 대한 의존이 점차 약화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현대적 서사물에서는 더 이상 처음-중간-끝이라는 일직선적인 플롯의 전개를 찾아보기 어려울뿐더러, 사건들 또한 최종적인 해결 국면을 향한 인과적 고리를 취하기보다는, 복잡하게 흩어진, 파편화된 상황들로 제시되는 것이다. 현대 서사물에서 플롯의 기본 원리로서 인과성 대신 우발성이 강조되는 것은 현대의 삶이, 인간의 삶을 이끌어가는 보편적이고 일관된 가치 규범이 존재했다고 믿어지는 과거에 비해 매우 모호하고 파편화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인식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우발성은 ‘불확실성’이나 ‘우연’의 의미가 아니라 더 엄격한 철학적 의미에서 ‘그 존재, 사건, 인물 들에 있어서 아직은 확실치 않은 그 무엇에 의존하는 것’을 뜻한다. 로브그리예의 경우 그러한 우발성은 누적된 기술적 반복과 플롯의 새로운 조직 원리에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그러므로 현대의 서사물들이 보여주고 있는 우발성의 세계는 파편화된 사건들을 연결시켜주는 인과적 질서를 상실한 세계, 혹은 하나의 사건에 대한 분명하고 규범화된 판단이 불가능해져 버린 세계에 대한 서사적 대응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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