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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나눠요] 신유a의 〈로벨리아 연대기〉를 읽고.

※ 이 글은 비평이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 편의상 평대로 작성하였습니다.

 

신유a의 〈로벨리아 연대기〉를 읽고.

 

작성일: 20130608

작성자: 르웨느

 

 

◈ 이 문서를 작성하는 지금의 심정은?

그동안 비평을 할 때는 나름의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했어. 감상에 치우쳐서 난잡해질까봐 평의 기준을 정하고 그것에 대해서만 작성을 했지. 그 기준이란 것도 일반적으로 작품을 분석할 때 쓰이는, 보편적이고 접근성이 용이한 것을 위주로 삼았어. 가령 ‘소설의 3요소’라든지, ‘구성의 호흡’이라든지, ‘의식(심리)의 전개’처럼 딱 보면 무슨 얘기하려는 건지 알 수 있게 말이야.

작품의 내적인 것, 감동, 메시지 등은 작가의 고유권한으로 평자라 해도 이래 해라, 저래 해라 할 수 없잖아. 다만 그 작품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파악하고 “전개가 이렇게 되어 있는데 설득력이 없었다, 감수성이 담겼다, 오류가 있다” 등을 평해줄 수는 있겠지. 평자의 영역은 거기까지라고 생각해.

〈로벨리아 연대기〉를 읽기는 빨리 읽었는데 정작 비평문서는 쓰고 싶지가 않았어. 일단 이번 비평작품의 기준은 정했어. 〈로벨리아 연대기〉는 ‘부정否定’을 기준 삼을 거야.

 

◈ 왜 〈로벨리아 연대기〉를 평하는데 거부감이 들었니?

첫 번째로, 〈로벨리아 연대기〉란 작품은 소설 속 인물의 목소리보다는 소설 밖 작가의 목소리가 강해. 작품 전개의 구성조차도 작가가 자기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 짜였어. 대사는 더더욱 그렇지.

평자는 독자야. 독자는 이야기를 읽으려는 사람이야. 냉정하게 말하자면 작품 밖 작가의 가치관에는 관심 없어. 그 가치관을 담아낸 어떤 이야기를 읽고 싶은 거라고.

두 번째로, 〈로벨리아 연대기〉란 작품은 이중구성으로 되어 있어. 작품 속에는 화자가 있는데 이 화자가 현대의 이야기와 깔새빛이란 판타지 세계의 얘기를 해주지. 정말 이 이중구성 때문에 골머리가 아팠어. 아무리 봐도 화자의 현대 얘기는 소설이 아니야. 잘 쳐주어도 수필이야. 수필과 판타지. 이 이중구성이 짝을 맞추어서 일관된 방향을 보여 주냐면 그것도 아니야.

세 번째로, 〈로벨리아 연대기〉란 작품은 시각이 부정적이야. 회의적이고 비관적인 사고관이 나쁜 건 아니야. 허나 화자든 주인공이든 그런 식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면, 왜 그렇게 보고 있는지 독자에게 얘기를 해주어야 해. 〈로벨리아 연대기〉를 읽으면서 평자는 의아했어. 도대체 화자는 왜 그렇게 불만이고 불평이 많아? 스스로도 삶을 증명하고 싶어 하면서 타인의 삶에 이래저래 잣대를 대. 외부적인 관찰만 가지고 자기주장을 전개해나가.

 

◈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로벨리아 연대기〉를 소설로 봐야할지 수필로 봐야할지 알 수가 없었어.

소설로 구성을 평하자니, 화자의 현실 파트와 깔새빛 파트가 맞아떨어지지 않아서 “작가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이야기로 풀어내세요.”라는 결론밖에 안 나와. 그 이외에는 구성에 대해 얘기할 수가 없어. 왜냐하면 전개된 글들이 전부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이거든.

수필로 이야기를 듣자니, “수필은 일기가 아닙니다.”라는 결론밖에 안 나와. 일기인데 거기에 또 뭐라고 평할 수는 없잖아.

 

◈ 자아, 그럼에도 이건 비평 문건이니까 징징 짜는 건 그만 두고.

화자의 현실 파트는 배제할게. 일기로 보았기 때문에 평할 거리가 아니라고 정했어. 첫 번째 편지가 화자의 현실 파트 전문이라서, 그 일기가 분명 소설 내용으로 삽입된 것일 텐데. ……아, 말문이 자꾸 막힌다.

〈로벨리아 연대기〉의 10편은 구성이 단순해. 화자의 현실 파트를 빼면.

우다에 파견된 대혈자 로벨리아가 아이 넷을 구하고 진(조력자)을 만나서 뵌(적대자)와 싸운 뒤 제 역할을 각성해 떠나는 내용이야.

〈로벨리아 연대기〉는 사건 개요보다는 그 사건 속에 담긴 인물들의 가치관, 목적성을 봐야 하는 소설이야.

그리고 인물들의 가치관이나 목적성은 그냥 다 작가의 자기주장이지. 제국과 뵌, 유리도시, 적호는 작가가 생각하는 그릇된 인물상과 사회상이야. 로벨리아와 진은 작가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구도자고, 아이들이나 따올은 작가가 가엾게 보는 무지하고 연약한 약자들이지.

이렇게 작가가 자기주장을 하기 위해서 쓰는 작품은 그 주장이 맞다는 것을 근거로 하기 때문에 제국이 어떤 긍정적 작용을 하던 그건 다 악인 거야. 그러니까 이른바 권선징악. 놀부는 무조건 나쁜놈이다, 를 수용해야지만 이 작품을 제대로 알고 읽는 거야. 왜냐면 그렇게 짜인 세계관이니까.

……그래, 여기서부터 내게 진입장벽이 높았지. 평자이고 싶은데 평자이기를 포기하게 만든다. 객관적으로 접근할 수도 없어. 전부 다 주관적인 관점으로밖에 적을 수 없을 듯싶다.

 

◈ 왜 비평문을 쓰는데 자꾸 울컥하는지.

다시 〈로벨리아 연대기〉의 구성을 보고 거기서 전달되는 메시지에 대해서만 얘기해보자.

     

제목 없음.png

 

작가가 풀어내고자 하는 이 작품의 사건은 이걸 거야. 분명 잘못된 주장은 아니거든. 근데 묻자.

자기 자신에게 주어진 것에 만족할 줄 알고 소중히 여기고 그것에 기뻐하는 게 그렇게 잘못된 거야?

작가는 저 의문점을 원천봉쇄해 놨어. 〈로벨리아 연대기〉에서는 저런 반론을 하지 마라. 작가인 본인은 허구적이고 이기적인 만족에 빠진 이것을 문제 삼아 얘기할 거니까, 저런 의문은 〈로벨리아 연대기〉에서 품으면 안 된다는 조장을 해놨다고. 아오. 무슨 언론통제하는 것도 아니고.

     

신유2.png

 

세상이 잘못 됐다, 를 전제로 봐야해. 이 작품은. 읽는 이가 그 전제에 동의하지 못해도 말이야.

그럼 그 잘못 됐다, 는 작가의 주장을 이야기로 얼마나 잘 풀어냈는지, 무엇을 풀어냈는지를 봐야지. 비평이니까.

우선 진이 괴수 세 마리를 소환해서 아이 셋을 기지로 먼저 보냈어. 해서 아이들이 첩자에 몰렸어. 진이 말해.

아이들이 죽는 건 로벨리야, 너 때문이야.

혹은

아이들의 운명은 감옥에서 나올 때부터 정해져 있었어.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진이란 캐릭터는 대의니 세계평화니 하는 명목으로 소수를 닥치고 죽일 캐릭터야. 정말 잘못된 세상이지, 주인공의 조력자로 나온 캐릭터부터 이래. (진이 일반적인 선한 인물이었다면 아이들을 초소로 보내지 말 거나 추적기를 해체하거나 로벨리아한테 언급을 해줘야 했어, 아무것도 안 했지. 후에 자기주장에 써먹으려고.)

로벨리아를 보자. 로벨리아는 과거 어떤 정의로운 주장을 하다가 그것에 좌절과 패배를 경험했고 자기 기억을 지워서 도피하다가 적대자에 의해 다시 각성하게 돼. 그리고 진의 ‘아이들을 희생시키는 보여주기용 설득’으로 세상을 위해 살아가겠다고 다짐을 하지.

나는 로벨리아를 잔다르크나 마리아 같은 성녀상으로 봐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냥 이상만 높은 어리석인 인간1로 보게 되었어.

이건 나란 인간의 사고관이겠지만. 세상을 바꾸는 큰 힘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봐. 물론 변혁이 일어날 때는 아주 큰 물결로 한꺼번에 덮쳐버리겠지. 그런데 그 큰 물결이 이루어지기까지 수많은 작은 물결들의 공명이 있었다고 생각해.

헌데 로벨리아란 캐릭터는 이상→좌절→도피→고비→결심의 변화 과정을 보여주는데 그게 설득력이 없어.

혹시 작가는 무정부주의자인 걸까? 아니면 유토피아를 지향해? 뭐가 그리 잘못되고 뭐가 그리 다 잘 되야 하는데? 뭐가 그렇게 자유로워져야 하는데?

아, 근데. 이 작품은 저거에 대해 논하면 안 되지. 전제부터가 제국은, 세상은 잘못 됐어, 니까. 작품적으로 접근을 하고 싶은데 평자도 아닌 내가 자꾸 튀어나오게 되는 것은 이 작품 기저부터가 독재적이기 때문이야.

 

◈ 또 열 받는다. 잠깐 식히고.

사회가 완벽할 수 없어. 사람은 평등할 수 없어. 누군가 울면 누군가 웃는 게 맞아. 인간은 달라야 해? 오만해지지 말자. 내가 먹으면(웃으면) 무언가는 죽어(울어). 그게 나빠? 인간끼리는 그러면 안 된다는 거, 난 일정 수준까지만 긍정해. 인간끼리 약육강식이 심해지면 사회가 무너지고 개개인의 인간은 맹수보다 나약하니까. 무리를 유지하기 위한 수준까지 인간이 서로에게 해를 끼치거나 해서는 안 되는 게 있어. 하지만 그 범위를 벗어나 잉여물이 남았을 때 그걸로 인간들끼리 적자생존하는 게 뭐 그리 문제인데. 그게 자연인데! 거기서 지면 패자고 패자는 말이 없는 게 당연하잖아! 죽었으니까! 승자의 피와 살이 되었는데 뭘 더 떠들어!

사회에서 시작할 때부터 소수층, 특별층과 시작점이 달라서 약자는 평생 약자다? 그게 뭐. 약자인 게 뭐가 잘못인데? 약자니까 강자한테 부당한 취급을 당할 수 있겠지. 근데 그게 왜? 약자도 자기 만족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어. (정해진 틀 안에서 약자가 소화해낼 수 없는 과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그게 허구적인 만족이라고 운운하는데. 아오.

약자들은 수준 높은 삶을 유지할 수 없다(지적으로든 물질적으로든), 이건 당연한 거야. (이러면 제국의 자발적 세뇌 혹은 허구적인 만족이 되지, 저 소설 이상해) 그게 불만이면 인간세상 뿐만이 아니라 아주 지구를 폭발시켜라.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이 존재하는 생태계의 모든 룰을 파괴해버리고 부정해라. 지성을 가졌답시고 이성적인 척하는 인간도 짐승이고 동물인데 뭘 기대하는 건지.

 

◈ 스톱.

이상주의는 좋지.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는 과정을 담은 작품은 아주 숭고해. 예술적이야. 감동적이야. 헌데 〈로벨리아 연대기〉는 그게 아니야. 그냥 다 부정하고 싶은 거야. 부정을 위해서 긍정적인 작용까지 다 부정하는 거야.

인간에게 이면적인 면모가 있듯이 사회에도 이면적인 면모가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해. 도대체 로벨리아가 걸어가겠다는 그 길 끝의 사회는 어떻게 되어먹은 사회인지 짐작도 안 가.

 

◈ 이후의 것.

차라리 유리도시의 이야기가 작가가 자기주장하는데 그럴 듯한 배경이 되어줘. 그것도 작위적으로 부정적인 모습만 부각시켰지만, 그걸 극대화시켜 보여주겠다는 게 이 작품의 의도일 테니까.

 

◈ 더 할 말은?

없어. 이 소설의 인물들은 캐릭터보다는 작가가 생각하는 어떤 것의 정의를 대표하는 존재야. 사람 사는 모습이야, 있긴 있지. 어리석고 자기무덤 파는 짓을 반복하는 현실의 모습. 그 속에서 왜 그렇게 살아가는지, 이해하고 공감하고 바꾸어나가기보다는 바깥에서 ‘너희는 잘못 됐어’ 손가락질하는 이야기들.

솔직히 말해 〈로벨리아 연대기〉는 아직 소설이 아니라고 봐. 처음에 얘기했듯이 이건 작가의 생각이 나열되어 있어. 아직 이야기로 만들어지지 않은 거야. 사회에 불만이 있고 그 문제점에 대해 지적을 하고 싶으면 차라리 인문사회 관련으로 논문을 써. 그것들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고 감성을 전달하고 싶다면 소설을 써.

문체에 관해선 논할 수가 없어. 왜냐면 화자라는 존재가 있고 그 화자의 현실 파트를 제했는데 깔새빛을 서술하는 화자의 음성에 대해 뭐라고 해야 해? 구성이 문체까지 망하게 한 거지.

구성이야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있어서 반감만 부추기는 구성이었다, 로 결론이 났고.

 

◈ 이 문서를 마친 심정은?

비평을 쓰고 싶었는데, 계속 꺼려졌듯이 결국 난 비평을 쓰지 못했네. 그게 화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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