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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나눠요] K.EUN-A의 〈정령왕 에르체시아〉를 읽고.


K.EUN-A님의 〈정령왕 에르체시아〉! 어제부로 다 읽었습니다.

자아, 이제 읽었으니 감상을 읊어야겠지요! 그게 책을 선물 받은 이의 답례라 생각합니다.

감상이라고 하지만 칭찬 위주가 아니므로 혹 여린 마음의 소유자시라면 아래는 안 읽는 게 나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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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종합 감상 소감.

〈정령왕 에르체시아〉를 읽으면서 내내 들었던 생각은 ‘글쓴이가 너무 욕심을 많이 부렸다.’입니다. 주로 어떤 욕심이냐면 주인공을 특별하게 만들기 위한 설정 욕심이요. 황녀에, 정령왕에, 달의 신에, 달의 신의 딸에, 주신의 아들의 양딸에, 주신의 아들의 친딸. 가볍게 나열해보아도 뭔가 있어 보이지만 참 복잡한 타이틀이지요. 소설 상에서 에르체시아란 그런 존재였고 덕분에 특별한 것도 특별하게 보이지 않는 묘한 현상이 있었습니다.

 

 

2. 등장인물.

등장인물에 대해서는 두 가지로 나눠서 얘기해볼 수 있는데.

2-1. 인물성.

영어로는 캐릭터라고 하죠. 개인적인 시각입니다만, 〈정령왕 에르체시아〉에서는 인물이 아니라 활자들뿐이었습니다.

주인공인 에르체시아를 놓고 보았을 때 초반과 후반은 타인에게 휘둘려 수동적인, 착한 역할에게 주어진 선택지를 택하는데서 그쳤고 양아버지인 카엘이나 메르 등과 시간을 보낼 때는 먹이사슬의 우위에 서서 기고만장해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사춘기적 인간 소녀의 모습이라면 문제가 될 것이 없지만 에르체시아 같은 경우 전직 황녀님이었죠. 신일 때의 기억은 잃어버렸다 해도 황녀일 때의 기억은 고스란히 가진 그녀가 사고하거나 취하기에 언밸런스한 언행이었다 느꼈습니다.

주신의 방정맞음, 카엘의 카리스마 등등 저마다 대표속성 하나씩 가지고는 있지만 그것으로 인물성이 있다고 하기에는 내면의 자아가 부족한 느낌입니다.

2-2. 인물관계.

인물들의 관계가 1차적 요소로 결정됩니다. 이것은 초반부터 보이는데, 가령 아카리우스가 메르와 엘시가 겉보기에 사이좋아 보였다는 이유로 두 사람이 사귄다 단정짓고 자기를 배신했다며 죽여버리는 상황이요. 〈정령왕 에르체시아〉에서 악역들은 대부분 이 1차적 요소로 움직입니다. 주인공을 좋아하게 되는 과정도 마찬가지.

사실 이 1차적 요소를 밟지 않고서야 인물의 관계가 성립할 수 없으니, 쓰지 말라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이건 신이건 생물이라면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고차원적인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수많은 인간들이 자기 본 것만 믿고 행동하긴 합니다만;; 인간은 단세포동물인가! 복합적 존재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인물의 관계는 전후상황 유추나 의견수립 등 다양한 방법을 거쳐나가며 확립시키는 것이 좀 더 개연성 있습니다.

 

 

3. 구성.

3-1. 표면적 구성.

개인적인 감상으로 〈정령왕 에르체시아〉는 ‘불쌍한 우리 오빠 선도하기 프로젝트’였습니다. 소설의 시작부터 끝까지 에르체시아가 불운을 겪는 것은 ONLY 유카리시엔을 외치는 유피테르 때문이니까요. 이 유피테르를 어찌 처리하는 게 에르체시아의 지상최대문제더군요.

3-2. 내용적 구성.

개인적인 감상은 저렇게 나왔지만 실상 소설에서 주로 다루어진 에피소드는 ‘까도 까도 끝이 없다! 에르체시아와 기타등등! 그들의 양파 같은 출생비화!’였습니다. 쉬어가기 부분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전개는 ‘사고가 일어났다!’→‘왜냐하면 네 과거는 이랬기 때문이야!’→‘사고가 또 일어났다!’→‘그러니까 니 과거는 이런 것도 있었어!’ 식으로 이루어졌달까요. 거기에 카엘과 대천사장, 메르 등 주인공의 주변인물들은 하나씩 과거에 이런 존재였다는 설정을 갖고 있습니다. 심지어 용으로 환생한 유피테르한테 달라붙던 그 여자 드래곤도 과거에 어떤 신이었다지요. 결과적으로 소설 〈정령왕 에르체시아〉는 에르체시아와 그 주변 인물들의 과거 밝히기로 구성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3-3. 그래서 구성에 대해 아쉬운 것.

과거에 치중하다 보니 현재인 지금의 내면과 자아 성장, 인물성을 드러낼 부분이 적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서장에 정령왕들은 정말 별개의 존재, 희생양들. 그냥 스킵하거나 외전편으로 넣었어도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엘시의 여동생 2황녀도 역할에 비해 비중이 공기였던 게. 대체로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공기화 되었지만 제일 안타까웠던 게 2황녀입니다. 엘시 대타로 강간당하고 버려지고 죽기까지 했는데, 정작 엘시 안에서 잊혔..... 그 중간에 나와서 황자랑 결혼하던 평민소녀가 2황녀의 환생이 아니었을까 유추는 해봅니다만.

 

 

....공짜 책 받고 입에 발린 소리 하나 건네지 못해서 가슴이 따끔따끔; 거리네요. 더위에 오락가락한 채로 쓴 거라, 앞뒤 말이 맞지 않는 게 있을지도. 혹 K.EUN-A님께서 어떤 부분에 대하여 피드백을 원하신다면 말씀해주세요. 제가 느낀 대로 답변해드리겠습니다.

책 잘 받았고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건필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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