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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inante 님의 서재

강철의 독재자 IN 스팀펑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Rocinante
작품등록일 :
2023.11.04 18:34
최근연재일 :
2024.04.19 07:00
연재수 :
1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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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수 :
800,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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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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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9. 파스키은

DUMMY

파스키은은 2층 발코니에서 걸터앉아 정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석조로 만든 그나마 저택에서 볕이 잘 드는 곳이었다. 기둥마다 작은 식재들이 화분에 심어져 있었다.


어렸을 때에는 고개를 간신히 내밀만한 난간이 었지만, 성인이 되자 난간은 힘을 들이지 않고도 손쉽게 걸터앉을 수 있었다. 발걸음 소리가 들리고 하이니스가 숄을 훔치며 올라왔다. 그 뒤에는 사샤가 뒤따라 올라오고 있었다. 이 모습을 하이니스가 본다면 위험하다고 한 소리를 할 터였다.


그러나 파스키은의 예상대로는 되지 않았다. 사샤의 뒤를 따라 낯익지 않은 부관이 하이니스를 따라 올라 오고 있었다. 아마도 낡은 대륙의 정세들이 보고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이니스는 집중하느라 파스키은이 기다리고 있는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저녁 식사 때까지 제각기 다른 부관들이 하이니스를 따라다니며 보고하기에 바쁜 모양이었다. 하이니스는 피곤할 법인데도 돋보기 안경을 꺼내 서류를 훝어보고 서명을 해주고 있었다.


하이니스가 피로에 눈을 지그시 감자 이를 보다 못한 사샤가 결재를 맡으러 줄지어 기다리는 다른 부관들에게 저녁 식사만큼은 편하게 먹을 수 없겠냐고 물었다. 부관들은 멋쩍은 표정으로 주춤 거리다가 저녁 식사 후에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며 묵례를 하고 사라졌다.


“꽤 바뻐 보이네.” 파스키은이 난간에서 풀썩 뛰어내리며 사샤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상황이 상황이니까.”

“코잉밀은 어때?”

“여정이 피곤했나 봐, 간단히 식사하고 자고 있어.”

“의사 선생님이 뭐라고 하셔?”

“바이탈은 문제 없대, 아마도 정신적인 트라우마가 말을 못 하게 하는 원인이지 않나 라고 말하셨어.”


“역시 시간이 필요하겠구나.” 파스키은은 음울하게 말했다.

“사내가 그렇게 기운이 빠져 있어서 쓰나.” 파스키은은 몸이 갑자기 한 뼘정도 들리며 바스라 뜨릴 듯 껴앉는 힘에 인상을 찌푸렸다.

“레오폴드 제발.” 파스키은이 신음을 흘렸다.


“아빠 그렇게 안으면 바스러질지도 몰라요.” 사샤가 레오폴드에게 핀잔을 줬다. 파스키은은 안 그래도 첫 만남에 한바탕 이 사단을 겪었었다.


레오폴드가 너무 반가운 나머지 격하게 껴앉은 탓에 아직도 어깨가 얼얼했다. 레오폴드는 호탕하게 웃고 나서 파스키은을 놓아 주었다. 파스키은은 레오폴드를 만날 때마다 이 고통을 겪을 생각하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식사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메이드가 식당의 문을 열고 파스키은 일행을 안내했다. 식당은 흰무니의 레드 카펫에 푸른색 커튼으로 꾸며져 있었다.

고동나무 색의 식탁은 일행에 비해 커다랗게 보였다. 그도 그럴게 광맥가와 발리에르가가 함께 모여 식사 할 때는 10여 명이 넘는 게 다반사 였었다.


식사는 중앙의 하이니스를 중심으로 오른편에 사샤와 레오폴드 그 맡은편에 파스키은이 할 수 있겠금 식기가 놓여 있었다. 하이니스의 요청에 따라 한 번에 식사할 수 있겠끔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껴보려는 생각이었다. 메이드들이 보온용 은쟁반을 차례로 거두었다.


중앙의 음식물이 담긴 황동그릇위에 신선한 과일들이 놓여 있었다. 오각형으로 붉은 장식용 초에 불이 붙어 있었고 갓구운 빵이 담긴 접시와 파스타와 통바베큐와 베이컨, 조각낸 치즈와 크림을 뭍은 케이크, 체리를 얻은 쿠키들이 쌓여 있었다.


파스키은은 파스타를 덜어 앞접시에 미리 담았다. 그리고 앞에 놓인 감자와 토마토를 곁들인 스테이크를 나이프로 잘라 입에 가져갔다. 사샤와 하이니스는 침묵 속에서 음식을 먹고 있었다. 레오폴드는 눈치를 보며 파스키은에 눈짓했다. 여자들이 왜 이러냐는 물음이었다.


파스키은은 왠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은 느낌이었다. 별로 좋은 소식이 아닐 터였다.


“어머니. 어차피 이야기할 거면 이야기해 주시죠. 마천루에 도착하면 대륙 소식들을 알려 주기로 약조 하셨잖아요.” 갑작스러운 물음에 사샤가 헛기침했다. 하이니스는 냅킨으로 입을 가리고 사레가 멎기를 기다렸다.


“그래 그랬지. 철혈군 8개 군단 16만 명이 우리 국경선을 향해 남하하고 있다는 구나.”

“뭐라고? 철혈 이 잡놈들이!” 레오폴드가 식탁을 거칠게 내려쳤다. 식기들이 달그락거렸다. 하이니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잘게자른 스테이크를 점잖게 입에 가져갔다.


“쉴 틈을 주지 않는군요. 선전포고도 없이 전쟁을 치르는 건 불명예스런 일인데요. 하긴 철혈이 명예를 따지려면 애초에 저흴 공격하진 않았겠죠.” 파스키은은 고기맛이 텁텁해지는 걸 느꼈다. 포크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황무지군의 이동은 보고 되었나요?”


“아니. 아직이야. 그쪽은 내륙지방이니 첩자들에 의한 정보가 들어오려면 한참은 걸려. 황무지군도 움직이고 있다고 봐야지. 암묵적으로 동맹을 맺었을 테니 말이야.”


“황무지 군은 몇 명이었지?” 레오폴드가 물었다.

“보고에 의하면 4개 군단 15만 명이야.” 사샤가 입에 머금은 물을 삼키고 한결 편안 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파스키은은 병력 수를 듣자 머리가 아찔해졌다. 괜히 물어본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일 때도 있는 법이었다.

레오폴드는 하이니스가 묻는 말에 답만하는 모양새가 감칠맛이 나는 모양이었다. 음식은 입에 대지도 않고 굳은 얼굴이었다.


“밀알 쪽에 연락은 된 거야?”


“밀알 쪽 사령관하고는 연락을 했어. 산맥지역이라 방어하기는 수월할 거라 보고 있어, 밀알쪽에 허수아비의 앞에서 전선을 형성하고 우리군이 도착할 때까지 최대한 버티라고 이야기해 놓았어.”


“이거 큰일이군. 큰일이야.” 레오폴드는 음식에서 떨어져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우리 군의 수는 몇 명이나 되었죠?” 파스키은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사샤에게 물었다. 9개 군단이라고는 생각이 났는데 몇만명인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9개 군단 22만 명이야 밀알 군과 합치면 32만 명 정도지, 철혈과 황무지군은 31만 명 만약 해 오름가가 참전한다면 35만 명까지 늘어날 거야. 파스키은은 앞에 있는 디저트 좀 이쪽으로 줄래?” 파스키은은 체리가 섞인 디저트 접시를 사샤의 앞으로 가져다주었다.


“병력 수로는 해볼 만한 싸움이군.” 레오폴드는 안심이 되었는지, 인상을 풀고 음식에 다시 손을 댔다.


“그렇다면 철혈군 독단적으로 전선을 밀고 들어올 일은 없지 않겠어? 나라면 황무지 군이 도착할 때 전면전을 펼치는 게 낫겠지.”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파스키은은 전쟁이 코앞까지 왔다가 한 발자국 멀어진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뭔가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멈추지 않았다.

하이니스는 사샤와 레오폴드가 말할 때까지 조용하게 묻는 말에만 대답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무슨 생각하고 계시는 걸까. 파스키은은 스테이크를 다 먹어 갈 때까지 적절한 질문이 떠오르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사샤가 물었다.


“베어검은 무슨 생각하고 있을까? 우리가 탈출하지 못했다면, 전쟁은 승기가 많이 기울어진 채로 시작했을 거야.” 파스키은은 불현듯 머릿속에 떠오르는 함선이 있었다. 이 생각이 떠오르자 입맛이 뚝 떨어졌다.


“그래, 우리가 탈출할 때를 대비해서. 베어검은 비행함선을 2안으로 두고 있었던 거였어.”


“무슨 말이야 함선이라니? 자세하게 좀 말해 봐” 레오폴드가 고기를 씹으며 물었다.


“까마귀호가 해 오름 가를 지나칠 때, 붉은색 함선이 공격해 왔어요. 그때문에 베리칼라와 알도린하고 떨어지게 되었죠. 전 코잉밀의 상태를 확인하러 갔거든요. 그사이에 공격당했는데, 그 함선의 주인이 철혈가의 베어검인 거 같아요.”


“무슨 소리야. 철혈가는 함선이 없어. 해 오름가의 함선을 잘못 본 거 아니야?” 사샤가 되물었다.


“아니야. 해 오름가의 함선은 도피용 함선만 가지고 있어, 2차 대륙 전쟁 때 전함급은 격침당했잖아. 이 일들을 설명하려면 철혈가가 함선을 가졌다고 봐야 설명이 돼.” 파스키은은 머릿속에 정리되는 말들을 쏟아 내듯 풀어냈다.


“우리가 탈출하고 갑작스럽게 함선이 나타나 공격한다? 해 오름이나 다른 가들은 아무 이유 없이 까마귀 호를 공격할 이유가 없어.”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레오폴드는 도통 이해되지 않는다는 물음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까마귀 호에 광맥가가 탑승한지 안 한지 모르기 때문이예요. 그걸 확실하게 아는 사람은 베어검과 다라리콘 일당들이고, 바꿔말해서 함선을 노출시키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까마귀호 일반인들을 죽이는 도박을 할 필요가 없는 거죠.”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많은 돈은 어디서 난 건데?” 사샤는 어느새 입맛이 싹 가셨는지 식탁에 식기를 내려놓고 개인 수첩을 꺼내 상황을 적어 내려가고 있었다.


“나도 몰라. 황금은행에 막대한 빚을 지고 황금을 빌렸거나 아니면 황금은행과 모종의 거래를 했거나.”


“공증인을 둬서 감시하고 있었잖아. 우리가 눈치채지 못할 이유가 없을 텐데.” 사샤가 펜을 굴리며 물었다.


“공증인들까지 매수했을지도. 내 말의 요점은, 함선의 주인이 누군진 상관이 없어. 이것들은 중요한 게 아니야. 우리가 모르는 함선이 우릴 공격했고, 그건 우리의 적이라는 거지.” 파스키은은 입가에 묻은 음식을 냅킨으로 닦았다.


파스키은의 말이 끝나자 하이니스의 얼굴의 주름이 짙어졌다. 암석처럼 굳게 다문 입이 천천히 열리자 일동은 경악했다.


“그 함선 관련해서 말인데. 여명호의 팔라이네가 미확인 함선과 전투 중이라는 전문이 온 후에, 연락이 끊겼어.”


“뭐라구요?!” 파스키은은 미간이 스트레스로 미세하게 떨리는 걸 느꼈다. 사샤와 레오폴드의 낯빛도 잿빛으로 변했다.


폭탄 선언급이었다. 어머니는 식사 중단될 거 알고 모두 식사가 끝나길 기다린 것 같았다. 여명호가 전투 중이라니 전투의 승패가 결정되지 않았다지만 승리했다면 전문이 왔을 터였다.


안 좋게 생각하긴 싫지만, 만약 전투에 패했다면 광맥가는 함선이 없는 상태에서 철혈군과 싸워야 된다는 말이었다. 함선의 유무에 따라 전투의 사기가 달라질 건 명백했다.


하이니스는 이 일을 극비리에 붙인 모양이었다. 물자 수송에 관여하는 부관들과 광맥 고위급들만 알고 있는 상황 같았다. 물론 언젠가는 알려지게 되겠지만 전쟁 시작도 전에 이 일을 알릴 이유는 없었다.


하이니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레오폴드는 부유석 채굴용 함선을 개조해야겠다는 방안을 어떠냐고 제시했다. 하이니스는 몇기나 개조 가능하겠냐고 물었다. 레오폴드는 3기 정도는 가능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래 보았자 구축함 크기라 전함을 상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터였지만 말이다.


풀벌레 소리가 창 너머로 들려오고 있었다. 파스키은은 불 꺼진 방에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달빛에 샹들리에의 수정들이 별처럼 반짝였다.

파스키은은 움직일 때마다 사각거리는 이불에 누워 사람들을 떠올렸다. 아버지, 어머니, 콘마일, 슐레이반 삼촌, 팔라이네, 베리칼라, 그리고 알도린. 12살짜리 작은 동생까지 떠올리자 가슴이 미어졌다.


‘베리칼라는 붙잡힌 거 같은데 험난한 낡은 대륙을 알도린 혼자 버텨 낼 수 있을까? 누군가 도와 줬으면 좋을 텐데 어디에 있던지 살아만 있어 줘. 전쟁에 반드시 이기고 찾으러 갈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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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8. 카트란 23.12.21 10 0 12쪽
57 57. 알도린 23.12.21 8 0 11쪽
56 56. 스철케이드 23.12.20 7 0 11쪽
55 55. 콘마일 23.12.20 6 0 11쪽
54 54. 알도린 23.12.19 7 0 12쪽
53 53. 파스키은 23.12.19 7 0 14쪽
52 52. 스철케이드 23.12.18 11 0 14쪽
51 51. 카트란 23.12.16 11 0 15쪽
50 50. 알도린 23.12.15 12 0 11쪽
49 49. 스철케이드 23.12.15 9 0 11쪽
48 48. 파스키은 23.12.14 8 0 12쪽
47 47. 카트란 23.12.14 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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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4. 알도린 23.12.12 9 0 11쪽
43 43. 카트란 23.12.12 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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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 유니스 23.12.08 10 0 12쪽
38 38. 베리칼라 23.12.07 7 0 11쪽
37 37. 팔라이네 23.12.07 8 0 18쪽
36 36. 팔라이네 23.12.06 9 0 13쪽
35 35. 스철케이드 23.12.06 9 0 13쪽
34 34 알도린 23.12.05 8 0 11쪽
33 33.파스키은 23.12.05 8 0 11쪽
32 32. 스철케이드 23.12.04 1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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