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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inante 님의 서재

강철의 독재자 IN 스팀펑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Rocinante
작품등록일 :
2023.11.04 18:34
최근연재일 :
2024.04.19 07:00
연재수 :
1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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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수 :
800,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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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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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37. 팔라이네

DUMMY

여명호는 적월호가 사라진 반대편 쪽으로 비행하여 평탄한 지형을 찾아 고도를 낮추었다. 여명호가 안전하게 지면에 착륙하자 팔라이네는 콘마일과 함께 함교에서 내려와 갑판 아래로 향했다. 갑판아래는 손상된 함체를 복구하려고 분주했다. 갑판장이 달려와 보고하였다.


“이쪽 구획은 포탄에 직격을 맞아 격벽 전체가 손상되었습니다. 전투수칙에 따라 긴급 폐쇄하고 기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갑판장이 문을 봉인을 떼어내려는 팔라이네를 제지했다. 문 옆에는 파손을 알리는 문구와 손잡이에 납 봉인이 되어 있었다.


“대지로 내려왔으니 괜찮을 걸세 전투수칙은 고도가 높아질수록 산소가 희박해 지니 산소고갈을 막기 위한 수칙이니까 말이야. 문을 열어 보게”


“네! 알겠습니다.” 갑판장은 팔라이네의 말에 자신이 착각했다는 걸 깨달았는지 봉인한 문을 신속하게 열었다.


문이 열리자 콘마일이 탄식한는 소리가 들려왔다.


팔라이네는 반대쪽 문까지 걸어갈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진 격벽 내부를 보았다. 포탄하나가 뚫고 들어와 함 내에서 터진게 분명했다. 여기저기에 핏자국과 사람의 살점으로 보이는 살덩이들이 발아래에 흩어져 있었다. 팔라이네는 콘마일의 얼굴을 보았다. 구토를 억지로 참고 있는 모양이었다.


“철갑탄 흔적이야. 잘 봐라 콘마일. 철갈탑은 장갑을 뚫고 들어와 내부에서 폭발하지. 그 위력은 주장갑을 날려 버릴 정도로 강력해.”


콘마일은 대답하지 못하고 안색이 안 좋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전쟁의 참혹함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철판 끄트머리가 간신히 주장갑과 연결된 철판 부분이 바람에 삐걱거리는 소리내며 움직였다. 그 바람은 철판을 지나쳐 문 앞까지 불어와 제복 상의를 건드렸다. 강철벽이 있어야 할 부분은 사라지고 바깥의 풀밭이 훤히 보였다.


“저 격벽은 사다리를 이용해 잘라버리고 다시 문을 봉인하게.”


“알겠습니다. 함장님” 팔라이네는 콘마일을 데리고 의료실로 발을 옮겼다. 복도에 도착하기 전부터 피 냄새와 의료용 알코올 냄새 그리고 환자들의 신음 소리가 가득 메웠다.

시신은 흰 천으로 덮여 있었다.


팔라이네는 시신을 옮기는 사병이 지나갈 수 있게 자리를 피했다. 안쪽으로 들어가자 머리나 팔에 붕대를 감고 힘없이 복도 옆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복도에 있는 사람들은 그나마 경미한 상처를 입었을 뿐이다.


의료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피 냄새와 내장냄새가 짙어졌다. 부상자 수술을 하는 의무병들이 분주했다. 콘마일은 의료 침대에 누워 가쁘게 숨을 쉬는 부상병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있었다. 팔라이네는 피 묻은 흰 마스크를 쓰고 있는 의무병을 불렀다.


“피해 상황을 보고해 보게.”


“의료실에 들어온 부상병 중에 30여명은 사망했고, 55명 경상자와 10여 명의 중상자가 있습니다. 치료해 보아야 알겠지만 중상자들의 생사는 확정하기 힘듭니다.”


“기관병들을 추가로 보내지. 의료용 지식은 없겠지만 단순 보조 업무는 가능할 거야.”


“함 내 인원 400여명 중에 1/4 정도는 전투 능력을 상실했다고 보아야 합니다.” 의무병이 고통스럽게 이야기하자 팔라이네는 고뇌에찬 신음을 흘렸다. 콘마일은 눈을 까뒤집고 흰자를 보이며 경련을 일으키다 죽은 병사의 눈을 감겨 주었다. 식어가는 체온에 미세하게 손이 떨렸다.


콘마일은 떨리는 손을 다른 손으로 감쌌다.


“그래 최선을 다해주게. 그리고 시신은 밖으로 전부 이송하게. 추도식을 열어야겠네.”


“알겠습니다.” 의무병은 경례하고 돌아갔다.


“따라와라 콘마일. 갑판위로 올라가자.”


“알겠습니다. 함장님”


팔라이네는 눈물이 나오는 걸 참느라 눈이 붉게 충혈된 콘마일이 측은해졌다. 피해복구반이 부품들을 가지고 계단을 바쁘게 오르락 내리락하며 움직이고 있었다. 팔라이네와 콘마일은 그들의 이동에 방해가 되지 않게 한쪽으로 붙어 천천히 계단을 올라가 밖으로 나왔다.


갑판위에 올라서자 달의 크레이터처럼 포탄 피격 흔적이 원형으로 나 있었다. 검게 타버린 철판 사이 멀쩡한 부분이 달빛을 반사해 걸을 때마다 반짝였다. 팔라이네는 꿈속을 걷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콘마일 한대 필래?” 팔라이네는 난간에 서서 담배파이프에 불을 붙였다.


갑판병에게 담배 한대를 빌려 콘마일에게 건넸다. 콘마일은 꼬깃한 담배를 입에 물었다. 팔라이네가 담뱃불을 붙여주었다.


담배불이 주기적으로 별처럼 빛났다. 여명 호 아래에 무덤을 파는 병사들이 보였다. 콘마일이 이들을 내려다보며 팔라이네에게 물었다.


“이 수많은 영혼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부유석 파편처럼 끝없이 하늘로 올라가 마침내 별이 되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저 별빛은 길잃은 영혼을 반갑게 맞이하는 속삭임일까요? 아니면 등대처럼 영혼을 보내지 말라는 경고등일까요?” 팔라이네는 콘마일의 말을 묵묵히 듣다가 입을 열었다.


“언젠가 이름 모를 책에서 저 별들 하나하나가 낡은 대륙 만큼의 크기라고는 걸 보았지.”


“저 개미보다 작은 별들이 낡은 대륙만큼 커다랗다구요? 터무니없어요.” 잠자코 듣고 있던 콘마일이 되물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 후의 이야기야. 저 수많은 별들에 인간이 살고 있다면 왜 그들은 우리를 찾으러 오지 않은걸까?”


“그러게요? 그들이 원한다면 어느 때고 우리가 함선을 타고 비행하는 것처럼 우릴 만나러 올 수 있었을 텐데 말이이예요.” 콘마일의 시선이 하늘로 향해 있었다. 마치 함선이 내려오는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 같았다.


“그들은 인간과 같은 모습일까요? 팔다리가 3개이거나 하지 않을까요 아니면 우리와 같은 말을 할 수 있을까요?” 팔라이네는 아래를 보았다. 땅에 구덩이가 하나씩 늘어나고 시신들이 하나씩 땅에 묻혔다.


“책의 저자는 외계인이 없으니 오지 않는다고 결론지었지.” 팔라이네는 콘마일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내 생각은 달라. 저 별들에 인간들이 있었다면, 인간끼리의 전쟁으로 멸망했겠지. 그래서 올 수가 없었던 거야.”


“인간은, 인간은 절대 변하지 않아” 콘마일은 팔라이네의 냉소적인 말에 입을 다물었다.


시체들이 전부 묻히고 그 위에 나뭇가지로 만든 원형 묘비가 세워졌다. 팔라이네는 한숨이 섞인 담배 연기를 내뿜고 자리를 떴다.


“들어가자. 내일도 바쁜 하루가 될 거야.”


*


“곧 부유석 지대에 돌입합니다.” 전술탐지관이 레이더에 장애물을 인식하고 이야기했다. 함교 관측창 너머로 연보랏빛 부유석 광석들이 공중에 떠 있었다.


팔라이네는 해 오름 공장가의 폐광산 지역에서 적월호를 상대할 생각이었다. 부유석을 활용하여 부족한 화력과 주장갑을 보조할 생각이었다.


팔라이네는 함교에 앉아 커피를 입에 가져갔다. 잠이 든 뇌를 강제로 깨워야할 시간이었다. 장교 대부분이 어젯밤에 제대로 자지 못해 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디스플레이와 램프를 보고 있었다. 아드레날린은 작은 자극에도 신속한 반응을 할 수 있게 해주지만 쉽게 잠들지 못 하는 부작용이 있었다.


팔라이네는 씁쓸한 커피 맛을 목으로 넘기며 부유석 뒤편에 자리를 잡고 적월호를 기다렸다. 베어검은 철혈 공장가의 가언대로 굴복하지 않고 이 기회를 놓치지지 않고 올 것이다.


“레이더에 함선 반응이 떴습니다. 적월호입니다.”


“아군 사거리에 도달할 때까지, 엔진 출력을 최소화 하고 기다린다. 뜨거운 맛을 한번 보여주자고.”


팔라이네는 적월호가 레이더를 고쳤을 지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방심할 수 없었다. 교체 부품과 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일부기능만 작동되게 했을 확률이 높았다. 일말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여명호는 간신히 함선을 떠 있을 수 있을 정도로 출력을 낮춰, 소음이 발생하지 않게 유지하고 부유석 뒤편에서 적월호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아직 아니야.” 팔라이네는 레이더 신호를 놓치지 않고 보았다.


함교는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초조함인지 고양감인지 모를 감정이 뒤섞인 숨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여명호는 적월호가 사선으로 지나쳐 갈 때까지 부유석 광산의 그림자에 숨죽이고 있었다.


표범이 한순간에 먹이를 제압하듯이 여명호는 적월호가 영문을 모르고 지나쳐 후미의 취약점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렸고 마침내 팔라이네가 소리쳤다.


“포격개시!” 여명호의 주함포와 부함포로 일제히 적월호를 겨누고 함포를 발사하였다. 화구에서 화염이 미친 듯이 쏟아져나오고 적월호 주변에서 포탄이 터지며 검은 연기에 휩싸였다. 팔라이네는 주먹을 불끈쥐었다. 유효타가 있길 바랐다. 적월호는 포탄이 폭발하며 발생한 검은 연기를 유유히 빠져나와 여명호를 향해 선회했다.


“출력을 조절해! 부유석을 이용해 회피해!” 팔라이네는 이를 악물었다. 적월호는 곳곳에 포탄 피격 흔적이 있었지만 치명적인 상처는 보이지 않았다.


적월호가 고도를 올려 따라 붙었다. 부유석 광맥은 산맥에서부터 연결되어 산과 산을 연결하는 다리처럼 공중에 떠 있었다. 부유석들은 함선을 가릴 만큼 큰 것부터 주먹만 한 것들이 크기가 천지 차이였다.


적월호는 사격거리가 닿기만 하면 함포를 발사하였다. 여명호는 함선 주변에서 폭발하는 적월호의 포탄을 피하며 부유석 뒤편으로 몸을 숨겼다. 포탄이 부유석 광맥에 맞아 폭발하여 하늘 위로 보라색 부유석 가루가 휘날렸다. 팔라이네는 고도를 더욱더 높일 것을 지시했다.


“우현으로 전침하여 부유석 지대를 크게 돌아 후미를 잡는다!” 팔라이네는 결단을 내린 듯 단호한목소리로 말했다. 부유석 지대를 사이에 두고 적월호와 여명호가 쫓고 쫓기는 형국이었다.


여명호는 엔진과 연료실, 탄약실 등 주요부위에 장갑을 두텁게 둘러 중장거리에서 12인치 주포를 방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상대의 13.5인치 주포라면 근접은 물론 중장거리에서도 직격탄을 맞을 경우, 심각한 손상을 받고 추락할 수 있었다. 팔라이네는 부유석 지대 일부를 장갑판으로 사용할 요량이었다.


전장에 긴장감 흐르는 침묵이 흘렀다. 양쪽의 함선은 함포에 재장전을 마친 뒤에 적함선이 관측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팔라이네는 조타수에게 S자 침로로 부유석 지대를 관통할 것을 명령했다. 운이 좋다면 적월호를 기습할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들어맞았다. 적월호의 선미가 보였다


“좋아! 사격 실시!” 팔라이네는 함포가 조준되는 데로 일제사격을 가했다. 16발의 탄환이 순차적으로 발포되었다. 여명호를 감지한 적월호가 방향을 틀어 회피 기동을 실시하며 동시에 주포가 여명호를 겨냥하며 대응사격에 나섰다.


“적함에 명중하였습니다!” 탐지관이 관측창을 보고 소리쳤다. 탄두의 절반이 빗나가고 나머지 절반은 장갑에 막혀 버렸지만, 탄환하나가 적월호의 함포 연결부를 뚫고 들어가 폭발했다. 아까보다 훨씬 큰 불기둥이 일었고 함포 부분의 주갑판이 종이장처럼 찢기며 벌어졌다.


팔라이네가 주먹을 불끈 움켜쥐고 승리를 확신하려고 했을 때, 여명호도 선체가 기우뚱 할 만끔의 강한 충격이 일었다. 적함의 9발 중의 7발은 장갑이 튕겨 내 버렸지만, 우현 동력 날개에 직격탄을 맞아 완파되었다.


이 충격이 너무나 강렬하여 계기판에 머리를 부딪혀 피를 흘리고 함교내부에 중심을 잃고 쓰러진 장교들도 있었다. 팔라이네는 함장석의 손잡이를 불끈 잡아 넘어지지 않으려고 버텼다.


“적함포에 우현 동력날개가 완파되었고, 우현 주포 4문이 기능불량입니다.” 전술관이 사나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통제 화면에 빨간 알람으로 사용불능이 점멸되었고, 고막을 찢어버릴 듯한 피해 경보가 울려 퍼졌다.


“우좌현 날개에 동력을 끊고, 보조 날개로 항해한다” 여명호의 조타수는 얼굴이 시뻘개질 정도로 우측으로 쏠리는 조타기를 막아 내려 하고 있었다. 그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명호는 우측으로 천천히 기울고 있었다. 콘마일이 뛰어가 좌현날개의 동력을 끊자. 간신히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팔라이네는 욕설을 내뱉었다. 적월호의 함포 불길이 줄어들고 있었다. 주포 탄약실까지는 관통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팔라이네는 지휘관석을 움켜잡았다. 적월호의 주포 수는 절반으로 감소하였으나, 여명호도 반불구가 되어 거의 직선으로 비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 말은 항로 예측이 쉽다는 거였다.


여명호가 긴급하게 피해를 복구하는 동안 적월호에서 또다시 포탄이 쏟아져 왔다. 붉은 램프 수십 개가 점등하고, 함 내에 사이렌이 울렸다.


“중앙 평형계 불능! 주함포 통제 시스템 불능! 엔진 냉각 시스템 불능!” 탐지관의 말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함교 관측창이 붉게 달아오르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충격이 온몸을 강타했다.


본능적으로 튕겨 나가려는 걸 손잡이를 잡아 버텼다. 눈앞에 시뻘건 화염에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었다. 좌측에 있던 장교가 스프링 처럼 퉁겨져 나가 벽에 부딪쳤다.


팔라이네는 함장 석에 심하게 머리를 부딪치고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귀에서는 웅웅 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함교 내에 시간이 멈춘거 같았다. 피가 끈적하게 흘러 볼을 타고 흘렀다. 수염에 핏방울이 맺혔다.


천장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팔라이네는 시선을 왼쪽으로 향했다. 좌측 함교가 상어가 물어뜯은 것처럼 떨어져 나갔다.


콘마일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좌측 함교에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걸 느꼈다. 팔라이네가 콘마일을 일으켜 세우려고 몸을 움직이자 배에서는 인두로 지지는 고통이 번졌다. 그 뜨거움이 허벅지를 타고 흘렀다.


날카로운 안전 손잡이가 복부를 뚫고 반대편으로 나와 있었다. 팔라이네는 고통에 얼굴을 구기며 품에서 몰핀 뚜껑을 열어 허벅지에 꽂아 넣었다.


그사이에 콘마일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함장님!” 적월호의 추가 포격에 여명호는 중심이 흔들리며 천천히 고도가 하락하고 있었다. 엔진 온도계는 과열을 지나 초과열 상태로 수치가 상승하였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함 내 장교들이 식은땀을 흘리며 주엔진을 차단하고 보조엔진으로 동력을 교체하였다. 평행장치를 자동에서 수동으로 변경하여 조작에 나섰다.


“콘마일.” 팔라이네는 무미건조한목소리로 콘마일을 불렀다. 그러나 콘마일은 공포에 질려 있었다. 디스플레이 탁자가 없었다면 주저앉아 있을 터였다. 디스플레이 판을 누르고 있는 손이 사시나무 처럼 떨렸다. 적월호에서 사격을 할 때마다 계기판에 붉은색 점등이 들어왔다.


팔라이네는 마취가 떨어지자 몰핀 한대를 더 꽂아 넣었다.


“이런 멍청한 놈! 콘마일!!” 팔라이네는 콘마일을 나무라며 세게 불렀다. 콘마일은 패닉에 빠져 팔라이네의 외침을 듣지 못했다.


팔라이네는 적월호가 재장전하는 찰나에 고민에 빠졌다. 곧 결심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함 내 무전기를 잡았다.


“현시간부로, 본 함 내 모든 사병들은 비상탈출선에 탑승하길 바란다. 다시 한번 말한다. 비상탈출하기 바란다” 식은땀을 흘리던 장교들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팔라이네를 바라보았다.


“함장님은 그럼?”


“명령이다! 내가 탈출선에 탄다고 살 수 있을 거 같아!”


팔라이네의 피가 바닥에 흥건했다. 인간을 초월한 기분이 들었다. 육체에서 벗어나 이 순간이 영화같이 느껴졌다. 팔라이네는 장교들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조타수를 몰아내고 조타기를 잡았다. 장교들은 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함장님!!” 콘마일은 조타수에 강제로 이끌려 함교를 빠져나갔다.


십 분 정도 후에 비상탈출선 사출가능 알람이 함교에 속속들이 들어왔다. 팔라이네는 탈출선 사출버튼을 차례로 눌렀다. 관측창 너머로 흰연기를 뿜으며 빠른 속도로 탈출하는 비상탈출선들이 보였다.


적월호는 부상당한 먹이를 뒤쫓는 백상아리처럼 기관총을 활용하여 비상탈출선 요격에 나섰다. 하늘 곳곳에서 빗나간 포탄이 파열음을 내며 터졌다. 직격으로 탄을 맞아 그 자리에서 폭발하는 탈출선의 잔해가 비처럼 갑판에 쏟아져 떨어졌다.


팔라이네는 품에서 파이프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파이프 끝에 불을 붙였다. 몰핀의 효력이 떨어지자 고통이 점점 심해졌다. 파이프에서 나오는 흰 연기를 따라 피로감이 휘몰아쳤다.


팔라이네는 능숙하게 조타기를 몰아 적월호를 향해 직선으로 항로를 변경하였다. 여명호로 돌진하여 적월호의 선체에 들이받을 요량이었다.


적월호는 여명호가 다가오기 전에 격침하거나 회피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실패하더라도 탈출선이 도망갈 시간을 벌어 줄 터였다.


적월호 주포가 여명호를 향해 천천히 겨누는 게 보였다. 팔라이네는 조타기를 고정하고 탄환 장전 알람이 들어오는 주포를 수동버튼을 눌러 사격을 개시혔다.


적월호의 포탄이 관측창 너머로 갑판에 떨어지는 포탄이 보였다.


갑판에 맞은 포탄에 갑판이 부서지고 함 내가 휘청거렸다. 함교창이 부서지고 함교 내로 유리 파편이 쏟아져 들어왔다. 팔라이네의 옷이 바람에 펄럭였고 유리 파편에 얼굴에 생채기가 났다.


여명호가 적월호에 가깝게 접근하자 블랙홀 같은 주함포의 어둠이 보였다. 적월호의 주포에서 불을 뿜었다.


팔라이네는 팔짱을 낀 채로 함교를 향해 날아오는 포탄을 보며 낮게 읖조렸다. 시선은 포탄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스철케이드.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네 말이 맞는 거 같아. 사람이 종교를 믿는 이유는 갈 곳 없는 영혼이 안타까워서가 아니라, 도망칠 곳 없는 영혼에 닻이 필요하기 때문일지도···”


여명호가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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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57. 알도린 23.12.21 8 0 11쪽
56 56. 스철케이드 23.12.20 7 0 11쪽
55 55. 콘마일 23.12.20 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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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53. 파스키은 23.12.19 7 0 14쪽
52 52. 스철케이드 23.12.18 11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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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49. 스철케이드 23.12.15 9 0 11쪽
48 48. 파스키은 23.12.14 8 0 12쪽
47 47. 카트란 23.12.14 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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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 알도린 23.12.13 9 0 11쪽
44 44. 알도린 23.12.12 9 0 11쪽
43 43. 카트란 23.12.12 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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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40. 스철케이드 23.12.08 9 0 13쪽
39 39. 유니스 23.12.08 10 0 12쪽
38 38. 베리칼라 23.12.07 7 0 11쪽
» 37. 팔라이네 23.12.07 8 0 18쪽
36 36. 팔라이네 23.12.06 8 0 13쪽
35 35. 스철케이드 23.12.06 9 0 13쪽
34 34 알도린 23.12.05 8 0 11쪽
33 33.파스키은 23.12.05 8 0 11쪽
32 32. 스철케이드 23.12.04 1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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